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성지순례 ①한옥 카페 선운각과 쌍문동 골목

드라마의 감동이 살아 있는 강북의 K-콘텐츠 명소

한옥 카페 선운각 마당에서 허연 입김을 뿜으며 뜨거운 차를 마신다. 공기는 얼음처럼 차갑지만, 볕이 잘 들어 따뜻하다. 눈을 인 한옥 지붕은 북한산의 품에 폭 안겼다. 선운각은 벚꽃과 단풍이 유명해 봄가을에 북적북적하지만, 겨울철에는 인적이 뜸해 깊은 산중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다.

선운각

우이동계곡 옆에 자리한 선운각은 등산 장비를 파는 매장과 음식점 거리를 지나 한참 올라야 도달한다. 수도권전철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에서 걸어가면 20분쯤 걸린다. 선운각 앞에 도착하면 바닥에 깔린 박석과 고풍스러운 돌담, 한옥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반긴다.

그래, 여기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을 촬영한 현장. 선운각은 주인공 유진 초이(이병헌 분)가 근무하는 미국 공사관이었고, 일본군이 몰려와 미군과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장면이 탄생한 곳이다.

선운각은 1967년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이 세웠고, 1980년대까지 삼청각, 대원각과 함께 밀실 정치의 주 무대인 요정이었다. 2021년부터 한옥 카페 겸 결혼식장으로 사용하면서 일반에 개방했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이태원 클라쓰〉 〈부부의 세계〉 등을 이곳에서 촬영했는데, 〈미스터 션샤인〉이 가장 인상적이다.

대한제국 시대 의병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선운각의 고풍스러운 분위기와 시대 배경이 잘 맞았다.


선운각으로 들어가려면 돌담 길을 따르는데, 그윽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이 길에서 주인공 고애신(김태리 분)이 미국 공사관 담을 넘다 들켜 유진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촬영했다. 돌담 길의 그윽한 야경이 두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싹트는 장면을 빛나게 했다.

돌담 길을 돌면 선운각 출입구가 나온다. 내부서 먼저 가볼 곳은 옥상이다. 봄가을에는 벚꽃과 단풍 촬영 명소지만, 겨울에는 다소 썰렁하다. 잎이 바짝 마른 단풍나무 뒤로 북한산이 보인다. 옥상에서 내려와 한옥으로 향한다. 음료를 주문하는 공간에서 한옥까지 복도로 이어진다. 복도에 선운각의 사진이 걸려 있어 마치 미술관에 온 듯하다.

화려한 선운각의 사계절 사진을 감상하다 보면 한옥에 닿는다. 한옥은 너른 앞마당을 거느리고 있다. 마당은 야외 웨딩 장소로 사용한다. 마당에서 문을 통과하면 다리가 나온다. 한옥 두 채가 다리로 연결된 구조다. 다리는 포토 존으로 인기다.

한옥 내부로 들어서면 천장에 달린 커다란 등이 은은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람들이 차를 마시며 담소하는 모습이 평화롭다. 차를 가지고 마당에 나와 볕을 쬐며 겨울 정취를 즐긴다. 선운각 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7시(연중무휴), 주차료는 3000원이다.

<오징어 게임> 촬영지 쌍문동
한옥 웨딩 명소 선운각 마당

선운각에서 10분쯤 걸어 내려오면 봉황각을 만난다. 북한산 봉우리를 병풍처럼 두르고 날렵하게 앉은 봉황각은 을(乙) 자형 7칸 한옥이다. 천도교 3세 교주 손병희가 민족 지도자를 양성하던 곳이다. 여기서 교육받은 인사들이 각 지역의 지도자로 성장해 3·1운동을 이끌었다.

도봉구 쌍문동은 서민이 많이 사는 동네다. 아파트보다 빌라와 다세대주택, 오래된 단독주택 등이 눈에 띄고, 골목골목 시장이 발달했다. 서민 정서와 정겨운 동네 분위기 덕분에 드라마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다. 쌍문시장의 가게와 골목은 2015~2016년 방영하며 선풍적 인기를 끈 〈응답하라 1988〉의 모티프가 됐고, 백운시장은 2021년 전 세계에 K-드라마 열풍을 주도한 〈오징어 게임〉의 촬영지 중 한 곳이다.


