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카오톡 채널 사기사건 추적

‘국민 메신저’ 등에 업고 사기 방관?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카카오서 운영 중인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한 사기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기업 홍보를 위한 서비스가 사기꾼의 놀이터로 전락하는 모양새다. ‘한 놈만 걸려라’ 식의 사기에 이용자는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 문제는 카카오가 팔짱을 낀 채 이 같은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2월 기준 카카오톡 앱 사용자 수는 4790만명에 이른다. 1년 전(4645만명)과 비교해 3% 늘었다.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 5120만명 가운데 94%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서비스가 지연되면서 비판이 빗발쳤지만 아성은 굳건했다. 

전 국민
95% 이용

카카오는 메신저 분야서 차지한 압도적인 우위를 발판 삼아 다방면으로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모두 녹아 있는 ‘공룡기업’이라는 수식어는 카카오톡의 성공으로부터 비롯됐다. ‘카카오톡 채널’ 역시 카카오톡 이용자 수를 배경으로 비즈니스를 하려는 기업 등을 위한 서비스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채널을 ‘누구나 무료로 만드는 카카오톡 안의 비즈니스 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용자가 기업 등이 개설한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면 상품 관련 정보 등을 받아볼 수 있다. 문의사항이 생기면 카카오톡 채팅을 하듯 상담도 가능하다. 이른바 내 손 안의 ‘서비스센터’인 셈이다. 

문제는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한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점이다. ‘누구나 채널을 개설할 수 있다’는 오픈 플랫폼의 특성을 사기에 악용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수년 전부터 불거진 문제임에도 이렇다 할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피해를 입은 이용자는 물론 간접 피해자인 업체까지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사기 수법은 단순하다. 실제 업체가 운영 중인 카카오톡 채널을 사칭해 채널을 만든 뒤 이용자가 걸려들기를 기다리면 된다. 업체명, 로고 등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어 공식 채널과 유사하게 혹은 똑같이 만들면 이용자로서는 분간하기 어렵다. 카카오가 부여하는 인증 마크는 크기가 작고 색깔도 어두워 방지 효과가 크지 않다.

포털사이트 등에서 ‘카카오톡 채널 사기’로 뉴스 기사를 검색하면 다양한 피해 사례를 접할 수 있다. 기업은 물론 수사기관, 은행 등을 사칭하는 사례도 심심찮게 확인된다. 중소업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 2월 경기도의 한 컴퓨터 업체가 카카오톡 채널 사칭 사기로 피해를 입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A 업체 관계자는 “(피해가) 현재진행형”이라고 토로했다.

피해자만큼 업체도 피해 입어
경찰 신고해도 “특정 안 돼”

A 업체 관계자는 지난 2월7일 한 고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A 업체서 컴퓨터를 구입했는데 배송이 오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A 업체서 상담 등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은 해당 고객의 이름으로 거래한 내역도, 입금 사실도 없다고 말했다. 직원과 고객의 말이 거듭 헛돌았다. 그러다 고객은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객 B씨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뭐에 홀린 듯이 당했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급하게 컴퓨터를 구입해야 했던 B씨는 인터넷을 뒤지다가 A 업체를 알게 됐다. 일요일이었지만 빨리 컴퓨터를 사고 싶었던 B씨는 A 업체의 카카오톡 채널을 찾아냈다. 당시 B씨가 확인한 A 업체의 카카오톡 채널은 2개였다. 

A 업체의 이름으로 된 채널과 ‘A 업체 상담원 챗팅(24시)’이라는 이름의 채널. 전자는 공식 채널이고 후자는 사칭 채널이다. B씨는 일요일인 점을 감안해 24시간 상담이 가능하다고 적어놓은 채널로 접속했다. B씨는 “일요일이었는데도 답이 정말 빨리 왔다”고 설명했다. 사칭 채널의 상담원(?)은 B씨의 문의에 거침없이 답했다. 


