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조상규 변호사가 겪은 국회 윤리특위의 한계

“멀뚱멀뚱 허수아비 왜 세워놨냐”

[일요시사 취재1팀] 옥지훈 기자 = 조상규 변호사는 지난해 윤석열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신스틸러’다. 당시 조 변호사는 자신의 인수위 해촉 사실과 관련해 “인수위를 누군가 사유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촉된 상황을 취재 차 연락 온 기자에게 처음 들었다고 했다. 이후 그는 일주일 뒤 다시 인수위로 복귀했다. 그는 자신에 대해 “불공정에 맞서는 합리주의자”라고 말했다.

조상규 변호사를 만난 장소는 서울 용산구 법무법인 주원 사무실이다. 사무실 창밖에는 대통령실이 훤히 보였다. 그는 2020년 당시 서울 용산구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예비후보로 나섰던 바 있다. 대통령실보다 먼저 용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정치 1번가’로 떠오른 용산은 다가올 총선 격전지로 꼽힌다.

조 변호사는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부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 등을 거쳤다. 현재는 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그는 무소속 김남국 의원에 대한 제명 결의와 관련해 윤리특위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일요시사>는 지난 8일, 조 변호사를 만나 윤리특위와 국회의원 특권의 문제점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윤리심사자문위원을 4년간 역임하면서 느낀 윤리특위의 한계점과 문제점은?

▲4년 전 5·18 망언 윤리위 제소 당시 처음 파행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추천 위원이 4명, 미래통합당이 3명, 바른미래당이 1명이었다. 당시 미래통합당 위원 중 최고령자인 한 분을 위원장으로 확정지었는데, 민주당서 갑자기 추천 위원 한 명을 더 고령자로 교체하면서 위원장 자리를 두고 가로채기하려고 했다.

교체된 장훈열 민주당 위원장은 5·18 유공자 출신이라 이해충돌 논란도 있었다. 아무리 여야 추천으로 구성된다 해도 각자 당의 이해관계를 대변할 것 같으면 윤리자문위 존재 의의가 없다. 그러면서 2년 임기가 끝나고 재임 당시 각자 정파 색깔을 그대로 비추면 안 된다며 다시 모인 새 위원들과 합의했다.


그 이후 윤리자문위원회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 민주당 윤미향 의원 제명 의결도 만장일치로 이뤄냈다. 윤리자문위원회의 발전이었다. 그런데도 지금 윤리특위서 처리를 하지 않았고 결국 윤 의원은 임기를 다 채우게 됐다.

-김남국 의원 제명 결의도 결국 윤리특위서 멈추나?

▲윤리심사자문위원을 4년 지내면서 느낀 바로는 김남국 의원에 대한 윤리심사 자문 의결은 절대 본회의에 못 간다. 보수 쪽에서 반발이 심하겠지만 그렇게 예상된다. 왜냐하면 지금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무너지고 있다.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발언, 돈봉투 의혹과 관련된 당 내부 리스크와 대북송금 의혹은 또 다른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다. 이런 상황서 이 대표가 과연 김남국 의원직 제명 의결로 당 내부 사법 리스크를 더 끌어올리겠나?

-김남국 의원은 민주당서 먼저 윤리위에 제소했다

▲민주당 진상조사단이 김 의원에게 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는데 협조를 하지 않아 결국엔 윤리자문위원회로 올 수밖에 없다. 여당서 윤리심사를 빨리 진행하자 하고 야당에서는 원래 기간대로 하자고 하는데 둘 다 틀렸다. 서로 반대로 이야기했다. 윤리심사를 빨리 할수록 김 의원에게 유리하다. 윤리자문위가 자료도 없는 상태서 어떤 의결을 하겠느냐? 자문위 의결만 밀어붙이면 너무 정무적으로 갔다는 색깔만 비쳐진다.

-여당은 왜 성급히 김남국 의원 윤리위 제소에 서둘렀나?

▲이번 21대 국회 임기가 얼마 안 남았고 현재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가 이렇게 ‘똥 볼’만 차는 상태서 이슈를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 죄책을 두 가지로 나눠 본다면 정치적 측면과 법률적 측면이 있다. 정치적 측면은 국회의원이 너무 고액의 코인을 투자했다는 점이다. 법률적 측면에선 P2E 게임 합법화 발의 과정서 이해충돌 관계가 있다고 하는데 당시 김 의원은 법사위원회 소속이었으니 직접적인 이해충돌 관계로 볼 수 없다.


-여당서도 코인 논란이 존재한다

▲현재 여당의 코인 논란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 저는 지금 국민이 야당의 사법 리스크가 너무 커서 코인 투기 의혹이 야당에 쏠려 있는데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고 본다. 왜냐면 여당의 코인 투기 이슈도 솔직히 김 의원에게 들이댔던 잣대 그대로 해야 한다. 거기서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권영세 의원이 이해충돌 측면에선 더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권 의원은 3000~4000만원 잃었다고 하는데 그건 국내 코인 이야기다. 중국계 가상자산 거래소인 후오비나 바이낸스 해외거래소 지갑도 오픈하라고 해야 한다.

