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신 빙속 여제’ 김민선

이상화 넘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제2의 이상화’라는 수식어를 떨쳐내고 ‘제1의 김민선’으로 우뚝 섰다. 이상화 이후 스피드스케이팅계의 최고 기대주로 꼽히는 김민선이 이상화의 기록을 하나씩 넘어서고 있다. 최근 세계대회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김민선에게 ‘원조 빙속 여제’ 이상화 역시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고 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에이스’ 김민선이 제104회 전국동계체육대회(이하 동계체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대회 폐회일인 지난 20일, 대한체육회는 한국체육기자연맹 기자단 투표 결과 김민선이 MVP로 선정됐다고 전했다.

김민선은 이번 동계체전서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일반부 500m, 1000m, 팀추월 종목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대회 3관왕에 등극했다. 이 중 500m(37초90)와 1000m(1분16초35)에선 대회 신기록을 경신했다. 둘 모두 이상화의 종전 기록을 넘어선 것.

새로운 기록
대회 휩쓸다

사실 대회 전체로 시야를 넓히면 김민선의 3관왕 기록이 희귀하다고 평할 수는 없다. 이번 대회서 3관왕을 22명이나 배출했던 데다 4관왕은 10명에, 5관왕도 2명 나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김민선이 MVP로 뽑힌 이유는 최근 국제대회를 휩쓴 후광효과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민선은 체육기자연맹 투표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민선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관하는 2022-2023 시즌 월드컵서 금메달 5개를 따냈다. 올해 초에는 2023 레이크플래시드 동계세계대학경기대회에 출전해 3관왕에 올랐다. 이런 와중에 국내 최대 대회인 동계체전에서도 호성적을 거두자, 여러 성과를 종합해 ‘신 빙속 여제’ 대관식을 열어준 모양새다.

김민선은 “국내서 열리는 가장 큰 대회인 동계체전에서 MVP를 수상하게 돼 기쁘고 감사드린다”며 “이번 동계체전은 개인적으로는 대회 신기록을 경신해 더 큰 의미가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의미 있는 상을 받은 만큼 세계선수권대회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선은 11세 때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다. 다른 스케이팅 선수들에 비해서는 다소 늦은 나이였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서 이상화가 스피드스케이팅 500m 종목서 금메달을 따는 모습에 반해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민선은 처음에 피겨 스케이팅으로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그러다 쇼트트랙으로 종목을 한 차례 변경했고, 다시 스피드스케이팅을 권유받았다. 김민선은 6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스피드스케이팅을 시작했다.

이후 김민선은 각종 주니어 대회를 휩쓸면서 이상화의 뒤를 이을 주역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김민선은 초·중등부 시절 동계체전 스피드스케이팅 단거리 종목(500m, 1000m)서 매번 상위권 성적을 기록했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6년에는 릴레함메르 청소년 동계올림픽에 출전해 500m 금메달, 매스스타트 동메달을 획득했다.

2017년 9월 국제빙상경기연맹 폴클래식 여자 500m서 37초70을 기록했다. 이상화가 10년 전 세웠던 세계주니어신기록 37초81을 뛰어넘는 기록이었다.

하지만 당시 김민선의 기록은 공인기록으로 인정되지 못했다. ISU 규정상 세계신기록을 수립한 선수는 도핑검사를 해야 하는데, 주최 측 과실로 김민선의 도핑검사가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결국 당시 김민선이 세운 기록은 비공인 기록으로 남게 됐다.


동계체전 3관왕…대회 신기록 ‘MVP’
ISU 주관 2022-2023 월드컵 금메달 5개

김민선은 3개월 후인 2017년 12월 2017-2018 ISU 월드컵 4차 대회에 출전해 세계주니어기록을 재차 경신했다. 그는 37초78의 기록으로 이상화가 세운 기록을 0.03초 앞당겼다. 이 기록은 문제없이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았다. 

이후 김민선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무난히 통과하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자력으로 획득했다. 2017년 제50회 빙상인추모 전국 남녀 종목별 선수권 대회 1000m서도 1위를 차지하며 올림픽 호성적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로 김민선은 같은 해 월드컵 2차 대회서도 6위까지 오르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소속팀 의정부시청 감독인 제갈성렬은 김민선의 재능과 기량에 관해 “타고난 순발력에 좋은 신체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체도 길다”며 “특히 스케이팅에 관한 이해도가 좋다. 스펀지 같은 선수다. 얼굴은 아기 같지만 승부욕과 독기가 있다”고 호평했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김민선은 경기 일주일 전 허리 부상을 당하면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김민선은 부상을 안고 뛴 500m 경기서 16위를 기록했다.

