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드라이브 여행 ②국도35호선 봉화 법전-명호 구간

살랑살랑 차 타고 봄 타러

경북 안동 도산서원에서 태백 초입에 이르는 국도35호선 구간은 <미슐랭 그린 가이드>가 선택한 여행지다. 프랑스에서 창간한 <기드미슐랭>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여행 정보서다. 레스토랑 정보를 소개하는 <레드 가이드>와 여행 정보를 소개하는 <그린 가이드>로 나뉘는데, <그린 가이드>가 일찌감치 이 길에 별 하나를 부여했다. 이 선택이 의미 있는 건 우리에게 익숙한 길의 풍경이, 누군가에게는 낯설어 매력적인 여행지로 보였다는 사실이다. 꾸밈없는 아름다움은 내 것이라 쉬이 지나쳤으리라.

봄 역시 이 길의 좌우에서 산기슭을 따라 번진다. 그 가운데 봉화의 골은 또 한 번 깊고 그윽해서, 마치 계절의 전령이 숨겨둔 봄의 통로인 양하다. 낙동강과 황우산, 만리산, 청량산 등이 주거니 받거니 열어놓은 여로를 지나며 봄의 푸름을 실감케 한다.

봉화의 봄

샛길로 접어들어 사람과 마을을 만나노라면 잊고 지난 고향의 향취가 아지랑이처럼 코끝을 간질인다. 그 순간 겨우내 잊고 지낸 여행의 감성이 새순처럼 돋아난다. 그러니 이 길은 조금 더디게, 자주 멈춰 서서 구석구석 마주하며 지나는 것이 맞겠다.

느릿하게 누리며 남하할 요량이라면 사미정계곡 즈음에서 국도35호선으로 접어들 일이다. 호젓한 도로는 오른쪽으로 낙동강을 향하는 운곡천이 흐르고, 왼쪽으로 다정한 산골 풍경이 스친다. 그러다 운곡천에서 잠깐 멀어져 수수한 산길을 얼마간 오른다.

범바위전망대는 삼동리가 끝날 무렵 나타난다. 길가 절벽 위 낮은 바위산은 조선 시대 선비 강영달이 선조의 묘소에 절하다가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았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길가 덱 곁 바위산에는 호랑이 모형 두 개가 전망대 위치를 알린다.


전망 덱은 발아래로 아득한 곳, 황우산 가장자리를 빙 둘러 흐르는 낙동강이 장관이다. 한반도를 닮았다는데, 꼭 그 비유가 아니어도 자연의 위엄을 느끼기 충분하다. 물길은 매호유원지를 돌아 운곡천이 합류하는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까지 유유히 흐른다.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은 범바위전망대에서 신비의도로를 지나면 나온다. 신비의도로는 오르막이 내리막처럼 보이는 착시가 특이하다. 이어진 길은 도천리까지 운곡천이 나란하고, 명호면사무소 인근에서 도천교를 건너자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이다.

태백 황지에서 발원한 낙동강 지류는 운곡천과 만나 본류를 이룬다. 공원은 합수머리에 위치한다. 공원 북쪽에서 강을 건너 남쪽 명호이나리출렁다리까지는 차에서 내려 짧은 산책 삼기에 적합하다. 이나리는 황우산 아래 낙동강과 운곡천이 만나는 나루를 뜻한다. 명호이나리출렁다리에서 두 물길이 만나는 모습이 선명하다.

퇴계 이황의 자취를 좇을 수 있는 예던길
아시아 최대 규모 자랑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부터 안동시 경계까지 줄곧 낙동강을 곁에 두고 달린다. 봉화의 산이 줄짓고, 관창1교와 관창2교가 낙동강 좌우를 넘나들어 봄날 드라이브의 상쾌함을 더한다. 예던길 선유교나 만리산전망대, 청량산 청량사 등에 들러 괜스레 가쁜 마음을 가라앉히기도 한다.

예던길은 ‘가다’ ‘다니다’를 뜻하는 옛말 ‘예다’에서 딴 이름이다. 퇴계 이황은 10대 시절 숙부에게 글을 배우기 위해 집과 청량산을 오갔는데, 그 걸음이 노년까지 이어졌다. 예던길은 그 자취를 좇아 만든 걷기 좋은 길이다. 봉화의 예던길은 낙동강시발점테마공원에서 청량교 정도다.

그 중간 지점의 예던길 선유교는 백용담 소(沼) 위의 ‘신선이 노니는 다리’라는 의미다. 하류 쪽은 초록 물빛과 기암이 조화를 이뤄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만리산전망대는 오마교 건너 만리산 방면 샛길에 위치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정한 ‘사진 찍기 좋은 녹색 명소’로, 국도35호선을 조망하기에 맞춤하다. 만리산 반대편은 봉화가 자랑하는 청량산이다. 아름답지만 험준해서 정상에 오르려면 단단한 각오가 필요하다.

