<이슈&인물> 장세동 소환한 김용현 경호처장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27 11:06:24
  • 호수 14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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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동된 ‘심기 경호?’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전두환정권 시절 ‘심기 경호’의 창시자인 장세동 전 청와대 경호실장과 똑 닮은 자가 있다.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은 요즘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는 뜻의 신조어)에 재미를 붙인 모양새다. 돌이켜 보면 그의 특기다. 김 처장은 2022년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일대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안까지 침투했을 때 “침범하지 않았다”며 은폐를 시도했다.

한 달 새 무려 3번째.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지난달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국정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당시 강 의원은 “이러시면 안 됩니다. 대통령님, 국정기조를 바꾸셔야 됩니다”라고 말했다. 발언 직후, 경호원들은 곧장 강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번쩍 몸을 들어 퇴장시켰다. 당시 김 처장이 강 의원을 손으로 내려치는 모습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과도한 제압
폭발한 야당

‘과잉 의전’ 등 논란이 일자 김진표 국회의장은 책임자인 김 처장에 대한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 강 의원의 행동이 “경호상 위해 행위”라고 했던 대통령실은 국회의장의 인사 조치 요구에 대해선 입장을 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김 처장의 ‘강성희 진보당 의원 과잉 의전’ 논란을 ‘국회의원 폭력 제압 사태’로 규정하며, 윤 대통령의 사과와 김 처장의 경질을 요구했다.

지난달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는 ‘윤석열정권의 국회의원 폭력 제압 및 거짓 해명 규탄 기자간담회’서 “윤 대통령이 (강 의원과)상당히 거리가 떨어진 상태서(경호관들이 강 의원의) 입을 막고 사지를 들고 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경호처의 행위는(윤 대통령) 신변 경호가 아니라 심기 경호였다”고 주장했다.


박 부대표는 “김 처장의 경질이라든지 대통령 사과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선 “민주당이 사건을 정쟁 소재로 삼으며 적반하장식 행태를 보인다”고 응수했다. 김민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재명 대표 피습 사건은 경호의 부실함이 문제고, 대통령의 경호는 과한 것이 문제가 되느냐”고 논평했다.

김 처장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과잉 경호는 전형적인 심기 경호의 표본이다. 심기 경호는 ‘대통령의 마음이 편안해야 국정도 잘 되니 심기까지 경호해야 한다’는 뜻으로 전두환정권 시절 장세동이 만든 신조어다. 장세동이 전두환씨가 ‘산책하다 돌부리에 걸린다’며 도로 평탄화 작업을 지시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이 지나간 자리는 김 처장에 의해 입도 뻥끗할 수 없다.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의료개혁 관련 민생토론회서 정부 의료정책에 반대하던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입을 틀어막힌 채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갔다.

윤 대통령과 학연···충암고 1년 선배
추미애와 갈등 때 ‘술친구’로 알려져

사건 당시 김 처장 휘하의 경호처 직원들은 “행사장 주변은 대통령 등 경호에 관한 법률상 경호구역”이라며 퇴장 조치의 근거를 밝혀왔다.

이날 토론회는 소아과 진료 예약 전쟁, 응급실서 환자가 방치되는 사례 등 공공의료체계 부족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짚어보고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서 임 회장은 “택배기사도 이동하고 병원 직원들도 왔다갔다 하는데 내가 왜 나가야 하느냐고 얘기했는데 막무가내로 나가라 했다”며 “옥신각신 하다가 일방적으로 입을 틀어막고 끌어내더라”고 토로했다.


경기분당경찰서는 임 회장을 퇴거불응 혐의로 입건해 수사했다. 그는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에 의해 분당경찰서로 옮겨진 후 4~5시간가량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열린 카이스트 학위 수여식서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이날 윤 대통령의 축사를 듣던 한 졸업생이 R&D 예산 복원에 대해 항의했다. 그러자 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강제 퇴장당했다. 이 졸업생은 녹색정의당 대전시당의 신민기 대변인으로 확인됐다.

신 대변인은 학위복을 입은 위장 경호원들에게 입을 막히고 팔다리가 들린 채로 끌려 나갔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카이스트 동문들은 대통령경호처를 경찰에 고발했다. 카이스트 동문 26명은 이날 오전 10시께 김 처장과 경호처 직원 등을 대통령경호법 위반(직권남용), 폭행, 감금 등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졸업생 주시형씨는 고발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호처 직원들은 말로 항의한 졸업생의 입을 막고 끌고 나가 체포했다”며 “경호처의 이런 행위는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권한을 남용 및 과잉 행사해서 국민의 기본권, 특히 신체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폭력행위”라고 강조했다.