올림픽서 아쉬움을 삼키고, 부상의 여파로 한동안 잠잠한 시간이 흘렀다. 그런 와중에도 김민선은 꾸준히 성장했다. 그는 2020 사대륙선수권 500m서 38초416을 기록하면서 2위 브루클린 맥두걸을 0.117초 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민선은 이 대회서 500m 금메달과 함께 팀스프린트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의 기량이 본격적으로 만개할 조짐을 보인 건 2021-2022 시즌부터다. 김민선은 이 시즌 1차 월드컵부터 성적과 순위를 꾸준히 끌어올렸다. 특히 캐나다 캘거리 올림픽 오벌서 열린 ISU 월드컵 4차 대회에선 37.205초를 기록해 자신의 500m 최고기록을 새로 썼다. 이는 당시 빙속 여자 대표팀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김민선은 또 한 번의 올림픽을 앞두고 유망주서 기대주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기량 과시

김민선은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제48회 전국남녀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겸 제76회 전국남녀 종합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500m 1차 레이스서 38초13을 기록했다. 이는 앞서 이상화가 2012년 수립한 38초18을 0.05초 앞당긴 대회 신기록이다.

뒤이어 3월 네덜란드서 열린 ISU 월드컵 파이널 500m 2차레이스에선 37초58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는 김민선의 첫 월드컵 메달이다.

2022 베이징올림픽 당시, 김민선은 원래 곽윤기와 함께 개막식 공동 기수로 예정돼있었다. 하지만 실제 기수로는 김아랑이 나섰다. 이는 경기에 집중하고 싶다는 김민선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김민선은 주종목인 500m서 10조로 배정받아 일본 베테랑 선수인 고 아리사와 경기를 펼쳤다. 이날 김민선은 37초60을 기록해 전체 7위에 올랐다. 4년 전 자신의 기록을 1초 앞당겼다. 1000m에서는 8조에 배정됐다. 단거리 주자인 김민선은 초반 200m서 17초71를 기록했지만, 뒷심 부족으로 1분16초49의 기록으로 전체 16위에 올랐다.

터질 듯 말 듯 꾸준한 기대를 모았던 김민선의 기량은 올림픽을 두 번 경험하면서 비로소 만개했다.

김민선은 2022-2023시즌 1차 월드컵서 37초55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베이징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에린 잭슨, 은메달리스트 다카기 미호 등 쟁쟁한 선수가 대거 출전했던 대회서 2위를 무려 0.51초 차로 따돌리고 거둔 성과였다.

이 금메달은 개인으로서도 월드컵 첫 금메달인 동시에, 한국 빙상계로서도 이상화 이후 오랜만에 탈환한 월드컵 금메달이다. 같은 대회 1000m 종목에서는 네덜란드의 유타 레이르담에게 0.21초 뒤진 기록으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2차 월드컵 500m에선 같은 조 선수보다 한발 늦게 출발했음에도, 2위를 0.27초 차이로 넉넉히 따돌리며 재차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날 김민선의 기록은 37초21이었다. 김민선은 이 기록으로 1차 월드컵의 선전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스스로 입증해보였다.

3차 월드컵에선 부정 출발을 범해 심리적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도 참가자 중 유일한 36초대 기록(36초97)을 남겼다. 100m 구간을 참가자 중 가장 빠른 10초46으로 통과한 뒤, 페이스를 끝까지 유지한 것이 주효했다. 김민선은 3연패와 함께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하는 기쁨을 누렸다.


장기 집권
가능할까

이 대회 1000m서 김민선은 6위를 기록했지만 개인 최고기록(1분13초794)을 새로 쓰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4차 월드컵 500m에선 물오른 기량을 과시하며 월드컵 4연패를 달성했다. 36초96으로 개인 최고기록을 또 다시 경신했다. 유력 우승후보로 꼽혔던 다카기 미호는 37초26,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에린 잭슨은 37초35로 김민선의 뒤를 이었다.

김민선은 5차 월드컵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500m서 모든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37초대 기록(37초90)을 남겼다. 김민선은 월드컵 5연패를 달성하며 시즌 전관왕 달성 가능성을 키웠다.

