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가 있는 고택 ③인천시민애집

인천 근현대사 중심지 시민의 공간이 되다!

1883년 1월1일, 개항 직후 인천항 주변에는 외국인이 모여 살기 시작했다. 일본과 청나라 사람은 물론,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서양인도 인천항 인근에 조계지를 형성했다. 이들은 인천구조계조약(일본), 인천구화상지계장정(청나라), 인천제물포각국조계장정(그 외 나라) 등을 체결해 경계를 나누고 개발에 나섰다. 1899년 경인선이 개통돼 외국인이 서울로 빠져나가기 전만 해도 이곳은 세계 각지서 온 이들로 북적거렸다고 전해진다.

지금도 인천항 주변인 인천개항장문화지구와 차이나타운에 일본과 청나라 조계지 모습이 남아 있다. 조계지 구역은 그 흔적이 적지만, 서양인이 사교 모임을 하던 구 제물포구락부(인천유형문화재) 건물이 건재하다. 그 앞에 자리한 인천시민애(愛)집도 조계지의 역사를 품고 있다. 자유공원 정상부에 있던 독일계 상사 세창양행 부지를 일본인 사업가가 매입해 저택을 짓고 살았기 때문이다.

조계지의 역사

인천시민애집 내력은 부침이 잦은 우리 근대사를 빼닮았다. 세창양행이 부지를 일본인에게 매각한 뒤, 광복 때까지 일본식 가옥이 있었다. 지금의 한옥은 인천시가 저택을 매입해 1966년에 완공한 건물이다. 인천시는 이 건물을 2001년까지 시장 관사로 활용했다.

바로 앞에 있는 중구청 청사가 인천시 청사였던 시절이다. 인천시청이 이전하며 시장이 떠난 관사는 인천역사자료관으로 꾸몄다가, 2021년 7월에 재정비를 마치고 시민에게 개방했다. 이때부터 인천시민애집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인천시민애집은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뉜다. 관사동이던 한옥을 ‘1883모던하우스’, 앞마당과 정원을 아울러 ‘제물포정원’, 경비동 건물을 ‘역사전망대’로 재구성했다. 달라진 부분은 많지 않다. 일본식 가옥이었을 때나 시장 관사였을 때의 흔적이 곳곳에 있다.

역대 인천시장이 거주한 1883모던하우스는 일본식 저택을 철거한 자리에 근대식 한옥을 올려 완성했다. 건물의 기초가 되는 기단은 남기고 외관을 변형한 ‘ㄷ 자형’ 한옥이다. 양쪽 날개는 각각 사랑채와 안채, 가운데 튀어나온 부분이 대청마루 역할을 했다.

나무 창틀에 커다란 유리창을 달아 실내에서도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 시장 관사 시절에 사랑채는 집무실이었으며, 대청마루에서는 종종 행사나 연회를 열었다고 한다.

내부는 전통적인 가옥 형태에 1960~ 1990년대 가정집이 절묘하게 섞인 모습이다. 사랑채 천장에는 서까래가 보이지만, 다른 방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다. 건물을 확장하며 당시 유행에 따라 조명과 천장 마감재를 바꾼 것이다. 수십년이 흐르며 시대에 맞게 여러 차례 보수한 흔적이기도 하다.

현관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사랑채, 오른쪽으로 대청마루와 디지털갤러리, 랜디스다원 등이 이어진다. 사랑채쉼터는 탁 트인 유리창 너머로 아름다운 정원을 감상하기에 적당하다. 창가에 의자와 쿠션 등을 비치했으며, 반대쪽 서가에는 책이 가득하다.

우리 근대사를 닮은 곳
다양한 전시 프로 있는 역사전망대도

지역 서점이 선정한 인천의 역사와 문화, 예술 관련 도서가 대부분이다. 공연과 전시, 소모임 등도 한다. 지난 8월에는 tvN 예능 프로그램 〈알쓸별잡〉을 이곳서 촬영했다.

복도인 역사회랑에서는 개항기부터 현대까지 인천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인천을 거쳐 간 여러 인물, 특히 선교사들의 뒷이야기가 흥미롭다. 부엌은 디지털갤러리로 재탄생했다. 대형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인천의 주요 관광자원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공과 사, 그 경계의 공간’에는 인천시민애집이 담긴 엽서, 1883모던하우스 밑그림에 나만의 감성으로 색을 채우는 컬러링 프로그램이 준비돼있다.

1883모던하우스의 가장 깊숙한 곳은 랜디스다원이다. 시장 관사 시절 안채로 쓰여서인지 사방이 탁 트인 쉼터와 달리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다. 일행과 담소할 수 있도록 좌식 테이블과 방석 등을 갖췄다. 이곳서 향긋한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멤버십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린 엘리 랜디스(Eli B. Landis)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며 지은 공간 이름이다.