학위복 입은
위장 경호원

이어 “해당 폭력행위에 직접 가담한 대통령경호처 직원은 물론 김 처장과 대통령이 이를 묵인 혹은 방조한 것은 아닌지 법에 따라 철저히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졸업생 김신엽씨는 “IMF 때도 삭감된 적이 없었다. 윤정부는 R&D 예산을 4조6000억원이나 삭감했다”며 “헌법을 수호할 책임이 있는 대통령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다른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마땅한데, 윤정부는 정반대의 길을 택하고 일방적으로 예산을 삭감했다”고 비판했다.

R&D 예산을 삭감하고 졸업생을 강제 연행한 윤정부를 규탄하는 서명에는 카이스트 구성원 수백명이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과 김 처장이 합작한 ‘입틀막’ 정권의 기반은 학연으로 진하게 맺어졌다. 김 처장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학창시절 학도호국단장으로 유명했다. 학도호국단은 1975년 정부가 ‘학원의 총력안보체제를 구축한다’며 학생회 대신 만든 조직이었다. 현재 학생회장과 비슷한 자리다. 

김 처장은 훗날 “학교서 공부도 잘하고 의리가 있는 2학년 후배가 있다는 소문이 나 호기심에 내가 먼저 만나자고 윤 당선인을 불렀다”고 회상했다. 두 사람은 처음 만나자마자 의기투합했다고 전해진다.

김 처장이 1978년 육군사관학교(육사 38기)로 입교하면서 윤 대통령과 연락이 끊겼다. 나중에 동문회를 통해 서로의 연락처를 알게 된 두 사람은 전화로 근황을 주고받고 안부를 묻는 사이로 지냈다.


두 사람의 관계는 2020년 더욱 깊어졌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대립하면서다. 직무정지로 야인 생활을 하던 윤 대통령이 편하게 술 한잔하자며 김 처장을 불렀다.

“캠프를 
맡아달라”

윤 대통령 측근에 따르면 “김 처장이 사회 각 분야의 저명인사를 윤 대통령에게 소개해 줬다”고 후술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정치 입문을 결심했고, 캠프에 제일 먼저 합류한 ‘1호 멤버’가 김 처장이었다.

처음엔 김 처장이 “캠프를 맡아달라”는 윤 대통령의 요청을 완곡하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김 처장은 윤 대통령에게 “선거서 이기려면 충암고, 서울대 동문이지만, 검찰 출신이 아닌 사람들을 중심으로 캠프를 꾸려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끈끈한 인연으로 윤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2022년 5월10일 김 처장을 임명했다. 동시에 청와대 이전 TF 부팀장에도 앉혔다. 취임 후 그는 대통령경호에 필요한 구역서 군·경찰 등을 지휘·감독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다.

대통령경호처는 2022년 11월9일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이하 대통령경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을 보면 경호처장은 경호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경호구역서 경호활동을 수행하는 군·경찰 등 관계기관의 공무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 ‘경호구역서 경호활동을 수행’이라는 제한을 두지만, 경호처가 군·경을 지휘·감독하는 것은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로 처음이다.

이에 경호처의 군·경 지휘권 확보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논란이 확산되자 경호처는 “내부지침 등의 형식으로 규정돼있던 내용을 시행령으로 명확히 한 것일 뿐 기관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결국 김 처장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에 따른 경호 부실 우려를 불식시키고 목적을 이뤄냈고, 윤 대통령의 입틀막 정권을 완성하는 데 공을 세웠다.

대통령실 이전 공신
잇단 ‘입틀막’ 도마

대통령실 이전 후 반년 만에 북한 무인기의 침범으로 책임론에 휩싸이기도 했다. 2022년 5월10일 용산구 용산동3가의 국방부 청사는 대통령실로 재탄생했다. 같은 날 청와대는 국민들에게 전면 무료 개방됐다.

얼마 지나지 않은 2022년 12월26일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했다. 그 가운데 1기가 용산 대통령실 일대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 안까지 침투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대통령실 경호의 허점이 노출됐다.

