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조상규 변호사가 겪은 국회 윤리특위의 한계

“멀뚱멀뚱 허수아비 왜 세워놨냐”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조상규 변호사는 지난해 윤석열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신스틸러’다. 당시 조 변호사는 자신의 인수위 해촉 사실과 관련해 “인수위를 누군가 사유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촉된 상황을 취재 차 연락 온 기자에게 처음 들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일주일 뒤 다시 인수위로 복귀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 “불공정에 맞서는 합리주의자”라고 말했다.

조상규 변호사를 만난 장소는 서울 용산구 법무법인 주원 사무실이다. 사무실 창밖에는 대통령실이 훤히 보였다. 그는 2020년 당시 서울 용산구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섰던 바 있다. 대통령실보다 먼저 용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정치 1번가’로 떠오른 용산은 다가올 총선 격전지로 꼽힌다.

조 변호사는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부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 등을 거쳤다. 현재는 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무소속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 결의와 관련해 윤리특위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8일, 조 변호사를 만나 윤리특위와 국회의원 특권의 문제점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리심사자문위원을 4년간 역임하면서 느낀 윤리특위의 한계점과 문제점은?

▲4년 전 5·18 망언 윤리위 제소 당시 처음 파행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천 위원이 4명, 미래통합당이 3명, 바른미래당이 1명이었다. 당시 미래통합당 위원 중 최고령자인 한 분을 위원장으로 확정지었는데, 민주당서 갑자기 추천 위원 한 명을 더 고령자로 교체하면서 위원장 자리를 두고 가로채기하려고 했다.

교체된 장훈열 민주당 위원장은 5·18 유공자 출신이라 이해충돌 논란도 있었다. 아무리 여야 추천으로 구성된다 해도 각자 당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것 같으면 윤리자문위 존재 의의가 없다. 그러면서 2년 임기가 끝나고 재임 당시 각자 정파 색깔을 그대로 비추면 안 된다며 다시 모인 새 위원들과 합의했다.


그 이후 윤리자문위원회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민주당 윤미향 의원 제명 의결도 만장일치로 이뤄냈다. 윤리자문위원회의 발전이었다. 그런데도 지금 윤리특위서 처리를 하지 않았고 결국 윤 의원은 임기를 다 채우게 됐다.

-김남국 의원 제명 결의도 결국 윤리특위서 멈추나?

▲윤리심사자문위원을 4년 지내면서 느낀 바로는 김남국 의원에 대한 윤리심사 자문 의결은 절대 본회의에 못 간다. 보수 쪽에서 반발이 심하겠지만 그렇게 예상된다. 왜냐하면 지금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무너지고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돈봉투 의혹과 관련된 당 내부 리스크와 대북송금 의혹은 또 다른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이런 상황서 이 대표가 과연 김남국 의원직 제명 의결로 당 내부 사법 리스크를 더 끌어올리겠나?

-김남국 의원은 민주당서 먼저 윤리위에 제소했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이 김 의원에게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는데 협조를 하지 않아 결국엔 윤리자문위원회로 올 수밖에 없다. 여당서 윤리심사를 빨리 진행하자 하고 야당에서는 원래 기간대로 하자고 하는데 둘 다 틀렸다. 서로 반대로 이야기했다. 윤리심사를 빨리 할수록 김 의원에게 유리하다. 윤리자문위가 자료도 없는 상태서 어떤 의결을 하겠느냐? 자문위 의결만 밀어붙이면 너무 정무적으로 갔다는 색깔만 비쳐진다.

-여당은 왜 성급히 김남국 의원 윤리위 제소에 서둘렀나?

▲이번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안 남았고 현재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가 이렇게 ‘똥 볼’만 차는 상태서 이슈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 죄책을 두 가지로 나눠 본다면 정치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이 있다. 정치적 측면은 국회의원이 너무 고액의 코인을 투자했다는 점이다. 법률적 측면에선 P2E 게임 합법화 발의 과정서 이해충돌 관계가 있다고 하는데 당시 김 의원은 법사위원회 소속이었으니 직접적인 이해충돌 관계로 볼 수 없다.


