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성지순례 ②문경새재도립공원과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

한류 사극 드라마의 산실

문경새재(명승)는 조선 시대 한양과 영남을 잇는 관문으로, 태종 때 만들어지고, 숙종 때 이르러 주흘관·조곡관·조령관이 완성됐다. 그만큼 문경새재는 오랜 세월 역사와 문화, 사람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품고 있다. 이런 연유로 문경새재도립공원은 사극 드라마를 촬영하는 최고 공간이 됐고, 2000년 한국방송공사가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을 건립하면서 사극 드라마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2008년 종전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을 허물고 다시 준공해 지금 오픈세트장 배경은 조선시대다. 이곳에서 최근까지 촬영한 드라마와 영화는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킹덤〉 〈연모〉 〈옷소매 붉은 끝동〉 〈슈룹〉 등은 한류 사극 열풍을 일으키는 데 톡톡한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 배경

〈옷소매 붉은 끝동〉은 지난해 서울드라마어워즈서 한류 드라마 부문 작품상을, 〈연모〉는 한국 드라마 최초로 국제에미상을 받았다.

이 중 단연 돋보이는 작품은 2019~ 2020년 시즌 1·2를 공개한 한국형 좀비 드라마 〈킹덤〉이다. 국내에서 처음 제작한 넷플릭스 드라마로,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동시 공개했다. 배우들이 쓴 갓이 인기를 끌어, 아마존을 비롯한 쇼핑몰에서 ‘갓 열풍’이 불기도 했다.

〈킹덤〉의 인기에 힘입어 문경새재와 오픈세트장을 찾는 여행자가 늘었다. 촬영지 문경새재는 드라마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생사역(좀비)이 한양으로 퍼지는 것을 막는 교두보이고, 세자 이창(주지훈 분) 일행이 한양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하는 관문이다. 역사 속 문경새재의 역할과 같은 점이 의미심장하다.

〈킹덤〉 촬영지는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과 주흘관, 조곡관 등 문경새재도립공원 곳곳에 있다. 문경새재도립공원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주흘관은 역병이 퍼지고 생사역이 늘어나자, 영의정 조학주(류승룡 분)가 이를 막기 위해 내려오는 문경새재로 일부 표현됐다. 군사가 성곽 위에 늘어선 장면이 나오는데 이곳이 주흘관이다. 문경새재 성곽의 웅장한 모습은 고모산성의 성곽을 CG로 따서 재현했다고 한다.

주흘관을 지나면 곧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이다. 용사교를 건너 직진하면 백제궁, 왼쪽으로 양반촌과 저잣거리, 오른쪽으로 양반 가옥과 관아, 육조 거리에 이어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이 나온다. 광화문을 비롯한 경복궁 세트장은 실제 크기의 75% 정도로 규모가 큰 편이다.

광화문과 근정문을 지나면 사정전, 강녕전, 교태전 등 경복궁 주요 전각이 고만고만한 거리에 있다.

광화문은 얼마 전 종영한 〈슈룹〉에서 중전(김혜수 분)과 계성대군(유선호 분)이 지우산을 쓰고 지나는 아름다운 장면을 촬영해 인기를 끌었다. 〈킹덤〉에서는 광화문과 궁궐 장면을 촬영한 뒤 CG를 입혀 완성했다고 한다. 〈킹덤〉 시즌1 초반 유생들을 추국하는 장면은 강녕전에서 촬영했다.

강녕전 내부는 KBS사극드라마홍보관으로, 드라마 대본과 의상을 전시한다.

넷플릭스 <킹덤>의 촬영지 문경새재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곳

관아 건물 뒤쪽에 있는 양반 가옥은 2008년 세트장을 다시 지을 때 유일하게 남은 고려 시대 건물로, 〈태조 왕건〉에 나오는 왕건의 집이다. 반대쪽 저잣거리를 지나면 고려 시대 성곽 세트가 있다. 〈킹덤〉에서 이창이 스승 안현대감(허준호 분)과 함께 생사역을 막기 위해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촬영했다.

드라마에서는 상주읍성으로 나온다. 생사역들에게 쫓겨 성안으로 들어가는 긴박한 장면, 숨 가쁜 전투 장면을 생생하게 표현했다. 성 뒤에는 생사역들이 공포에 질려 도망가는 백성을 쫓던 작은 다리가 있다. 성루에서 내려다보는 세트장이 제법 좋다.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에서 성격이 조금 다른 공간이 백제궁이다. 조령산의 날카로운 봉우리를 배경 삼아 백제 시대 건축물로 조성했다. 특히 세트장 맨 뒤쪽에 두 건물을 잇는 백제교는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오는 명소다. 사극에서 연인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 자주 등장하는데 〈옷소매 붉은 끝동〉을 보고 찾는 여행자가 많다.

