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사형제의 허상

법정 최고형은 무기징역?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최근 검찰의 사형 구형이 늘었다. 하지만 법원서 사형을 선고하지 않으면서 다시 사형제 존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형제의 위헌 여부도 올해 상반기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최근 신림동 너클 성폭행 사건의 최윤종에 대해 검찰이 사형을 구형했지만 법원이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유족들은 법정 최고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지난 22일, 성폭력처벌법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윤종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뜨거운 감자

재판부는 “피해자의 목을 감은 상태로 강하게 압박하는 등 살해의 고의 등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며 “아무런 잘못이 없는 피해자는 생명을 빼앗겨 어떤 방법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길이 없고 유족 또한 치유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판례가 있다”며 “피고인의 연령과 성향, 가족관계 등 양형요소를 종합하면 생명 자체를 박탈하기보다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하는 무기징역을 선고해 재범의 가능성을 차단하고 유족에게 사과와 자신의 잘못을 참회할 시간을 갖게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가석방으로 최윤종이 풀려나는 것을 고려해 30년간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했다. 선고 직후 방청석에서는 “저거를 죽여야지”라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재판 과정서 최윤종은 피해자의 목을 조른 적이 없고 입을 막았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하자 검찰은 그가 범행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결심공판서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앞서 또래 살인 정유정, 신림동 흉기난동 조선, 서현역 흉기난동 최원종, 인천 스토킹 살해범, 아동학대 살인 계모 등에 대해서도 사형이 구형됐다.

검찰의 사형 구형은 지난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사형집행 의지를 보이며 사형 집행시설을 점검한 이후 점차 증가했다. 특히 묻지마 범죄에 대한 검찰의 사형 구형이 늘어난 것은 사형의 실질적 집행 여부와 무관하게 잠재적 피해자인 국민 전체의 인권보호를 강력히 하겠다는 의지가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늘어난 사형 구형을 두고 낮은 형벌에 따른 비난을 잠재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한다.

8년 째 사형 확정 선고 없어
계속 구형만…재개 여론 70%↑

한 서초동 변호사는 “지난해 묻지마 범죄가 성행하면서 흉악범죄자를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에 국민 여론이 모였다”며 “하지만 재판서의 구형이나 선고는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가 많아 검찰과 법원에 대한 비판도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이 최근 흉악범들에게 잦은 사형을 구형하는 것은 강력범들에 대한 단죄 의지를 보여주는 것은 물론, 국민의 법 감정과 동일하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 강력범들에 대한 검찰의 사형 구형 이후 감형된 선고가 나오면 비판은 법원에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70% 가까운 국민이 사형제도 존치를 바라고 있으며 사형 집행 재개 역시 70% 이상의 찬성표를 받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작 사형제도가 존재하지만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1997년 12월30일에 23명의 사형을 집행하고 난 이후 26년 동안 집행하지 않고 있다.

법원은 실질적 사형폐지국이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생명을 박탈하는 형벌을 내릴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조희대 대법원장도 인사청문회 당시 사형 집행 여부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형제 존치 여부에 대한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상태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사형 집행 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사형 미집행 기간이 늘면서 1심서 사형을 선고하더라도 대법원서 사형이 확정되는 사례도 드물어졌다. 대법원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이 파기환송되면 원심 재판부는 무기징역형 이하의 형량을 선고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선 2014년 22보병사단 총기 난사 사건 피의자인 임도빈에 대해 지난 2016년, 마지막으로 사형이 확정돼 미집행은 26년, 확정선고는 8년이 지난 셈이다.

있으나 마나 ‘실질적 폐지국’ 
곧 위헌 여부 결정…존폐 기로

사형제 재개에 관한 목소리가 높아지자 올해 상반기에 결정될 사형제 위헌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형제도 찬성론과 사형제도 폐지론의 문제가 형사사법정책의 문제라면, 사형제도가 위헌인가 합헌인가의 문제는 헌법적 쟁점에 속한다.

앞서 사형제도는 그간 두 번의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았고 모두 합헌으로 결론 났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 11월28일 형법 제250조 등 위헌소원 사건서 “생명권에 대한 제한은 곧 생명권의 완전한 박탈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므로, 사형이 비례의 원칙에 따라서 최소한 동등한 가치가 있는 다른 생명 또는 그에 못지 않은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성이 충족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 그것이 비록 생명을 빼앗는 형벌이라 하더라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의 침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인간의 생명을 부정하는 등의 범죄행위에 대한 불법적 효과로서 지극히 한정적인 경우에만 부과되는 사형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공포심과 범죄에 대한 응보욕구가 서로 맞물려 고안된 ‘필요악’의 측면서 정당화될 수 있다. 따라서 사형은 헌법상의 비례의 원칙에 반하지 않고 우리의 헌법질서에 반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판시했다.

당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합헌 의견이 우세했다.

2010년 두 번째 위헌제청사건에서는 “사형은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보다 더 큰 위하력을 발휘함으로써 가장 강력한 범죄억지력을 갖고 있고, 극악한 범죄의 경우에는 무기징역형 등 자유형의 선고만으로는 범죄자의 책임추궁이 미흡하고 피해자들의 가족 및 일반 국민의 정의관념에도 부합하지 못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사형제도에 의해 달성되는 범죄예방을 통한 무고한 일반 국민의 생명 보호 등 중대한 공익의 보호와 정의의 실현 및 사회방위라는 공익은 사형제도로 발생하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자의 생명권이라는 사익보다 결코 작다고 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인명을 잔혹하게 살해하는 등의 극악한 범죄에 대해 한정적으로 부과되는 사형이 그 범죄의 잔혹함에 비해 과도한 형벌이라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당시에는 5대4의 의견으로 팽팽하게 다뤄졌다.

법조계에서는 사형제에 대한 헌재의 심리가 올해 초쯤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석 헌재 소장의 임기가 올해 10월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헌재 결정은 올해 상반기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사형제가 3번째 합헌 의견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새로이 임명된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인사청문회 당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사형제 폐지가 마땅하지만 중범죄가 횡행하므로(사형제 폐지) 시기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기 때문이다.

팽팽한 의견

일각에서는 사형제가 이번에는 위헌 결정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헌재가 사형제 폐지를 결정할 경우 위헌보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사형제 존폐와 상관없이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과 ‘허용되지 않는 무기형’을 구분해 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추진했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kcj512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