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카오톡 채널 사기사건 추적

‘국민 메신저’ 등에 업고 사기 방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카카오서 운영 중인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한 사기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기업 홍보를 위한 서비스가 사기꾼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한 놈만 걸려라’ 식의 사기에 이용자는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가 팔짱을 낀 채 이 같은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2월 기준 카카오톡 앱 사용자 수는 4790만명에 이른다. 1년 전(4645만명)과 비교해 3% 늘었다.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 5120만명 가운데 94%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가 지연되면서 비판이 빗발쳤지만 아성은 굳건했다. 

전 국민
95% 이용

카카오는 메신저 분야서 차지한 압도적인 우위를 발판 삼아 다방면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모두 녹아 있는 ‘공룡기업’이라는 수식어는 카카오톡의 성공으로부터 비롯됐다. ‘카카오톡 채널’ 역시 카카오톡 이용자 수를 배경으로 비즈니스를 하려는 기업 등을 위한 서비스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널을 ‘누구나 무료로 만드는 카카오톡 안의 비즈니스 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용자가 기업 등이 개설한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면 상품 관련 정보 등을 받아볼 수 있다. 문의사항이 생기면 카카오톡 채팅을 하듯 상담도 가능하다. 이른바 내 손 안의 ‘서비스센터’인 셈이다. 

문제는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채널을 개설할 수 있다’는 오픈 플랫폼의 특성을 사기에 악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불거진 문제임에도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해를 입은 이용자는 물론 간접 피해자인 업체까지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사기 수법은 단순하다. 실제 업체가 운영 중인 카카오톡 채널을 사칭해 채널을 만든 뒤 이용자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면 된다. 업체명, 로고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공식 채널과 유사하게 혹은 똑같이 만들면 이용자로서는 분간하기 어렵다. 카카오가 부여하는 인증 마크는 크기가 작고 색깔도 어두워 방지 효과가 크지 않다.

포털사이트 등에서 ‘카카오톡 채널 사기’로 뉴스 기사를 검색하면 다양한 피해 사례를 접할 수 있다. 기업은 물론 수사기관, 은행 등을 사칭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확인된다. 중소업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 2월 경기도의 한 컴퓨터 업체가 카카오톡 채널 사칭 사기로 피해를 입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A 업체 관계자는 “(피해가) 현재진행형”이라고 토로했다.

피해자만큼 업체도 피해 입어
경찰 신고해도 “특정 안 돼”

A 업체 관계자는 지난 2월7일 한 고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A 업체서 컴퓨터를 구입했는데 배송이 오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A 업체서 상담 등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은 해당 고객의 이름으로 거래한 내역도, 입금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직원과 고객의 말이 거듭 헛돌았다. 그러다 고객은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객 B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뭐에 홀린 듯이 당했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급하게 컴퓨터를 구입해야 했던 B씨는 인터넷을 뒤지다가 A 업체를 알게 됐다. 일요일이었지만 빨리 컴퓨터를 사고 싶었던 B씨는 A 업체의 카카오톡 채널을 찾아냈다. 당시 B씨가 확인한 A 업체의 카카오톡 채널은 2개였다. 

A 업체의 이름으로 된 채널과 ‘A 업체 상담원 챗팅(24시)’이라는 이름의 채널. 전자는 공식 채널이고 후자는 사칭 채널이다. B씨는 일요일인 점을 감안해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고 적어놓은 채널로 접속했다. B씨는 “일요일이었는데도 답이 정말 빨리 왔다”고 설명했다. 사칭 채널의 상담원(?)은 B씨의 문의에 거침없이 답했다. 


상담원은 배송이나 주문내역을 어떻게 확인하냐는 B씨의 질문에 “창고 발송이고 네이버페이 계좌 송금”이라며 “주문내역은 확인 불가하고 배송 완료 이후 송장번호를 전달한다”고 답변했다. “언제쯤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일 출고 무료배송’이라는 글자가 박힌 이미지를 보내는 치밀함도 보였다. 

결국 B씨는 “믿고 송금한다”면서 ‘발급된 계좌로 컴퓨터 값을 보내라’는 요구에 그대로 따랐다. B씨는 돈을 입금하고 난 뒤에야 의아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평소 사용하던 네이버페이 화면과 달랐기 때문이다. 의구심은 입금 다음 날인 월요일에 더 커졌다. 출고 여부를 묻는 B씨의 질문에 상담원이 바쁘다면서 답변을 미룬 것이다. 

사기꾼
놀이터?

하루 뒤인 화요일이 돼서도 송장번호와 택배업체 정보를 달라는 B씨의 요구에 상담원은 정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그제야 의심이 확신으로 변했다. 상담원이 준 링크를 다시 접속했더니 인터넷 페이지 자체가 사라진 상태였다. 돈을 입금하고 혹시 몰라 캡처해둔 화면은 이상한 점 투성이었다.

