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한 숲으로의 초대 ⑤국립김천치유의숲

숲길·쉼터·건강 완벽한 삼박자!

국립김천치유의숲은 소백산맥의 명산으로 꼽히는 수도산 8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서 운영하는 국내 치유의숲 7곳 가운데 평균고도가 가장 높다. 그 덕분에 경북 이남 지역서 보기 드문 자작나무 숲을 품고 있다. 김천(구미)역서 자동차로 50분 거리, 말 그대로 오지다. 버스가 하루에 한 번 운행하니 자가용 이용을 추천한다. 국립김천치유의숲 내 주차장은 장애인만 이용 가능하며, 일반 방문객은 수도리공영주차장에 주차하고 산길을 따라 15분 남짓 걸어야 한다.

내륙 깊숙한 곳이라는 것은 어쩌면 청정지역일 가능성이 크다는 뜻. 경북 김천에 자리한 국립김천치유의숲은 2019년 문을 열어 웰니스 관광지로 빛을 발했다. 52ha(52만㎡) 규모에 자작나무, 잣나무, 참나무, 낙엽송, 전나무, 생강나무 등 수종이 다양하고, 산림 복지 전문 기관이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해 숲길과 쉼터, 건강의 삼박자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치유의숲 내 숲길은 4개 코스로 나뉜다. 자작나무 숲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관찰의숲길(1.6㎞, 약 30분), 한반도 습지와 전나무 쉼터를 만나는 성장의숲길(3.6㎞, 약 1시간), 잣나무 덱 로드가 포함된 자아의숲길(4.5㎞, 약 1시간30분), 국립김천치유의숲 전체를 돌아보는 아름다운모티길(5.7㎞, 6~7시간)이다.

관찰의 숲길 

전 구간이 완만해 걷는 데 어려움이 없다. 컨디션에 따라 코스를 선택해 자유롭게 탐방하면 된다.

대표 코스는 단연 관찰의숲길이다. 힐링센터서 15분쯤 오르면 하얀 나무껍질이 눈부신 자작나무가 늘어섰다. 가벼운 트레킹으로 7ha(7만㎡) 자작나무 숲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인기를 끄는 이유다. 수도산 정상부에 위치해 생육 환경이 강원도와 비슷할 거라는 판단이 지금 자작나무 숲이 만들어진 시작이다.


사람들이 정성으로 가꾼 자작나무 숲은 성공적인 조림지로 거듭났다. 수령 25년이 넘는 자작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빽빽하다. 시인 백석이 “산골집은 대들보도 기둥도 문살도 자작나무다 / 밤이면 캥캥 여우가 우는 산(山)도 자작나무다”라고 읊은 〈백화〉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자작나무의 사계는 뚜렷하다. 여름날 자작나무는 푸름 그 자체. 하얗고 매끈한 나무에 둘러싸여 한참을 걷고 또 쉰다. 김천8경에 드는 이곳의 청량한 풍경에 매료되는 순간이다. 자작나무는 껍질에 기름 성분이 많아 장작이 탈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껍질의 기름 성분은 산골 사람들이 혹한을 견뎌내는 데도 한몫했다. 자작나무는 추위에 강하고, 피톤치드를 다량으로 뿜어 삼림욕 효과가 크다. 자일리톨의 원료이며, 암 치료에 특효라는 차가버섯이 자작나무서 자라는 등 쓰임이 많다.

숲속 명상소를 지나면 자생식물원이 나온다. 이곳에서 보랏빛 투구꽃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장희빈이 받은 사약에도 맹독성 투구꽃 덩이뿌리가 들었을 터. 수도산과 인연이 깊은 인현왕후가 떠오른다. 투구를 쓴 전투병을 닮은 꽃이 멋진 자태를 뽐내는데, 꽃만 봐선 독초로 상상하기 어렵다. 셔틀콕을 닮은 관중, 노루오줌, 산수국 등이 시선을 빼앗는다.

숲길을 오르는 동안 ‘반달가슴곰 출현 주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국내서 태어난 53번째 수컷 오삼이가 얼마 전에 죽어 현수막은 필요 없어졌다. 종 복원을 위해 방사한 반달가슴곰은 대부분 지리산에 서식 중인데, 오삼이는 8년 전 지리산에 방사한 뒤 이곳 수도산서 종종 발견됐다.

민가 근처에 출몰해 포획 과정서 마취 총을 맞고 도망가다, 인근 계곡물서 익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숲 이용객에겐 안심되는 소식이면서도 안타깝다.

국립김천치유의숲을 제대로 느끼려면 산림 치유 프로그램(유료) 참여를 추천한다. ‘수도산보디테라피’가 대표 프로그램이다. 자작나무 숲 아래 너른 덱에서 매트를 깔고 진행한다. 소도구를 이용한 스트레칭으로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숲속 피트니스다.


