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대마 스캔들’ 배우 유아인

명연기 눈빛이 달랐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배우 유아인이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에 휩싸였다. 설상가상으로 경찰 조사 중 대마초 흡연 의혹이 더해졌다. 곧 나올 것으로 보이는 약물 검사 결과에 영화계를 넘어 유통업계의 이목까지 집중되고 있다. 유아인은 평소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활발히 활동해왔다. 그런 만큼, 마약 스캔들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회 각계에 미치는 파장이 상당할 전망이다.

유아인(본명 엄홍식)의 마약 스캔들이 처음 터져 나온 건 지난 8일이다. 이날 TV조선은 “국내 정상급 남자 영화배우가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지난 6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해당 배우를 소환 조사했다. 이는 항정신성의약품 유통 현황을 감시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수사 의뢰에 따른 것이다.

엎친 데 
덮쳤다

보도 직후 유아인의 소속사인 UAA는 입장문을 내고 해당 배우가 유아인임을 밝혔다. 의혹이 널리 퍼지기 전에 사실상 ‘자진 납세’한 모양새다. UAA는 입장문에서 “유아인이 최근 프로포폴과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모든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으며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소명할 예정이다.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진 보도 내용을 종합하면 유아인은 여러 병원을 돌면서 프로포폴을 상습적으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프로포폴은 정맥에 투여하는 전신마취제의 일종이다. 하얀색 액체 형태여서 이른바 ‘우유주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다른 마취제들과 달리 마취 회복이 빠르고 부작용이 적어 의료계에서 많이 활용된다. 

하지만 “프로포폴 투약 후 깨면 개운하고 잘 잤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는 사용 후기가 퍼지면서 오남용 위험성이 제기됐다. 특히 수면 시간이 불규칙하고 스트레스가 많은 연예인의 직업 특성상, 이들의 상습 투약 혐의가 꾸준히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찰은 지난 8일부터 이틀간 유아인이 드나든 서울 소재 병·의원 여러 곳을 압수수색해 의료기록을 살폈다. 아울러 지난 10일에는 유아인이 프로포폴 이외에 다른 마약을 추가 투약한 혐의까지 받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경찰은 유아인이 지난 5일 미국 LA에서 입국한 직후, 인천공항에서 신체에 대한 압수수색을 속행했다. 사전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동원됐다. 당시 경찰은 유아인의 체모, 소변 등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약물 관련 감정을 의뢰했다.

국과수는 이때 건네받은 소변에서 일반 대마 양성 반응을 발견했다. 다만 당초 경찰이 수사 중이었던 프로포폴에 대해서는 음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포폴은 투약 후 며칠 이내로 체내에서 배출되므로, 소변 검사로 확인이 어렵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각종 마약류 투약 여부를 비교적 확실히 알 수 있는 모발 감정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경찰은 대마 흡입 혐의점이 발견된 만큼, 이날을 기점으로 수사 범위를 마약류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
소변 검사서 대마초 흡연 의혹 더해져

다만 유아인의 소속사 관계자는 같은 날 “아직 경찰이나 국과수로부터 대마 양성 관련 내용을 확인받은 바 없다”며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수사 과정으로 미뤄볼 때, 경찰이 이미 유아인의 추가 혐의 발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의 ‘사전작업’은 치밀했다. 귀국 현장서 잠복하다 즉각 영장을 집행했다. 이는 유아인이 해외 도피·증거인멸 등을 저지를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실제로 경찰은 유아인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경찰은 국과수 감정 결과가 나오는 대로 유아인을 재차 소환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3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아인의 신병 처리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이 관계자는 “지금까지 나온 혐의 정도로는 신병 처리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피의자 1차 조사는 했고, 감정 결과가 나오면 추가로 조사하겠다”며 “이를 종합해 대상자에게 출석을 요구하고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 측 설명에 따르면 국과수의 구체적인 감정 결과는 이달 말쯤 나올 예정이다. 

예정된 경찰 조사에서 마약 관련 혐의가 더욱 뚜렷해진다면 사회 각계에 큰 파장이 일 수 있다. 우선 유아인의 경찰 조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로 가장 비상이 걸린 곳은 방송·영화계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유아인의 출연작이 상당한 탓이다. 