상담원은 배송이나 주문내역을 어떻게 확인하냐는 B씨의 질문에 “창고 발송이고 네이버페이 계좌 송금”이라며 “주문내역은 확인 불가하고 배송 완료 이후 송장번호를 전달한다”고 답변했다. “언제쯤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당일 출고 무료배송’이라는 글자가 박힌 이미지를 보내는 치밀함도 보였다. 

결국 B씨는 “믿고 송금한다”면서 ‘발급된 계좌로 컴퓨터 값을 보내라’는 요구에 그대로 따랐다. B씨는 돈을 입금하고 난 뒤에야 의아함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평소 사용하던 네이버페이 화면과 달랐기 때문이다. 의구심은 입금 다음 날인 월요일에 더 커졌다. 출고 여부를 묻는 B씨의 질문에 상담원이 바쁘다면서 답변을 미룬 것이다. 

사기꾼
놀이터?

하루 뒤인 화요일이 돼서도 송장번호와 택배업체 정보를 달라는 B씨의 요구에 상담원은 정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 그제야 의심이 확신으로 변했다. 상담원이 준 링크를 다시 접속했더니 인터넷 페이지 자체가 사라진 상태였다. 돈을 입금하고 혹시 몰라 캡처해둔 화면은 이상한 점 투성이었다.

“주문자/입금자명이 달라도 가상계좌번호로 정확한 금액 입금시 정상 입금됨”이라는 표현이 눈에 띄었다. 일반적인 주문·입금 확인 문구와는 확연히 달랐다. 또 네이버페이의 경우 이용자가 돈을 충전한 뒤 업체에 보내는 방식인데 캡처 화면에는 입금 은행과 계좌번호, 예금주가 버젓이 기재돼있었다. 

더 충격적인 점은 해당 계좌가 금융사기 방지 서비스인 ‘더치트’에 등록돼있다는 사실이다. B씨에 따르면 최근 8개월 사이 해당 계좌와 관련된 피해 사례는 19건, 피해 금액은 4800여만원에 이른다. B씨는 사기를 당한 이후 해당 계좌로 피해를 본 사람이 모인 오픈채팅방에 접속했다.

그 가운데는 혼수 일체를 사기당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B씨가 자신과 대화한 상담원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등 오픈채팅방의 피해자는 피해 해소를 위해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하지만 수사는 공전을 거듭한 끝에 마무리됐다. 경찰은 지난 7월 “피의자를 특정하기 위해 다각도로 수사를 진행했지만 단서가 존재하지 않아 ‘관리 미제’ 사건으로 등록하고 추후 새로운 단서를 발견하면 수사를 다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홀린 듯
당했다

B씨는 “업체 이름도 같고, 로고도 같아 사칭일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평소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한 적도 거의 없는데 급한 마음에 알아보다가 당한 것 같다”며 “돈을 입금한 계좌도 대포통장이었던 게 아닌가 싶다. 경찰도 비슷하게 말한 걸로 기억한다. 인생 공부했다”고 말했다. 

B씨의 사례서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A 업체의 대응이다. 보통 카카오톡 채널 사칭 사기사건서 직접적으로 금전 손해를 본 이용자만 피해자라고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업체 역시 피해를 입는다. 눈으로 드러나는 직접 피해는 아닐지언정 브랜드 이미지 하락, 이용자 항의 등 간접 피해가 상당하다. 

여기에 A 업체는 B씨의 사례 이후 제2, 제3의 B씨가 나타나 곤혹스러운 상태다. A 업체를 사칭하는 카카오톡 채널이 거듭 생성돼 또 다른 피해자가 양산되고 있다. 사칭 채널을 발견하는 족족 카카오 측에 신고해 삭제를 시도하지만 그 절차가 복잡해 시간상 틈이 생기면서 피해자가 나오는 것이다.