〈킹덤〉 촬영지는 문경새재 2관문 조곡관으로 이어진다. 말을 타고 성을 빠져나가는 장면이 떠오른다. 드라마 촬영지는 아니어도 볼거리와 이야깃거리가 많아 산책 삼아 다녀오기 적당하다. 오픈세트장에서 조곡관까지 2.7㎞로 조령원 터, 교귀정, 산불됴심비 등을 만난다.

문경새재도립공원 탐방로는 상시 개방한다(무료).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 동절기(11~2월)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1월 1일, 명절 당일 휴장),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000원, 어린이 500원이다.

옛길박물관은 국내 유일한 길 전문 박물관이다. 괴나리봇짐과 좁쌀 책, 엽전, 짚신, 지도 등 조선 시대에 길을 떠나는 데 필요한 물건, 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박물관 2층 바닥에는 문경의 위성지도가 있어, 옛길과 현재 도로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문경단산관광모노레일은 단산(956m) 능선을 따라 설치했다. 850m에 있는 상부 승강장까지 왕복 3.6㎞를 시속 3~4㎞로 운행한다. 올라가는 데 35분, 내려오는 데 25분이 걸린다. 하지만 40°나 되는 경사를 오르는 짜릿함과 내려올 때 아찔한 풍경이 인상적이다.

정상에서는 백두대간을 이루는 주흘산, 조령산, 포암산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별빛전망대, 단산과 문경돌리네습지로 가는 트레킹, 산악자전거길, 단산숲속캠핑장 등 다양한 체험이 가능하다.

문경에코랄라는 문경석탄박물관과 가은 오픈 세트장에 에코타운, 자이언트포레스트 등을 더해 문화 콘텐츠 테마파크로 업그레이드됐다.

문경에코랄라

문경석탄박물관을 둘러보고 빠져나오면 갱도를 따라 달리는 거미열차를 탈 수 있다. 타임터널을 지나면 고생대부터 석탄의 발견과 탄광 이야기, 현대 문명과 미래까지 여덟 개 테마를 만난다. 이어 은성갱도와 탄광사택촌을 둘러본다. 백두대간을 주제로 꾸민 에코타운, 아이들의 놀이 공간 자이언트포레스트도 흥미롭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문경새재도립공원(옛길박물관-주흘관-문경새재 오픈 세트장)→문경단산관광모노레일→문경에코랄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문경새재도립공원(옛길박물관-주흘관-문경새재 오픈 세트장-조곡관)→문경단산관광모노레일
-둘째 날: 고모산성, 진남교반, 문경 토끼비리→문경에코랄라→가은아자개장터, 문경 구 가은역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문경문화관광 www.gbmg.go.kr/tour/main.do
-문경관광진흥공단(문경단산모노레일) www.mgtpcr.or.kr
-문경에코랄라 http://ecorala.com
-문경시청 관광진흥과 관광마케팅팀 054)550-6393
-문경새재도립공원 054)571-0709

문의 전화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 054)572-1150
-옛길박물관 054)550-8372
-문경단산관광모노레일 054)572-7273
-문경에코랄라 054)572-6854

대중교통
[버스] 서울-문경,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4회(06:30 ~20:00) 운행, 약 2시간 소요. 문경버스터미널에서 관문(문경새재)행 버스 이용, 문경새재도립공원 정류장 하차,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까지 도보 약 430m.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에서 문경새재 오픈 세트장 입구까지 도보 약 1.1㎞.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문경버스터미널 1666-0343 문경여객자동차(주) 054)553-2230

자가운전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 IC→남호교차로에서 문경새재 방면 좌회전, 약 4.4㎞→문경도자기박물관에서 우회전→새재교 건너 문경새재 방면 새재로 좌회전, 약 1.1㎞→문경새재도립공원→문경새재 오픈 세트장

숙박 정보
-문경새재국민여가캠핑장: 문경읍 새재1길, 054)572-3762, www.mgtpcr.or.kr(문경관광진흥공단)
-페트로 문경새재(구 라마다 문경새재): 문경읍 새재2길, 054)504-7077, www.ramadamg.com
-킹모텔: 문경읍 온천2길, 054)571-5558
-불정자연휴양림 : 문경시 불정길, 054)552-9443, www.mgtpcr.or.kr(문경관광진흥공단)
-성보촌유스호스텔: 호계면 상무로, 054)555-0001, www.sungbo.net

식당 정보
-라오미자연밥상(쇠고기버섯전골): 문경읍 새재로, 054)572-5959
-문경전통시장 상차림2호점(족살찌개): 문경읍 문희로, 054)572-5555
-하초동(약돌돼지고추장석쇠구이): 문경읍 새재로, 054)571-7977, www.hachodong.com
-옹기에한가득(약돌돼지): 호계면 상무로, 054)555-1234

주변 볼거리
문경오미자테마공원, 문경도자기박물관, 운강이강년기념관, 문경돌리네습지, 박열의사기념관, 김룡사, 대승사, 문경철로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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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