유아인은 2003년 농심 ‘쫄쫄면’ 광고로 데뷔한 뒤 20여년간 배우로 활동해왔다. 2010년대 초반 주목받는 충무로 유망주로 거듭난 뒤, 2010년대 중반에는 명실상부한 정상급 배우로 발돋움했다.

유아인은 2004년 성장 드라마 <반올림>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다. 이어 2006년 독립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출연으로 스크린 데뷔도 마쳤다. 이후 그는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인지도를 쌓다가 2010년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이듬해 개봉한 영화 <완득이>를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미공개
출연작은?

데뷔 이래로 미소년 이미지가 강했던 유아인이 거친 이미지의 배역을 맡아 ‘연기 변신’을 성공적으로 해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2014년 <밀회>, 2015년 <베테랑> <사도> <육룡이 나르샤> 등에서는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목받았다. 이때부터 유아인은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각광받는 주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당시 출연작들의 연이은 흥행과 각종 개인 수상은 덤이었다.

2010년대 후반에는 드라마, 오락 영화뿐만 아니라 <버닝> <소리도 없이> 등 예술성 짙은 영화에도 출연했다. 유아인은 <버닝>으로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당시 <버닝>을 본 해외 평단은 그의 연기력을 극찬하기도 했다.

<더 가디언>의 저명한 평론가 피터 브래드쇼는 “유아인은 (자신이 맡은)종수 역을 굉장한 연기로 선보인다”고 언급했다.


2020년대 들어서는 넷플릭스와 인연이 깊었다. 유아인은 <#살아있다> <지옥> <서울대작전> 등에 출연하면서 2020년 이후 매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에 얼굴을 비추고 있다.

이렇다 보니 넷플릭스는 이번 사태의 업계 최대 피해자로 꼽힌다. 넷플릭스는 유아인의 차기작들을 공개 라인업에 대거 넣어뒀었다. 최소한 사건의 진상이 파악될 때까지는 유아인이 출연한 작품 공개가 어렵다. 대부분 유아인이 주연급 배역으로 출연해 피해가 더욱 클 것으로 관측된다. 

영화계에 따르면 유아인은 올해 넷플릭스에서 영화 <승부>와 시리즈 <종말의 바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승부>와 <종말의 바보>는 이미 촬영이 끝난 후 공개 시점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사실상 경찰의 수사 결과가 작품의 공개 시점을 결정하게 된 셈이다. 

기존 작품의 후속편 촬영 여부 역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대표적으로 유아인이 시즌1에 출연해 흥행한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시즌2 제작이 암초를 만났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중 촬영이 시작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수사 결과에 따라 계획이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로 
드러나면…

결국 넷플릭스는 라인업이 당초 계획보다 다소 부실해지면서, 당분간 구독자 동원력 약화를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영화 <하이파이브> 역시 개봉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강형철 감독의 복귀작인 이 영화는 유아인을 비롯해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이재인 등이 초능력자로 출연한다. 올해 극장 개봉을 목표로 현재 후반 작업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은 2021년 11월부로 끝냈다.

파장은 유통업계로도 향했다. 유아인을 메인 광고모델로 내세운 브랜드가 여럿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아인과 단순한 모델-광고주 관계를 넘어 협업구조를 구축한 일부 브랜드는 사업 계획마저 수정해야 할 위기에 내몰렸다. 

브랜드들은 계약해지에 대해선 아직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노출되고 있던 광고들은 모두 내려둔 상황이다. 일례로 유아인을 메인 모델로 내세웠던 제약회사는 재빨리 흔적을 없앴다. 업계 특성상 약물 오남용이나 마약 문제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중국 상거래 플랫폼 및 브랜드 또한 황급히 ‘유아인 지우기’에 나섰다. 중국 정부가 마약 관련 범죄에 유독 엄격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유아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해 온 중국 의류업체는 관련 홍보물과 이미지 등을 당분간 사용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해당 브랜드는 유아인이 출연한 광고를 각종 상거래 플랫폼에서 모두 내렸다.

