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길 산책 ②평창 애니포레

알파카가 뛰노는 비밀의 숲

용평리조트가 모나용평이라는 이름으로 새 단장에 나섰다. 국내 최초 스키장이라는 명성을 넘어, 사계절 종합 웰니스 관광지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동물이 뛰노는 애니포레를 비롯해 발왕산 정상부의 서밋랜드, 루지와 마운틴코스터, ATV 등 각종 액티비티 프로그램과 함께 모나용평을 다채롭게 즐겨보자.

애니포레는 발왕산 깊은 곳에 숨어 수십 년간 드러나지 않은 독일가문비 군락을 중심으로 꾸몄다. 여기에 독일가문비 군락이 형성된 이야기는 5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때만 해도 발왕산을 비롯해 대관령 일대에는 화전이 많았다. 정부가 화전 정리 사업을 주도한 1960년대 발왕산 중산간 지역에서 감자밭을 일구며 살던 28가구 화전민이 떠나갔다.

비밀의 숲

더는 사람이 살지 않게 된 곳에 용평리조트 직원들이 독일가문비를 심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오늘날 모습이 됐다.

독일가문비 군락과 그 주변 목장을 애니포레라고 부른다. 애니멀 포레스트(A- nimal Forest)를 합친 이름이다. 최근 국내에서 인기를 끄는 알파카 목장과 독일가문비 숲 산책로가 어우러진다는 의미를 담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아는 사람만 알던 비밀의 숲을 개방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애니포레는 발왕산 중턱, 해발고도 90 0~1000m 지점에 있다. 찾아가는 방법은 두 가지다. 우선 출발점이자 관문 역할을 하는 애니포레더골드로 향하자. 여기부터 등산로를 따라 오르거나, 알파카모노레일을 타고 애니포레까지 이동한다.


모노레일 탑승권과 애니포레 입장권을 아우르는 종합이용권은 대인 1만8000원, 소인 1만5000원, 애니포레 입장권은 대인 7000원, 소인 6000원이다(모나용평 투숙객 20% 할인). 매표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운영 마감은 오후 6시다.

쉽게 찾아가는 방법은 아무래도 모노레일 쪽이다. 모노레일은 가파른 슬로프를 힘차게 거슬러 올라, 단 12분 만에 애니포레 입구에 닿는다. 산행에 나서고 싶다면 ‘발왕산엄홍길’을 추천한다. 정상까지 약 5시간이 걸리는 상급 등산로지만, 애니포레는 30분쯤 올라가면 된다.

길이가 짧다고 해서 쉬운 등산로라는 뜻은 아니다. 반드시 등산화를 신고 도전하기 바란다.

국내 최대 규모 독일가문비 군락지
라온목장길을 따라 펼쳐지는 절경

알파카모노레일 탑승장을 뒤로한 채 걷다 보면 독일가문비 숲에 도착한다. 이 일대에 자리 잡은 독일가문비가 무려 1800여그루에 달한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독일가문비 군락이다. 화전민이 떠난 땅에 심은 독일가문비 묘목이 이제는 고개를 바짝 치켜들어야 할 정도로 솟아 울창한 숲을 이룬다. 자연의 위대함이 오롯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가장 먼저 가문비치유숲을 둘러보자. 독일가문비 군락 사이로 난 오솔길이 애니포레의 구석구석을 연결한다. 거창하게 뭔가 할 필요도 없다. 그저 걷기만 해도 충분하다. 나무와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의 온기를 느끼고, 켜켜이 쌓인 낙엽 덕분에 한껏 푹신해진 숲길을 거닐며 포근함을 누려보자.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마신 채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여도 좋다.


적당한 자리에 가만히 앉거나 누워서 자연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 독일가문비가 감싼 공간에 선베드를 배치해 방문객이 숲에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통나무로 만든 의자도 눈에 띈다. 한쪽에 방문을 기념하기 위한 포토 존이 있다. 알맞은 각도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설치해둔 삼각대를 활용할 것.

독일가문비 숲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어느새 탁 트인 풍경이 등장한다. 백두대간의 한가운데 서 있건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뻥 뚫리는 듯한 순간이다. 대자연이 꼭꼭 숨겨둔 절경이 라온목장길을 따라 펼쳐진다. 이곳에 알파카가 뛰노는 목장이 있다. 안데스산맥 구릉지가 고향인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입지일 터.