취향따라 선택할 수 있는 숲길 코스
맞춤형 힐링테라피 프로그램도 진행 중

‘수도산마인드테라피’는 수령 150년 된 잣나무 숲 사이 덱 로드서 걷기 명상, 음이온 명상, ‘숲멍’ 체험 등을 한다. 나무 덱에 해먹(그물침대)을 매단 생각 자체가 힐링이다. 산림치유지도사가 해먹 설치하는 법을 간단히 알려주면 저마다 쉼터를 만든다.

여름 불청객 모기가 단잠을 방해할까 싶지만, 잣나무 향이 천연 모기약이 된다. 해먹에도 따로 모기장이 있어 해충을 막아준다. 울창한 잣나무 그늘이 차양이 되고, 고요한 산속에 울려 퍼지는 새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치유의숲에서 잣나무 덱 로드는 아는 사람만 와선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 밖에 소도구 이완 테라피와 건강 트레킹을 겸한 ‘수도산웰니스테라피’, 힐링센터서 모둠북을 쳐보는 ‘수도산치유두드림(林)’ 등 맞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국립김천치유의숲 방문과 산책은 연중 상시 가능하며(무료), 프로그램 운영 시간은 주중 오전 9시~오후 6시다.

방문일 기준 일주일 전에 예약해야 한다(5인 이상 / 주말 프로그램은 15인 이상 예약에 한함). 예약 없이 현장서 참여하는 상시 프로그램도 있다. 힐링센터 2층서 반신욕&힐링 티 체험, 부채 그리기, 반려 식물 심기, 오일 만들기 등 산림치유지도사 상황에 따라 운영한다(유료).

국립김천치유의숲으로 향하는 길목에 주차한 자동차 행렬을 발견했다면 어김없이 맑은 계곡이 흐른다는 것. 성주와 김천에 걸친 아홉 계곡, 무흘구곡은 계곡 맛을 아는 이들의 단골 피서지다. 무흘구곡은 대가천계곡, 수도계곡으로도 불린다.

국립김천치유의숲에서 내려가는 길 기준으로 처음 만나는 곳이 9곡 용추폭포이며, 7곡 만월담까지 드라이브 길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무흘구곡의 이름을 붙인 한강 정구의 이야기와 계곡의 절경 사진을 무흘구곡전시관서 살펴볼 수 있다.

인현왕후길은 총길이 8.1㎞ 순환형 둘레길이다. 수도리공영주차장서 출발해 청암사 근방을 거쳐 무흘구곡을 거쳐 내려온다. 10개 구간 표지판에 인현왕후의 이야기를 담아, 왕후와 동행하는 느낌이 든다.

인현왕후길

청암사는 도선국사가 신라 시대에 건립한 천년 고찰이다. 인현왕후가 폐비돼 궁에서 나왔을 때 이곳에 3년간 머물렀다. 청암사는 인현왕후가 복위한 뒤 조선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한적한 경내와 비구니의 단정한 아름다움에 금세 매료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국립김천치유의숲→인현왕후길→수도암→청암사→무흘구곡전시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김천치유의숲→인현왕후길→수도암→청암사→무흘구곡전시관
-둘째 날 사명대사공원→직지사→직지문화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김천시 문화관광 www.gc.go.kr/culture/main.do
-국립김천치유의숲(한국산림복지진흥원) www.fowi.or.kr
-수도산자연휴양림(숲나들e) www.foresttrip.go.kr
-청암사 www.chungamsa.org

문의 전화
-김천시청 관광진흥과 054)420-6670
-국립김천치유의숲 054) 435-3412
-무흘구곡전시관 054)421-1644
-청암사 054)432-2652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김천(구미)역, KTX 하루 27~29회(05:27~22:57)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김천(구미)역서 국립김천치유의숲까지 택시 이용, 약 50㎞.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 korail.com

김천관광택시 관외 주민등록 관광객을 대상으로 김천 전 지역 연중무휴 운행, 총운임 50%만 관광객이 결제(탑승 시 신분증 확인).

*문의: 김천관광택시 콜센터 054)435-2253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김천 IC→대구·거창·성주 방면 좌회전→영남대로→선산통로사거리서 강변로 우회전→대덕교차로서 대구·성주 방면 좌회전, 28㎞ 직진→수도암·청암사 방면 우회전, 8㎞→국립김천치유의숲

숙박 정보
-부항댐생태휴양펜션: 부항면 부항댐길, 054)421-1653, www.gc.go.kr/bhpension
-수도산자연휴양림: 대덕면 증산로, 054)421-1646, www.foresttrip.go.kr
-금낭화타운 : 증산면 수도길, 010-4312-2212, http://gnhtown.co.kr

식당 정보
-두레촌(된장찌개): 증산면 평촌2길, 054)437-4841
-백산가든(흑돼지정삼겹살): 지례면 장터길, 054)430-2252
-배신식당(석쇠불고기): 감문면 배시내길, 054)430-5834
-청산고을(찰솥밥산채한정식): 대항면 황학동길, 054)436-8030, https://cheongsan.modoo.at

주변 볼거리
장전폭포, 섬계서원, 부항댐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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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