-여당서도 코인 논란이 존재한다

▲현재 여당의 코인 논란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저는 지금 국민이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너무 커서 코인 투기 의혹이 야당에 쏠려 있는데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고 본다. 왜냐면 여당의 코인 투기 이슈도 솔직히 김 의원에게 들이댔던 잣대 그대로 해야 한다. 거기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이해충돌 측면에선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권 의원은 3000~4000만원 잃었다고 하는데 그건 국내 코인 이야기다. 중국계 가상자산 거래소인 후오비나 바이낸스 해외거래소 지갑도 오픈하라고 해야 한다.

-해외 코인거래소 지갑은 어떤 문제가 되나?

▲코인 가격을 상승시키는 방식을 시세조종 방식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을 마켓 메이킹(MM)이라고 한다. MM은 중국이 제일 잘하는데 중국 쪽에 다수 인원을 이용해서 진행한다. 권 의원은 전 주중대사였다. 코인 투기 의혹이 있는 권 의원이 그런 정보에 가까이 있지 않다고 국민 중 누가 생각하겠나? 애당초 자산신고도 안 했고 이미 다 처분했을 것이다. 해외거래소 지갑은 들고 있어도 상관없다. 핸드폰 압수만 안 당하면 된다.

-코인 수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수사는 사실 힘들다. 핸드폰을 압수해서 앱을 열어봐야 하는데 수사기관은 할 수가 없다. 해외 거래소에도 공조 요청을 해야 하는데 오픈하지 않는다. 김 의원도 국내 거래소에만 50억~60억을 거래했는데 해외 거래소에는 얼마나 했겠나. 해외 거래소는 더 많을 것이다. 김 의원은 공짜 코인을 받았다는 쟁점서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유는 변명의 여지가 충분한데, 에어드롭으로 받은 코인은 행사로 받은 것이고,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코인이라는 것이다.

“코인 관련 입법 공백, 김남국이 제일 잘 알아”
너무 성급하게 접근…제명의결 본회의 못 갈듯

-누군가에게 코인을 받았다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치자금법 적용은 힘들다는데?

▲정치자금법을 적용할 수 없다. 만약 내가 김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코인을 시세 조작해서 가격을 상승시켜줬다면 그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생각할 수 있다. 부정거래 행위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은 상장된 주식 말고는 적용할 수 없다. 자본시장법에는 자본시장 증권성이 인정돼야 부정거래 행위를 잡을 수가 있는데 현재 한국서 코인은 증권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코인 관련 입법 공백이 취약하다. 변화는 있나?

▲ 코인 사기 관련 피해자들을 다수 변호해왔다. 코인은 자본시장법 적용을 할 수 없어 시세 조정 행위를 처벌하지 못한다. 코인 사기꾼 집단의 주 수법이다. ICO(가상화폐 공개)를 막을 게 아니라 코인을 이용한 시세조종 행위, 내부자 거래 행위를 막았어야 했다.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이후 이제야 법안이 올라갔다. 시세조종 행위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것은 지난 문재인정권도 알았을 텐데도 지난 5년간 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당사자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

-김남국 의원은 입법 공백을 노렸나?


▲김남국 의원은 입법이 부재하다는 것을 더 잘 안다. 시세조정을 해도 처벌이 안 된다는 걸 본인 스스로 잘 알았을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전부터 코인을 했기 때문에 코인 전문가다. 본인 모친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서도 코인 투기를 했다. 어떻게 보면 치료를 받아야 할 수준일 수도 있다. 너무 코인 투기를 많이 해서 코인 중독에 가깝다. 

검찰은 김 의원이 투기한 위믹스 코인에 대해 증권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수사 동력을 잃었다. 남은 수사는 국회의원 윤리 관련이 아니다. 위믹스 코인을 만든 위메이드 회사와 김 의원 간 거래가 있었는지 밝혀야 하는데 못 밝히고 있다. 모친 명의와 여동생 명의 계좌로 코인 거래한 것도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적용할 수도 없다. 김 의원 가족이 코인 투자하는 것을 옆에서 직접 도와줬다고 하면 문제가 안 된다.

