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성 여행 ②광주 남한산성

하늘과 산과 숲 사이로 난 요새

남한산성(사적)은 1624년(인조 2년) 축성을 시작해 1626년에 완공했다. 이괄의 난을 겪은 뒤 조선 왕실의 보장처(전쟁 시 임금과 조정이 대피하는 곳)로 지었다. 통일신라 주장성 터에 성돌을 쌓고, 여장(성 위에 낮게 쌓은 담) 1897타, 옹성 3곳, 우물 80개 등을 조성했다.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능선을 따라 쌓아, 방어에 유리한 요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1636년, 인조는 남한산성으로 피신한다. 병자호란이다.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보낸 시간은 소설과 영화로 만들어졌다. 2007년 작 <남한산성>은 <칼의 노래>와 <하얼빈> 등으로 알려진 소설가 김훈의 작품이다. 무심한 듯 덤덤히 써 내려간 글은 그날의 시린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남한산성>은 2017년 영화로 다시 태어났다.

남한산성의 시간

웹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이병헌과 김윤석이 각각 이조판서 최명길과 예조판서 김상헌 역을 맡았다. 영화는 치욕을 견디는 것과 끝까지 항전하는 것, 그 어느 편에도 서지 않음으로 그날의 비통함을 전달한다. 영화와 소설을 읽고 방문하면 어렴풋하게나마 그날을 그려볼 수 있다.

남한산성은 201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동아시아에서 도시계획과 축성술이 교류한 증거로서 군사 유산이라는 점’ ‘지형을 이용한 축성술과 방어술의 시대별 층위가 결집한 초대형 포곡식 산성이라는 점’을 인정받았다. 포곡식(包谷式)은 글자 그대로 계곡을 감싼 성이다. 성이 골짜기를 끼고 있어, 물이 충분하니 장기전이 가능했다.

인조는 남한산성서 47일을 버티다 청나라에 항복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6월 남한산성은 그 겨울과 달리 푸르고 청명하다. 파란 하늘과 초록 산의 경계를 따라 산성이 지난다. 부속 시설을 포함한 성벽 둘레가 약 12.4㎞, 가파른 구간이 많지 않아 산책이나 가벼운 등산이 가능하다. 길가에서 오랜 나무의 신록을 마주하거나, 너른 그늘에서 쉬기도 적합하다.

남한산성은 보통 5개 탐방로를 기본으로 돌아본다. 1·2·4코스는 산성로터리, 3·5코스는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꼭 탐방로를 따를 까닭은 없다. 샛길이 많으니 체력에 맞춰 원하는 만큼 걸으면 된다. 가장 인기 있는 구간은 1코스다. 산성로터리서 출발해 북문-서문-수어장대-영춘정-남문을 지나 회귀한다.

약 3.8㎞로, 1시간20분쯤 걸린다. 북문(전승문)이 해체 보수공사(오는 10월까지 예정) 중이나, 북문을 보지 못하는 점 외에 큰 불편은 없다.

북문 쪽에서 산성을 따라 서문(우익문)까지 걷는 구간은 완만하다. 북서쪽 끝에는 옹성을 연주봉까지 연장했다. 연주봉 옹성 입구에서 서문까지는 전망이 일품이다. 잠실과 롯데월드타워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 성곽 바깥으로 서문전망대가 있으나, 산성 안쪽에서 보는 풍경이 더 매력적이다. 서문은 인조가 청나라에 항복하기 위해 삼전도로 향할 때 나선 문이다. 성문에 슬픈 역사가 깃든다.

수어장대(보물) 역시 남한산성의 대표적인 장소다. 군사 지휘와 관측 목적으로 지었으며, 남한산성 장대 5곳 중 유일하게 남았다. 인조 때 1층으로 지은 것을 영조 대에 이르러 2층으로 개축했으며, 안쪽에 무망루(無忘樓)라는 편액을 걸었다. 병자호란의 치욕을 잊지 말자는 의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성문에 깃든 슬픈 역사

수어장대-영춘정 구간은 여장 보수공사(2023년 6월 30일까지 예정)로 산성을 따라 걷지 못하지만, 성안 숲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수어장대를 비롯해 남한산성 일대는 소나무 숲이 울창하다. 산성리 사람들이 금림조합을 결성해 지켜낸 덕이다.


남문(지화문)에 이르면 산성로터리로 돌아가도 되고, 동문까지 산성 길을 따라도 무방하다. 남문에서 동문 가는 길은 옹성 3곳이 이어지고, 암문이 많아 이전과 다른 풍경을 볼 수 있다. 남문-동문 구간은 남한산성 탐방로 5코스의 끝자락이다. 5코스는 동서남북 성문을 두루 돌아볼 수 있는, 제일 긴 코스다.

약 7.7㎞로, 3시간20분 남짓 걸린다. 동문에서 장경사(경기문화재자료) 방면은 일부 구간 성곽이 허물어져 유의해야 한다.