-해외 코인거래소 지갑은 어떤 문제가 되나?

▲코인 가격을 상승시키는 방식을 시세조종 방식이라고 부르는데 그것을 마켓 메이킹(MM)이라고 한다. MM은 중국이 제일 잘하는데 중국 쪽에 다수 인원을 이용해서 진행한다. 권 의원은 전 주중대사였다. 코인 투기 의혹이 있는 권 의원이 그런 정보에 가까이 있지 않다고 국민 중 누가 생각하겠나? 애당초 자산신고도 안 했고 이미 다 처분했을 것이다. 해외거래소 지갑은 들고 있어도 상관없다. 핸드폰 압수만 안 당하면 된다.

-코인 수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수사는 사실 힘들다. 핸드폰을 압수해서 앱을 열어봐야 하는데 수사기관은 할 수가 없다. 해외 거래소에도 공조 요청을 해야 하는데 오픈하지 않는다. 김 의원도 국내 거래소에만 50억~60억을 거래했는데 해외 거래소에는 얼마나 했겠나. 해외 거래소는 더 많을 것이다. 김 의원은 공짜 코인을 받았다는 쟁점서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유는 변명의 여지가 충분한데, 에어드롭으로 받은 코인은 행사로 받은 것이고, 아무나 받을 수 있는 코인이라는 것이다.

“코인 관련 입법 공백, 김남국이 제일 잘 알아”
너무 성급하게 접근…제명의결 본회의 못 갈듯

-누군가에게 코인을 받았다는 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치자금법 적용은 힘들다는데?

▲정치자금법을 적용할 수 없다. 만약 내가 김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코인을 시세 조작해서 가격을 상승시켜줬다면 그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생각할 수 있다. 부정거래 행위를 잡아야 한다. 그러나 자본시장법은 상장된 주식 말고는 적용할 수 없다. 자본시장법에는 자본시장 증권성이 인정돼야 부정거래 행위를 잡을 수가 있는데 현재 한국서 코인은 증권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코인 관련 입법 공백이 취약하다. 변화는 있나?

▲ 코인 사기 관련 피해자들을 다수 변호해왔다. 코인은 자본시장법 적용을 할 수 없어 시세 조정 행위를 처벌하지 못한다. 코인 사기꾼 집단의 주 수법이다. ICO(가상화폐 공개)를 막을 게 아니라 코인을 이용한 시세조종 행위, 내부자 거래 행위를 막았어야 했다. 김남국 의원 코인 사태 이후 이제야 법안이 올라갔다. 시세조종 행위를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것은 지난 문재인정권도 알았을 텐데도 지난 5년간 하지 않았다. 본인들이 당사자일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

-김남국 의원은 입법 공백을 노렸나?


▲김남국 의원은 입법이 부재하다는 것을 더 잘 안다. 시세조정을 해도 처벌이 안 된다는 걸 본인 스스로 잘 알았을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전부터 코인을 했기 때문에 코인 전문가다. 본인 모친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서도 코인 투기를 했다. 어떻게 보면 치료를 받아야 할 수준일 수도 있다. 너무 코인 투기를 많이 해서 코인 중독에 가깝다. 

검찰은 김 의원이 투기한 위믹스 코인에 대해 증권성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수사 동력을 잃었다. 남은 수사는 국회의원 윤리 관련이 아니다. 위믹스 코인을 만든 위메이드 회사와 김 의원 간 거래가 있었는지 밝혀야 하는데 못 밝히고 있다. 모친 명의와 여동생 명의 계좌로 코인 거래한 것도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적용할 수도 없다. 김 의원 가족이 코인 투자하는 것을 옆에서 직접 도와줬다고 하면 문제가 안 된다.

-일각에선 위메이드 업무 담당자가 김남국 의원실을 방문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위메이드 대관 업무 담당자가 국회를 갔을 때 출입증에 김남국 의원실을 적었겠는가? 안 적는다. 국회 사무처 자료에 각 여당 의원실, 야당 의원실 출입 기록이 남아있었다. 국회 출입 구조가 그렇다. 의원실 하나만 체크해놓으면 그 안에서 여기저기 다닐 수 있다. 결국에는 어떤 의원실에 갔는지 알 수가 없다. 김 의원과 모종의 네트워크를 형성한 사람이 김 의원실을 썼겠나. 그냥 김남국 면죄부 주는 소리다.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이번 제명 결의에 자료가 다 안 왔다는데?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근거를 못 밝히고 재명을 결의한 것도 매우 아쉬웠다. 자료를 못 받았다는 이야기뿐이었는데 수사기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자료 제한성으로 의견을 낼 수 없다며 의견을 거절했어야 했다. 여당서 자료를 제한적으로 제출했다고 비판하는 식으로 나서면 안 된다.


