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길 산책 ③증평 벨포레목장

동물과 다정한 교감

싱그러운 초여름, 넉넉한 초원에 유순한 동물이 모여 있는 목장으로 향하자. 중부권 최대 종합 레저 휴양 관광 단지 벨포레리조트는 수려한 자연 속에 친근한 동물을 만나는 여행지다. ‘아름다운 숲’을 뜻하는 벨포레는 두타산을 두르고 원남호를 품고 있다. 2019년에 개장한 이곳은 골프 코스와 콘도, 놀이동산, 정원, 레스토랑 등 다채로운 시설을 갖췄다.

벨포레리조트에서 가장 활기 넘치고 사랑스러운 공간은 목장이다. 보어염소와 오리, 거위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터줏대감 면양이 초원에서 풀을 뜯으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낸다. 말, 미니돼지, 토끼, 회색앵무, 잉꼬 등도 사육사의 보살핌 아래 무럭무럭 자란다.

벨포레목장

목장의 마스코트는 단연 날쌘돌이 보더콜리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국경 지역에서 양몰이 개로 활약한 종으로, 학습 능력이 뛰어나고 민첩하며 사람과 친화력도 좋다. 벨포레목장에 있는 보더콜리는 사육사가 영국으로 가서 양몰이에 적합한 조건을 갖춘 개를 꼼꼼히 선별해 들여왔다.

보더콜리의 활약을 보고 싶다면 양몰이  공연을 놓치지 말자. 평일 2회(13:30, 15: 30), 주말 3회(11:30, 13:30, 15:30) 목장 중앙에서 진행한다. 방목지 언덕에서 늑대가 새끼 양 한 마리를 훔쳐 달아나면 줄지어 내려오는 양 떼와 늑대로 변장한 사육사가 등장하며 공연이 시작된다. 

아이들의 표정은 금세 걱정 반, 호기심 반이 된다. 어디선가 쏜살같이 나타난 보더콜리가 늑대를 몰아내고 강렬한 눈빛과 재빠른 몸짓으로 양 떼를 지킨다. 이제 보더콜리가 독무대를 펼칠 차례. 양 떼를 몰아 다리 건너기, 장애물 사이로 양 떼 몰아넣기 등 오늘도 보더콜리 ‘애니’는 100% 성공률을 보여준다.


주말에는 양몰이 공연이 끝나고 동물퍼레이드(12:30, 14:30)가 이어진다. 울타리에서 벗어난 오리와 거위, 염소 등이 공연장이 런웨이인 듯 위풍당당 들어선다. 날개를 펄럭이며 한껏 날아오르는 몸짓을 선보이는 오리, 도도한 걸음걸이로 관심을 끄는 보어염소의 색다른 모습이 하이라이트다. 영리한 미니돼지의 장애물 넘기, 보더콜리의 프리스타일 원반 던지기도 볼거리다.

공연 앞뒤엔 목장 동물을 자유롭게 만날 수 있다.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은 새끼 보어염소 ‘크림이’다. 자꾸 울타리를 탈출해 사육사의 애를 태웠지만, 이제는 목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특유의 친화력으로 방문객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우락부락한 생김새로 다가서기 망설여지는 숫염소는 보기와 달리 겁이 많고 느리다. 

수컷은 근친교배를 막기 위해 다른 동물원 동물과 교환하는데, 숫염소 역시 안성의 한 동물원에서 데려온 지 얼마 안 돼 더 움츠러든 모양이다. 같은 울타리에 있는 보어염소는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편이다. 먹이를 주며 눈빛만 교환해도 심장이 콩닥거릴 정도로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아름다운 숲’이라는 뜻의 벨포레
다채로운 시설을 갖춰 인기

최근 벨포레목장에 네스트조류관과 야외가금류장을 개장했다. 네스트조류관에서는 아마존에 깃들인 청금강앵무, 선명한 색을 뽐내는 뉴기니아앵무 등을 볼 수 있다. 잉꼬 200여 마리도 부지런히 날갯짓하며 활기를 돋운다. 야외 가금류장에서는 공작, 금계 등 빛깔이 신비로운 새와 만난다. 특히 공작은 꽁지깃을 부채처럼 펴며 독보적인 자태를 자랑한다.