수사기관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A 업체는 B씨의 사례를 파악한 직후 사칭 채널의 상담원을 고소했다. 하지만 금전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기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다고 한다. 궁여지책 끝에 A 업체가 상담원을 고소한 혐의는 ‘상표법 위반’. 상담원이 사칭 채널을 만드는 과정서 A 업체의 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경찰은 A 업체의 고소 역시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했다. A 업체 관계자는 “우리 업체를 통해 상품을 구매한 고객이 교환 또는 환불하는 과정서 사칭 채널에 접속해 추가로 금전 피해를 입은 사례도 있다. 지난달 말에도 사기 피해를 입은 고객이 업체로 전화를 걸어와 한참 동안 항의했다”고 말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높은 접근성
‘아무나 당할 수 있는’ 피해 위험성

A 업체 관계자는 카카오의 안일한 대응이 일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칭 채널을 발견하고 이를 신고해 처리하는 것도 오롯이 업체의 몫이다. 업체가 사칭 피해를 신고하면 카카오는 ‘권리침해신고센터’를 안내한다. 신고접수→증빙서류 제출→신고요건 및 내용 확인→게시 중단 및 처리 결과 통보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는 근무일 기준 5일 이내 이뤄진다고 명시돼있다. 처리 과정서 최대 5일은 사칭 채널이 운영될 수 있다는 의미다.

A 업체는 이 같은 방법으로 수차례에 걸쳐 사칭 채널을 삭제했다. A 업체 관계자는 출근하자마자 사칭 채널을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며칠이 지나면 보란 듯이 다시 사칭 채널이 생성돼있다고도 했다. 업체 블로그에 카카오톡 채널 사칭 사기를 조심하라는 글도 올렸지만 임시방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A 업체 관계자는 “누구나 카카오톡 채널을 만들 수 있는 현행 방식을 인증받은 업체만 채널을 운영할 수 있게 바꾸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그 방식이 어렵다면 카카오톡 채널 생성 과정서 지금보다 절차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업체가 공식 채널 인증 마크를 받으려면 ‘사업자 등록번호’를 필수로 넣어야 한다.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셈이다. 

카카오톡 채널 관계자는 “(카카오톡 채널은)비즈니스 인증 채널이라는 마크를 통해 이용자의 인지와 식별을 돕고 있다. 인증 없는 채널은 채팅 시 상단에 주의를 요하는 경고 메시지가 노출된다. 최근에는 채널 홈에도 ‘사업자 정보가 확인되지 않은 채널’이라고 명시해 경고를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증 마크
경고 문구