-일각에선 위메이드 업무 담당자가 김남국 의원실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위메이드 대관 업무 담당자가 국회를 갔을 때 출입증에 김남국 의원실을 적었겠는가? 안 적는다. 국회 사무처 자료에 각 여당 의원실, 야당 의원실 출입 기록이 남아있었다. 국회 출입 구조가 그렇다. 의원실 하나만 체크해놓으면 그 안에서 여기저기 다닐 수 있다. 결국에는 어떤 의원실에 갔는지 알 수가 없다. 김 의원과 모종의 네트워크를 형성한 사람이 김 의원실을 썼겠나. 그냥 김남국 면죄부 주는 소리다.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이번 제명 결의에 자료가 다 안 왔다는데?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근거를 못 밝히고 재명을 결의한 것도 매우 아쉬웠다. 자료를 못 받았다는 이야기뿐이었는데 수사기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자료 제한성으로 의견을 낼 수 없다며 의견을 거절했어야 했다. 여당서 자료를 제한적으로 제출했다고 비판하는 식으로 나서면 안 된다.


오히려 김 의원이 자료를 제대로 제출 안 해서 의견 못 준다고 압박했어야 했다. 역사상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근거 없이 윤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결의했다. 그는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되고 나서 진행했는데도 여전히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OOO 의원 방지법’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징계 받으면 최소 6개월 내 의결 내려야”

-윤미향 방지법, 박덕흠 방지법 등 관련 법안이 나오기만 할 뿐 실효성이 없는데?

▲국회의원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사법부의 판단을 받았다면, 의원직을 박탈하도록 하자는 게 공통분모고, 국회의원에 대한 특권들을 다 내려놓자는 것으로 헌법을 개정해서 불체포특권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한 번 문제가 되면 최소 6개월 안에 의원 징계와 관련해 판단을 받아야 한다.

민주당 최강욱 의원도 의원직을 다 마치게 생겼다. 최 의원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고발은 한참 전에 이뤄졌는데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제를 해주지 않아 공소시효 만료 전날 오후 11시50분에 기소가 이뤄졌다. 이런 게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최강욱 의원은 1심서 의원직 상실 선고를 받았다

▲당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으로 3년 전에 최 의원을 기소했다. 당시 최 의원은 조국 사건 수사 과정서 딸 조민씨 관련 의전원 인턴 확인서가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건 엄연한 허위 사실 유포다. 권순일 대법관 이야기도 나온다. 권 대법관은 직전에 판결 하나를 만들어놨는데 본인이 본인 관련 사실을 이야기해야 허위 사실 유포라며 제 3자의 이야기를 했을 때는 허위 사실이 아니라며 이재명 대표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1심서 의원직 상실 선고를 받은 최강욱 의원은 임기 만료되게 생겼다. 선거법을 위반해도 의원직 임기를 다 채우는 이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가? 야당에서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고발장을 전달했다며 ‘고발 사주’라고 주장하는데, 법률자문위원으로서 참고자료를 받은 것이지 누구로부터 사주받은 적이 없다.

-선거법 위반은 윤리특위에 징계를 내릴 수 없나?

▲선거법 위반은 법의 심판을 받기 때문에 징계 사유로 올라오지 않는다. 예를 들면 5·18 망언이라던지, 코인 투기 관련 등이 올라온다. 최종 법적 판결이 올라와도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구속 수사는 불가해 결국 윤리자문위원회는 안타깝지만 허수아비다.

어떤 징계 사유를 결정했으면 국회의원이 따르도록 강제력을 부여해야 하는데 본인들이 자기 식구 징계 건을 판단하겠다는 어불성설이다. 자문위원회의 권위가 승격돼야 한다.

-국회의원 특권과 관련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인데?