하지만 김민선의 도전은 한 끝이 모자랐다. 김민선은 6차 월드컵에 출전해 500m서 38초08의 기록으로 아쉽게 2위를 차지했다. 1위 바네사 헤어초크의 37초96에 0.12초 뒤진 기록이었다. 수개월간 국내·북미·유럽을 오가며 강행군을 펼치면서 체력적 한계에 부딪힌 게 아쉬운 대목이었다.

단일 시즌 전관왕은 현역 시절 이상화도 갖지 못한 대기록이다. 이상화는 2013-2014시즌 월드컵 1~7차 레이스서 모두 우승하고도 전관왕 등극이 불발됐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서 500m 2연패에 성공한 후 남은 월드컵 대회에 모두 불참했기 때문이다.

김민선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지난해 12월 캐나다 퀘벡서 열린 ISU 스피드스케이팅 사대륙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 이 대회에서 김민선은 38초141을 기록하며 다시 금메달 사냥에 나섰다. 이번에는 뒷심이 돋보였다. 7조서 레이스를 펼친 김민선은 첫 100m 구간을 4위(10초68)로 통과하고도 무서운 뒷심으로 1위에 올랐다.

김민선은 이후 열린 1000m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상화와 예니 볼프 등 여러 전설적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긴 전성기를 누렸다. 김민선 역시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장기 집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민선 역시 현시점 정상급 선수로 꼽히지만, 지금까지 목에 건 메달 수는 전설로 불리는 선수들에 비해 한참 적은 편이다. 다만 빙상계에서는 과거 사례에 비춰 김민선이 일단 정상권에 진입하면 독주체제를 굳히길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김 “이상화 수식어 부담? 자극제 된다”
이 “‘제2 이상화’보단 본인 이름으로”

2000년대 중후반을 주름잡은 독일의 전설적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예니 볼프는 월드컵서 금메달 49개를 휩쓸었다. 보니 블레어가 39개, 이상화 36개, 고다이라 나오 28개, 캐트리오나 르메이돈 27개 순으로 그 뒤를 잇는다.
이들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정상권을 유지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김민선에게는 동계올림픽 금메달이 주된 동기로 작용한다. 김민선이 오는 2026년 열릴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동계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기량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앞으로 더 많은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는 것.

다만 허리 부상 재발을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민선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직전 허리 부상을 입은 뒤 2년간 주춤한 바 있다. 빙상계에서는 김민선이 허리를 잘 관리해 부상 재발을 막을 수만 있다면 빙속 여자 500m서 김민선의 전성시대가 열릴 수 있다고 본다.

김민선은 어린 시절부터 일찌감치 ‘포스트 이상화’로 주목받으며 항상 이상화와 비교돼왔다. 전설적인 선배와 비교되는 것이 부담일 수도 있겠지만, 김민선은 오히려 긍정적인 반응이다.

김민선은 언론 인터뷰서 관련 질문을 받고 “제가 국가대표에 선발됐던 17세 때부터 저에 대해 써 주신 모든 기사에 이상화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부담으로 느껴지진 않는다”면서 “오히려 많은 분이 제가 상화 언니만큼 잘할 수 있는 선수라고 믿어 주시고 지켜봐주신다고 생각해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자극제가 된다”고 답했다.

김민선은 이번 시즌 월드컵 1차 대회서 여자 1000m 은메달을 획득한 뒤 “상화 언니가 꿈에 나왔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이어 시즌 후반에는 “이번엔 꿈에 안 나왔다. 4차 대회 끝나고 축하 문자는 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상화와 김민선은 실제로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는 관계로 알려졌다. 김민선은 2020년 7월 SBS 모바일 24 <배거슨 라이브 ㅅㅅㅅ>에 출연해 이상화와의 인연을 언급했다. 

김민선은 해당 방송서 “이상화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당시 같은 방을 썼는데, 10세 이상 나이 차가 나서 오히려 편했다”며 “이상화가 밥도 많이 사줬다”고 말했다. 

이상화 역시 꾸준히 김민선을 응원하는 모습이다. 이상화는 김민선을 두고 “성숙한 정신력과 강한 집중력을 갖춘 선수고, 마치 어렸을 적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이상화는 은퇴 후에도 각종 방송에 출연할 때 김민선을 여러 번 언급했다. 김민선은 2021년 2월 방영된 SBS <동상이몽2 너는 내 운명> 이상화&강남 편에 함께 출연했다. 김민선이 이상화 부부와 함께 식사하는 모습이 방영됐다. 방송에서 김민선은 이상화가 가장 아끼는 후배로 소개됐다.

