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알쏭달쏭 민낯 남현희

모르고 만났나 알고도 받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짧은 팔다리의 악재를 극복한 펜싱 국민 영웅이 몰락하고 있다. 재벌 3세이며 대단한 투자자를 사칭한 전청조와 사랑에 빠진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의 이야기다. 남현희는 자신의 유명세를 빌려주고 사기에 가담했다는 의혹에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희대의 사기꾼인 전청조와의 결혼 발표부터 10일간 이야기를 <일요시사>가 다뤘다.

“그 악마를 제가 믿고 함께했던 그 시간들이 저 또한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남현희 전 펜싱 국가대표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한 말이다. 이처럼 남현희는 전청조의 사기 행각을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다. 전청조가 검거된 후 남현희가 이미 다 알고 있었다는 폭로가 나오며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수강생에서
약혼남으로

남현희는 대한민국의 전 펜싱 국가대표였다. 그는 아시아 최초 국제펜싱연맹 세계랭킹 1위였으며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대회서 메달 99개를 획득한 한국의 펜싱 영웅이다. 2020년 8월부터 TV예능 <노는 언니> <골때리는 그녀들>에 출연하며 대중들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남현희는 은퇴 후 서울 강남서 펜싱 학원을 운영했다. 28세 여성인데 펜싱을 남현희에게 직접 배우고 싶다는 전청조의 요청으로 이들의 인연은 시작됐다. 펜싱 수업을 진행하며 친구로, 친구서 동거인으로 관계는 점점 깊어졌다.

지난 8월21일, 남현희는 SNS로 이혼을 발표하면서 새로운 연인(전청조)이 생겼음을 알렸다. 남현희는 선수 시절인 2011년 11월20일 사이클 선수 공효석과 결혼했고 2013년 4월25일 딸을 출산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여성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재벌 3세이자 15세 연하인 전청조와 재혼한다고 밝혔다.


남현희는 이 시기 전청조에게 받은 각종 명품과 2억9000만원서 3억원을 호가하는 벤틀리 벤테이가 등 고가의 선물을 자신의 SNS에 자랑하듯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재혼 발표 이후 상황은 바뀌었다. 언론사 홈페이지나 유튜브, 각종 커뮤니티에 약혼자인 전청조에 관해 사기, 사기 미수, 재벌 3세 사칭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남현희는 지난달 24일 SNS를 통해 “축하 주시는 분들, 걱정 주시는 분들 모두 그저 감사하다. 저 이제는 정말 행복하고 싶다. 딸과 행복하게 살 거다. 여기서 많은 이야기를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세상에 정말 못된 사람 많은 거 같다. 걱정해주시는 것만큼 하나씩 하고픈 말 풀면서 세상 더 잘 살아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보도된 기사를 통해 거짓 또는 악의적이거나 허위 사실을 담은 게시글 등으로 허위 사실이 유포될 경우 강력히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경고했다.

다음날 전청조의 사기에 관해 뒷받침해주는 증거와 자료들이 언론에 공개됐다. 전과도 점차 밝혀졌다. 전청조는 ‘원금 보장 투자 사기’ ‘결혼 사기’ ‘재벌 3세 사칭’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을 상대로 현금을 편취했다. 전청조에 관한 다수의 고소·고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재혼 발표 후 혼외자·성전환·임신 수면 위로
“악마에게 속았다” 폭로 상황 180도 뒤집혀

남현희는 논란이 거세지자 “다 전씨가 하자고 주도해서 움직인 것들이 거의 다”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였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전청조가 상위 0.001%의 고위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는 펜싱 사업이기 때문에 집도 시그니엘로 이사해야 하고 명품을 입어야 하고 고가의 차를 타야 한다며 자신을 조종했다”고 설명했다. 남현희는 전청조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이용해서 주변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전청조가 가짜 임신테스트기를 통해 임신인 것처럼 속였으며 “내가 파라다이스를 물려받을 건데 나도 내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말했다고도 폭로했다. 

그러나 사설탐정 겸 유튜버 ‘카라큘라’가 전청조 사기 사건 관련 남현희의 공범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사건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갔다. 카라큘라는 유튜브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커뮤니티에 ‘남현희 감독님, 정말로 무고한 피해자 맞습니까’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다.

