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NET세상> 불륜과 증거 설왕설래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23.02.28 08:52:50
  • 호수 14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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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피우기 딱 좋은 법이네∼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인터넷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짚어봅니다. 최근 세간의 화제 중에서도 네티즌들이 ‘와글와글’하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꺼냅니다. 이번주는 불륜과 증거에 대한 설왕설래입니다.

아내의 외도를 의심해 몰래 대화를 녹음한 뒤 이를 이혼소송에 제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편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해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방에 녹음기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종채)는 지난 2일, 명예훼손 및 통신비밀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자격정지 1년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2020년 10월 서울 광진구 소재 자택에 외장 하드디스크 형태의 녹음기를 설치해 3차례에 걸쳐 배우자 B씨의 통화 내용을 몰래 녹음하고 청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씨는 B씨가 불륜을 저지른다고 의심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2020년 11월 아내 직장 동료에게 “B씨와 전 남편 사이에 딸이 있었는데 이를 숨기고 나와 결혼했다”는 취지로 말하고, 같은 해 12월 또 다른 아내 동료들에게 불륜 의혹을 언급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녹음기는 외장형 하드디스크 기능을 겸하는 것인데 해당 기능을 사용하거나 이를 충전하고자 방에 뒀을 뿐”이라며 “녹음기는 일정 데시벨 이상의 소리가 들리는 경우 녹음되는 기능이 있다. 우연히 이 기능이 켜져 있어 B씨의 대화 내용이 녹음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아내 외도 의심해 몰래 대화 녹음
이혼소송에 그동안 모은 증거 제출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아내 동료들이 불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저에게 숨겨왔던 것이 아닌지 의심해 확인하고자 물어봤던 것”이라며 “불륜 사실을 말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녹음 기능을 켜기 위해선 측면에 매몰된 작은 원형 형태의 버튼을 ‘켜짐(on)’ 방향으로 옮겨야 하고 이 과정서 상당한 정도의 힘을 줘야 하기에 우연히 켜질 가능성은 없다”며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녹음하고 이를 이혼소송에서 증거로 제출해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명예훼손 범행에서 적시한 사실의 내용이 B씨의 내밀한 사적 영역에 관한 것으로서 그 죄질이 좋지 않다”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고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아내의 부정행위를 의심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등 그 경위에 다소 참작할만한 사정이 있다”고 부연했다.

그렇다면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생각은 어떨까. 다양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


법원 “비밀·자유 침해”
징역 8개월에 집유 2년

‘허무하겠다. 법은 내 편일 줄 알았을 텐데’<0som****> ‘배우자가 불륜해도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눈 뜨고 쳐다보고 있어야 하네’<rlat****> ‘그럼 증거는 어디서 찾나요? 이해 불가’<gaia****> ‘뉴스가 허구한 날 바람피우는 얘기네’<lgb7****> ‘부부간에 비밀과 자유의 침해가 어디 있냐? 바람피우는 것도 자유고 지켜줘야 할 비밀이면 혼인신고는 왜 하고 결혼식은 왜 함?’<nice****>

‘불륜을 잡고 인정받으려면 증거를 제출해야 하고, 증거를 내밀면 비밀 침해로 처벌 받고…뭐 어쩌라는 거냐?’<woll****> ‘간통죄 부활시켜라. 그럼 어떻게 증거를 수집하냐?’<gu41****> ‘간통은 이제 죄가 아니다. 그래서 간통 증거 수집은 불법이다’<sjf0****> ‘결혼하신 분들 바람피워도 문제없네요. 녹취록, 영상 등 증거물이 있어도 다 불법이 되는 세상이니까요’<dlsd****>

‘법적 부부끼리 무슨 비밀 사생활이 있냐?’<yhsu****> ‘갈수록 불륜이 많아지고, 깨지는 가정이 늘어난다. 행복추구권은 누굴 위한 거냐?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법이라니…’<1228****> ‘합법적인 방법으로 증거를 수집할 방법이 있을까?’<kim1****> ‘배우자의 불륜 행위를 적발하는 방법을 법원에서 제시해야 한다’<crnd****>

‘한 집에서 한 침대를 사용하는 공인된 부부의 일을 서로가 그 정도 간여도 못 한다면 타인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요? 현대인의 부부에 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판결이네요’<riew****> ‘세상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할지 생각을 바꿔야겠다’<kjj7****>

유죄, 왜?

‘불륜 배우자 조사 수집은 형사 집행감이고, 불륜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민사소송밖에 안 되는 현실’<leeh****>  ‘그래서 부정행위를 했다는 거야? 아님 하지도 않았는데 의심하고 불법으로 정보 수집을 했다는 거야?’<saey****> ‘남편 잘못인데? 기사를 좀 자세히 읽어보세요’<kchu****> ‘불륜 의심만으로 녹음하고 아내 동료들한테 거짓 정보 흘리면서 떠봤다는 거네요. 불륜 안 했으니 이런 결과 나온 거 같은데요’<hyos****>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륜녀 협박남의 최후

내연관계에 있던 남성에게 지속적으로 협박을 받은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형사5단독(부장판사 김옥희)은 최근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남성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유부녀인 A씨는 B씨와 불륜관계로 지내다 이별을 통보했다.

화가 난 B씨는 무려 37차례나 연락해 “남편과 가족, 직장 동료 등에게 내연 사실을 알리겠다”고 A씨를 협박했다.


A씨는 정신적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지속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여 직장을 그만두도록 강요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한 점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2000만원을 공탁했을 뿐 A씨의 유족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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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