오히려 김 의원이 자료를 제대로 제출 안 해서 의견 못 준다고 압박했어야 했다. 역사상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근거 없이 윤 의원에 대한 의원직 제명을 결의했다. 그는 이미 유죄 판결이 확정되고 나서 진행했는데도 여전히 의정 활동을 하고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OOO 의원 방지법’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징계 받으면 최소 6개월 내 의결 내려야”

-윤미향 방지법, 박덕흠 방지법 등 관련 법안이 나오기만 할 뿐 실효성이 없는데?

▲국회의원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사법부의 판단을 받았다면, 의원직을 박탈하도록 하자는 게 공통분모고, 국회의원에 대한 특권들을 다 내려놓자는 것으로 헌법을 개정해서 불체포특권을 없애야 한다. 그리고 한 번 문제가 되면 최소 6개월 안에 의원 징계와 관련해 판단을 받아야 한다.

민주당 최강욱 의원도 의원직을 다 마치게 생겼다. 최 의원과 관련한 선거법 위반 고발은 한참 전에 이뤄졌는데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결제를 해주지 않아 공소시효 만료 전날 오후 11시50분에 기소가 이뤄졌다. 이런 게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최강욱 의원은 1심서 의원직 상실 선고를 받았다

▲당시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으로 3년 전에 최 의원을 기소했다. 당시 최 의원은 조국 사건 수사 과정서 딸 조민씨 관련 의전원 인턴 확인서가 허위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건 엄연한 허위 사실 유포다. 권순일 대법관 이야기도 나온다. 권 대법관은 직전에 판결 하나를 만들어놨는데 본인이 본인 관련 사실을 이야기해야 허위 사실 유포라며 제 3자의 이야기를 했을 때는 허위 사실이 아니라며 이재명 대표에 무죄 판결을 내렸다.

1심서 의원직 상실 선고를 받은 최강욱 의원은 임기 만료되게 생겼다. 선거법을 위반해도 의원직 임기를 다 채우는 이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가? 야당에서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고발장을 전달했다며 ‘고발 사주’라고 주장하는데, 법률자문위원으로서 참고자료를 받은 것이지 누구로부터 사주받은 적이 없다.

-선거법 위반은 윤리특위에 징계를 내릴 수 없나?

▲선거법 위반은 법의 심판을 받기 때문에 징계 사유로 올라오지 않는다. 예를 들면 5·18 망언이라던지, 코인 투기 관련 등이 올라온다. 최종 법적 판결이 올라와도 불체포특권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구속 수사는 불가해 결국 윤리자문위원회는 안타깝지만 허수아비다.

어떤 징계 사유를 결정했으면 국회의원이 따르도록 강제력을 부여해야 하는데 본인들이 자기 식구 징계 건을 판단하겠다는 어불성설이다. 자문위원회의 권위가 승격돼야 한다.

-국회의원 특권과 관련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인데?

▲어느 날 TV조선 기자로부터 연락이 왔다. 기자가 대통령직인수위원서 해촉됐느냐는 질문과 사진 관련 질문을 했다. 이게 무슨 해촉 사유냐며 보안 위반 사진 얘기는 무슨 말이냐고 물었는데, 기자는 인수위서 나를 해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인수위 실무위원이든, 전문위원이든 공무원으로 인정된다. 공무원을 해촉할 때는 해촉 사유를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하고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부여한다. 그런데 당시 인수위로부터 문자 한 통 받은 적 없다.

-인수위 내부서 완력 다툼이 있었던 건가?

▲누군가 기자에게 해촉 사실을 당사자보다 먼저 알린 게 아닌가 싶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에는 안철수 위원장, 권영세 부위원장, 장제원 비서실장이 있었다. TV조선 보도가 나갔던 당일, 안 위원장과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합법화 관련 면담을 했다. 당시 인수위 과학 분과 실무 위원으로 독대를 했는데 해촉시킬 의사가 있었으면 나랑 논의했겠나? 안 위원장은 나한테 관심도 없었다. 그렇다면 누구겠느냐? 과학기술 분과 박성준 간사는 인수위 출근 첫 주에 나를 따로 불러서 인수위 명단에 없다는 말과 함께 조용히 나가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후 일주일 만에 다시 인수위로 복귀했다

▲왜 문제를 만들어서 조상규를 인수위서 나가게끔 했을까? 분명 인수위가 시끄러워진다는 걸 알았을 것이다. 그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인수위 내부의 정치적 음해라고 밝혔다. 당시 인수위원의 성 비위 사실까지 같이 폭로했다. 이후로 많은 인수위원들은 숙청 계획서 보호받을 수 있었다.

-보호받았다는 게 무슨 뜻인가?

▲나를 시작으로 2차, 3차 인수위원 해촉 계획이 있었는데 초강경 대응으로 나오는 바람에 계획이 중단됐다고 전해 들었다. 소송을 택할 수도 있었지만,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바랐기 때문에 부담을 끼칠 수 없었다. 인수위원 자진 사퇴 이후 일주일 뒤 경제 분과로 다시 인수위에 들어갔다. 현재는 경찰청 수사심의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나에 대한 인사검증은 끝났다.

<ojh34522@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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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