또 이상화는 지난해 2월 E채널 <노는 언니>에 출연해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기대주로 김민선을 꼽았다. 그러면서 세간에서 김민선을 ‘제2의 이상화’라고 부르는 것을 두고 “그것보다는 본인(김민선)의 이름으로 불러주면 좋겠다”고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상화 왕관
새로운 주인

김민선은 이상화를 넘어서기 위한 발전 방향도 스스로 찾아냈다. 김민선은 이상화가 세계신기록을 세우던 시절 초반 100m 기록이 10초09였다는 점을 언급하며 “제 기록보다 0.1초가량 빠르다. 그 부분을 앞당기면 그 이후도 좋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스타트가 마음처럼 쉽게 되진 않는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완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민선은 다음 달 치러지는 세계선수권 대회서 세계 최정상 자리에 다시 한번 도전한다. 관건은 컨디션 조절이다. 김민선이 세 대륙을 오간 강행군으로 생긴 피로를 풀고, 몸 상태를 제대로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우승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전망이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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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홀로 싸우는 오세훈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런데 양자 구도에선 낙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이 지지부진해서 홀로 싸워야 할 오 시장에겐 부동산 대책과 한강버스라는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오 시장의 5선은 성공할 수 있을까? <주간조선>이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냇에 의뢰해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결과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25%를 얻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었다. 지지율은 높은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주자들은 ▲박주민 의원(12%) ▲김민석 총리(9%)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8%)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4%)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2%)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주자 중엔 나경원 의원(11%)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적합한 인물이 없다”고 한 응답자도 14%로 확인된 만큼 선거 결과를 벌써 장담하긴 이르다. 온라인 매체 <뉴스토마토>도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만 18세 이상 서울 거주 성인남녀 1001명을 대상으로 서울시장 주자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오 시장은 여기서도 23.2%의 지지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범보수 주자들은 ▲나 의원(11.8%)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7.5%)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6.1%)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4.8%)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박 의원은 12.8%의 지지를 얻어 범여권 서울시장 후보 중 1위를 기록했다. 조 비대위원장은 12.6%를 얻으며 오 시장 턱밑까지 치고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 총리(9.8%) ▲민주당 서영교 의원(6.6%) ▲강 실장(4.3%) ▲박 의원(1.6%) 순으로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양자구도가 되면, 오차 범위 내 혼전이 진행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 시장이 강 실장·조 비대위원장과 대결하면 각각 1.7%·1.5% 차이로 앞설 수도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김 총리를 상대할 땐 3.6% 차이로 질 수도 있단 결과도 나왔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확정되면, 여당 프리미엄과 중·장년층의 지지를 얻어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을 면회한 사실을 스스로 공개해 당내 일각에서도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장 대표는 ‘윤 어게인’을 추종하는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선됐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함으로써 여전히 과거와 절연하지 못하는 당의 현실을 보여줬다. ‘지지부진’ 국힘, 방해꾼 안 되면 다행 오 신통기획 방해할 10·15 부동산 대책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에서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국정감사에서 주목받는 구도는 민주당과 사법부의 알력이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다수 여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조요토미 희대요시’로 희화화한 사진을 제시하는 등 튀는 모습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오 시장은 선거에서 당의 지원은 차라리 없는 게 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나 의원이 서울시장 경선에 출마해 오 시장에게 도전하면, 오 시장으로선 당이 오히려 방해꾼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오 시장은 결국 혼자 싸워야 한다. 