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큰 그림 그리는 황우석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08.21 14:16:44
  • 호수 14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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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르 손잡고 돌아온 복제왕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과학계서 논문 조작설이 불거질 때마다 으레 등장하는 이름 황우석. 그가 20년 만에 입을 열었다. 지난 6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킹 오브 클론>에 출연한 황우석 박사는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에 관해 “다시 태어나도 똑같은 길을 걷고 싶다”고 밝혔다. 예고라도 한 듯 황 박사는 국내서 반려견 복제 사업을 재개한다. 오명을 벗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줄기세포 논문 조작이라는 비난 세례를 받으면서 퇴장했던 황우석 박사는 꾸준히 업적을 이어갔다. 1995년 그는 송아지 핵 이식 복제에 성공했다. 전 세계 최초로 동물복제 실현화를 이룬 것이다. 4년 뒤 복제 송아지인 ‘영롱이’를 만들어냈다. 이후 같은 방식으로 100일을 지낸 복제 강아지를 공개했다. 

넷플릭스 
깜짝 출연

2004년과 2005년에는 각각 인간 체세포를 복제한 배아 줄기세포 배양에 성공했다. 이는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발표되면서 한국의 위상을 떨쳤다. 황 박사는 살아있는 결과물을 눈으로 보여줬다. 그는 이병천 서울대 수의과 대학 교수 등과 함께 아프간하운드 종의 개 ‘스너피’를 최초로 복제했다.

숱한 교배를 통해 다양한 혈통을 가진 개는 다른 포유류에 비해 복제가 어렵다. 인간처럼 유전병이 있는 개를 복제하면서 난치병 연구를 향한 기대가 커졌다. 두 눈으로 복제를 목격한 일부 시민들은 부푼 기대감에 들떴다. 황 박사는 제2의 세종대왕으로 추앙됐다. 한글 이래, 최고의 발명이라며 열광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바이오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내세웠다. 황 박사를 대표 이미지로 내세워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직접 황우석의 연구실을 방문해 격려하는 등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을 받았다.

심지어 2004년 총선 정국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양측으로부터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직에 나설 것을 제안받았다. 다만, 황 박사는 “연구에 전념해야 한다”며 거절했다.

논문 발표 이후 황 박사는 대통령급 경호를 받았다. 국회에서는 “황 박사만큼은 특혜를 주자”며 “영수증 없이도 연구비를 지원하자”는 말이 나왔다. 당시 박기영 청와대 정보과학기술보좌관, 김병준 정책실장,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 등 3인방은 그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줬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특히 박 보좌관은 황 박사의 연구실을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핵심으로 두고 지원했다. 여담으로 박 보좌관은 황 박사 연구에 전혀 기여한 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사이언스> 논문의 13번째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훗날 박 보좌관은 황 박사로부터 연구비 명목으로 2억5000만원을 받은 것이 드러나면서 물의를 빚었다.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한 대한항공은 황 박사에게 퍼스트 클래스 좌석을 무료로 지원해주겠다고 나섰다.

어느 덧 황 박사는 예수로 둔갑했다. 2005년 7월 KBS <열린음악회>서 댄스 듀오 클론의 강원래 공연을 본 그는 “조만간 벌떡 일어나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사고로 후유증을 얻게 된 강씨는 이날 휠체어에 앉은 채 특별안무를 선보였다.

나라 망신시키고…논문 조작 흑역사
국내서 반려견 복제 사업 재개 선언

MBC <PD수첩>은 이를 두고 “원래야! 내가 너를 일으켜 걷게 하겠다”는 발언은 예수 행세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방송으로 보행 장애인들은 황 박사가 희망이라는 믿음을 가졌다. 일부는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써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전성기를 구가했던 황 박사는 언론 플레이에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난치병, 불치병 환자의 가족들과 만나 자신이 연구한 줄기세포로 그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심지어 독재정권 시절 고문 후유증을 앓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내가 당신을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쇼맨십에 불과했지만,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만큼 진지하게 받아들여졌다.

당시 <PD수첩>의 한학수 PD가 쓴 <진실, 그것을 믿었다 -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에 따르면 황 박사는 다리가 불편한 아이에게 임상실험을 제의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줄기세포 자체가 어떻게 성장하게 될지 아무도 몰랐다. 성장하더라도 정상세포가 될지 암세포가 될지 모르는 위험 단계였으며 실용화 단계까지 얼마만큼 걸릴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런데도 연구팀은 줄기세포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서 사람으로 임상실험을 계획했다. 연구재료로 사용된 여성의 난소를 채취하는 과정도 윤리적인 문제에 휩싸였다. 2004년 <사이언스> 게재 논문서 사용된 2221개 난자의 출처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2002년 5월부터 2003년 6월까지 1년 동안 병원을 찾은 여성들의 몸에서 떼어낸 114개의 난소는 황 박사 연구팀으로 전달됐다. 이 과정서 연구소가 환자에게 “난소는 어떤 상황서 절제하고 난소 조직으로 어떤 연구를 어떤 방법으로 하는지” 등에 관한 설명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조사에서 한양대병원은 일부 환자의 동의서가 없는 상태서 난소를 채취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는 난자 취득 과정에 ‘대가성’과 ‘강압성’이 있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황 박사팀의 연구윤리를 감독해야 할 서울대 수의대와 한양대병원 등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에 책임을 물었다.

