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슈킹’ 김봉현 30억 미스터리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0.13 15:36:11
  • 호수 1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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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세탁 당했다” 감쪽같은 배달 사고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임 사태’ 주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계좌를 털린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1200억원대 횡령 혐의로 기소돼 2심서도 징역 30년형을 선고받은 김봉현 전 회장. 그의 이기심으로 한 중소기업은 파산 위기에 놓였다.

2018년 김봉현 전 회장은 수원여객운수(수원여객) 최고재무책임자(CFO) 김광우,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 김중희 등과 공모해 수원여객의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렸다. 이들은 수원여객이 기업을 인수할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하고 인수자금을 횡령했다. 실제로 2018년 말 수원여객은 전기버스 생산 협력사 하이테크시스(하이테크)를 인수하겠다며 계약서 한 장 없이 30억원을 송금했다.

달콤한 유혹
작업 당했나

하이테크는 자동차 시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2009년부터 한국지엠의 주거래처였다. 이후 한국지엠이 경영 악화를 겪자 덩달아 18억원의 빚을 떠안게 되며 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생겼다.

돌파구를 찾던 하이테크 측은 거래처를 모색하는 과정서 거래처였던 우노이앤피 사장 정모씨에게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2018년 정 사장은 하이테크 측에 “경기도의 버스 운영사 수원여객이 전기버스를 생산하려고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의 협력사로 일할 수 있도록 중매자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2018년 10월19일, 정 사장이 하이테크 측에 전달한 이메일에 따르면 “수원여객이 전기버스 약 100대를 구매하고자 한다”며 “30~40% 물량을 지자체 특색에 맞춰 디자인 및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당사(하이테크)의 역할 및 자세한 내용은 추후 전달하겠다”고 제안했다.

수원여객은 전기버스 제작을 위해 하이테크의 자동차 제작 기술이 필요했다.

그는 “정부 산자부의 추후 계획은 (내연기관 버스를)전기 버스로 단계적인 교체를 하니 좋은 기회라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이후 정 사장은 하이테크 측에 “협업을 원했던 수원여객이 하이테크를 3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하이테크는 “직원들만 해고하지 않는다면 흔쾌히 인수해달라”고 했다.

인수계약을 앞둔 상황서 정 사장이 “하이테크 계좌번호를 주면 인수조건으로 30억원을 주겠다”고 하자, 하이테크 측은 그에게 계좌번호를 넘겼다.

2018년 10월26일 수원여객은 하이테크에 30억원을 입금하면서 인수계약서를 보내지 않았다. 당시 수원여객과 하이테크, 우노이앤피 정 사장이 함께 인수계약을 약속한 날이었다. 

수원여객, 하이테크 인수 시도
계약서 한 장 없이 바로 송금

하이테크 측에 따르면 수원여객 관계자는 오지 않았고, 인수계약서조차 보내지 않았다. 수원여객 측은 정 사장에게 “날짜를 다시 잡아 인수계약을 정식으로 하자”고 했다고 전해진다.

그러자 하이테크 측은 정 사장에게 “계약서도 없이 돈부터 보내는 건 껄끄럽다”며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표했다.

이에 정 사장은 “(인수금을)수원여객으로 입금하면 인수에 차질이 생긴다”며 “인수계약을 정식으로 할 때 까지 우리 회사(우노이앤피)로 입금해두면 된다”고 제안했다.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이 아닌 정 사장에게 30억원을 돌려준 이유다.

실제로 하이테크는 수원여객서 인수금을 받은 당일, 우노이앤피 계좌로 인수금을 반환했다. 

수원여객의 인수계약을 기다리던 하이테크는 원치 않는 답변을 받았다. 2018년 12월14일 수원여객 측은 하이테크에 40억원에 달하는 전환사채 인수계약을 제안했다. 이에 하이테크는 매각하지 않겠다고 정정했다. 