이미 오 시장은 혼자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5일 새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 전역은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다. 서울 소재의 모든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다. 정부가 이 조치를 하는 명분은 ‘수도권 집값 안정’이다. 반면 오 시장은 ▲인·허가 절차 간소화 ▲용적률 인센티브 제공 ▲사업성 개선 등 재건축·재개발을 촉진해 공급 물량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다. 서울 내 일부 아파트 단지에 혼재된 연립·다세대 주택이 규제 대상으로 지정된 것도 오 시장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열어둔다. 정부의 새 대책은 주택 매매 물량 감소 때문에 거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전세 공급도 줄어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의 부동산 대책은 전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이 높아지고, 공급이 늘면 가격이 낮아진다”는 기본적인 수요·공급 원리와 정면으로 반하는 경우가 많아 논란을 빚는다. 민주당으로선 가계 부채 문제를 부동산 대책의 주된 명분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문재인정부에선 보유세를 인상하면서 거래세까지 올렸다. 이번 대책엔 ▲주택담보대출 시가별 차등화 ▲주택담보대출 한정 스트레스 금리 상향 조정 ▲전세대출 이자 상환분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반영 등 가계부채 문제를 겨냥한 조치까지 포함돼 수요·공급을 모두 줄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결국엔 주택 자체가 고급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 시장으로선 자신이 유지하는 신속통합기획이 퇴색될 가능성이 있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오 시장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은 기본적으로 공급을 늘리려는 취지로 이해된다. 정부와 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이를 방해해 이번 대책이 과거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연결되면, 반대로 정치적 호재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강버스 어디로? 그런데 오 시장에겐 특유의 집착이 있다. 오 시장은 “한강에 대중교통 역할을 할 배를 띄운다”는 취지의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했다. 오 시장은 시정 1기 시절부터 한강에 배를 띄우는 사업을 진행하려고 했다. 지난 2023년 12월 사업 추진 당시에도 ▲적자 가능성 ▲폭염·혹한·폭우·폭설 등 악천후 시 대책 ▲환경 문제 등이 지적됐다. 한강버스가 사업 추진 후 약 1년9개월여가 지난 지난달 개통한 이유는 ▲투자 심사 회피를 위한 사업 쪼개기 ▲사업비 증가 ▲배차 간격 조정 등 각종 논란이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개통 첫날 탑승객은 4361명이었고,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로는 서울 특유의 대중교통 대란이 해소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일찌감치 제기됐던 문제들이 연이어 이어졌다. 개통 전날 시승식 행사도 악천후로 취소됐다. 불과 개통 3일째 되는 날엔 팔당댐 방류로 인해 운행이 중단됐다. 또 고장으로 인해 승객이 뚝섬에서 승객 모두가 하차했고, 운행이 중단되는 등 사태가 이어졌다. 결국 한강버스는 지난달 29일부터 약 한 달간 승객을 태우지 않는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하기로 했다. 또 한강버스는 “오 시장이 실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의 애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가능성을 열어둔다. 대중교통 이용 시 심리적으로 큰 영향을 차지하는 부분은 환승 저항(Transfer Resistance)이다. 교통수단 환승 시 느끼는 육체적·심리적·시간적 손해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요 시간 증가 ▲물리적 피로 ▲정보 부담 ▲일부 역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고통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지하철 2·4·5호선을 갈아탈 수 있고, 다수의 쇼핑몰·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의 예를 거론할 수 있다. 해당 역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이용객이 약 7만여명으로 집계됐고, 2호선 출입구와 4·5호선이 매우 멀어 긴 거리를 걸어야 한다. 이 같은 요소 때문에 상당수의 시민은 차라리 소요 시간이 길어지는 쪽을 택해 환승을 피하려고 한다. 오 시장의 구상대로 한강버스를 이용하면, 지하철·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하지 않아도 될 환승을 2회나 더 해야 한다. 한강버스는 환승 저항 때문에라도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편 서울시마을버스운송사업조합(이하 조합)은 지난달 22일 “환승 할인 재정 지원을 확대하지 않으면, 내년 1월부터 환승 제도에서 공식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조합에 따르면, 마을버스 회사는 환승 제도로 인해 승객이 지불한 요금의 일부만 가져간다. 그런데 서울시는 손실액을 100% 보전하지 않아서 환승객이 많을수록 손해가 커진다. 조합은 2004년 이후 손실액은 매년 1000억원이고, 서울시로부터 보전받지 못한 금액은 1조원 이상 누적됐다고 주장한다. 