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59명, 그들은 누구인가?

‘나 떨고 있니?’ 올가미 내리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죄를 지은 사람을 죽음으로 처단할 수 있을까? 사형제도는 어느 국가에서나 ‘뜨거운 감자’다. 우리나라는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집행하지 않는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최근 법무부가 몇몇 연쇄살인범을 서울구치소로 이감했다. 사형 집행의 전조일까?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지난해 20개 국가서 883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2021년(579건)에 비해 53% 늘어난 수치다. 사형을 가장 많이 집행한 나라는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의 사형 집행 건수는 국가 기밀로 분류돼 확인할 수 없다. 수천 건으로 추산된다. 북한과 베트남도 집계서 제외돼 실제 사형 집행 숫자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사형수 23명을 한꺼번에 집행한 뒤 중단했다. 사형제도에 관한 존폐 논쟁은 오래도록 이어지고 있다. 사형제도 존치론자와 폐지론자가 줄다리기의 양 끝에 서서 힘의 균형을 이루는 모양새다. 그 균형은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충격적인 범죄가 일어날 때 미묘하게 무너지곤 한다.

최근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흉기 난동 사건, 묻지마 범죄 등이 연이어 일어나면서 사형제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사형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넘어서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법무부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려고 추진 중이다.

어떤 식으로든 흉악범을 사회서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지난달 25일에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이 서울구치소로 이감됐다. 유영철은 노인과 부녀자 등 20명을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자신이 탄 차를 추월한다는 이유로 차에 타고 있던 신혼부부를 엽총으로 살해한 정형구도 서울구치소로 옮겨졌다.


유영철과 정형구 등의 이감을 두고 사형 집행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지난 8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서울구치소·부산구치소·대구교도소·대전교도소 등 사형 집행시설을 보유한 4개 교정기관에 시설 점검을 지시했다. 이 중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시설을 갖춘 곳은 서울구치소가 유일했다고 한다.

형법 제66조(사형)에 따르면 사형은 교정시설 안에서 교수해 집행한다. 법무부는 “교정 행정상 필요한 조치”라고만 밝힌 상태다. 

법무부의 갑작스러운 조치로 사형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남아 있는 사형수는 모두 59명이다. 이 가운데 4명은 군형법으로 사형이 선고돼 군에서 관리하고 있다. 또 199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사형 집행이 아닌 병사나 자살 등 기타 사유로 사망한 사형수는 12명이다. 같은 기간 감형된 사형수는 19명이다.

이들은 형법 제55조(법률상 감경)에 따라 무기징역으로 감형받거나 20년 이상 5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로 감경됐다. 

최장기

국내 최장기 사형수는 원언식이다. 1992년 10월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왕국회관(여호와의증인 예배당)에 불을 질렀다. 이 화재로 15명이 죽고 25명이 다쳤다. 대법원은 1993년 11월 원언식의 사형을 확정했다. 다음 달이면 30년째 복역하는 셈이다. 


원언식의 복역 기간을 두고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형법 제77조(형의 시효의 효과)와 제78조(형의 시효의 기간)에 따르면 형이 확정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형을 면제해준다. 형법에 따르면 원언식의 경우 다음 달 23일이면 형 집행시효가 만료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가 사형의 집행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으로 형법을 개정하면서 없던 일이 됐다.

4명의 군인

군형법 제3조(사형 집행)에 따르면 사형은 소속 군 참모총장이 지정한 장소서 총살로써 집행한다. 현재 군형법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는 4명이다. 김모 상병은 1996년 동료 사병에게 총을 난사, 3명을 살해하고 1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군법원은 김 상병에 초병살해와 상관살해 미수죄 등을 적용해 사형을 선고했다. 

2005년 경기도 연천 비무장지대 초소(GP)서 수류탄 1발을 던지고 기관총 44발을 난사해 장교와 동료 사병 등 8명을 숨지게 한 이른바 ‘김 일병 사건’의 당사자도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군 당국은 “김 일병이 선임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범행을 저질렀다”고 결론을 내렸다.

1997년 후 중단 상태
실질적 폐지국 유지

일부 유족과 시민단체는 김 일병이 범인이 아니라면서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2011년 해병대에 근무하던 김모 상병은 왕따 등 괴롭힘을 당하자 앙심을 품고 동료 사병에게 조준사격을 가해 4명을 죽였다. 김 상병은 2013년 대법원의 판결로 사형이 확정됐다. 그러면서 최연소(19세) 사형수가 됐다. 

2014년 강원도 고성군 제22보병사단 GOP의 한 소초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이른바 ‘임 병장 사건’이다. 임모 병장은 수류탄 1발을 던지고 총격을 가했고 그 결과 5명이 사망하고 7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후 임 병장은 K2 소총과 실탄 60여발 등으로 무장한 채 탈영했다.

임 병장 이후 사형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으면서 마지막 사형수가 됐다. 

연쇄살인범

9명, 20명, 10명. 3명의 연쇄살인범에게 살해당한 피해자 숫자다. 정두영은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10개월 동안 9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금품을 노리고 낮 시간대 여자와 노약자만 있는 집에 침입해 살인을 저질렀다. 


