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성지순례 ④삼척 맹방해변과 부남해변

마침내, 음악과 영화의 성지된 두 곳

강원도 삼척에는 한류 팬이 가고 싶은 명소가 두 군데 있다. ‘버터’와 ‘마침내’의 바닷가다. ‘버터’의 바닷가는 방탄소년단(BTS)의 앨범 ‘버터’ 재킷을 촬영한 맹방해변이다. 멤버 제이홉이 촬영 중에 “합성 같냐, 바다가”라고 감탄한 그곳이다. ‘마침내’의 바닷가는 영화 〈헤어질 결심〉 마지막 장면, 바위산을 촬영한 부남해변이다. ‘마침내’는 이 작품을 대표하는 마성의 대사다. 맹방해변은 햇빛이 찬란할 때가 좋고, 부남해변은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즈음이 낫다. 맹방해변은 방탄소년단의 멜로디처럼 달고, 부남해변은 〈헤어질 결심〉처럼 마음에 아려 쓰다.

맹방해변은 동해서 손꼽는 해변이다. 보통 ‘곱고 부드러운 모래가 끝없이 펼쳐진 바닷가’에 명사십리라는 수식이 붙는데, 맹방해변은 오래전부터 명사십리라고 불렸다. 이젠 ‘방탄소년단의 해변’이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생겼다. 2021년 3월 맹방해변에서 재킷을 촬영한 앨범 ‘버터’는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핫100 차트 1위를 기록했고, 총 10주 동안 정상을 지켰다.

한류 명소

맹방해변 역시 한류 명소로 거듭났다. 20 21년 7월 앨범 속 촬영 콘셉트를 재현했고, 지난해 10월부터는 재킷에 등장한 소품을 재정비해 여행자를 맞고 있다. 주황색과 초록색이 섞인 파라솔, 파란색과 노란색 줄무늬 선베드, 비치 발리볼 네트와 보드 등이 재킷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양새다.

그곳에서 앨범 사진 속 방탄소년단처럼 인증사진을 찍는 이는 ‘아미(BTS 공식 팬클럽)’뿐만 아니다. 남녀 불문, 나이 불문이다. 선베드가 내륙을 향한다고 인증사진만 찍고 떠나선 곤란하다. 뒤쪽으로 펼쳐지는 바다는 방탄소년단의 노래처럼 청량하다.

유튜브 채널 ‘방탄TV’에는 그날의 스케치 영상이 생생하다. 2022 카타르월드컵 주제곡 ‘드리머스(Dreamers)’를 부른 멤버 정국은 “겨울 바다가 보고 싶었는데 못 온” 아쉬움을 달래고, “바닷소리가 참 사람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게 좋다”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맹방해변의 겨울 바닷소리는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 하지만 이내 ‘버터’가 귓가에 맴도는 건 어쩔 수 없다. ‘버터처럼 부드럽게(smooth like butter)’ 하는 콧노래가 흘러나오고, 모래밭을 걷다 보면 맹방의 황홀한 바다 빛이 순식간에 ‘당신의 마음속으로 몰래 침입(breakin’ into your heart like that)’하는 듯하다.

2021년 삼척 바다의 주인공이 맹방해변이라면, 2022년은 부남해변이다. 마을에서 관리하는 비밀스러운 해변은 이전부터 마니아가 적잖았다. 한 눈에 들어오는 소박한 해안과 남쪽 바위산이 영화적이다. 지난해 6월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 개봉한 뒤, 마침내 이곳은 그 너비로 가늠할 수 없는 해준(박해일 분)과 서래(탕웨이 분)의 사랑이 깃든 장소가 됐다.

부남해변은 맹방해변 남쪽으로 6~7㎞ 거리에 위치한다. 국도7호선(동해대로)을 벗어나 부남2리 마을 길로 들어선다. 주차장에서 해변으로 가는 입구는 대숲 계단을 지나 꽤 극적이다. 계단 끝에서 정면 모래밭 건너편에 바위산이 보인다. 바위산 안쪽은 영화와 달리 당집이 하나 있고, 바위 사이로 사나운 파도뿐이다. 

삼척 바다의 주인공 맹방해변·부남해변
유황 든 온천수 사용하는 족욕체험장도

그 속으로 걸어가는 서래와 그녀를 쫓는 해준의 모습이 겹친다. 서래가 소중하게 간직한 <산해경>도 떠오른다. 산인 듯 바다인 듯싶은 그림과 탕웨이가 직접 썼다는 한글이 인상적이었는데, 부남해변의 바위산은 이를 재현한 것 같다.

그러므로 부남해변에서는 누구나 어쩔 수 없이 그리고 마침내, 서래와 해준이 되어 지난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며 걷는다.

바위산 곁의 모래밭 또한 작은 바위가 길을 막아 시적이다. 그 사이로 해변을 거닐다 바다에 시선을 던지면 애잔한 사랑이 밀물처럼 다가오고, 물결 위로 정훈희와 송창식이 부른 OST ‘안개’가 파도에 실려 번진다. ‘그래도 애타게 그리는 마음, 그 사람은 어디에 갔을까’라는 가사를 다섯 자로 줄이면 ‘헤어질 결심’이고, 다시 석 자로 쓰면 ‘마침내’다.


