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있는 여행 ③통영국제음악당과 윤이상기념관

클래식 선율 흐르는 봄 바다의 낭만

경남 통영의 봄 바다는 상냥하고 온화하다. 호수처럼 잔잔한 수면 위로 부드러운 햇살이 내려앉고, 점점이 흩어진 푸른 섬 사이를 여객선과 유람선이 오간다. 차창을 열고 해안도로를 달리거나 코앞에 바다를 마주하고 걸으면 날아갈 듯 상쾌하다. 봄날 통영 여행이 즐거운 건 바다 때문만은 아니다. 작은 항구도시가 지닌 방대한 문화 예술 자원, 그중에서도 음악이 한몫한다.

두 다리와 해저터널로 통영 시내와 이어진 미륵도는 섬 아닌 섬이다. 통영케이블카로 미륵산에 올라 한려수도의 절경을 감상하고 달아공원 해넘이를 보는 것이 일반적인 여정이다. 조금 색다르게 여행하려는 이들은 공연을 관람하거나, 미술관과 책방을 찾기도 한다. 미륵도에 눈부신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음악의 향연이 펼쳐지는 공연장이 있다. 2014년 개관한 클래식 전용 통영국제음악당이다.

통영국제음악당은 주변 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계단을 올라 출입구 앞에 서면 탁 트인 하늘과 바다가 품에 안긴다. 공연을 관람하지 않아도 가볼 만한 풍경이다. 음악당을 등지고 서면 아담한 도남항이 눈에 들어온다. 한산도와 비진도 등을 오가는 유람선이 출발하는 통영유람선터미널, 요트 정박장, 숙박 시설이 모여 있다.

통영국제음악당

외관은 갈매기 두 마리가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나는 형상이다. 한 마리는 주 공연장인 콘서트홀(1309석), 다른 한 마리는 다목적 홀인 블랙박스(254석)다. 콘서트홀은 5층 규모다. 전문 연주자와 클래식 애호가들이 엄지를 세울 만큼 탁월한 음향을 자랑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몬트리올심포니오케스트라 등 내로라하는 연주자와 연주 단체가 다녀갔다.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김대진, 첼리스트 양성원은 이곳에서 음반을 녹음했다. 창으로 다도해가 보이는 대기실이 국내외 연주자 사이에서 늘 화제라고 한다.


블랙박스는 이동식 수납 객석이다. 객석을 밀어 넣으면 무대와 구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연극이나 재즈, 대중음악 공연에 다양하게 활용된다. 여행 일정과 공연 스케줄이 맞지 않는다면? 콘서트홀 로비는 늘 개방한다. 볕이 잘 드는 로비에 앉아 ‘바다 멍’을 즐기노라면 몽글몽글한 감성이 샘솟는다. 전망 좋은 브런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통영국제음악제와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열리는 봄가을에 음악당은 전국구 명소가 된다. 그 밖에 연중 크고 작은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관람료가 비교적 합리적이고 무료 공연도 잦아, 통영은 물론 인근 도시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 홈페이지 무료 회원으로 가입하면 기획 공연에 한해 10% 할인해준다.

올해로 21회를 맞은 2023 통영국제음악제는 오는 31일 개막 공연을 시작으로 다음 달 9일까지 이어진다.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스타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2022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 첼리스트 한재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등이 관객과 만난다. 예매처는 통영국제음악재단 홈페이지(www.timf.org)와 인터파크티켓(https://ticket.interpark.com)이다.

음악제와 콩쿠르가 열리면 전국구 명소로
작곡가 윤이상의 삶·음악이 있는 기념관도 마련

통영은 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도시다. 소설가 박경리, 시인 김춘수와 유치환, 화가 전혁림 등이 나고 자랐다. 화가 이중섭이 1950년대 초 통영에서 활동했고, 시인 백석과 정지용은 통영을 여행하며 받은 영감과 인상을 시와 산문으로 남겼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작곡가 윤이상이다.

예술 외적인 이유로 오랫동안 외국에서 더 많이 알려지고 인정받은 현대음악의 거목이다. 통영국제음악당, 통영국제음악제,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모두 윤이상과 그의 음악을 기리는 공간이고 음악제다.

음악당 뒤편 바다가 보이는 자리에 윤이상 추모지가 있다. 사후 23년이 지난 2018년, 독일 베를린에서 돌아온 유해가 안장된 곳이다. 윤이상은 프랑스 유학 후 독일에서 활동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1967년 동베를린공작단사건으로 복역하다가 1969년 석방돼 독일로 돌아갔고, 1995년 그곳에서 타계했다.


윤이상기념관은 작곡가 윤이상의 삶과 음악 속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는 곳이다. 통영 시내 생가 터 부근에 2010년 조성했다. 공원, 전시관, 실내 공연장, 베를린하우스 등으로 이뤄진다. 사진과 친필 악보, 독일 정부가 수여한 훈장, 생전에 연주하던 첼로, 늘 간직한 작은 태극기, 옷과 중절모 등 유품을 볼 수 있다.

