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59명, 그들은 누구인가?

‘나 떨고 있니?’ 올가미 내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죄를 지은 사람을 죽음으로 처단할 수 있을까? 사형제도는 어느 국가에서나 ‘뜨거운 감자’다. 우리나라는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집행하지 않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최근 법무부가 몇몇 연쇄살인범을 서울구치소로 이감했다. 사형 집행의 전조일까?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20개 국가서 883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2021년(579건)에 비해 53% 늘어난 수치다.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한 나라는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의 사형 집행 건수는 국가 기밀로 분류돼 확인할 수 없다. 수천 건으로 추산된다. 북한과 베트남도 집계서 제외돼 실제 사형 집행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을 한꺼번에 집행한 뒤 중단했다. 사형제도에 관한 존폐 논쟁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 사형제도 존치론자와 폐지론자가 줄다리기의 양 끝에 서서 힘의 균형을 이루는 모양새다. 그 균형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인 범죄가 일어날 때 미묘하게 무너지곤 한다.

최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흉기 난동 사건, 묻지마 범죄 등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사형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넘어서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려고 추진 중이다.

어떤 식으로든 흉악범을 사회서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25일에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서울구치소로 이감됐다. 유영철은 노인과 부녀자 등 20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자신이 탄 차를 추월한다는 이유로 차에 타고 있던 신혼부부를 엽총으로 살해한 정형구도 서울구치소로 옮겨졌다.

유영철과 정형구 등의 이감을 두고 사형 집행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8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서울구치소·부산구치소·대구교도소·대전교도소 등 사형 집행시설을 보유한 4개 교정기관에 시설 점검을 지시했다. 이 중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시설을 갖춘 곳은 서울구치소가 유일했다고 한다.

형법 제66조(사형)에 따르면 사형은 교정시설 안에서 교수해 집행한다. 법무부는 “교정 행정상 필요한 조치”라고만 밝힌 상태다. 

법무부의 갑작스러운 조치로 사형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남아 있는 사형수는 모두 59명이다. 이 가운데 4명은 군형법으로 사형이 선고돼 군에서 관리하고 있다. 또 199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사형 집행이 아닌 병사나 자살 등 기타 사유로 사망한 사형수는 12명이다. 같은 기간 감형된 사형수는 19명이다.

이들은 형법 제55조(법률상 감경)에 따라 무기징역으로 감형받거나 2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로 감경됐다. 

최장기

국내 최장기 사형수는 원언식이다. 1992년 10월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왕국회관(여호와의증인 예배당)에 불을 질렀다. 이 화재로 15명이 죽고 25명이 다쳤다. 대법원은 1993년 11월 원언식의 사형을 확정했다. 다음 달이면 30년째 복역하는 셈이다. 

원언식의 복역 기간을 두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형법 제77조(형의 시효의 효과)와 제78조(형의 시효의 기간)에 따르면 형이 확정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을 면제해준다. 형법에 따르면 원언식의 경우 다음 달 23일이면 형 집행시효가 만료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가 사형의 집행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형법을 개정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4명의 군인

군형법 제3조(사형 집행)에 따르면 사형은 소속 군 참모총장이 지정한 장소서 총살로써 집행한다. 현재 군형법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는 4명이다. 김모 상병은 1996년 동료 사병에게 총을 난사, 3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군법원은 김 상병에 초병살해와 상관살해 미수죄 등을 적용해 사형을 선고했다. 

2005년 경기도 연천 비무장지대 초소(GP)서 수류탄 1발을 던지고 기관총 44발을 난사해 장교와 동료 사병 등 8명을 숨지게 한 이른바 ‘김 일병 사건’의 당사자도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군 당국은 “김 일병이 선임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결론을 내렸다.

1997년 후 중단 상태
실질적 폐지국 유지

일부 유족과 시민단체는 김 일병이 범인이 아니라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1년 해병대에 근무하던 김모 상병은 왕따 등 괴롭힘을 당하자 앙심을 품고 동료 사병에게 조준사격을 가해 4명을 죽였다. 김 상병은 2013년 대법원의 판결로 사형이 확정됐다. 그러면서 최연소(19세) 사형수가 됐다. 

2014년 강원도 고성군 제22보병사단 GOP의 한 소초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이른바 ‘임 병장 사건’이다. 임모 병장은 수류탄 1발을 던지고 총격을 가했고 그 결과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임 병장은 K2 소총과 실탄 60여발 등으로 무장한 채 탈영했다.

임 병장 이후 사형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서 마지막 사형수가 됐다. 