카라큘라는 벤틀리 소유주, 펜싱협회, 대기업 아나운서 출신 며느리, 펜싱 학원비 등에 관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카라큘라는 “남현희가 전청조에게 선물받은 벤틀리는 전액 현금으로 구입한 3억8000만원 상당의 ‘남현희 소유’ 차량이며 이와 더불어 채무 변제금과 명품 선물까지 합치면 남현희는 전씨에게서 최소 10억원을 제공받은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청조가 평소 타고 다니던 벤츠 마이바흐 차량은 남현희 명의로 계약된 리스 차량이다. 심지어 마이바흐가 아닌 벤츠 S450 차량으로, 엠블럼만 가짜로 붙인 짝퉁”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전청조가 펜싱계에 30억원을 투자한다는 빌미로 펜싱협회장을 함께 만나서 차기 회장 자리 약속받고 밥도 먹고 술도 먹은 것도 남현희는 원치 않았던 일인데 전청조가 푸시해서 한 일이냐”고 따져 물었다.

사기 공범?
진흙탕 싸움

다만 펜싱협회 관계자는 전청조와 만남을 가진 것은 맞지만 문제가 될까 우려해 투자 제안을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남현희 측이 투자 대가로 차기 협회장 자리를 요구했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카라큘라는 “펜싱 클럽에 자녀를 보낸 모 대기업 일가의 며느리이자 아나운서 출신으로 유명한 학부모를 전청조에게 소개해준 것도 남현희 본인 아니냐”며 “본인 개인 빚 1억4000만원은 왜 전청조가 대신 갚아줬나? 이것도 본인은 원하지 않은 건데 전청조가 억지로 한 것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펜싱 클럽서 교육생들에게 사업자 통장이 아닌 개인 통장으로 교육비를 받으셨던데 설마 이것도 전청조가 억지로 시킨 건가”라고 묻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기친 돈으로 함께 호의호식하다 모든 것이 밝혀지고 난 뒤 ‘난 몰랐다’는 눈물의 호소와 의혹을 제기하는 자들에게는 무더기 경찰 고소(했다)”라며 “화가 난 일가 친척들이 집으로 달려가 말싸움이 벌어지고 새벽 4시에 경찰이 출동할 만큼, 난리가 났던데 혹시 벤틀리가 전청조가 사준 올캐시 현금 차량인 걸 그동안 가족들에게 숨겼던 것이냐”고 남현희의 모순적인 행동을 지적했다.


입을 다물고 있던 전창조도 남현희 주장에 대해 반박하며 진흙탕 싸움은 더욱 깊어졌다. 전청조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이 유명 그룹의 혼외자이자 재벌 3세가 아닌 할머니와 함께 자란 ‘법적 여성’이라고 시인했다. 이어 앱 개발 등 투자 사기로 고소·고발된 사건에 대해 금전적 이득을 챙긴 사실도 인정하면서도 받은 투자금 대부분은 남현희와 남현희의 가족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전청조는 “남현희 대출금 갚아주고, 남현희 차 사주고 남현희 딸에게 용돈 등으로 쓰이기도 했고, 남현희 어머님한테 매달 용돈 드렸고, 남현희 명품 뭐 이런 것들 카드값 내주고”라면서 “따로 모아놨거나 그런 돈은 없다”고 반박했다.

전청조는 남현희가 재벌 3세가 아니라는 자신의 실체를 지난 2월에 알았다고 주장했다. 재벌 3세로 사칭하려 기자 역할 대행을 고용한 사실을 남현희가 알아챘고, 그 당시 모든 걸 사실대로 털어놨다는 것이다.

또 현재 법적으로 여성이 맞고 성전환이 끝난 게 아니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법적으로 여자다.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고, 남자가 되기 위해 현재 그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고 주장했다.

대질조사 요구
수사 상황은?

지난 7월 가슴 절제 수술을 했는데, 이는 남현희가 먼저 권유했다고 주장했다. 전청조는 “(남현희가)저한테 줄곧 ‘너가 가슴 때문에 남들한테 여자라고 들키겠어’라는 말을 했고, 진심으로 (남현희를)사랑했기 때문에 저 또한 큰 결심을 해서 수술을 하러 간 거였다”고 말했다.


또 남현희에게 가짜 임신테스트기를 건넨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산부인과도 함께 찾았는데, 의사로부터 ‘유산이 된 것 같다’는 진단도 받았다고 한다.