베를린의 자택 윤이상하우스를 본떠 지은 베를린하우스는 안내하는 직원과 함께 2층부터 관람한다. 피아노, 가구, 카펫, 음반, 책, 전화기와 스탠드까지 베를린에서 사용하던 것을 그대로 옮겨 와 응접실과 서재를 재현했다. 1층은 음악 관련 도서를 자유롭게 열람하고 주요 작품을 들어볼 수 있는 도서관이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없다.

윤이상기념관에서 1㎞ 남짓 떨어진 서피랑공원도 가볼 만하다. ‘서쪽에 있는 벼랑’이라서 서피랑이다. 벽화마을로 유명한 동피랑과 마주 본다. 박경리 작가의 작품을 주제로 꾸민 99계단을 지나 공원에서 가장 높은 서포루에 오르면 강구안 일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밟으면 소리가 나는 피아노계단은 윤이상이 떠오른다. 아랫동네에 윤이상이 학교 다니던 골목도 있다.

전혁림미술관

미륵산 가는 길, 벚꽃이 만발한 봉수골에 전혁림미술관과 봄날의책방이 이웃한다. 전혁림미술관은 아들인 화가 전영근이 운영한다. 전혁림은 통영 바다를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남겼다. ‘색채의 마술사’ ‘바다의 화가’라는 별명처럼 강렬한 푸른색을 즐겨 썼다.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 로비에 그의 작품 ‘새 만달라(New Mandala)’가 설치됐고, 시내와 미륵도를 잇는 충무교 교각에도 ‘운하교’ 모사화가 있다.

봄날의책방은 통영의 자연과 문화 예술 콘텐츠를 책으로 만드는 출판사 남해의봄날이 운영하는 작은 서점이다. 통영 출신 작가의 작품,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그림책, 남해의봄날이 펴낸 책과 아트 상품 등을 전시·판매한다. 예쁜 건물에 이끌려 홀린 듯 들어갔다가 한참 머물게 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윤이상기념관→전혁림미술관→봄날의책방→통영국제음악당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윤이상기념관→서피랑공원→통영국제음악당→달아공원
-둘째 날: 전혁림미술관→봄날의책방

관련 웹 사이트 주소
-통영국제음악재단 www.timf.org
-U투어(통영관광포털) www.utour.go.kr/utour.web
-봄날의책방 http://bomnalbooks.com

문의 전화
-통영국제음악재단 055)650-0400
-통영시청 관광과 055)650-0510
-전혁림미술관 055)645-7349
-봄날의책방 070-7795-0531

대중교통
[버스] 서울-통영,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5회(07:00~  23:00) 운행, 약 4시간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13회(07:20~23:30) 운행, 약 4시간30분 소요.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01번·121번·128번 등 일반 버스 이용, 도남동 정류장 하차, 통영국제음악당까지 도보 약 590m. 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01번·141번·200번 등 일반 버스 이용, 만복아파트 정류장 하차, 윤이상기념관까지 도보 약 21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통영종합버스터미널 1688-0017

자가운전
-통영국제음악당: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 IC→통영·한려해상국립공원 방면→창원·고성 방면 우회전→여황로 방면 좌회전→통영국제음악당·도남관광지 방면 좌회전→통영국제음악당
-윤이상기념관: 통영대전고속도로 통영 IC→통영·한려해상국립공원 방면→창원·고성 방면 우회전→중앙로→미륵도관광특구·유람선터미널·통영대교 방면 우회전→윤이상기념관


숙박 정보
-바다향기호텔: 광도면 죽림해안로, 055)644-0300, https://seascent36.modoo.at
-스탠포드호텔앤리조트 통영: 통영시 도남로, 055)725-0000, http://stanfordtongyeong.com
-금호통영마리나리조트: 통영시 큰발개1길, 055)643-8000, www.kumhoresort.co.kr/resort/?khr=a1000
-통영거북선호텔: 통영시 미수해안로, 055)646-0710, www.geobuk seonhotel.com
-포르투나호텔: 통영시 미수해안로, 055)643-7000, www.bestfortuna.com

식당 정보
-만성복집(졸복국·참복국): 통영시 새터길, 055)645-2140
-산양식당(소머리곰탕·비빔밥): 통영시 강구안길, 055)645-2152
-한산섬식당(도다리쑥국·볼락매운탕): 통영시 정동4길, 055)642-8021
-라인도이치(필스너·바이젠·IPA·피자·리소토): 통영시 미우지해안로, 055)643-7758, www.reindeutsch.com
-통영문참치 통영점(생참치덮밥·참치회):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 646-2462, https://tymoontuna.modoo.at

주변 볼거리
2023통영국제음악제: 2023년 3월31일~4월9일, 통영국제음악당, www.timf.org
통영 세병관, 통영케이블카, 동피랑벽화마을, 통영 충렬사, 박경리기념관, 통영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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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