유영철은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무려 20명을 살해했다. 유영철의 범죄 행각이 드러난 이후 ‘사이코패스(반사회성 인격장애)’라는 개념이 국내를 강타했다. 당초 유영철은 21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재판부가 1건(이문동 살인사건)을 무죄로 선고하면서 20명에 대한 죗값을 받았다. 

유영철의 범행은 정두영의 영향을 받았다는 말이 있다. 그는 과거 검찰 조사 과정서 “2000년 강간죄를 저질러 교도소에 수감돼있을 당시 정두영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상세하게 보도한 월간지를 보고 범행에 착안하게 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6년 9월 경기도 군포, 수원, 화성, 안양 등지서 성인 여성이 잇따라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 가운데 시신으로 발견된 여성도 있었지만 수사는 더뎠다. 그러다 2008년 12월 경기도 군포서 21세 여대생이 행방불명되는 일이 발생했다. 경찰 추적 끝에 검거된 인물이 바로 강호순이다.

경찰 조사 과정서 강호순의 여죄가 드러났는데 부녀자 8명을 포함해 자신의 아내와 장모 등 총 10명을 죽였다. 

외국인

2000년 6월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서 40대 주부가 얼굴과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퍽치기를 당한 해당 여성의 옷은 벗겨져 있었고 신체 주요 부위가 훼손된 상태였다. 경찰 수사 과정서 비슷한 수법의 강도․살인미수 사건이 7건이나 드러났다.


범인은 중국계 외국인인 왕리웨이. 검거 당시 우리나라에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했다가 도주해 불법체류자 신세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부, 흉악범 서울구치소로 모아
헌재는 세 번째 헌법소원 심리 중

1999년 대구 서구 평리동서 모녀를 살해하고 딸의 친구를 강간한 박경수는 중국 조선족 출신으로 알려졌다. 박경수는 차비와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 모녀의 집에 침입해 반항하던 모녀를 흉기로 찔러 죽였다. 딸의 친구도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했다. 

당시 대구지법 재판부는 “사형폐지론이 대두하고 있는 점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범행의 동기·수법 및 범행 후 정황이 전율을 느끼게 하고 잔인무도 했으며 유족의 극심한 피해감정 등을 고려, 인명경시·황금만능 범행을 예방하는 차원서 극형이 사형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최고령

59명의 사형수 가운데 최고령은 ‘보성 어부 살인사건’의 어부 오종근이다. 오종근은 2007년 8월 배에 태워 달라는 남녀 대학생 2명을 바다로 데려가 살해하고 20여일 후 바다를 보고 싶다는 20대 여성 2명을 자신의 배에 태워 나간 뒤 살해했다. 오종근은 시종일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 오종근은 항소심 진행 도중 사형제도가 위헌이라고 주장하면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정 신청을 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사형제도 존폐 논란이 다시금 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헌법재판소는 사형제도에 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판단 이후 오종근의 사형이 확정됐다. 오종근은 현재 83세로 알려져 있다.

패륜아

1994년 4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주택에 불이 났다. 신고자는 집주인 박모씨의 아들 박한상.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처참하게 살해된 박씨 부부의 시신을 발견하게 된다. 박한상은 부모의 죽음에 눈물을 흘렸지만 이후 살인범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국내서 일어난 존속살해 사건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한상은 속옷까지 다 벗고 양손에 칼을 하나씩 쥔 채 부모를 40군데나 찔러 살해했다. 그는 증거인멸을 위해 집에 불을 질렀다. 이 과정서 다른 방에 자고 있던 박한상의 사촌동생도 사망했다. 박한상은 부모를 살해해 유산을 상속받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박한상의 범행은 영화 <공공의 적>, 정유정 작가가 쓴 <종의 기원>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다. 

카드빚을 갚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할머니를 살해하고 형과 아버지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의 당사자인 김근우도 사형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다. 김근우는 말다툼 끝에 어머니 목을 졸랐고 쓰러진 어머니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사시켰다. 또 87세 할머니도 같은 방식으로 살해했다. 

현재 사형제도는 3번째로 헌재 심판대에 올라 있다. 1996년 살인과 강간미수 등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형수가 낸 헌법소원서 7대2로 합헌 결정이 나왔다. 당시 헌재는 다수 의견서 “사형은 죽음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 공포심과 범죄에 대한 응보 욕구가 서로 맞물려 고안된 ‘필요악’”이라고 밝혔다. 

2010년 사형제도 헌법소원에서는 위헌 의견이 4명으로 늘었다. 위헌 결정은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의 찬성을 필요로 하기에 합헌 결정이 났지만 사형제도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일었다.

사형제도에 관한 세 번째 헌법소원은 존속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된 윤모씨가 제기했다. 10여년 사이 위헌 의견이 2→4로 늘어나면서 이번에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사형제도 존치를 요구하는 국민 여론과 맞부딪칠 전망이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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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