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여행 ④영암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지금은 트로트 전성시대!

요즘 트로트 열풍이 뜨겁다. 한때 흘러간 가요 취급을 당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성시대라 할 만큼 사랑을 받고 있다. 예전엔 주로 중·장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누리다가, 최근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 가요’로 등극했다. 따스한 봄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떠난 발걸음, 흥겨운 가락을 따라간 곳에 한국트로트가요센터가 있다.

트로트(trot)는 미국에서 유행한 춤곡인 폭스트롯(fox trot)에서 따온 이름으로, 음악적 양식은 차이가 난다. 현재의 트로트는 일제강점기부터 굴곡진 역사와 함께 독자적인 성장을 이뤄온 우리나라 전통 가요라 할 수 있다. 전남 영암 월출산기찬랜드 안에 자리한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대중음악 대표 장르인 트로트와 만나는 공간이다.

한국 트로트의 변천사

2019년에 개관했으며 최근 트로트 붐을 타고 주목받는다. 트로트 마니아에겐 꼭 한번 들러봐야 할 코스이자 ‘핫 플레이스’다. 단순한 관람에서 벗어나, 직접 선곡해 감상하고 불러보는 등 체험할 거리가 풍부하다.

1층 한국트로트역사관에 들어서면 가수 하춘화의 어릴 적 모습이 관람객을 맞는다. “노래란 것은 우리 생활에 있어서 슬플 때나 즐거울 때나 꼭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해요.” 소녀 가수의 앳된 목소리가 귓가에 쏙쏙 스며든다. 청량한 노랫소리를 뒤로하고 몇 걸음 옮기면 한국 트로트의 변천사가 펼쳐진다.

전시 공간은 아담하지만 방대한 자료가 있다.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트로트의 역사가 시대별로 전시된다. 전시 패널 뿐 아니라 터치스크린도 있어 원하는 자료를 찾기 쉽고, 당시 대표적인 노래도 즉석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나라를 빼앗긴 설움이, 1950년대에는 전쟁 후 애달픈 사연이 담긴 노래가 눈물짓게 한다.


이후 경쾌하고 빠른 리듬으로 변화를 주기 시작한 트로트는 황금기와 침체기를 겪으며 약 100년을 이어왔다. 트로트가 이처럼 오랫동안 사랑받는 까닭은 누구나 공감하는 삶의 희로애락이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트로트 스타의 사진이 시대별로 걸린 명예의 전당을 지나면 과거 생활상을 재현한 추억의 골목길에 접어든다. 지금은 보기 힘든 공중전화와 쪼그리고 앉아 신나게 두드리던 오락 기계가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한쪽에 음악다방을 재현한 공간도 있다. DJ에게 쪽지를 건네는 대신 테이블에 설치된 헤드폰을 착용하고 직접 선곡하면 된다. 한번 자리에 앉으면 음악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영암극장에서는 트로트의 변천사와 하춘화의 일대기를 상영한다. 바로 옆 영암싸-운드는 내부에 노래방 기계가 설치돼 누구나 노래 실력을 뽐낼 수 있다. 벽에 걸린 무대의상을 입고 한 곡조 뽑으면 나만의 트로트 무대가 만들어진다. 녹화 기능을 설정하면 안내 데스크에서 영상을 메일로 보내준다. 노랫말이 적힌 악보를 무료로 출력하는 코너도 있다.

영암 출신 가수 하춘화의 일대기 상영
내로라하는 트로트 스타들의 흔적도

2층은 영암 출신 가수 하춘화를 기념하는 공간이다. 반짝이는 무대의상과 신발, 수많은 음반, 각종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 등 어린 나이에 데뷔해 최근까지 60년 남짓한 노래 인생의 모든 공적이 담겨있다. 대통령에게 받은 표창과 훈장을 비롯해 팬레터도 가지런히 진열됐다. 한쪽에 지금까지 발매한 LP반과 CD, 화보, 포스터를 디지털화한 하춘화 아카이브가 있다.

하춘화의 아버지 하종오씨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어릴 때부터 딸의 재능을 알아보고 일찌감치 가수의 길을 터준 그는 언제나 그림자처럼 함께하는 지원군이었다. 하씨는 오랜 시간 모은 자료를 기증해 한국트로트가요센터 건립에 많은 도움을 줬다.