일각에선 업계가 한발 빠른 ‘손절’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이미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그 이유다. 실제 계약해지가 이뤄지면 이후 위약금 분쟁이 본격화될 공산이 크다. 

마약 수사로 확대 불가피?
촉각 세우는 영화·광고계

통상 광고 계약서에는 모델이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 행위를 저지를 경우 광고료의 2~3배에 해당하는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간다. 이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명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계속해서 연예인 마약 논란이 불거지는 점을 고려하면, 유아인의 계약서에도 마약 관련 기준이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유아인 본인이 침묵을 이어가면서,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평소 사회 주요 이슈들에 관해 활발히 의견을 밝혀온 유아인이 자신의 의혹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지난 11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유아인 갤러리’는 유아인의 해명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성명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글에서 “그간 각종 소신발언을 통해 사회에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으며 그로 인해 많은 대중의 지지를 받았음에도 왜 본인의 의혹에 대해서는 이다지도 침묵하는가”라며 “자신의 직업과 삶에 대한 남다른 소신과 철학을 보여줬던 ‘인간 엄홍식’은 어디로 자취를 감췄느냐”라고 꼬집었다.

이어 “유아인은 본인의 병역 의혹이 불거졌던 2017년 소속사를 통해 ‘일부 특권층과 유명인들에 의해 지속적으로 발생한 병역기피 사례를 지켜본 대한민국 국민들의 환멸을 저 역시 잘 알고 있다. 더 많은 것을 누리고, 더 많은 권리와 더 나은 대우를 요구하면서도 국민으로서 가지는 의무를 저버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힌 바 있다”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유아인은 지금 스스로의 말을 지키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즉시 공식 입장을 통해 이를 소상히 해명하고 논란을 종식시켜주기 바란다. 그것이 본인이 주장했던 ‘유명인으로서의 의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침묵하는
소신 배우

이들은 ‘무죄추정의원칙’이 지켜져야 한다는 점 역시 강조했다. 유아인 갤러리는 “유아인이 대중의 관심을 받고 사는 유명인이라 할지라도 이렇게 수사 과정이 일거수일투족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것이 타당한 일인가. 경찰은 ‘피의사실공표죄’라는 기본적인 형법도 지키지 않는 것인가”라며 “이미 ‘무죄추정의원칙’은 사라져버린 지 오래며 유아인을 향한 수사기관과 언론, 그리고 대중의 융단폭격은 쉴 새 없이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유아인 ‘약’ 발언 뭐길래…

배우 유아인의 마약 투약 의혹 보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의 과거 발언 중 ‘약’과 관련된 내용들이 하나씩 재조명되고 있다.

우선 유아인이 2015년 영화 <베테랑> 기자간담회에서 “광기 어린 연기의 비결은 약인 것 같다”며 농담한 것이 최근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는 현장에서 유아인이 “긴장하며 봐서 그런지 해롱해롱한 기분”이라고 말하자, 동료 배우 황정민이 “약 하셨냐”고 농담한 것을 맞받는 발언이었다.

유아인은 <베테랑>에서 악역 재벌3세 ‘조태오’를 연기한 바 있다.

공교롭게도 극 중 조태오 역시 마약 투약 혐의를 받았다.

또 유아인이 2017년 한서희와 설전을 벌이던 중 사용한 이모티콘에도 다시 눈길이 쏠리고 있다.

당시 그는 한서희와 페미니즘 관련 논쟁을 하면서 자신의 SNS에 “웃는 얼굴에 침 뱉지 말라고, 그냥 이거 드시라고 떡밥. 내일 또 삭제해드린다고, 그 분노 마음껏 태우시라고 다시 전해드리는 선물”이라는 글을 올렸다.

글 말미에는 ‘알약’ 이모티콘이 붙었다.

YG엔터테인먼트 연습생 출신인 한씨는 빅뱅 멤버 탑과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누리꾼들은 유아인이 한서희의 전과를 비꼬기 위해 마약이 연상되는 해당 이모티콘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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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