이어 “향후 카카오톡 채널 프로필 관련 인증 강화를 위해 카카오 인증서과 결합된 비즈니스 프로필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인증서를 통해 인증된 사업자와 비즈니스 파트너 채널의 경우 이용자가 쉽게 구분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이용 환경을 꾸준히 개선해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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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이재명의 100일 결정적 장면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체감상 1년은 된 것 같다.” 어느 덧 이재명정부가 출범 100일째를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에겐 숨 가쁜 3개월이었다. 12·3 비상계엄 선포,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대형 정치 이슈는 지나갔다. 이제 본격적으로 국정 운영의 청사진을 실현해야 하는 시기다. 지지율은 이미 요동치고 있다. 어떤 이슈가 이정부를 뒤흔들었던 걸까? 지난 6월3일 21대 대통령선거가 열렸다.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개월 만에 대선이 치러졌다.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라는 말이 대선 전부터 파다했고 실제로 이변은 없었다. 재수 끝에 대통령에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은 역대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다만, 과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다. 무정부 상태 산적한 이슈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보궐선거여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바로 임기가 시작됐다. 이 대통령 앞에는 비상계엄 사태 수습, 민생 회복, 국민 통합 등 국내 문제는 물론 미국발 통상 전쟁 등 국외 문제까지 이슈가 산적한 상태였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무정부’나 다름없는 상태로 6개월 동안 이어진 국정 공백을 메워야 했다. 이 대통령은 당선이 확정된 후 소감 연설에서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민주공화정 공동체 안에서 국민이 주권자로 존중받고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 반드시 그 사명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란 극복 ▲민생 회복 ▲국민 안전 ▲한반도 평화 ▲국민 통합 등을 언급했다. 실제 이 대통령은 국회의 과반 의석을 등에 업고 ‘윤석열정부 지우기’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으로 ‘내란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을 통과시켰다. 김건희 특검법, 채 해병 특검법 등은 윤정부에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번번이 폐기됐던 법안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엿새 만인 6월10일 국무회의에서 3대 특검법을 의결했다. 그는 국무회의 이후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은 내란 심판과 헌정 질서 회복을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구속 기소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침체된 내수를 회복하기 위한 소비쿠폰도 지급했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졌고 이는 곧 경기 부진으로 이어졌다. 정치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연말 연초 대목 장사를 망친 자영업자는 폐업을 걱정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민생 회복 소비쿠폰 지급은 이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부터 내세운 공약이다. 지난 7월21일부터 전 국민을 상대로 1차 소비쿠폰이 지급됐다. 기본 15만원에 인구 감소 지역 등에 일정 금액을 더했다. 2차 소비쿠폰은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가 오는 22일부터 신청할 수 있다. 13조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윤정부 때부터 이어진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은 이재명정부 들어서도 쉽게 출구 전략을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의대생 수업 복귀에 대한 이정부의 행보에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도 불만이 제기됐다. 의료 정상화를 이유로 조건 없이 의대생 복귀를 추진하는 모습에 공정과 원칙이 깨졌다며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다. 두 번의 도전 끝에 당선 내란 종식, 민생 첫 손에 의정 갈등은 윤정부 시기인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전공의는 집단 사직하며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집단 휴학을 강행했다. 응급실 뺑뺑이 사건 등 의료 공백이 가시화되고 의료 붕괴까지 우려되다가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핵심 이슈에서 멀어졌다.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간 것이다. 이 대통령이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의정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정 장관 지명 이후 의료계에서 일제히 환영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대생 복귀와 관련해 특혜 논란이 나왔고 국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의료계와 국민 여론의 괴리가 큰 상황이라 해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재와의 전쟁’은 임기 초 이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을 현장 방문하는가 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등 수위 높은 발언으로 건설업계를 겨냥했다. 이 대통령이 산업재해 근절을 외치자 건설업계가 납작 엎드렸다.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사용주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도 일터에서 근로자가 죽는 사례가 거듭 일어나자 대통령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이다. 연이어 산재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는 대표이사가 바뀌었고 DL건설은 임직원 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 일각에서는 이정부가 지나치게 기업을 ‘잡도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주가 부양을 공언한 것과 실제 행보는 정반대라는 의견이다. 지금까지의 주가 상승은 이정부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됐다면 앞으로의 상승분은 실물 경제에서 끌어 올려야 하는데 이를 이끌 기업을 너무 옥죄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경제 정책의 방향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달 1일 코스피 지수가 126.03포인트(3.88%)나 하락했다. 주가 3200선이 깨졌고 하락률은 미국발 상호 관세 부과로 충격을 받았던 지난 4월7일(-5.57%)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른바 ‘검은 금요일’의 배경은 전날 이재명 정부가 발표한 세제 개편안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침체된 경기 소비쿠폰으로 이정부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인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고 최고 35%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을 담은 세제 개편안을 공개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 조건부로 인하된 증권거래세율도 현재의 0.15%에서 2023년 수준인 0.2%로 환원됐다. 또 법인세 세율을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걸쳐 1%포인트씩 일괄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검은 금요일’의 후폭풍은 상당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게 문제였다. 주가가 폭락한 지난달 1일 이후 열흘 사이에 거래 대금이 20%가량 줄었다. 