▲어느 날 TV조선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자가 대통령직인수위원서 해촉됐느냐는 질문과 사진 관련 질문을 했다. 이게 무슨 해촉 사유냐며 보안 위반 사진 얘기는 무슨 말이냐고 물었는데, 기자는 인수위서 나를 해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인수위 실무위원이든, 전문위원이든 공무원으로 인정된다. 공무원을 해촉할 때는 해촉 사유를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한다. 그런데 당시 인수위로부터 문자 한 통 받은 적 없다.

-인수위 내부서 완력 다툼이 있었던 건가?

▲누군가 기자에게 해촉 사실을 당사자보다 먼저 알린 게 아닌가 싶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에는 안철수 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장제원 비서실장이 있었다. TV조선 보도가 나갔던 당일, 안 위원장과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합법화 관련 면담을 했다. 당시 인수위 과학 분과 실무 위원으로 독대를 했는데 해촉시킬 의사가 있었으면 나랑 논의했겠나? 안 위원장은 나한테 관심도 없었다. 그렇다면 누구겠느냐? 과학기술 분과 박성준 간사는 인수위 출근 첫 주에 나를 따로 불러서 인수위 명단에 없다는 말과 함께 조용히 나가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일주일 만에 다시 인수위로 복귀했다

▲왜 문제를 만들어서 조상규를 인수위서 나가게끔 했을까? 분명 인수위가 시끄러워진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인수위 내부의 정치적 음해라고 밝혔다. 당시 인수위원의 성 비위 사실까지 같이 폭로했다. 이후로 많은 인수위원들은 숙청 계획서 보호받을 수 있었다.

-보호받았다는 게 무슨 뜻인가?