들통난
거짓말

황 박사팀은 2002년 11월28일부터 2005년 12월24일까지 ▲미즈메디병원 ▲한나산부인과 ▲한양대병원 ▲삼성제일병원 등 4개 의료기관으로부터 119명의 여성으로부터 138회에 걸쳐 총 2221개의 난자를 제공받았다. 이 과정서 현금 지급, 불임치료비 경감 등 반대급부가 제공됐다.

이는 인공수정을 위해 제공되는 난자 매매를 금지한 의사윤리지침의 취지를 위반한 것이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나산부인과는 황 박사팀으로부터 배란유도제를 제공받았다. 특히, 난자를 연구용으로 공여한 환자에게 약값이나 체외수정시술비를 일부 감면했다. 이 과정서 한나산부인과는 불임치료에 사용해야 할 좋은 난자를 연구용으로 제공했다.

오히려 등급이 낮은 난자를 불임치료에 사용했다는 점도 문제가 됐다.

복지부가 한나산부인과의 체외수정시술 대장, 체외수정시술 기록지 등을 검토한 결과, 전체 채취 난자의 48%가 황 박사팀에 제공됐다. 난자의 성숙도별로 평가했을 때 성숙도가 좋은 등급의 난자 중 63%가 연구용으로 황 박사팀에 건네졌다.

국가생명위는 의료윤리 원칙을 무시했다고 봤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악의, 소홀함, 무관심 등으로 환자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이른바 ‘악행 금지의 원칙’이 있다. 한나산부인과는 이 원칙을 어겼고, 직업상 윤리 의무를 위배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생명위는 “인체를 대상으로 연구, 치료할 때는 생명윤리 가치를 깊이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잘나가던 황 박사는 하루아침에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2005년 12월 <PD수첩>은 황 박사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 출처에 의문을 제기했다. 황 박사는 2005년 게재한 논문서 여러 수치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함께 연구했던 류영준 교수가 해당 사실을 폭로하면서 더욱 명확해졌다. 황 박사는 이에 반박하며 류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현재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인 류씨는 지난 2018년 10월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류 교수의 발언이 허위 사실로 보기 부족하다며 “피해자에 대해 비방 목적이나 명예훼손의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앉은 자를 
걷게 하리”

또 황 박사가 실험실서 만들었다고 주장한 11개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는 가짜로 드러났다. 서울대는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규명에 나섰다. 2006년 1월10일 조사위는 최종보고서를 통해 2004년과 2005년 <사이언스>에 각각 발표한 인간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 배양이 허위라고 발표했다.

이후 <사이언스> 잡지사는 해당 논문들을 취소했다. 2006년 3월20일 서울대학교는 그를 교수직서 파면했고 2005년 12월30일 검찰은 사실상 내사에 착수했다. 2006년 5월 사기, 업무상 횡령, 난자 불법매매(생명윤리법 위반) 혐의로 황 박사 등 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법원은(형사2부) 생명윤리법 위반은 유죄로 최종 징역 2년, 집행유예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서울대 파면 직후에도 황 박사는 꼿꼿했다. 그는 즉시 서울대를 상대로 파면 처분 취소소송을 냈다. 1심에서는 패소했으나 항소심에서는 승소했다. 황 박사 지지자들은 그의 억울함이 밝혀졌다고 환호했지만, 실상은 아니었다.

재판부는 “파면 처분이 재량의 일탈 및 남용 혹은 비례원칙 위반이라고 판시한 것이지, 그가 무죄라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2014년 2월 상고심서 대법원은 파면 처분은 정당했다는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그해 8월 파기환송심서 파면이 확정됐다. 

복제연구를 향한 애정만큼은 진심이었다. 2006년 서울대 수의대 제자들과 함께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을 세우면서 재기에 나섰다. 연구원은 주로 강아지 복제를 하면서 전 세계서 가장 유명한 개 복제 회사가 됐다. 2008년에는 9·11 사태 당시 인명구조견을 복제했다.