당시 군은 “적 무인기는 비행금지구역(P-73)을 침범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가 번복했다. 이후 국가정보원은 지난해 1월5일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을 촬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같은 날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들의 작전 실패와 경호 실패를 거짓말로 덮으려고 했던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김용현 경호처장 등을 엄중히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처장은 군 복무 시절에도 북한의 무인기와 악연이 있다.

2014년 3월 경기도 파주서 북한 무인기 1대가 추락했는데, 이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 중 청와대를 찍은 사진이 발견됐다. 무인기의 청와대 상공 비행을 방공 레이더망으로 포착하지 못한 데 대한 질책이 쏟아졌다. 당시 김 처장은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을 맡고 있었다. 당시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도 비판에 가세했지만, 인사 조치는 되지 않았다.

김 처장은 2022년 10월, 가까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국방정책자문단 8인으로 활동했던 예비역 준장 조모씨를 국방부 인사기획관에 내정하려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이때 국방정책자문단을 이끌던 인물이 김 처장이었기 때문에 ‘김용현 사단’이라고 불렸다.

이종섭 장관은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이 사안을 추궁하자 극구 부정했다.

이후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이 장관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국방부장관 후보자 청문회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게 “신 후보자가 육군사관학교 후배인 김용현 대통령경호처장의 추천으로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됐다고 들었다”며 “과거 윤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는 발언을 했는데도 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것은 경호처장과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궁했다. 