제물포정원은 1883모던하우스를 감싸고 있다. 부지 용도가 여러 차례 바뀌었어도 정원에는 일본식 저택 모습이 남았다. 경사도를 고려해 수직적으로 설계했으며, 큼지막한 바위로 계단과 주변을 꾸몄다. 바위를 끌어안은 나무뿌리가 정원의 역사를 가늠케 한다.

넓은 마당서 야외 행사도 개최한다. 마당 뒤에 굳게 닫힌 철문은 과거 방공호로 사용한 곳이다.

역사전망대는 인천항과 주변 풍경을 조망하는 건물이다. 개항기부터 현재까지 인천항의 역사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역사전망대 내부는 1883모던하우스와 인근 제물포구락부를 보조하는 전시관 역할을 한다. 다양한 전시 프로그램이 있으니 잠시 들러보자.

조계지의 모습이 엿보이는 주변 관광지도 있다. 제물포구락부는 러시아 출신 건축가 아파나시 세레딘사바틴(Afanasii Ivan -ovych Seredin-Sabatin)이 설계해 1901년에 완공했다. 인천 조계지에 거주하던 외국인이 사교 모임 장소로 사용했다. 2층 양옥에 사교실, 도서실, 당구대, 식당 등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광복 후 이곳에 인천시립박물관이 들어섰다가, 2020년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각종 문화·예술·공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시민을 위한 방송 송출 시스템을 갖췄다.

대불호텔은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다. 인천항으로 입국한 외국인이 서울로 향하기 전에 묵은 곳으로 알려졌다. 서양인을 상대로 영업한 만큼 영어 응대가 가능했고, 양식을 제공했다고 한다. 아쉽게도 대불호텔 건물은 남아 있지 않고, 2018년 과거의 모습을 토대로 재건축해 전시관을 개관했다.

대불호텔전시관에는 호텔 터에서 발견한 유구와 투숙객이 남긴 기록이 있으며, 당시 객실도 재현했다.

한국근대문학관

한국 근대사의 중심지로 꼽히는 인천에는 개항기 역사를 다루는 전시관과 박물관이 많다. 한국근대문학관도 그중 하나다. 일제강점기 물류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해 근대 작가와 그들의 작품을 소개한다. 조선왕조가 몰락하는 1894년부터 광복 직후인 1948년까지 한국 근대문학의 형성과 흐름을 시간에 따라 구성했다. 곳곳에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전시와 포토 존, 엽서 쓰기 등 간단한 체험 프로그램이 있으니 그냥 지나치지 말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인천시민애집→제물포구락부→대불호텔전시관→한국근대문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인천시민애집→제물포구락부→대불호텔전시관→한국근대문학관
-둘째 날 인천개항박물관→짜장면박물관→자유공원→차이나타운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인천시민애집, 제물포구락부 https://jemulpoclub.org
-인천중구문화재단(대불호텔전시관) https://ijcf.or.kr
-한국근대문학관 http ://lit.ifac.or.kr

문의 전화
-인천시민애집, 제물포구락부 032)765-0261
-대불호텔전시관(중구생활사전시관) 032)766-2202
-한국근대문학관 032)773-3800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 전철 1호선 인천역 1번 출구서 인천시민애집까지 도보 약 11분. 수인분당선 신포역 3번 출구서 인천시민애집까지 도보 약 17분.

*문의: 철도고객센터 1544-7788

자가운전
제2경인고속도로 능해 IC에서 우회전→고속종점지하차도서 숭의역 방면 지하차도→능안삼거리서 중구청 방면 좌회전→1.9㎞ 이동, KT항동지사 앞 삼거리서 홍예문로 방면 우회전→300m 이동, 신포로39번길 방면 좌회전→인천시민애집(자유공원공영주차장이나 인천중구청주차장 이용)

숙박 정보
-호텔월미여관: 중구 월미로, 032)764-0720
-유앤아이호텔: 미추홀구 미추홀대로722번길, 032)433-2500
-하버파크호텔: 중구 제물량로, 032)770-9500, www.harborparkhotel.com

식당 정보
-개성집(칼국수·만두): 중구 신포로23번길, 032)763-7070
-체나콜로 트라토리아(파스타): 중구 신포로15번길, 032)773-8155
-신승반점(유니자장면): 중구 차이나타운로44번길, 032)762-9467, http://ss-chinese.com

주변 볼거리
자유공원, 신포국제시장, 월미도 등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