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광주 송암동에선 무슨 일이…

“또 다른 민간인 학살 있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탕, 탕, 탕’ 마을의 평화는 총소리에 부서졌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은 마을주민의 어깨가 총소리가 날 때마다 튀어 올랐다. 군인이 쏜 총에 옆에 서 있던 동료가 바닥으로 고꾸라진 순간 ‘삐-’ 긴 이명이 사위를 감쌌다. 1980년 5월24일 광주 송암동서 무슨 일인가 벌어졌다. 

1980년 5월의 광주는 ‘피의 도시’였다. 계엄군의 총에 스러져간 광주시민이 흘린 피, 민주주의를 외치는 시민군의 피 맺힌 목소리가 도시를 에워쌌다. 그로부터 43년이 흘렀지만 광주의 5월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조훈 감독은 전남도청과 금남로를 넘어 송암동으로 눈을 돌렸다. 우리가 눈을 돌린 그곳에 또 다른 진실이 있었다.

그날 그곳

지난 8일 서울 용산CGV서 영화 <송암동>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시사회 객석은 언론 관계자를 비롯한 영화인, 출연 배우 등으로 가득 찼다. 1시간12분의 상영시간이 지나고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는 동안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후 이 감독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송암동>은 1980년 5월24일 광주 변두리의 송암동에서 일어난 일을 쫓는다. 송암동은 헬기가 날아다니고 계엄군의 발포에 가족을 잃은 시민의 절규로 가득한 전남도청 일대와는 달리 나름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었다. 마을 주민은 동네를 자유롭게 활보했고 지나가는 사람의 안부를 물었다. 

평상에 앉아 있던 이들은 광주 시내에 사는 자식에게 줄 음식을 머리에 이고 지나가는 여성에게 우유를 건네고, 여성은 김치를 손수 찢어 맛을 보여준다. 이들은 잠시 뒤 벌어질 비극을 상상조차 못하는 모습이다. 아이들은 개울서 멱을 감고 전쟁놀이를 한다. 형이 사준 고무신을 신고 뛰노는 소년은 천진난만하기만 하다.


송암동 일대서 총소리가 들린다는 제보를 접한 시민군 ‘최진수’는 트럭을 타고 무기 회수를 위해 마을로 향한다. 도로가에 트럭을 세우고 잠시 주변부를 살피던 그 찰나 갑작스레 총격전이 벌어졌다. 총성에 놀란 시민군과 민간인은 혼비백산 한 채로 몸을 숨겼다.

총알이 빗발치는 아비규환의 현장서 이들은 숨을 죽인 채 시간이 가기만을 빌었다.

공수부대·전투교육사령부대 오인교전
무차별 총격에 마을 초토화·아이 사망

송암동 일대를 지나던 공수부대의 무차별 총격에 이 지역 목포방향 도로에 바리케이트를 구축하던 전투교육사령부대가 응사했다. 공수부대가 자신들을 향해 총을 쏜다고 착각해 교전을 벌인 것이다. 이 오인교전 과정서 공수부대원 9명이 사망하고 수십명이 다쳤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동료를 잃은 공수부대원이 민간인을 ‘폭도’로 규정하고 보복학살에 나선 것.

공수부대의 학살은 무자비했다. 어떤 확인 절차도 없이 총을 발포했다. 민가에 숨어 있던 시민군은 그 서슬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한다. 투항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는 말도 잠시, 시민군 가운데 1명은 마당에 내려서자마자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귀를 찢을 듯한 총성에 곁에 있던 최진수는 이명에 휩싸인 채 넋을 잃었다. 


빗발치는 총알은 아이들의 몸도 꿰뚫었다. 이날 총격으로 최소 2명의 아이가 총에 맞아 사망했다. 아이의 나이는 각각 11세, 12세였다. 소식을 들은 아이의 엄마와 형은 시신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공수부대는 송암동서 사망한 사람이 6명에 불과하다고 보고했다. 1989년 국회 광주 청문회서도 이 숫자는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그려진 송암동의 상황은 다르다. 영화 말미에 이르면 마을주민 20여명을 논두렁에 세워놓고 한 공수부대원이 즉결처형 하듯 등 뒤에서 총을 쏴 한 사람씩 사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감독은 기자간담회서 “총을 쏜 군인이 현재 살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당시 상황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감독은 2020년 연출한 <광주비디오 : 사라진 4시간>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든 것과 달리 <송암동>은 극영화로 제작했다. 1989년 광주 청문회서 시민군 최진수씨가 증언하는 실제 상황이 삽입돼있지만 대부분은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으로 구성됐다.

사진·영상 없어 증언으로 제작
조사위원 참여하면서 알게 돼

이 감독에 따르면 출연 배우의 대사와 행동은 90% 이상 당시 피해자의 증언을 바탕으로 했다. 

이 감독은 기자간담회서 송암동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과 관련해 사진이나 영상 등 어떤 자료도 남아있지 않아 극영화로 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위원회)에 합류하면서 송암동 사건에 대해 알게 됐다. 

이 감독은 “2020년 겨울 영화에 등장하는 당시 계엄군 대위의 제보를 받았다. 이듬해 초부터 송암동 피해자와 계엄군 등을 찾아다니며 만났고 지금도 만나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광주에 살았던 그는 송암동 사건이 벌어질 당시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고 한다.

사건의 전말은 몰랐지만 엄마가 인근에서 형들이 죽었으니 나가지 말고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이 감독은 송암동 사건을 알리고 조사를 독려하기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사위 활동 기간이 3년인데 운영의 묘를 살리기 어렵다. 정치권서 많은 도움을 줘야 한다”며 “과거사 재단을 출범시키기로 했다가 정권이 바뀌며 무산된 것 같은데 학살의 진상을 밝힐 수 있게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피력했다. 

무슨 일이?

영화 <송암동>은 송암동 사건 진상규명의 시발점이자 연장선상이다. 이 감독의 생각은 <송암동> 너머로 나아가고 있다. 민간인 20여명을 일렬로 세워놓고 총살하는 장면과 관련해 “이에 대한 조사활동이 다음 작품의 주제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영화 막바지에 짤막하게 언급된 공수부대와 전투교육사령부대의 오인교전에 대한 의혹도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계엄군 성폭행 의혹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부녀자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정부 차원의 공식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그동안 성폭행 의혹 제기와 피해 당사자의 진술이 있었지만 정부 기구에 의해 전체 피해건수 등이 파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 따르면 5·18 당시 계엄군의 집단 강간 등 성폭행 사건 51건에 대해 직권조사 등을 벌이고 있다.

2018년 5‧18 계엄군 등 성폭력 공동조사단 등이 조사한 17건, 광주시 보상 심의자료 26건, 자체 제보접수 8건 등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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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