“주문자/입금자명이 달라도 가상계좌번호로 정확한 금액 입금시 정상 입금됨”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일반적인 주문·입금 확인 문구와는 확연히 달랐다. 또 네이버페이의 경우 이용자가 돈을 충전한 뒤 업체에 보내는 방식인데 캡처 화면에는 입금 은행과 계좌번호, 예금주가 버젓이 기재돼있었다. 

더 충격적인 점은 해당 계좌가 금융사기 방지 서비스인 ‘더치트’에 등록돼있다는 사실이다. B씨에 따르면 최근 8개월 사이 해당 계좌와 관련된 피해 사례는 19건, 피해 금액은 4800여만원에 이른다. B씨는 사기를 당한 이후 해당 계좌로 피해를 본 사람이 모인 오픈채팅방에 접속했다.

그 가운데는 혼수 일체를 사기당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B씨가 자신과 대화한 상담원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오픈채팅방의 피해자는 피해 해소를 위해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하지만 수사는 공전을 거듭한 끝에 마무리됐다. 경찰은 지난 7월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했지만 단서가 존재하지 않아 ‘관리 미제’ 사건으로 등록하고 추후 새로운 단서를 발견하면 수사를 다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홀린 듯
당했다

B씨는 “업체 이름도 같고, 로고도 같아 사칭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평소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한 적도 거의 없는데 급한 마음에 알아보다가 당한 것 같다”며 “돈을 입금한 계좌도 대포통장이었던 게 아닌가 싶다. 경찰도 비슷하게 말한 걸로 기억한다. 인생 공부했다”고 말했다. 

B씨의 사례서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A 업체의 대응이다. 보통 카카오톡 채널 사칭 사기사건서 직접적으로 금전 손해를 본 이용자만 피해자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업체 역시 피해를 입는다. 눈으로 드러나는 직접 피해는 아닐지언정 브랜드 이미지 하락, 이용자 항의 등 간접 피해가 상당하다. 

여기에 A 업체는 B씨의 사례 이후 제2, 제3의 B씨가 나타나 곤혹스러운 상태다. A 업체를 사칭하는 카카오톡 채널이 거듭 생성돼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 사칭 채널을 발견하는 족족 카카오 측에 신고해 삭제를 시도하지만 그 절차가 복잡해 시간상 틈이 생기면서 피해자가 나오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A 업체는 B씨의 사례를 파악한 직후 사칭 채널의 상담원을 고소했다. 하지만 금전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궁여지책 끝에 A 업체가 상담원을 고소한 혐의는 ‘상표법 위반’. 상담원이 사칭 채널을 만드는 과정서 A 업체의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A 업체의 고소 역시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했다. A 업체 관계자는 “우리 업체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교환 또는 환불하는 과정서 사칭 채널에 접속해 추가로 금전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지난달 말에도 사기 피해를 입은 고객이 업체로 전화를 걸어와 한참 동안 항의했다”고 말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높은 접근성
‘아무나 당할 수 있는’ 피해 위험성

A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의 안일한 대응이 일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칭 채널을 발견하고 이를 신고해 처리하는 것도 오롯이 업체의 몫이다. 업체가 사칭 피해를 신고하면 카카오는 ‘권리침해신고센터’를 안내한다. 신고접수→증빙서류 제출→신고요건 및 내용 확인→게시 중단 및 처리 결과 통보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근무일 기준 5일 이내 이뤄진다고 명시돼있다. 처리 과정서 최대 5일은 사칭 채널이 운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A 업체는 이 같은 방법으로 수차례에 걸쳐 사칭 채널을 삭제했다. A 업체 관계자는 출근하자마자 사칭 채널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며칠이 지나면 보란 듯이 다시 사칭 채널이 생성돼있다고도 했다. 업체 블로그에 카카오톡 채널 사칭 사기를 조심하라는 글도 올렸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A 업체 관계자는 “누구나 카카오톡 채널을 만들 수 있는 현행 방식을 인증받은 업체만 채널을 운영할 수 있게 바꾸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그 방식이 어렵다면 카카오톡 채널 생성 과정서 지금보다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업체가 공식 채널 인증 마크를 받으려면 ‘사업자 등록번호’를 필수로 넣어야 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카카오톡 채널 관계자는 “(카카오톡 채널은)비즈니스 인증 채널이라는 마크를 통해 이용자의 인지와 식별을 돕고 있다. 인증 없는 채널은 채팅 시 상단에 주의를 요하는 경고 메시지가 노출된다. 최근에는 채널 홈에도 ‘사업자 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채널’이라고 명시해 경고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증 마크
경고 문구

이어 “향후 카카오톡 채널 프로필 관련 인증 강화를 위해 카카오 인증서과 결합된 비즈니스 프로필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인증서를 통해 인증된 사업자와 비즈니스 파트너 채널의 경우 이용자가 쉽게 구분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이용 환경을 꾸준히 개선해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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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