당시 연구원서 개 복제를 하려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호황이었다고 한다. 반려견 복제 비용이 건당 10만달러 이상임에도 대기 행렬이 이어졌다. 연간 매출액만 300억원이 넘을 정도였다. 2009~2019년까지 복제견 1000마리 이상이 태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1000조 재벌’ UAE 부통령 초청
“강아지 복제 원하는 고객 많아”

경기도는 2009년 황 박사와 바이오연구협력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논문 조작 파동은 서서히 잊혀갔다. 목적은 “당뇨병 치료를 위한 형질전환 복제 돼지 생산”이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논문 파동과 관련해 황 박사의 재판이 진행 중이나 도는 재판 결과에 관계없이 생명공학 분야 연구에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황 박사는 범정부 차원의 복제 관련 사업도 진행했다. 2013년에는 러시아 극동연방대학교 등과 함께 매머드 복제에 참여했다. 다만, 매머드 샘플 수십㎏으로도 체세포 배양에 실패하자 제주대에 샘플을 넘겼다. 최근에 알려진 근황은 중동서의 활약이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황 박사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바이오테크 연구센터서 관상용 낙타를 복제했다고 소개됐다. 그는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부통령의 초청을 받아 정착했다고 밝혔다. 만수르 부통령은 1000조원을 가진 재벌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팀인 맨체스터 시티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황 박사는 ‘UAE서 그간 낙타를 얼마나 복제했느냐’는 질문에 “150마리가 넘는다”고 답했다. 그는 과거를 회상하며 “한국 과학계, 세계 과학계에 하나의 교훈과 이정표가 됐다고 볼 수 있다. 압박이 있었다고 핑계를 댄다면 그건 비겁한 것”이라고 반성했다. 이어 “과욕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던 것이지 그걸 가지고 누구 핑계를 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제가 만약 다시 태어나 인생을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는 똑같은 길을 걷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스타트업 ㈜크리오아시아는 황 박사와 개 복제 서비스를 다시 추진한다고 밝혔다. <헤럴드경제> 보도에 따르면 크리오아시아는 반려동물 장례식장, 동물병원들과 협력해 황 박사와 사업을 진행할 전망이다.

성격까지 
복제되나

크리오아시아 측은 “최근 강아지 복제를 원하는 고객들의 문의가 많이 들어옴에 따라 이달부터 다시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다”며 “다만, 해외로 체세포를 보내야 하는 과정이 추가되기 때문에 기존에 국내서 복제를 진행할 때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비용이 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복제동물이 성격까지 복제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한다. 세포를 채취해 외형적, 유전적 특성을 복제할 뿐, 환경적 요인으로 구성되는 성격, 습관 등은 복제기술로 구현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smk1@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우석 저격한 ‘닥터K’ 류영준

황우석 박사의 근황을 다룬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 ‘줄기세포 논문 조작’을 제보한 류영준 강원대 교수가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18년 전 황 박사를 고발한 그는 “10살 전신마비 소년에게 줄기세포를 주입하려 한다는 얘기에 눈앞이 아찔했다”며 진실을 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당시 아내는 “사안이 너무 커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만류했다.

망설이던 그는 자신에게 닥칠 불이익과 피해를 하나하나 적어나갔다.

의사로서의 삶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년의 배에서 체세포를 뗀 자신이 감당할 죄책감이 더 무거웠다.

원자력병원 레지던트였던 그는 2005년 6월1일 MBC <PD수첩>에 ‘닥터 K’라는 익명으로 제보했다. 

이후 정치권과 언론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끝까지 버틴 끝에 보도가 되고, 그의 신념은 결국 실현됐다.

그와 황 박사의 인연은 1999년부터다.

<네이처>에 실린 영국 복제양 ‘돌리’에 관한 논문을 본 그는 환자 치료에 사용할 세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황 박사는 복제소 ‘영롱이’와 ‘진이’로 명성을 얻고 있던 때였다.

두 사람은 그날 이후 돈독한 사제 관계를 맺었다.

류 교수는 <한겨레>와 한 인터뷰서 “실험실에 들어갔을 때 황 박사는 인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어떤 준비도 돼 있지 않았다. 모든 걸 내가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주장했다.

실험실 청소부터 시작한 류 교수는 ‘영롱이’와 ‘진이’ 논문 보고싶었다. 그러나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선배에게 논문을 달라고 요청했다. 한숨과 함께 돌아온 답은 ‘그런 건 없다’였다”고 토로했다.

류 교수는 이 사건 이후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거짓과 조작의 냄새였다.

황 박사에게 직접 그 이유를 물었더니 ‘우리가 지금 1등을 뺏기면 끝이다. 나중에 우리가 실력을 쌓아서 진짜로 복제하면 된다’고 답하더라는 것이었다.

당시 복제 연구 경쟁 상대인 축산기술연구원에서 조만간 복제소가 태어날 것이라는 정보를 황 박사가 입수한 것이다.

숱한 비리에 둘러싸인 ‘황우석 사건’은 과거 한국이 절대 목표에 복종하면서 벌어진 비윤리적 행태였다.

류 교수는 “젊은 과학자들은 기성세대의 잘못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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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