이때 마침내는 분명 ‘드디어 마지막에는’이라는 의미일 텐데, 입 밖에서는 그저 작고 아름다운 해변에 대한 감탄이 되고 만다.

부남해변은 부남2리 마을에서 관리한다. 〈헤어질 결심〉을 개봉한 뒤 찾는 이가 부쩍 늘었다. 주간에는 대체로 개방하나 안전 문제로 닫아두는 경우도 있다. 입구가 닫혔을 때는 삼척시청 관광정책과(033)570-3074)에 문의하면 마을에 연락해서 열어준다.

이사부사자공원은 가요 ‘독도는 우리 땅’에도 등장하는 신라 장군 이사부의 개척정신과 얼을 기려 조성했다. 정상부에 삼척그림책나라가 있다. 그림책 작가들이 직접 참여해 꾸민 공간을 다섯 개 전시관으로 구성했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는 그물놀이터와 정글짐, 벌집놀이터 등이 아이들의 흥미를 돋운다.

빅북존과 그물침대에서 그림책을 읽는 경험도 재미나다. 전문 교육을 받은 도슨트가 상주해 책 읽기와 체험을 돕는다. 입장은 하루 3회(09:30, 13:00, 15:30), 회당 입장 인원 100명으로 관리한다. 야외에는 ‘삼척 문어와 용왕 이야기’ 조형물이 반기며, 해변으로 이어지는 산책로가 운치 있다.

벽너머엔나릿골감성마을은 골목과 벽화가 아기자기하다. 나릿골은 ‘나루가 있던 마을’을 뜻한다. 1970~1980년대 어촌 산동네 풍경이 남아 있고, 골목을 걷다 돌아보면 삼척항과 바다 풍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일부 길은 집 마당과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니 주민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돌아볼 일이다.

유황온천

주차장이 마을 곳곳에 있는데, 보통 나릿골말랑이수퍼와 나릿골안내센터가 있는 삼척항대게거리 쪽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삼척 내륙의 가곡이나 도계 쪽을 여행한다면 가곡족욕체험장도 겨울 여행지로 알맞다. 가온밸리휴양마을에서 운영하며, 유황이 든 온천수를 사용한다. 족욕 전에 목과 어깨에 유황 제트 겔을 바르고, 온천수에 20~30분 발을 담근 뒤, 소금으로 발을 문지르고 아로마 오일을 바르는 순서로 진행한다. 창밖으로 가곡천 풍경이 한 눈에 들어와 몸과 마음이 한층 편안하다. 이달 중에는 족욕체험장 옆에 유황온천장이 개장할 예정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한류 여행: 벽너머엔나릿골감성마을→맹방해변→부남해변
겨울 바다 여행: 이사부사자공원(삼척그림책나라)→벽너머엔나릿골감성마을→맹방해변→부남해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이사부사자공원(삼척그림책나라)→벽너머엔나릿골감성마을→맹방해변
-둘째 날: 부남해변→가곡족욕체험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삼척문화관광 www.samcheok.go.kr/tour.web
-이사부사자공원(삼척그림책나라) www.samcheok.go.kr/lionpark
-가온밸리휴양마을(가곡족욕체험장) www.gaonv.co.kr
-삼척시청 관광정책과 033)570-3074


문의 전화
-이사부사자공원(삼척그림책나라) 033)570-4616
-가곡족욕체험장 033)572-9520

대중교통
[버스] 서울-삼척,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6~19회(06: 20~22:3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고속버스 하루 11회(06:45~19:5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시외버스 하루 10회(07:10~20:05)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터미널앞 정류장에서 20-1번·20-2번·21번·23번 일반버스나 24번 좌석버스 이용, 하맹방리 정류장 하차, 맹방해변까지 도보 약 1.2㎞. 터미널앞 정류장에서 23번 일반버스 이용, 부남2리 정류장 하차, 부남해변까지 도보 약 680m.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강원여객 033)574-2686

자가운전
-맹방해변: 동해고속도로 근덕 IC→우측 도로, 91m→맹방해변 방면 우측 도로, 242m→심방금계길 맹방해변 방면 좌회전, 514m→맹방해변로 맹방해변 방면, 639m→좌측 도로, 158m→우회전, 763m→맹방해변

-부남해변: 동해고속도로 근덕 IC→근덕·울진 방면 동해대로, 1㎞→근덕 방면 우측 도로, 770m→근덕교차로에서 동막리 방면 우회전, 3.7㎞→삼척로 좌회전, 568m→방재로 우회전, 1.5㎞→부남해변길 좌회전, 593m→부남해변 주차장


숙박 정보
-하이원추추파크: 도계읍 심포남길, 033)550-7788, www.choo choopark.com
-쏠비치 삼척: 삼척시 수로부인길, 1588-4888, www.sonohotelsresorts.com/sb/sc
-NS호스텔: 삼척시 오십천로, 033)575-5785

식당 정보
-삼척보스대게 본점(대게 세트): 삼척시 테마타운길, 033)575-8784, www.bosscrab.modoo.at
-성원닭갈비(물닭갈비): 삼척시 정상안1길, 033)575-7677, www.성원닭갈비.com
-삼척전복해물뚝배기(전복해물뚝배기): 삼척시 테마타운길, 033)572-9999, http://scjeonbokhm.itrocks.kr

주변 볼거리
도계유리나라, 환선굴, 강원종합박물관, 하이원추추파크, 삼척해상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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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