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메리츠증권 이중고

금감원 이어 검찰까지 ‘표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메리츠증권 내부가 뒤숭숭하다. 대표이사는 취임 13년 만에 국정감사에 출석해 진땀을 흘렸다. 금융감독원, 검찰 등이 전방위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사면초가’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이사(부회장)가 나타났다. 증권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유일하게 증인으로 참석했다. 취임한 지 13년 만이다. 이날 최 대표는 메리츠증권과 관련해 산적해 있는 논란을 두고 국회의원들의 송곳 질문을 받았다.

어디까지

여야 국회의원들이 쏟아낸 질문 중 가장 화두가 된 부분은 이화그룹 관련 내용이다. 메리츠증권은 이화그룹 거래 정지 전 신주인수권부 사채(BW) 매도, 직무정보 이용 사적이익 취득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신주인수권부 사채는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일정액의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을 뜻한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10일 김영준 이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로 이화전기 주식의 매매 거래가 정지되기 직전 보유 지분 32.22%를 전부 팔아 손실을 피했다.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BW에 400억원을 투자한 뒤 꾸준히 주식으로 바꿔 장내 매도하는 방식으로 처분해왔다. 

이화전기·이트론·이아이디 등 이화그룹 계열 상장사 3곳은 횡령.배임 혐의로 회사 경영진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난 5월 거래정지, 지난 9월 상장폐지됐다. 이 과정서 메리츠증권이 이화그룹으로부터 사전에 정보를 입수해 거래정지 전 주식을 매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최 대표는 “메리츠증권이 사전에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정황 증거가 있다”며 “메리츠증권은 거래정지 3주 전, 이화전기에 전환 신청을 했는데 전환 신청을 하는 순간 담보권이 상실된다. 만약 거래정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저런 신청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매매 정지 6일 전 이화전기 관련 유가증권 279억원을 추가로 인수했다. 거래정지가 다가오는 회사라고 판단했으면 결코 추가로 인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거래정지 당일 이회전기는 메리츠증권을 통해 300억원의 유가증권을 프리미엄을 주고 사 갔다. 이화전기 자체도 거래정지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금감원은 메리츠증권에 대한 기획검사를 진행해 이화그룹 관련 미공개 정보 이용 매도 의혹을 검찰에 패스트트랙으로 넘겼다. 그러면서 메리츠증권 투자은행(IB) 본부 임직원이 사모 전환사채(CB)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서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본인과 가족 자금으로 직접 CB에 투자한 정황도 발견해 검찰에 통보했다. 

금융투자회사의 임직원은 직무를 통해 알게 된 정보를 본인 또는 제3자가 이용하게 해서는 안 된다.

당시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한 사익추구 행위 등에 관해 법규 위반 소지를 검토한 뒤 엄정한 조치를 하겠다”며 “기업금융 과정서 다른 사익추구 개연성이 존재하는 만큼 추가 검사를 통해 집중해서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최희문 대표 국감에서 진땀
내부통제 문제 지적 이어져

이복현 금감원장도 국감에 출석해 해당 내용이 거론되자 “회사 내 정상적인 직업윤리나 통제 시스템이 종합적으로 작동하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메리츠증권 IB 본부 내 3개 팀 중 나머지 두 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한 게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용우 의원의 질의에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답했다.


금감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에 언급된 팀은 전원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기획검사를 바탕으로 검찰 역시 강제수사에 돌입했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메리츠증권 본점과 이화그룹 본사 등 10여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금감원 기획검사에 이어 검찰이 강제수사에 착수하자 메리츠증권 내부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리는 두 자릿수로 대폭 높여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은 외면한 채 임원만 돈 잔치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메리츠증권이 우수 사업장을 선순위로 담보했을 때 PF 대출금리가 12%, 선순위가 안 되면 16%, 18%, 20%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서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의 공급 부족, 가격 상승 피해가 불거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작 메리츠증권 임원은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은 최근 5년간(2018~2022년) 10대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금액은 694억3100만원에 이른다. 김 의원은 “부동산 PF 사업이 부실화되는 상황에 높은 수준의 성과급이 지급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부동산 PF 사업에 대한 증권사의 과도한 쏠림 현상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의 내부통제가 미비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금감원을 통해 상위 10개 증권사의 내부 징계 현황자료를 받아 보니 메리츠증권이 전체 107명 가운데 35명으로 전체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며 “내부통제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이 메리츠증권”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부통제 위반 현황도 살펴보니 90억원서 1300억원대 규모의 1인 매매금지 위반 행위를 하고도 감봉·정직 등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데 그쳤다”고 덧붙였다.

해당 행위는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5년 이하의 징역,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돼있다. 

황 의원은 내부통제를 위반해도 징계 수위가 약하니 거듭해서 비슷한 일이 반복되는 게 아니냐고 최 대표를 질타했다. 최 대표는 “나름대로 깨끗한 회사를 운영하려고 노력하고, 지적하신 대로 추가적으로 더더욱 민원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국감의 산을 넘은 듯했던 최 대표는 현재 위증 논란에 휩싸여 있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금감원 자료를 확인한 결과 메리츠증권은 이화전기 상장폐지를 알고 다른 회사의 자회사 주식을 담보 취득했다”며 “부실 가능성을 알고 담보 교체가 이뤄졌다는 건데 증인(최 대표)은 신규 투자했다고 거짓 증언을 했다”고 언급했다. 

겨눌까

메리츠증권을 둘러싼 논란은 최 대표의 입지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최 대표는 2010년 4월 대표이사로 임명된 이후 2018년 초, 부회장 승진을 거쳐 올해 임기 14년차를 맞이했다. 최 대표의 임기는 오는 2025년 3월까지로 남은 기간을 모두 채울 경우 증권사 최장수 CEO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금감원을 비롯해 검찰, 여기에 정치권까지 메리츠증권을 압박하고 있어 최 대표의 입지 역시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메리츠증권의 내부통제와 관련된 부분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최 대표 책임론이 함께 불거지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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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