청량사 정도는 다녀올 만하다. 국도35호선 봉화 구간은 이즈음에서 끝나지만, 안동시 도산면까지 드라이브를 연장해도 무방하다.

청량산을 그저 바라보고 싶다면 만리산전망대를 지나 자리한 ‘오렌지꽃향기는바람에날리고’가 신의 한 수다. 펜션에서 운영하는 무인 카페로 청량산 ‘풍경 맛집’이다. 청량산은 산(山) 자를 닮았다는데, 카페 창가에서 주봉인 장인봉을 비롯한 세 봉우리가 또렷하다. 인생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자리다.

그저 멍하니 보기만 해도 산의 이름처럼 청량한 기운이 차오른다. 자판기에서 음료를 선택해 마시는 무인 방식으로 운영하지만, 운이 좋아 주인장 김두한씨를 만나면 좀 더 풍성한 먹거리를 맛보고 청량산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다만 카페까지 가는 길이 만만치 않다. 국도35호선에서 벗어나 산길을 오르는데, 외길이라 교행 시 주의해야 한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느끼기에 제격이다. 5179ha로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방문자센터에서 약용식몰원까지 순환하는 코스만도 한 시간가량 걸린다.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축구장 6개 크기로 조성한 호랑이숲이다.

백두대간의 상징, 백두산호랑이 ‘한청’과 ‘우리’를 볼 수 있다. 호랑이숲을 포함한 코스는 최소 두 시간, 수목원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다면 세 시간은 잡아야 한다. 트램(유료)을 이용하거나, 숙박과 해설을 겸한 가든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현재 숲길 일부 구간은 보수로 관람을 통제하니 참고하자.

누정의 멋

봉화는 누각과 정자가 103동에 이르는, 우리나라 누정 문화의 숨은 명소다. 봉화정자문화생활관에서 우리나라 누정의 멋을 느껴보자. 실내 전시실인 누정전시관은 영상실(요산요수)에서 출발해 1전시실(누정세계), 2전시실(음풍농월), 3전시실(봉화유람)로 이어진다. 2전시실에서 누정의 사계를 간접 체험한다. 야외 전시장 누정오경에는 담양 소쇄원의 광풍각, 제천 청풍면의 한벽루, 서울 창덕궁 후원의 부용정 등을 재현했다. 숙박 시설 솔향촌에서 묵어갈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자연 여행: 국도35호선→오렌지꽃향기는바람에날리고→청량사
-문화 여행: 국도35호선→봉화정자문화생활관→국립백두대간수목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국립백두대간수목원→국도35호선→오렌지꽃향기는바람에날리고
-둘째 날: 청량사→봉화정자문화생활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봉화문화관광 www.bonghwa.go.kr/open.content/tour
-국립백두대간수목원 www.bdna.or.kr
-봉화정자문화생활관(봉화군체육시설사업소) www.bonghwa.go.kr/open.content/facility

문의 전화
-봉화군청 문화관광과 054)679-6342
-오렌지꽃향기는바람에날리고 010-6558-4857
-국립백두대간수목원 054)679-1000
-봉화정자문화생활관 054)679-6967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톨게이트→소백로 봉화·풍기 방면 우회전, 1.3㎞→죽령로 9.6㎞→경북대로 봉화·울진 방면 우측 도로, 844m→국도36호선 봉화·울진 방면 지하차도 진입, 35.3㎞→봉명로 봉성·영양 방면 13.8㎞→청량로 현동·태백 방면 좌회전, 3.1㎞→청량로(국도35호선)

숙박 정보
-봉화정자문화생활관 솔향촌: 봉성면 부랭이길, 054)679-6967, 6951, www.bonghwa.go.kr/open.content/facility
-권진사댁: 춘양면 낙천당길, 054)672-6118, https://kwonjinsadaek.modoo.at
-성암재: 춘양면 서동길, 054)673-5011, https://seongamje.modoo.at
-토향고택: 봉화읍 바래미1길, 054)673-1112, http://tohyang.modoo.at

식당 정보
원조약수식당(닭불고기): 봉성면 진의실길, 054)672-9943
청봉숯불구이(돼지숯불구이): 봉성면 봉명로, 054)672-1116
산수유길사이로(산길로큰밥상): 봉성면 산수유길, 054)673-5860

주변 볼거리
봉화닭실마을, 청옥산자연휴양림, 분천역 산타마을, 봉화목재문화체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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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