▲나를 시작으로 2차, 3차 인수위원 해촉 계획이 있었는데 초강경 대응으로 나오는 바람에 계획이 중단됐다고 전해 들었다. 소송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바랐기 때문에 부담을 끼칠 수 없었다. 인수위원 자진 사퇴 이후 일주일 뒤 경제 분과로 다시 인수위에 들어갔다. 현재는 경찰청 수사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나에 대한 인사검증은 끝났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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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산 넘어 산’ 윤석열 한가위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반가운 얼굴과 둘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예민하지만, 또 그만큼 흥미로운 정치 이야기도 한두 마디씩 오간다. 그래서인지 용산은 마냥 웃을 수 없다. 추석을 앞두고 연이어 리스크가 터졌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연휴 내내 야당이 추석 밥상을 독차지할지도 모른다. 물가는 오르는데 국정 지지율은 내림세다. 추석 연휴 동안 의료 대란은 예견된 문제였다. 야당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역풍 맞을 위기에 처한 마당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의 묘한 거리감도 신경이 쓰인다. 꺼야 할 급한 불이 한두 개가 아니다. 지지율 추락 30% 뚫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20%대인 29.6%를 기록했다. 지난 2022년 8월 첫 번째 주 29.3%를 기록한 이후 약 2년 만에 다시 20%대 지지율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6∼30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이 같은 수치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66.7%, ‘잘 모름’은 3.6%다. 해당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7%였다. 신뢰수준은 95%에 표본오차 ±2.0%p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의료 대란을 비롯한 물가, 당정 갈등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해석했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야당이 의료 공백 문제를 입 모아 지적하면서 크게 영향을 끼쳤다는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의료개혁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를 겨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국정브리핑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 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기존의 뜻을 확고히 했다. 의료진과 대통령의 인식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의료 현장을 가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 “비상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등의 말을 했다. 이에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혼자서만 달나라에 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해 “중증·난치 환자를 떠나버린 전공의가 제일 먼저 잘못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응급실은 중증 환자만 이용할 수 있게 제도화할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가 상황 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4일 윤 대통령은 심야 응급실을 방문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의료진이 ‘번아웃’되지 않도록 각종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지만 이미 갈등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길어지는 의료 대란, 사면초가 한동훈 영부인 공천 논란까지? 상다리 휘는 야 물가 문제도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지난 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은 작년 동월 대비 2.0%로 집계됐다. 이는 1.9%이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정부는 이 점을 강조하며 물가 안정세를 강조했지만 당초 지난달 물가가 높았던 탓에 국민이 체감하긴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달 정부는 민주당이 발의한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에 대해 거부권을 썼다. ‘현금 살포’ ‘표풀리즘’이란 지적이 나와도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된다는데 싫어할 국민은 없다”며 “추석을 앞두고 (25만원 지원법을)딱 잘라 거절했으니 이에 맞먹을 대응책을 가져와야 한다.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법안이든 지원금이든 국민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기초생활수급자 167만명에게 지급하는 생계급여를 추석 전 조기 지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민생경제 분야서 승부수를 띄웠다. 같은 날 민주당은 당론으로 추진하던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역화폐법 개정안)을 국회서 의결하면서 마찬가지로 이슈 선점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추진하던 25만원 지원법과 다를 바가 없다며 “내 세금 살포법”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을 정쟁 법안으로 활용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맞불을 놨다. 용산을 향한 야당의 공세가 날로 거칠어지고 있다. 이에 맞서 검찰이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야권 인사를 겨냥해 수사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격 대상이 됐다. 김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권오수 전 회장 등의 2심 선고기일이 오는 12일 예정된 만큼 이를 덮기 위한 ‘급발진 수사’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점에서다. 검찰은 오는 9일 신 전 청와대 행정관에 대한 공판기일 전 이뤄지는 증인신문에 “문 전 대통령도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법적으로 따졌을 때 출석 의무는 없지만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보고 있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진다. 다시 쥔 총자루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는 문 전 대통령과 딸 문다혜씨에 대한 수사를 두고 “추석 명절 밥상에 윤석열, 김건희 대신 다른 이름을 올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부부에 대한 혐의는 덮어주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 대해서는 도의를 무시하는 수사를 전개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을 받는 김혜경 여사도 소환했다. 지난 5일 김 여사가 수원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을 두고 민주당은 “야당 대표로 모자라 배우자까지 추석 밥상머리에 제물로 올리려는 정치검찰의 막장 행태”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윤정부는 집권 후 추석 밥상마다 이 대표를 올리려는 시도를 계속해 왔다”며 “검찰은 이번에도 반성은커녕 야당 대표의 배우자마저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겠다고 한다.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 탄압 수사가 검찰의 추석 기념행사냐”고 직격했다.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추석 밥상에 올라오나 싶더니 김건희 여사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나오면서 순식간에 분위기가 뒤집혔다. 