수도권전철 4호선 쌍문역 3번 출구로 나오면 쌍문약국이 보인다. 〈응답하라 1988〉에서 두통을 앓는 택(박보검 분)이 자주 들르던 약국 이름과 같다. 약국에서 골목을 따라 들어서면 곧바로 쌍문시장이다. 골목 끝자락에 자리한 금은방이 반갑다. 택이 아버지(최무성 분)가 일하던 봉황당이 떠오른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과일 노점, 팥죽 파는 집, 생선 가게 등과 시장을 둘러보는 이들로 북적거린다. 삼겹살역이란 식당 앞 바닥에 ‘응답하라 1988 촬영지’라고 큼직하게 쓰여 있다. 시장 골목에서 이어진 작은 골목을 따라가면 덕선이네, 동룡이네, 정환이네, 택이네, 선우네 집이 나올 것 같다.

골목을 지나는 아주머니, 아저씨가 드라마 주인공처럼 보인다.

백운시장은 〈오징어 게임〉 촬영지다. 팔도건어물이 드라마에서 상우네생선가게로 나왔다. 상우(박해수 분)가 몰래 어머니가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모습이 떠오른다. 도봉중앙교회 앞에서는 선후배 관계인 기훈(이정재 분)과 상우가 담배 피우는 장면을 찍었다.

백운시장은 〈오징어 게임〉을 만든 황동혁 감독이 어려서 살던 곳이라고 한다. 어릴 때 놀던 공간이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스몄다.

쌍문동을 이야기할 때 〈아기공룡 둘리〉를 빼놓을 수 없다. 지금도 주민센터, 거리의 안내판 등에 둘리 캐릭터가 흔하다. 〈아기공룡 둘리〉는 1983년부터 월간 <보물섬>에 연재했고, KBS-1TV 만화영화로도 방영해 큰 인기를 끌었다. 둘리뮤지엄은 온 가족이 즐기는 체험형 캐릭터 박물관이다. 유령버스와 3D 영상 등으로 둘리, 도우너, 희동이, 또치, 마이콜, 고길동 등 주옥같은 캐릭터와 함께 놀 수 있다.

김수영문학관

김수영문학관은 ‘1960년대 한국문학의 시적 양심’으로 표현되는 김수영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자유 시인, 저항 시인 등으로 불린 김수영은 도봉구에 살며 시 200여편과 시론을 발표했다고 한다. 전시관에서 시인의 육필 원고와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풀이 눕는다 /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 풀은 눕고 / 드디어 울었다….’ 시인의 대표작 〈풀〉을 읽으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선운각→봉황각→쌍문시장→백운시장→둘리뮤지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선운각→봉황각→쌍문시장→백운시장→둘리뮤지엄
-둘째 날: 김수영문학관→서울 연산군묘→서울 방학동 전형필 가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강북구 문화관광 www.gangbuk.go.kr/tour
-도봉구 문화관광 https://tour.dobong.go.kr
-선운각 https://swg-visual.wixsite.com/sunwoongak
-둘리뮤지엄 www.doolymuseum.or.kr
-김수영문학관 http://kimsuyoung.dobong.go.kr

문의 전화
-강북구청 문화체육관광과 02)901-6216
-도봉구청 문화관광과 02)2091-2263
-선운각 0507-1399-1105
-둘리뮤지엄 02)990-2200
-김수영문학관 02)3494-1127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전철 우이신설선 북한산우이역 2번 출구에서 한옥 카페 선운각까지 도보 약 20분. 4호선 쌍문역 3번 출구 앞 쌍문약국, 골목 안 쌍문시장.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양재 IC→한남대교→올림픽대로→동부간선도로→녹천교→우이동→한옥 카페 선운각 주차장→미아사거리→쌍문시장

숙박 정보
-파라스파라 서울: 강북구 삼양로, 02)3408-5000, www.paras para.co.kr
-리치다이아몬드호텔: 강북구 삼양로, 02)905-9131, www.richdiamondhotel.com
-호텔클래시: 강북구 도봉로82길, 0507-1328-0080, http://classyhotel.jalib.site
-디자인호텔다니엘캄파넬라: 강북구 오패산로79길, 02)906-6383, www.danielcampanella.com

식당 정보
-서양국시(파스타·리소토): 도봉구 해등로, 02)907-1517
-사이코우스시 쌍문점(초밥·나가사키짬뽕): 도봉구 해등로, 02)999-4298
-우리콩순두부(순두부·청국장): 강북구 삼양로173길, 02)995-5918
-대보명가 서울본점(제천약초밥상·제천약초쟁반): 강북구 4.19로, 02)907-6998

주변 볼거리
도선사, 방학동 은행나무, 양효공 안맹담과 정의공주 묘역, 함석헌기념관 등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