북한 무인기
은폐 시도도

앞서 신 장관은 윤 대통령을 두고 “군 미필자는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비판한 바 있다. 청문회서 기 의원이 윤 대통령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묻자, 신 장관은 “(그런)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그것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후보자(윤석열 대통령)와의 각별한 인간관계 이런 부분까지 포함하면 당연히 이 분(김용현 경호처장)이 중간에 뭔가 역할을 하지 않았겠느냐”라는 질문엔 “호사가들이 그런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대외적으로 김 처장의 입김이 국가안보 분야까지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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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SM 인수전’ 카카오 후유증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입에 삼키기엔 너무 컸던 걸까?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카카오가 사법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브와의 전쟁서 이겼지만 ‘상처뿐인 승리’가 된 모양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공룡 기업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불과 몇 년 만에 국민 기업서 밉상 기업으로 전락했다. ‘카카오톡’이 전 국민의 메신저가 될 때까지만 해도 카카오의 미래는 밝았다. 카카오톡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배경으로 사업을 확장했던 초기에도 부정적인 여론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골목상권 침해, 쪼개기 상장 등의 문제가 터지면서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 국민 기업 밉상 기업 카카오가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2~3월 하이브와의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인수전 과정서 일어난 일이 사법 리스크로 되돌아오는 모양새다. 이른바 ‘승자의 저주’라는 말이 어울리는 결말이다. 승자의 저주는 경쟁에서는 이겼지만 그 과정서 과도한 비용을 사용해 후유증을 겪는 상황을 뜻한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지난 17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CA협의체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 인수 과정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의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올릴 목적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이 카카오가 지난해 2월 2400억원을 동원해 553차례에 걸쳐 SM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데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카카오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난해 2월16~17일, 27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1100억원을 먼저 투입하고 같은 달 28일 카카오가 뒤이어 1300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검찰은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지모씨를 시세조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이 SM 지분 매수 과정서 어떤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 없으며 지분 매수는 정상적 장내 매수였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카카오 내부는 당혹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청구한 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첫 구속영장을 발부했던 영장전담판사가 배정된 점 등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하이브와 크게 벌인 ‘쩐의 전쟁’ 경영권 차지했지만 사법리스크↑ 김 위원장은 지난 9일, 20시간의 밤샘 조사에서 “SM 주식을 장내 매수하겠다는 안건을 보고받고 승인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매수 방식과 과정에 대해서는 보고받지 않아 몰랐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이후 8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위원장의 혐의를 입증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사모펀드를 통해 투자해서 우호 지분을 확보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카카오 임직원 간 메시지를 비롯해 김 위원장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관계자의 통화 녹취, 진술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하이브의 SM 인수전은 혈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치열했다. SM은 K팝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연예기획사로 H.O.T, 보아, 동방신기, 소녀시대, 샤이니, EXO, NCT, 에스파, 라이즈 등의 유명 보이·걸그룹을 배출한 ‘아이돌 명가’로 알려져 있다. 대형 연예기획사를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인수전은 K팝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받았다. SM 인수전의 시작은 이수만 SM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매각설서 시작됐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설립자로 SM 소속 가수를 좋아하는 팬덤 사이에서는 ‘수만 아버지’로 불리는 등 일종의 개척자로 여겨지고 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지분을 매각한다는 소문이 돌았을 당시 카카오, 네이버 등이 매수자로 언급되곤 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파트너스)이 SM 지배구조를 문제 삼으면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 특히 얼라인파트너스는 이 전 프로듀서 소유의 라이크기획이 SM과의 내부거래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SM이 얼라인파트너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내부 갈등이 촉발됐다. 급히 먹다 탈 났나? 이 과정서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경영진이 얼라인파트너스, 카카오와 손을 잡았다. 이 전 프로듀서 측과 완벽한 대립각을 세운 현 SM 경영진은 ‘SM 3.0’을 발표하고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제로 전환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 지우기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SM 경영진이 지난해 2월7일 카카오가 신주와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해 지분 9.05%를 확보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이 전 프로듀서가 찾은 동앗줄은 하이브였다. 이 전 프로듀서는 SM의 공시 다음 날 법원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기했다. 그리고 2월9일 자신이 보유한 SM 지분 18% 중 14.8%를 하이브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다. 하이브는 SM 주식을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해 지분을 추가로 25% 확보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SM 인수전이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로 압축됐다. SM 인수전은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했다. 법원이 이 전 프로듀서가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하면서 하이브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가 공개매수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자 카카오가 반격하는 식이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는 지난해 3월7일부터 SM의 지분 35%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기 시작했다. 약 833만주에 달하는 주식으로 총 1조2500억원이 투입되는 어마어마한 물량이다. SM 인수전은 하이브가 카카오가 시작한 ‘쩐의 전쟁’서 한발 물러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쇄신 노력 ‘물거품’ 이후 카카오가 경영권을 갖고 하이브는 플랫폼 협력을 하는 방향으로 SM 인수전이 마무리됐다. 지난해 3월12일 하이브는 SM 인수 절차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하이브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 구도로 인해 시장이 과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하이브의 주주가치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카카오는 “SM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자 원동력인 임직원, 아티스트, 팬덤을 존중하고자 자율적‧독립적 운영을 보장하고 현 경영진이 제시한 SM 3.0을 비롯한 미래 비전과 전략 방향을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에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엔터계 ‘공룡’을 삼킨 또 다른 공룡 기업의 탄생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SM을 인수하기 위해 벌인 ‘쩐의 전쟁’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당시 SM 인수전서 발을 뺀 뒤 “비정상적 매입 행위가 발생했다”며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SM 주가가 공개매수가인 12만원을 넘어 한때 13만원까지 급등한 점을 문제 삼았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주식을 매입해 시세를 조종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금감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이하 특사경)은 지난해 10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 대표와 카카오법인을 검찰에 넘겼다. 지난 11월에는 김범수 당시 전 카카오 이사회 의장과 홍은택 대표, 김성수·이진수 카카카오엔터테인먼트 각자 대표이사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등 카카오 수사에 열을 올렸다. 시세조종 의혹 창업자에 칼끝 댔다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잃을 수도 카카오는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금감원이 카카오 경영진과 함께 카카오법인까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면서 카카오뱅크를 잃을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 법인이 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가 대주주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은 6개월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데 이때 대주주는 최근 5년간 금융간 금융관련법, 공정거래법, 조세범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의 형사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SM 인수전 과정서 제기된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는 창업자 구속 가능성과 알짜배기 기업을 놓칠 가능성을 함께 안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의 쇄신 노력에도 찬물이 끼얹어졌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새 대표이사에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전 대표를 선임했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게임즈 등 계열사 대표도 바꿨다. 계열사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하는 독립기구인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김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쇄신작업은 물론 기업 전체 동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그룹 덩치를 줄이기 위해 알짜배기만 남겨두고 일부 자회사를 매각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만큼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어렵게 인수한 SM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뱅크 등은 핵심 자산으로 분류된다. 몸집 줄여 해결될까? 문제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카카오는 SM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문어발식 기업 인수, 계열사 확장 과정서의 잡음으로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인수하는 과정서 김성수 당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준호 당시 투자전략부문장이 바람픽쳐스에 시세차익을 몰아줄 목적으로 비싸게 매입·증자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다. 카카오의 운명이 연이은 사법 리스크에 잠식되는 모양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