김 여사가 지난 4·10 총선을 앞두고 당시 5선이었던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겨 출마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야당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여사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명품가방 수수 의혹부터 공천 개입 논란까지 전 방향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 전 의원이 당초 컷오프된 점을 들며 반박했지만 논란이 쉽게 가라앉진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소문이 무성하던 김 여사의 당무 개입과 선거 개입, 국정 농단이 실제로 있었다는 것이 되기 때문에 경악할 수밖에 없다”며 “‘김건희 특검법’에 이를 포함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엄포를 놨다. 혁신당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당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답하지 않을 경우 김건희씨의 국정 농단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검찰이 야당의 발목을 잡나 싶었지만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형국이다. 용산이 코너에 몰린 상황서 여당이 난관을 헤치고 새로운 의제로 판을 엎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끝까지 시끌벅적 하지만 ‘N번째 윤-한 갈등’이 불거진 시점서 당에 큰 기대를 하기엔 어렵지 않겠냐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합심해 추석 밥상을 차리고 싶어도 자꾸만 손발이 엇나가니 오히려 민주당만 득을 본다는 설명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국민의힘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지켜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 대표가 제3자 특검법을 입 밖으로 내뱉은 순간 야당에 꽃놀이패를 직접 쥐어준 것과 다름없다. 한 대표가 용산과 언제 또 충돌할까 지켜보는 당 입장에서는 조마조마하다”고 토로했다. 다음 달 재보궐선거가 치러질 부산 금정구서 만에 하나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한 대표 사퇴 요구로 이어질 것이란 구설이 여의도 정가를 떠돈다. 지난해 강서구청장 선거서 국민의힘이 패배하자 김기현 전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한 것처럼 한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아직은 친한(친 한동훈)계 보다 친윤(친 윤석열)계 비중이 큰 만큼 당이 갈라지진 않겠지만 60%가 넘는 당원이 선택한 당 대표를 쫓아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정 갈등마저도 야당의 반찬으로 내어줬다. 용산이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해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 카드를 제시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용산은 이 대표와의 영수회담을 반기지 않았다. 지난달 29일 국정 브리핑서도 이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대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가 아니라 제가 살아오면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이라며 국회 정상화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사실상 이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한 셈이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첫 영수회담은 지난 4월29일이었다. 윤정부 출범 이후 720일, 4·10 총선이 끝난 지 18일 만이었다. 당시 총선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국정 전환용으로 ‘소통하는 정부’를 내세웠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다. 지금처럼 민주당이 온갖 리스크를 꺼내 들고 국정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 영수회담에 응하지 않겠냐는 설명이 나오는 이유다. 꽉 막힌 국회 탄핵 거부권만 도돌이표 분위기 반전시킬 영수회담 카드 꺼낼까 이 대표는 지난 8·18 전당대회서 재임에 성공한 직후부터 줄곧 대화를 요청해 왔다. 윤 대통령 입장서도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무기한으로 미룰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첫 번째 영수회담처럼 ‘안 만나느니만 못하다’는 지적이 나올 경우, 오히려 용산의 실책으로 이어질 우려가 제시된다. 지난 1일 여야 대표 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만큼 대통령조차 야당 대표를 설득하는 데 실패한다면 민주당이 “불통” “꽉 막힌 소통” 등 공격적인 논평을 쏟아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영수회담이 이뤄져도 꽁꽁 얼어붙은 정국이 풀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난 5일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제22대 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서 ‘여야정 민생협의체’를 제안했다. 하지만 연설 후반부에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자 야당 측 의석서 반발이 터져 나왔고 민생협의체 논의는 뒷순위로 밀렸다. 야당 의원들 사이서 윤 대통령이 보내온 추석 선물을 거부하는 ‘선물 보이콧’도 일어났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은 자신의 SNS에 추석 선물 사진과 함께 “용산 대통령로부터 배달이 왔다”며 “받기 싫은데 왜 또다시 스토커처럼 일방적으로 (선물을)보내시나”라고 글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한 ‘스토커 수사’나 중단하라”는 말도 덧붙였다. 혁신당 김준형 의원도 “‘선물 보내지 마시라’고 분명히 말했지만 외교도, 장관 임명도 마음대로”라며 “(국회)개원식 불참까지 제멋대로 하더니 안 받겠다는 선물을 기어이 보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은 “당장 눈앞에 택배기사님 고충을 생각하시는 것부터 시작하시라. 참고로 대통령실 명절선물은 지역주민들의 피땀으로 만든 특산품”이라고 말하는 등 국회 곳곳서 잡음이 일기도 했다. 한 차례 고비를 넘겨도 용산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국정감사와 예산 심사가 끝나면 수능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4대 개혁(연금·의료·교육·노동) 중 교육개혁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곧 수능이…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석에 의료개혁이 문제가 됐다면 그다음으로는 교육개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교육개혁이든 의료개혁이든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이 개혁안을 벌여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하니 사방서 문제가 동시에 터지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으로 인해 올해 수능은 ‘초긴장 모드’다. 지난해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계가 크게 반발한 만큼 정부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의협 당직 병원 반발 “추석에 아프면 대통령실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정부의 추석 연휴 당직병원 운영 방침에 크게 반발했다. 앞서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에 약 4000곳을 대상으로 당직 병·의원을 운영할 계획을 밝히자 “민간 의료기관에 부당한 노동을 강요하고 있다”고 반박한 것이다. 아울러 의협은 의사 회원을 대상으로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한다”며 “추석 연휴 응급진료 이용은 정부 기관이나 대통령실로 연락하시기 바란다”는 공지를 전송했다. 공지 말미에는 ‘02-800-7070’라는 연락처를 덧붙였다. 이는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논란이 됐던 대통령실 번호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