특유의 물 집착 올해 서울시가 마을버스 회사에 지급한 손실 보조금은 412억원이다. 2022년에 495억원을 지원한 이후 2년 연속 줄이다가 올해 늘린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시는 “마을버스 노선을 조사한 결과, 배차 간격 등을 지키지 않는 임의 운영 사례가 다수 있었다”며 “실제 운행 차량 대수가 아닌 등록 대수로 보조금을 신청하는 등 회계 서류 부실·업무 외 비용 과다 지출도 다수 적발됐다”고 반박했다. 서울시와 조합은 지난 2일 ▲재정 지원 기준액 인상 ▲내년도 기준 수립 시 업계 의견 적극 반영 ▲보조금 추가 지원 ▲배차 간격 개선 ▲회계 투명성 상승 등을 합의했다. 하지만 조합은 여전히 환승제 탈퇴 가능성을 거론한다. 조합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조건은 1000억원대 손실 전액 보전이기 때문이다. 오 시장의 ‘한강 집착’은 지난 20일 서울시를 상대로 진행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서도 확인됐다. 민주당 전용기 의원은 이날 “주식회사 한강버스가 은행에서 빌린 대출 500억원을 갚지 못하면, SH공사(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는다”며 “오 시장의 서울시가 시민 세금으로 민간회사의 빚을 보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의원은 이날 한강버스가 은행서 500억원을 빌릴 당시 은행에 제출한 컴포트레터(회사의 재정·외부 지원 여부를 확인해 주는 문서)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SH공사는 한강버스가 빚을 갚지 못하면 선박·도선장을 잔존가치 가격으로 매입하거나, 대출금을 출자금으로 전환해 운영을 맡기로 했다. 같은 당 천준호 의원도 “시범 운항 TF 운영 당시 발전기 방전 관련 지적이 있었는데도 고쳐지지 않아서 정식 운항 때도 고장 났다”며 “시는 민간사업자 추진 사항이라서 자료가 없다고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다음 날 “한강버스에 투입된 자금 중 약 69%는 서울시가 조달했고, 민간 투자 금액은 2.8%에 불과하다”면서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졸속 추진된 한강버스 관련 의혹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오세이돈 별명 붙었는데 ‘한강버스’ 집착 민주당 김건희 특검에 “오세훈 수사” 촉구 반면 오 시장은 “한강버스 운항 후 2~3년이 지나면 충분히 흑자가 날 것”이라며 “운항 수입은 극히 일부고, 선착장 부대시설에서 얻는 수익과 광고 수익 등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고 반박했다. 오 시장에겐 ‘오세이돈’이란 별명이 붙었다. 한강 등 물과 관련된 사업을 다수 진행했기 때문이고, 폭우 관련 책임이 있다는 비판도 작용했다. 실제로 그는 시정 1~2기 당시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 ▲한강 수상택시 ▲마곡 워터프론트 사업 ▲노들섬 한강예술섬 계획 ▲뚝섬 레포츠 시설 사업 ▲당인리발전소 수변 개발 계획 등을 진행했다. 3~4기엔 ▲한강 대관람차 건설 계획 ▲서울아레나 수변 개발 계획 ▲한강버스 사업 등을 기획했다. 그런데 시정의 기본인 수해 방지에 대해선 강한 비판을 받았다. 오 시장 재임 중인 2011년과 2022년엔 폭우로 서울시 일부가 잠기는 큰 피해를 봤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배수로만으로는 폭우·폭설에 대처할 수 없는데도, 오 시장이 수해 방지 예산을 매년 줄였다”고 비판했다. 서울 환경연합의 주장에 따르면, 오 시장 취임 1년 전 서울시의 수해 방지 예산은 641억원이었다가 매년 줄었고, 2010년엔 66억원이었다. 이후 오 시장은 ▲지하 하수도 용량 확대 ▲대심도 빗물 터널 설치 등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2022년에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2021년도 수방 치수 예산은 5189억원이었지만, 2022년엔 4202억원이었다. 오 시장과 민주당이 주도하는 서울시의회가 삭감에 가담했고, 오 시장은 재취임 직후 추경을 통해 292억원을 긴급 증액했다. 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인 세빛섬에서도 물과 관련된 물의를 빚었다. 세빛섬은 와이어로만 묶여 물 위에 떠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지난 2011년엔 폭우로 인해 물에 잠겨 한동안 출입이 금지되는 홍역을 치렀다. 지난 2020년엔 부채가 1195억원이라서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 시장은 ‘오세이돈’ 별명에 이어 “오 시장의 사주를 풀어보면, 물은 많은데 나무가 없어서 물난리가 난다”는 조롱도 듣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임 중 청계천 복원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후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것을 의식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듣고 있다. 조롱 섞인 별명에도 굴하지 않고, 오 시장은 한강에 대한 집념을 유지하고 있다. 한강버스에 대한 민주당의 공격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방선거까지 약 7개월여가 남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지난해부터 “명태균 게이트에 연루돼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어 수사 기한을 다음달 28일로 연장하면서 특검보 2명 등을 보강하려고 한다. 시작되는 명 공세 민주당 3대 특검 대응 특별위원회는 지난 10일 “명태균 게이트 주요 의혹 대상자인 오 시장 관련 수사는 검찰에서 진행됐다가 멈췄다”면서 김건희 특검에 오 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따라서 수사 기간 연장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가 연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민주당으로선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특히 서울시장 자리를 탈환해야 한다. 오 시장에 대한 공격을 당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내우외환 속에서 오 시장은 홀로 싸워야 한다. 그의 5선 도전은 어떻게 마무리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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