옥외로 나서면 하춘화, 남진, 김연자, 장윤정 등 내로라하는 트로트 스타의 핸드 프린팅이 있다. 좋아하는 가수의 손바닥에 자기 손을 얹고 기념사진을 남기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영암아리랑’ ‘월출산연가’를 새긴 하춘화노래비도 눈에 띈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 관람료는 어른 6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2000원이며, 50%를 영암사랑상품권으로 돌려준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과 1월1일, 명절 당일은 휴관한다.

하춘화노래비 맞은편에 있는 가야금산조테마공원은 우리 민족 고유의 가락을 즐기는 곳이다. 가야금산조는 가야금을 이용한 독주곡으로, 조선 후기에 영암 출신 김창조 선생이 창시했다고 알려진다. 들릴 듯 말 듯 느린 진양조부터 시작해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등으로 넘어가며 점점 빨라진다. 연주자의 손놀림에 따라 청중은 잔잔한 호수를 건너기도 하고, 일렁이는 파도에 부딪히기도 한다.

전시 자료는 김창조 선생의 계보를 잇는 인간문화재 양승희 선생이 중국 옌볜까지 가서 얻은 악보부터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것을 모아 영암군에 기증했다. 북한의 가야금, 소뿔과 순금으로 제작한 국내 유일한 화각 가야금 등 다양한 가야금도 볼 수 있다.

월출산기찬랜드 안에 영암곤충박물관도 자리한다. 세계 각지에서 수집한 곤충 표본은 물론, 살아 있는 곤충과 파충류를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설명하며, 곤충 표본 만들기와 금붕어 낚시 같은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해설사와 함께 박물관을 둘러보는 데 1시간 남짓 걸린다.

왕인박사유적지

영암을 나서는 길에 왕인박사유적지도 들러보자. 백제시대 학자 왕인은 일본 천황의 초청에 <논어>와 <천자문>을 가져가 한학과 문물을 전파했다. 유적지에 사당과 전시관 등 왕인 박사의 흔적이 보이는 시설물이 들어섰다. 넓은 부지에 연못과 산책로가 아름답고, 봄이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나들이 장소로 유명하다. 올해는 3월30일부터 4월2일까지 4일간 영암왕인문화축제도 열린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한국트로트가요센터→가야금산조테마공원→영암곤충박물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한국트로트가요센터→가야금산조테마공원→영암곤충박물관
-둘째 날: 구림한옥마을→왕인박사유적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영암군 문화관광 www.yeongam.go.kr/home/tour
-한국트로트가요센터 www.yeongam.go.kr/home/trot
-영암곤충박물관 http://xn--699a3bx02d1yad25aw3ac37a.com
-영암문화재단 http://yamunhwa.or.kr

문의 전화
-영암군청 문화관광과 061)470-2292
-한국트로트가요센터 061) 470-2803
-영암곤충박물관 061)471-4300, 왕인박사유적지 061)470-6643

대중교통
[버스] 서울-영암,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2회(09:20, 15:05)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서 영암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약 180m, 101번·102번 농어촌버스 이용, 기찬랜드 정류장 하차, 한국트로트가요센터까지 도보 약 330m.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영암여객자동차터미널 061)473-3355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남장성 JC에서 나주 방면 오른쪽→9.4㎞ 이동, 남광산톨게이트→1㎞ 이동, 남광산 IC에서 나주 방면 왼쪽 고속도로 출구→29㎞ 직진, 왕곡교차로에서 영암 방면 오른쪽→638m 이동, 영암 방면 좌회전→18㎞ 이동, 덕진초교사거리에서 목포 방면 우회전→3.3㎞ 이동, 회전교차로서 월출산기찬랜드 방면 직진→한국트로트가요센터

숙박 정보
-영암연희한옥펜션: 군서면 왕인로, 010-4725-3311, https://site.onda.me/122617
-월인당: 군서면 모정1길, 061)471-7675
-펜션비바체: 영암읍 천황사로, 061)473-1004, www.pensionvivace.com

식당 정보
-독천식당(갈낙탕·낙지볶음): 학산면 독천로, 061)472-4222
-한국관(한정식): 영암읍 열무정로, 061)471-0779
-월출산산장식당(황칠한방코스): 영암읍 천황사로, 061)473-4900

주변 볼거리
영암왕인문화축제: 2023년 3월30일~4월2일
왕인박사유적지·구림한옥마을 등 061)470-2347, 영암도기박물관,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 전라남도농업박물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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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