이른바 ‘국장’에서 빠져나간 개인 투자자들이 ‘미장(미국 주식시장)’으로 몰려가면서 나스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뜩이나 관세 협상으로 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 부양책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방증이었다.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는 예상이 끊이지 않았다. 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영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는 물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이 노란봉투법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법안이 통과되면 기업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갈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경제단체 등은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시행을 유예해 달라고까지 했지만 그대로 진행됐다. 대통령실은 법안 통과 이후 상황을 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은 노란봉투법 통과 이후 “노란봉투법의 진정한 목적은 노사의 상호 존중과 협력 촉진”이라며 “노동계도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책임 있는 경제 주체로서 국민 경제 발전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노동계에 각별히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광복절을 앞두고는 사면 문제가 불거졌다. 취임한 지 2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전임 정부에서 임기 초 정치인 사면을 한 적이 없던 터라 이정부 역시 같은 길을 갈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사면 대상으로 거론되던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자녀 입시 비리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8개월 밖에 안된 점도 ‘사면 불가론’에 힘을 더했다. 주가 부양 공약 반대되는 정책 지난해 12월12일 대법원은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조 전 대표는 나흘 뒤인 12월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만기 출소일은 내년 12월15일이었다. 조 전 대표가 이끌던 조국혁신당은 당시 대선에서 후보를 내지 않고 이 대통령을 지지했다. 조 전 대표의 사면 관련 언급이 나올 때마다 ‘대선 청구서’라는 말이 따라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종교계, 시민단체, 정치권 일부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조 전 대표가 검찰의 횡포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도 일부 진영에서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 등이 조 전 대표의 사면을 직접 요구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조 전 대표는 문재인정부 시절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 등 요직을 맡은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조 전 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언급하는 등 각별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빗발치는 사면 요구에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정치권 등에서 조 전 대표를 사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달리 여론이 좋지 않았기 때문. 특히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입시 비리 혐의 등이 민주당 지지층이 중요하게 여기는 공정과 상식의 가치에 반한다는 것이다. 지지율이 떨어지는 등 민심 이반이 예상된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이 대통령은 장고 끝에 조 전 대표의 사면을 결정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1일 조 전 대표를 비롯해 윤미향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은수미 전 성남시장, 이용구 전 법무부 차관 등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27명을 포함해 총 83만6678명에 대한 대규모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분열과 반목의 정치를 끝내고 국민 대화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광복절 특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광복절 사면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뒤흔들었다. 사면 논의가 시작됐을 때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한 지지율은 발표 이후 눈에 띄게 꺾였다. 조 전 대표가 사면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며 노출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제 개편안·사면으로 지지율 흔들 한일·한미 정상회담은 긍정적 평가 조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사면이 끼친 영향은) N분의 1 정도’라고 발언한 부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조 전 대표는 수감 한 달여 만에 정국의 핵으로 떠올랐다. 여권 내에서도 조 전 대표의 행보를 불편해하는 기류가 감지되며 야권에서는 이정부를 공격하는 소재가 된 모양새다. 특히 조 전 대표를 비롯한 조국혁신당에서 우리의 길을 가겠다는 ‘마이웨이’ 행보를 공언하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 개편이 일어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대통령의 임기 5년간 외교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상회담도 잇따라 열렸다. 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던 ‘트럼프발 통상 전쟁’의 대응 방향이 윤곽을 드러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 직후부터 ‘관세’를 무기로 전 세계에 싸움을 걸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미 FTA’로 쌀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관세가 ‘0’이었기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증액 등을 언급했다. 시장을 개방하고 미국에 이른바 ‘동맹 비용’을 내라는 요구였다. 실무진이 진행한 관세 협상은 그 시발점이었고 정상회담은 미국발 청구서의 윤곽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표면상으로는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국 정상을 불러놓고 면전에서 망신주기 하는 등 어디로 튈지 모르는 방식의 트럼프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정작 중요한 사안은 하나도 논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조선업 협력, 원전 문제를 비롯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에 붙는 관세까지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실무진이 틀을 만들고 정상회담에서 결정되는 방식의 외교 관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먹히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등은 나오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도 만났다. 이 대통령은 일본 방문 전 과거 한일 간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국가 간 약속은 존중돼야 한다”며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당시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미국발 관세 관련 논의도 이뤄졌다. 당분간 민생 집중 취임 후 첫 외교 시험대를 넘은 이 대통령은 당분간 민생을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당분간 국민의 어려움을 살피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민생과 경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몇 주간 정상회담에 몰두했기 때문에 국내, 특히 민생·경제성장과 관련된 부분을 앞으로 주력해서 챙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