3코스 역시 동문 중심인데, 승군이 머물던 주요 사찰을 포함한다. 장경사, 망월사, 현절사(경기유형문화재) 등 숲길을 지나는 구간이 우세하다. 그 가운데 장경사(長慶寺) 현판이 걸린 요사채가 유서 깊다. 한글 주련(기둥이나 벽 따위에 장식으로 써서 붙이는 말귀)이 눈에 띈다.

현절사는 병자호란 당시 항복에 반대한 삼학사(홍익한, 윤집, 오달제)와 김상헌, 정온 등을 배향한다. 가장 짧은 탐방로는 2코스다. 산성로터리서 서문과 수어장대를 오가는 2.8㎞ 거리로, 약 1시간이 걸린다. 산성 구간은 서문과 수어장대 정도지만, 그윽한 숲이 매혹한다.

남한산성까지 갔다면 남한산성 행궁(사적)을 빼놓을 수 없다. 행궁은 왕이 임시로 거처하는 도성 밖의 궁궐이다. 남한산성 행궁은 인조가 남한산성을 축성할 때 같이 세웠으며, 병자호란 당시 거처한 곳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것을 2002년과 2004년 재건했다.

왕이 집무한 외행전, 왕의 침실인 내행전 등을 갖춘 227칸 궁궐이다. 조선 시대 행궁 가운데 유일하게 종묘와 사직을 두고 있다. 한남루에 들어서면 외삼문 남북 행각을 사선으로 마주하는데, 시각적 긴장감이 행각을 웅장하게 연출한다. 좌승당 뒤편의 이위정은 활을 쏘기 위해 세운 정자로, 행궁서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광주는 이천, 여주와 더불어 경기도를 대표하는 도예의 고장이다. 조선 시대 나라에서 운영하던 관요가 있어, 왕실용 도자기를 생산한 곳이기도 하다. 곤지암도자공원 내 경기도자박물관은 광주 도예의 역사를 확인하는 명소다. 상설전 〈도자기로 보는 우리 역사〉는 고려와 조선의 도자기, 생활 속의 백자 등을 전시한다.

곤지암도자공원은 박물관 외에 스페인조각공원, 전통가마, 구석기체험마당 등을 포함해 6월의 야외 쉼터로 적합하다. 도자쇼핑몰에서 도자기 쇼핑이 가능하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은 광주8경 가운데 3경에 해당한다. 경안천 변에 자리하며, 팔당댐이 건설됨에 따라 일대 농지와 저지대 등이 습지로 변한 곳이다. 연밭길, 금개구리 서식지, 갈대·수생식물 군락 사이를 걸으며 수생 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경안천습지생태공원

공원과 경안천 사이로 난 벚꽃길도 시야가 트여 경쾌하고, 공원의 수생식물 군락지 사이로 난 단풍나무길은 호젓해서 다정하다. 봄가을이 아니어도 충만한 자연이다. 6월부터는 연밭길 덱 위에서 연꽃을 감상하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이다. 아직 외부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광주에서는 알음알음 소문난 쉼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역사 여행: 남한산성→남한산성 행궁→경기도자박물관, 풍경 여행: 남한산성→남한산성 행궁→경안천습지생태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남한산성→남한산성 행궁→경기도자박물관
-둘째 날: 영은미술관→경안천습지생태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광주문화관광 www.gjcity.go.kr/tour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www.gg.go.kr/namhansansung-2
-경기도자박물관(한국도자재단) www.ggcm.or.kr

문의 전화
-광주시청 체육관광과 031)760-1723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031)8008-5155
-경기도자박물관 031)799-1500
-경안천생태습지공원(광주시청 도시공원팀) 031)762-1039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전철 8호선 산성역 2번 출구, 산성역·포레스티아동문 정류장서 52번·9번·9-1번(휴일 운행) 버스 이용, 남한산성(종점) 정류장 하차.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셔틀버스] 3~11월 주말 남한산성면행정복지센터 주차장-남한산성도립공원 중앙주차장 무료 셔틀버스 운행(평일, 7~8월 제외).

*문의: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031)8008-5155, www.gg.go.kr/namhansansung-2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경기광주톨게이트→해공로 팔당·하남 방면 우회전, 3.2㎞→남한산성로 성남 방면 좌회전, 7.3㎞→좌회전, 287m→남한산성도립공원 중앙주차장

숙박 정보
-곤지암리조트: 도척면 도척윗로, 1661-8787, www.konjiam resort.co.kr
-제이알랜드: 도척면 독고개길302번길, 031)797-3330, www.jrland.co.kr
-정온펜션(반려견 동반 가능): 퇴촌면 갈올길11번길, 010-2679-8199, www.jo-pension.co.kr

식당 정보
-시래마루(시래기가마솥밥): 곤지암읍 경충대로, 031)797-33 14
-두메산골집 (능이버섯백숙): 남한산성면 불당길37번길, 031)743-3155
-남한산성카페 류(마카다미아크림라테): 남한산성면 남한산성로, 031)747-4006

주변 볼거리
화담숲, 율봄식물원, 닻미술관, 풀짚공예박물관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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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