인수를 거절한 하이테크 측은 정 사장에게 전화 통화로 “수원여객에게 30억을 돌려주라”고 재촉했다. 그해 12월31일, 정 사장은 수원여객에 30억원을 돌려줬다는 은행 입출금 거래내역 등을 하이테크 측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2019년 1월경 수원 남부지방검찰청은 김봉현 일당이 수원여객의 자금 241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원여객이 수원서부경찰서에 김봉현 일당과 하이테크 등 자금이 유출된 기업을 고소하면서다. 김봉현 일당이 횡령한 수원여객 자금 중 30억원이 하이테크에 인수자금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수원 남부지검과 수원여객 측 이세중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는 김봉현의 하이테크와의 공모 여부를 따졌다. 검찰 조사에서 하이테크는 “정 사장의 소개로 수원여객을 소개받았을 뿐, 김봉현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하면서 입증할만한 자료를 제출했다.

진술 자료를 확보한 수원 남부지검(권영배 수사관)은 2019년 2월 “(하이테크는)김봉현 일당과 관련이 없음을 확인했다. 하이테크에 입금됐던 30억원이 수원여객에 입금됐으니 걱정말라”며 “수원여객이 김광우에게 인감 및 권한대행을 맡긴 문제로 발생된 사건”이라고 수사를 종결했다.

1년 이상 소식이 없던 수원여객은 2020년 7월16일 법무법인 광장을 통해 지급명령신청서를 하이테크 측에 보냈다. 하이테크 측이 김봉현 일당과 공범으로 몰린 것이다.

돌려주니 
가로챘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김봉현과 고향 친구인 수원여객 최고재무책임자(CFO) 김광우는 2018년 10월경부터 인터넷 및 모바일뱅킹을 통해 회사의 소유 자금을 이체하는 업무를 수행했다. 이들은 2018년 10월19일부터 2019년 1월16일까지 총 26차례에 걸쳐 수원여객 우리은행 계좌에 예치된 자금 241억원을 하이테크 등에 이체하는 방식으로 횡령했다.

또 김광우는 수원여객 명의로 50억원 상당 한도대출에 신규 가입한 후 대출금을 모두 인출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유출했다. 이 과정서 김광우는 수원여객 대표에게 각종 보조금 수령 신청서 등 서류 작성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받은 법인인감도장, 사용인감도장으로 각종 서류를 위조했다.

수원여객 대표 의지와 상관없는 기업 인수 절차도 밟을 수 있었다.

김봉현 일당의 횡령 사실은 뒤늦게 포착됐다. 수원여객은 2019년 1월16일 김광우가 무단결근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기고 계좌 현황과 잔고를 확인했다. 유동자금이 고갈된 사실을 파악한 수원여객은 김광우의 자금이체 경로를 파악했다.

그 결과, 김광우가 횡령한 241억원 중 30억원이 하이테크로, 나머지는 주식회사 서원홀딩스 등 수원여객과 관련 없는 5개 회사로 이체됐다. 수원여객 자금이 김봉현이 실질적 소유주인 서원홀딩스에 흘러간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지급명령을 받은 하이테크 측은 “정 사장을 통해 수원여객에 30억원을 즉각 돌려줬는데 왜 공범이냐”며 토로했다. 함께 지급명령을 받은 우노이앤피 정 사장과 하이테크는 변호사를 선임해 재판에 나섰다. 

당시 하이테크 측 변호인은 “김광우가 작성한 하이테크시스 등에 관한 서류들은 모두 전환사채인수계약이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음에도 자금을 송금한 후 회계처리를 위해 사후에 작성한 것”이라며 “김광우가 김중희 스타모빌리티 사내이사에게 하이테크 법인인감도장을 만들어 하이테크 명의의 문서에 날인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검찰 조사에서 김봉현 일당은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범행을 인정했다.

앞서 하이테크의 진술과 소명자료를 통해 수원 남부지검은 “(하이테크가)김봉현 일당과의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수원지방법원은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에 30억원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그러자 하이테크 측은 항소를 제기한 상황이다.

일면식 없는 
회장님 등장

지난 8월30일 판결문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에 3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유는 정 사장이 김봉현 일당과 수원여객을 인수해 이를 다시 매각하고 수익을 남기기로 한 계획을 세웠다고 봤기 때문이다.

2020년 5월 김봉현 일당은 수원여객을 탈취하기 위해 각종 허위 서류를 만들었다는 사실이 공소장을 통해 밝혀졌다. 고소당할 위기에 처하자 김봉현은 자금 횡령의 공범인 김광우를 지난해 1월 해외로 도피시켰다. 잠적한 김봉현은 김광우에게 거액의 도피자금을 보내주고, 다른 나라로 이동시키기 위해 전세기까지 빌렸다.