전청조는 “임신테스트기는 모두 경호원분들이 사서 전달했고 두 줄이 나왔다”고 했다. 남현희가 자신과의 관계로는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아이를 낳자고 한 이유에 대해 전청조는 “누구 아이라도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남현희는 전청조의 범행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전청조와 대질조사를 경찰에 요구했다. 남현희 측 변호인은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형태의 조사에도 응하겠다며 거짓말탐지기 조사도 요청했다. 거짓말탐지기 조사는 재판 과정서 직접 증거로 채택되기 어렵다. 하지만 공범 의심을 받는 남현희가 억울함을 벗겠다는 뜻으로 이를 신청했으며 전청조와 직접 만나 결백을 입증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전청조를 고소·고발한 다수 건에 관한 수사는 서울송파경찰서 관할로 병합됐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전청조에 관한 체포영장과 통신내역 등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 다음날 서울동부지법은 오후 1시45분경 전청조에게 청구된 체포·통신·압수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압수영장은 청구된 2건 중 1건만 발부됐다.

경찰은 영장이 발부된 지 3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전청조를 경기도 김포 소재의 친척집서 체포했다. 앞서 지난 2일, 경찰은 전청조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언론 플레이’ 서로에게 자충수
사기 가담 여부…조만간 조사

경찰에 따르면 전청조에 의한 사기 범행 피해자 수는 15명으로 피해 규모는 19억원이 상회한다. 전청조는 조사 과정서 대체로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피해 규모는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청조는 사기 혐의와 별건으로 스토킹 혐의, 아동폭행 혐의로 성남중원경찰서에서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현희가 전청조에게 받은 벤틀리 차량이 남현희의 명의로 등록돼있고 전청조가 운영한 펜싱학원 수익을 본인 계좌로 받았다는 정황이 곳곳서 나오면서 남현희가 공범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남현희는 아직 입건되지 않았다. 다만 남현희에 대한 고소도 진행된 만큼 조만간 입건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전청조가 범죄수익을 남현희를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한 만큼 남현희는 사기 및 범죄수익 관련 피의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남현희와 전청조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남현희의 사기 행위에 대한 공조 및 가담 여부가 이번 사건의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현희가 전창조의 사기 행위를 인지하고 있었고 자신의 신용을 이용하도록 하고 이익을 분배받았다면 사기죄에 대한 공범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망행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도 방조범으로 같이 처벌받을 수도 있다.

주목되는 부분은 남현희가 전청조의 피해자들에게 직접 요리를 해줬다는 증언이다. 남현희가 전청조의 기망 행위를 인지하고도 전청조가 데려온 사기 피해자들에게 요리를 해줘 신뢰를 쌓았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남현희에 대한 고소도 같이 진행되고 있기에 단순 참고인으로 볼 수 없다. 전청조의 앞선 진술도 있기에 남씨가 사기 및 범죄수익 관련 피의자로 전환될 것 같다”며 “남현희가 요청한 대질조사를 통해 스스로 ‘혐의 없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현희, 전청조의 주장이 상이한 만큼 중요한 증거가 있다. 김민석 강서구의회 의원이 MBN서 공개한 전청조의 통화 녹취에 따르면 전청조는 남현희가 경찰에 제출한 자신의 ‘세컨폰’에 공모한 정황이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해당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진행 중이다. 

경찰도 진상규명에 열중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30일 정례 간담회서 “전청조 관련 사건을 국가수사본부 차원서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남씨의 공범 여부도 종합적으로 확인할 방침”라고 말했다. 송파경찰서는 현재 남현희 측과 참고인 조사와 고소인 조사 시점을 조율 중이다. 

여전히 피해자
공범입증 쟁점

남현희는 여전히 자신도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남현희는 송파경찰서에 전창조와 그의 어머니에 대한 고소장 및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와 함께 김 의원에 대해서도 무고,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다.

앞서 김 의원은 경찰에 전청조의 사기와 관련해 “남현희는 전청조로부터 명품 가방 등을 선물받았고, 전청조가 (투자금을 돌려 달라는)피해자들에게 ‘남현희에게 달라고 하면 된다’고 말할 정도로 깊은 관계로 보인다”며 남현희의 공범 여부를 수사해달라고 진정서를 접수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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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