애니포레 발왕산알파카목장에서 먹이 주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목장 내 자동판매기서 각 동물에 맞는 건초와 사료를 판매한다. 원한다면 알파카와 양, 염소, 토끼 등에게 먹이를 주며 교감할 수 있다. 먹이를 줄 때는 손가락이 물리지 않게 주의하자.

알파카는 조금 더 조심해야 한다. 온순한 알파카라도 기분이 나빠지면 침을 뱉는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모나용평이 자리한 발왕산은 해발 1458m에 달한다. 정상까지 등산로가 이어지지만, 발왕산관광케이블카를 이용하면 오르기 쉽다. 발왕산 정상부에는 서밋랜드가 조성됐다. 이곳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 발왕산기스카이워크, 주목 군락지와 그 주변을 둘러보는 천년주목숲길(3.2㎞)이 있다.

아시아의 알프스

색다른 목장을 경험하고 싶다면 대관령양떼목장으로 가자. 국내 최고 수준의 면양 사육 시스템을 갖춘 목장으로, 20만㎡가 넘는 초원서 봄부터 가을까지 양을 방목한다. 길이 1.3㎞ 산책로를 통해 목장을 둘러볼 수 있으며, 곳곳에 포토 존이 마련돼 기념사진을 남기기에도 좋다.

‘아시아의 알프스’를 표방한 알펜시아리조트 옆에 오스트리아 전통 마을을 구현한 티롤빌리지가 있다. 식당과 카페 등 상가로 구성되며, 인형을 주제로 한 비엔나인형박물관도 관람객을 맞이한다. 가수 전영록을 비롯해 국내 유명 인형 수집가의 컬렉션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다양한 피규어는 물론, 한지로 만든 인형, 움직이는 구체 관절 인형 마리오네트, 포슬린(porcelain)이라는 자기로 만든 인형 등 평소에 보기 어려운 인형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모나용평 애니포레→발왕산관광케이블카→발왕산기스카이워크→천년주목숲길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모나용평 애니포레→발왕산관광케이블카→발왕산기스카이워크→천년주목숲길
-둘째 날: 대관령양떼목장→비엔나인형박물관→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 기념관→알펜시아스키점프센터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모나용평 www.yongpyong.co.kr
-대관령양떼목장 www.yangtte.co.kr
-비엔나인형박물관 www.viennadollmuseum.com

문의 전화
-모나용평 033)335-5757
-모나용평 애니포레 033)330-7166
-모나용평 발왕산관광케이블카 033)330-7423
-대관령양떼목장 033)335-1966
-비엔나인형박물관 033)333-3330


대중교통
[기차] 서울역-진부(오대산)역, KTX 하루 10회(06:01~22:11) 운행, 약 1시간40분 소요. 진부역에서 모나용평(용평리조트)까지 셔틀버스(11:00, 15:00/모나용평 방문 고객)나 택시 이용(약 16㎞, 2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모나용평 033)335-5757, www.yongpyong.co.kr 

[버스] 서울-횡계,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8회(06:40~ 20:20)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3회(07:40, 11:00, 17:4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횡계시외버스공용정류소에서 441번 농어촌버스 이용, 용평리조트 정류장 하차.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횡계시외버스공용정류소 033)335-5289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대관령 IC 진출→대관령IC교차로서 진부·오대산·용평리조트 방면 회전교차로 9시 방향, 약 2.2㎞→싸리재교차로서 용평리조트·알펜시아리조트 방면 회전교차로 9시 방향, 약 2.1㎞→솔봉재교차로서 용평리조트·알펜시아리조트 방면 회전교차로 1시 방향, 약 3.6㎞→천문교차로서 용산2리·용평리조트 방면 회전교차로 3시 방향, 약 1.3㎞→모나용평

숙박 정보
-정강원관광농원: 용평면 금당계곡로, 033)333-1011, www.jeonggangwon.com
-용평리조트: 대관령면 올림픽로, 1588-0009, www.yongpyong.co.kr
-알펜시아리조트: 대관령면 솔봉로, 033)339-0000, www.alpensia.com

식당 정보
-도암식당(오삼불고기): 대관령면 대관령로, 033)336-5814
-남경식당(꿩만둣국): 대관령면 대관령마루길, 033)335-5891
-진태원(탕수육): 대관령면 횡계길, 033)335-5567

주변 볼거리
대관령삼양목장, 대관령하늘목장, 선자령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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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