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 여행 ④광명동굴

길고 긴 광산의 역사와 함께 깨어난

도심 속 동굴 테마파크 광명동굴은 광명시의 랜드마크이자,‘2017 한국관광의 별’‘2021~2022 한국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린 명소다. 가학산에 자리 잡은 광명동굴은 연간 100만명 이상 다녀가는 곳인 만큼 주차장이 매우 넓다. 동굴 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은 광명시자원회수시설과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주변에 있는 제1주차장이다. 동굴 입구까지 완만한 길(15분)과 계단으로 오르는 가파른 길(5분)로 나뉜다.

광명동굴은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1903년 시흥광산으로 설립했다는 기록이 있고, 1912년 일제가 광산을 개발하면서 징용과 수탈의 현장이 됐다. 광복 이후 폐광하기까지 금·은·동·아연 등을 캤고, 전성기에는 하루 채굴량이 250t 이상이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때는 피란처로 쓰이기도 했다. 

광명동굴은 1972년 대홍수로 광물 찌꺼기가 쓸려 내려가면서 토양오염과 보상 문제로 문을 닫았다. 폐광은 인천 소래포구에서 나온 새우젓 보관·숙성 창고로 사용됐으며, 광명동굴 이름이 붙은 새우젓이 팔리기도 했다. 2011년 광명시가 동굴 토지를 매입,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더해 관광지로 거듭났다.

관광지로 거듭

광명동굴은 깊이 275m, 갱도 길이 7.8㎞에 이르고, 1레벨(갱도의 층수, 해발 180m)부터 지하7레벨(지하 95m)까지 총 9레벨로 구성된다. 개방 공간은 2㎞로, 0레벨(해발 102m)부터 지하1레벨 일부다. 입구에 서면 동굴 안쪽 깊은 곳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맞이한다.

길 이름도 바람길이다. 바람 따라 광부들의 곡괭이질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100m쯤 걸으면 웜홀광장이 나온다. 치렁치렁 늘어진 꽃 조형물과 장식품, 은근한 조명이 어울려 포토존 역할을 한다. 빛의공간은 더 화려하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과 뉴미디어 기법으로 아름답게 반짝인다.


동굴예술의전당은 국내에 유일한 동굴 공연장이다. 350석 규모로 그동안 오페라와 뮤지컬, 패션쇼, 영화 등을 선보였다. 동굴 벽에는 프로젝터 6대를 이용한 미디어파사드 쇼가 4분 남짓 펼쳐진다. 아름다운 빛의 향연이 감동적이다.

동굴아쿠아월드는 광명동굴의 암반수로 채운 아쿠아리움이다. 황금물고기(금룡), 피라냐, 문피시 등이 수조를 누빈다. 배 속이 훤히 비치는 글라스캣피시는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다.

동굴아쿠아월드와 황금폭포를 지나면 가파른 계단이 내려다보인다. 동굴 입구부터 이곳까지 0레벨이었다면, 이제 지하1레벨로 광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지하1레벨에서 만나는 신비의 용 ‘동굴의제왕’은 영화 〈반지의 제왕〉의 특수효과를 담당한 뉴질랜드 웨타워크숍이 제작한 용으로, 길이 41m에 무게 800㎏이다.

그 아래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골룸이 앉아 있고, 간달프의 지팡이가 빛을 발한다.

100년 넘는 역사 자랑하는 광명시 랜드마크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체험존도 마련

암반수로 가득한 동굴지하호수도 있는데, 어둠 속에서 보는 호수 풍경이 인상적이다. 지하2레벨에 있는 동굴지하호수가 여기서 보이는 것이다. 이 암반수는 당시 광부들의 생명수로, 지금은 동굴 내 황금폭포의 장관을 이루는 수원이자 동굴아쿠아리움의 물고기와 동굴식물원의 식물을 키우는 물이다. 먹는광부샘물을 지나면 다시 0레벨로 올라온다.

광명와인동굴은 와인 한 방울 나지 않는 지역에서 만나는 특별한 공간이다. 연중 12℃를 유지하는 동굴 내부는 와인 저장과 숙성에 최적이다. 이곳에 영동, 영천, 무주, 거창 등 국내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와인을 전시·판매한다.