연쇄살인범

9명, 20명, 10명. 3명의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숫자다. 정두영은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10개월 동안 9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금품을 노리고 낮 시간대 여자와 노약자만 있는 집에 침입해 살인을 저질렀다. 

유영철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무려 20명을 살해했다. 유영철의 범죄 행각이 드러난 이후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인격장애)’라는 개념이 국내를 강타했다. 당초 유영철은 21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판부가 1건(이문동 살인사건)을 무죄로 선고하면서 20명에 대한 죗값을 받았다. 

유영철의 범행은 정두영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이 있다. 그는 과거 검찰 조사 과정서 “2000년 강간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돼있을 당시 정두영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한 월간지를 보고 범행에 착안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9월 경기도 군포, 수원, 화성, 안양 등지서 성인 여성이 잇따라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가운데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도 있었지만 수사는 더뎠다. 그러다 2008년 12월 경기도 군포서 21세 여대생이 행방불명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 추적 끝에 검거된 인물이 바로 강호순이다.

경찰 조사 과정서 강호순의 여죄가 드러났는데 부녀자 8명을 포함해 자신의 아내와 장모 등 총 10명을 죽였다. 

외국인

2000년 6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서 40대 주부가 얼굴과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퍽치기를 당한 해당 여성의 옷은 벗겨져 있었고 신체 주요 부위가 훼손된 상태였다. 경찰 수사 과정서 비슷한 수법의 강도․살인미수 사건이 7건이나 드러났다.

범인은 중국계 외국인인 왕리웨이. 검거 당시 우리나라에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가 도주해 불법체류자 신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 흉악범 서울구치소로 모아
헌재는 세 번째 헌법소원 심리 중

1999년 대구 서구 평리동서 모녀를 살해하고 딸의 친구를 강간한 박경수는 중국 조선족 출신으로 알려졌다. 박경수는 차비와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모녀의 집에 침입해 반항하던 모녀를 흉기로 찔러 죽였다. 딸의 친구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했다. 

당시 대구지법 재판부는 “사형폐지론이 대두하고 있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범행의 동기·수법 및 범행 후 정황이 전율을 느끼게 하고 잔인무도 했으며 유족의 극심한 피해감정 등을 고려, 인명경시·황금만능 범행을 예방하는 차원서 극형이 사형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최고령

59명의 사형수 가운데 최고령은 ‘보성 어부 살인사건’의 어부 오종근이다. 오종근은 2007년 8월 배에 태워 달라는 남녀 대학생 2명을 바다로 데려가 살해하고 20여일 후 바다를 보고 싶다는 20대 여성 2명을 자신의 배에 태워 나간 뒤 살해했다. 오종근은 시종일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 오종근은 항소심 진행 도중 사형제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정 신청을 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형제도 존폐 논란이 다시금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에 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판단 이후 오종근의 사형이 확정됐다. 오종근은 현재 83세로 알려져 있다.

패륜아

1994년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주택에 불이 났다. 신고자는 집주인 박모씨의 아들 박한상.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처참하게 살해된 박씨 부부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박한상은 부모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지만 이후 살인범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국내서 일어난 존속살해 사건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한상은 속옷까지 다 벗고 양손에 칼을 하나씩 쥔 채 부모를 40군데나 찔러 살해했다. 그는 증거인멸을 위해 집에 불을 질렀다. 이 과정서 다른 방에 자고 있던 박한상의 사촌동생도 사망했다. 박한상은 부모를 살해해 유산을 상속받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박한상의 범행은 영화 <공공의 적>, 정유정 작가가 쓴 <종의 기원>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카드빚을 갚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할머니를 살해하고 형과 아버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의 당사자인 김근우도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다. 김근우는 말다툼 끝에 어머니 목을 졸랐고 쓰러진 어머니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사시켰다. 또 87세 할머니도 같은 방식으로 살해했다. 

현재 사형제도는 3번째로 헌재 심판대에 올라 있다. 1996년 살인과 강간미수 등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가 낸 헌법소원서 7대2로 합헌 결정이 나왔다. 당시 헌재는 다수 의견서 “사형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공포심과 범죄에 대한 응보 욕구가 서로 맞물려 고안된 ‘필요악’”이라고 밝혔다. 

2010년 사형제도 헌법소원에서는 위헌 의견이 4명으로 늘었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의 찬성을 필요로 하기에 합헌 결정이 났지만 사형제도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었다.

사형제도에 관한 세 번째 헌법소원은 존속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윤모씨가 제기했다. 10여년 사이 위헌 의견이 2→4로 늘어나면서 이번에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사형제도 존치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과 맞부딪칠 전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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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