실제로 김광우는 수원여객 측의 고소장이 접수되기 직전인 2019년 1월 해외로 달아나 1년 넘게 도피행각을 벌이다가 김봉현이 경찰에 검거된 지 20여일 만인 2020년 5월 캄보디아 이민청을 통해 자수했다.

이후 김봉현은 법무법인 2곳에서 8명의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했다. 당시 <중앙일보> 보도에 따르면 수원지검 산업기술범죄수사부(엄희준 부장)의 김봉현 공소장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이른바 ‘수원여객 탈취사건’은 김봉현과 라임 사태의 또 다른 핵심 인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라는 것이다. 둘은 이 사건을 공모하면서 밀접한 관계로 발전했고, 라임 펀드에 모인 투자자들의 돈을 기업사냥에 활용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판결문에는 김봉현이 정 사장으로부터 전기버스 사업과 관련한 인수대상 회사로 하이테크를 소개받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김봉현은 2018년 10월경 하이테크 대표이사에게 “수원여객이 하이테크의 전환사채를 인수한다는 명목으로 돈을 송금할 예정인데, 그 돈을 정 사장에게 송금해달라”고 요구했고 김광우는 하이테크에 30억원을 입금했다.

공범 몰린 하이테크 “누군지 전혀 몰랐다”
김봉현 일당 ‘수원여객 탈취사건’ 재조명

하이테크 측은 김봉현이 사전에 지시한 대로 30억원을 우노이앤피 계좌로 전달했기 때문에 공범이라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현재 하이테크 측은 김봉현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그의 계획 또한 몰랐다는 입장이다. 지난 9월 항소를 제기한 하이테크는 제보를 통해 “정 사장은 자신이 아는 변호사를 소개해주면서 ‘승소할 수 있는 사건이니 변호사비’가 필요없다고 안심시켰다”고 토로했다. 

수원여객 측 이세중 변호사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하이테크가 수원여객에 30억원을 입금해야 할 필요가 있냐”고 묻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하이테크 측의 항소심을 맡은 손수일 변호사는 <일요시사>와 한 통화서 “민사재판서 왜 하이테크가 공범으로 인식이 됐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며 “김봉현과 하이테크의 관계가 전혀 없었음에도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31일 수원여객은 김봉현 전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서 승소했다. 앞서 수원여객은 김봉현 등 3명에게 전체 횡령액 206억원 중 피해가 해소된 51억원을 제외한 금액 중 24억1000만원과, 범행에 가담한 하이테크 등 기업을 상대로 30억원 배상요구를 하는 등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수원지법 민사17부(맹준영 부장판사)는 수원여객이 김봉현 등 5명과 이 횡령 사건에 가담한 주식회사 2곳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지난 8월31일 밝혔다. 재판부는 “김봉현 등은 54억1000만원을 수원여객에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김봉현 일당은 2018년 10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수원여객 회삿돈 241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횡령한 회삿돈 가운데 86억원은 수원여객 계좌로 되돌아가 실제로 사라진 돈의 액수는 155억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여객이 회수한 86억원 중 30억원은 하이테크 인수자금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김봉현은 라임자산운용 관련 횡령 혐의로 기소돼 1심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김봉현 측은 “수원여객이 업무감독을 소홀히 해 횡령 사건이 일어난 것”이라며 “과실상계나 책임제한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책임제한을 인정하게 되면 가해자로 하여금 불법행위로 인한 이익을 최종적으로 보유하게 해 공평의 이념이나 신의칙을 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배척했다.

“억울하다”
이상한 판결

또 일부 피고가 관련 형사사건 1심 재판서 무죄를 선고받았거나, 기소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불법행위 책임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횡령 행위에 공모, 가담했고 이들의 행위가 객관적으로 원고 자금 횡령 행위와 관련돼 원고에게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한편 <일요시사>와 만난 하이테크 사내이사 최선옥은 “나는 하이테크시스 법인의 사내이사라는 이유로 김봉현과 공모했다는 오해를 샀다”며 “라임 사태가 터졌던 2019년경 나는 제주도서 전기차 충전소와 관련된 개인사업체를 운영했을 뿐, 전혀 김봉현을 몰랐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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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