근대역사관은 일제강점기 광부들이 채굴하던 모습, 피란처로 사용한 한국전쟁 시기, 산업화 시대 모습을 실물 모형으로 전시한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라면 광명동굴 아래 위치한 라스코전시관에 들르자. 2015 ~2016년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열린 〈라스코동굴벽화 국제순회 광명동굴전〉을 계기로 현대건축의 거장 장 누벨이 설계한 건축물이다. 현재 광물전시체험관 ‘광명동굴 보물탐험’을 운영 중이다.

광물전시존과 놀이체험존에서 다양한 광물을 보고 배우며, 광물 관련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놀이체험존에서 진행하는 포클레인 탑승, 신비한 보석 채취 체험이 인기다. 신비한 보석 채취 체험에서 얻은 보석은 가져갈 수 있다.

라스코전시관 뒤쪽에 근대산업 유산인 선광장이 있다. 캐낸 광물을 선별하던 곳으로, 콘크리트 시설물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았다. 선광장 경사면을 따라 난 계단을 오르면 동굴전망대 ‘스카이뷰’에 닿는다. 광명시자원회수시설의 높다란 굴뚝과 함께 탁 트인 서쪽 풍경이 아름답다.

전망대 인근에는 광산을 개발할 때 가장 먼저 뚫은 것으로 알려진 황금노두가 있다. 광명동굴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어른 6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2000원, 경로 1500원이다.

광명동굴 아래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가 있다. 업사이클(upcycle)은 재활용(recycle)에서 한 단계 진화해, 버려진 물건에 예술적 가치를 더해 새로운 작품이나 상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이다. 업사이클을 주제로 다양한 전시와 교육을 하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에서 기획전 〈엔데믹, 업사이클〉이 오는 31일까지 열린다.

출렁다리

코로나19 시대 유산인 마스크, 배달음식 용기, 택배 상자 등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인다. 마스크 한복과 포장용 에어캡 드레스, 택배 상자로 만든 ‘오늘의 .zip’, 비닐로 거대한 유기물을 형상화한 ‘Creature’ 등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감탄하고, 코로나19 시대의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

도덕산출렁다리는 경남 거창 우두산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이자 수도권 최초로 개통한 ‘Y 자형’ 출렁다리다. 총길이 100.5m, 성인(70㎏ 기준) 640명이 동시에 통행할 수 있다. 출발점은 도덕산공원으로, 오르막길이지만 10분 남짓이면 도착해 산책 삼아 다녀오기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도덕산출렁다리→광명동굴→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광명동굴→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한내은하수길
-둘째 날: 도덕산출렁다리→안터생태공원→광명전통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광명시 문화관광 www.gm.go.kr/tr/index.do
-광명동굴 www.gm.go.kr/cv/index.do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www.gm.go.kr/up/index.do


문의 전화
-광명시청 문화관광과 02)2680-6059
-광명동굴 070-4277-8902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02)2680-2086

대중교통
[버스] KTX 광명역 8번 출구 광명역 정류장에서 17번·77번 일반버스 이용, 광명동굴 정류장 하차. *문의: 화영운수 02)2687-0031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광명역 IC→광명역 방면 오른쪽 약 1.7㎞ 직진→광명역 방면 서독로 좌회전, 2.1㎞ 이동→광명동굴 방향 가학로 우회전, 약 930m 직진→광명동굴

숙박 정보
-테이크호텔: 광명시 신기로, 02)2000-7100, www.take-hotel.com
-라까사호텔 광명: 광명시 일직로12번길, 02)6711-9000, www.hotellacasa.kr
-광명JS부티크호텔: 광명시 오리로854번길, 0507-1327-3001, https://jsboutique.modoo.at

식당 정보
-서원안동국시(안동국시): 광명시 가학로85번길, 02)2611-1133
-또와요짬뽕(수제짬뽕순두부): 광명시 가학로, 02)2619-1117
-광명홍두깨칼국수(손칼국수): 광명시 오리로964번길, 02)2625-6235

주변 볼거리
충현박물관, 광명 영회원, 기형도문학관, 구름산산림욕장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