그 밖에 어린이 승마 체험, 얼룩말카페에서 목장 바라보기, 벨포레전망대에서 인생 사진 찍기, 토끼와 보어염소에 먹이 주기 등 다양한 체험이 있다. 벨포레목장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료는 평일 대인 5000원, 소인 4000원, 주말·공휴일 대인 8000원, 소인 6000원이다(먹이 주기와 승마 체험 별도).

벨포레리조트에서는 두타산 자락을 따라 내려오며 계절의 바람을 고스란히 느끼는 익스트림루지, 원남호에서 즐기는 요트와 360° 회전하는 제트보트 체험 등을 운영한다. 벨라고에서 머무는 하룻밤도 추천. 전망 객실에서는 새벽녘 고요하게 차오르는 물안개를 볼 수 있다.


벨포레리조트는 해마다 새로운 시도를 한다. 올 상반기에는 우주와 명화를 영상으로 선보이는 미디어아트센터를 개장할 예정이다. 국제 카트 경기를 개최할 수 있는 모토아레나도 기대를 모은다. 벨포레목장에서 자동차로 15분쯤 가면 증평의 대표 공원인 보강천미루나무숲에 닿는다. 이름은 미루나무숲이지만 미루나무가 없다. 주민들이 이태리포플러를 미루나무라고 착각해서 부르던 이름이 그대로 굳었다.

이곳의 주인공은 계절마다 공들여 심은 꽃이다. 너른 공원을 형형색색 꽃이 채워 주민과 여행자에게 사랑받는다.
건너편에 자리한 독서왕김득신문학관은 증평에서 태어난 조선 중기 문인 백곡 김득신의 일대기를 살펴보는 곳이다.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다는 선생이 고문 한 편을 왜 1만번 이상 읽었는지 알 수 있다. 문학관 안팎에 주민들이 참여해 만든, 책과 관련된 공공 미술 작품이 눈에 띈다.

자전거공원

증평자전거공원은 자전거를 주제로 꾸민 공원이다. 1만957㎡(약 3300평) 규모에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세트장, 길이 약 200m 야외 트랙, 교통안전교육장이 들어섰다. 우체국과 학교, 병원 등 증평 시가지 일부를 알록달록한 미니어처로 꾸며 사진 촬영지로 인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벨포레목장→보강천미루나무숲→독서왕김득신문학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독서왕김득신문학관→보강천미루나무숲→벨포레목장
-둘째 날: 증평자전거공원→좌구산휴양랜드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벨포레리조트 www.blackstonebelleforet.com
-증평군 문화관광 www.jp.go.kr/tour.do
-독서왕김득신문학관 www.jp.go.kr/kds .do

문의 전화
-벨포레목장 043)926-1098
-증평군청 문화체육과 관광진흥팀 043)835-4143
-독서왕김득신문학관 043)835-4691
-증평자전거공원 043)836-0514

대중교통
[버스] 서울-증평,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1회(06:45~20 :30)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0 ~11회(06:50~19:00)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증평시외버스터미널에서 벨포레목장까지 택시 이용, 약 9.5㎞.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증평시외버스터미널 043)838-2564 [기차] 서울역-증평역, 무궁화호 하루 1회(17:53)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증평역에서 벨포레목장까지 택시 이용, 약 13㎞.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증평 IC에서 중부로 괴산·증평 방면 좌회전, 약 8.5㎞→인삼로 증평2일반산업단지·노암리 방면 좌회전, 약 4.1㎞→벼루재길 연촌리 방면 좌회전, 약 2.7㎞→벨포레리조트

숙박 정보
-벨라고: 도안면 벨포레길, 1566-0162, www.blackstonebe lleforet.com
-좌구산휴양랜드: 증평읍 솟점말길, 043)835-4551, www.foresttrip.go.kr
-율리휴양촌: 증평읍 율리휴양로, 043)835-4581

식당 정보
-남도예담IN벨포레(떡갈비정식): 도안면 벨포레길, 043)926-1074
-고기굼터보궁(등심·전통돼지갈비): 증평읍 초중로, 043)838-2192
-송원칼국수(칼국수): 증평읍 초중로, 043)838-8721


주변 볼거리
증평 추성산성, 증평민속체험박물관, 증평장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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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