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빛나는여행 ①이천 별빛정원우주

빛과 조명으로 설계한 판타지 세계

영동고속도로에 덕평자연휴게소가 있다. 경기도 이천에 자리 잡은 이곳은 호두과자와 핫도그, 우동, 라면 등을 파는 흔한 고속도로 휴게소가 아니다. 휴게소 뒤쪽에 영동고속도로 폐도 구간을 포함해 4만6000여 ㎡(약 1만4000평) 규모의 잔여 부지를 일루미네이션 테마파크 별빛정원우주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덕평자연휴게소에 들른다면 해 질 무렵이 좋다. 발길 닿는 곳마다 조명을 이용한 갖가지 조각과 설치 작품, 조형물이 반긴다. 어둠이 내리면 형형색색 전구가 불을 밝힌다. 휴게소에 형식적으로 만든 공간이라고 지레짐작하지 말 것. 웬만한 테마파크를 능가하는 수준이다.

형형색색

입구를 지나자마자 동화 속 나라에 온 듯 착각에 빠진다.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반짝이는 전구를 걸쳐 입은 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설치미술 같다. 오른쪽에 숲으로 들어서는 길이 있는데, 자그마한 전구들이 반딧불이가 날아다니는 듯 보여 ‘반딧불이숲’이라 불린다.

보라색 전구가 커튼처럼 드리운 곳도 있다. 보라색 벨벳이 흔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보라색 별이 쏟아져 내리는 것 같기도 하다. ‘바이올렛판타지’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게 된다.

연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로맨틱가든’에서는 누구나 동화 속 왕자와 공주가 된다. 전구로 만든 유럽의 화려한 궁전이 있는데, 얼핏 보면 오스트리아의 벨베데레궁전을 닮은 모습이다. 정각마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화려한 불빛 쇼가 벌어져, 사랑을 고백하기에 맞춤한 곳이다.


로맨틱가든을 지나면 바다가 나온다. 그냥 바다가 아니라 별로 이뤄진 ‘별의바다’다. 이곳은 ‘저 멀리 우주에 있는 바다는 어떻게 생겼을까?’ 하는 상상에서 시작됐다. 그래서일까, 바닷물 대신 푸른 별을 무수히 뿌려놨다. 전구가 물결치듯 점등을 반복하는데, 파도치는 별의 바다가 있다면 이런 풍경이 아닐까 싶어 보는 이를 감탄하게 만든다.

빛과 자연 테마의 신개념 문화 공간
낮·밤 다른 매력으로 신비한 경험 선사

‘터널갤럭시101’은 별빛정원우주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빛으로 조성한 터널에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은하수 속을 걷는 듯 환상적인 기분에 빠진다. 길이 101m로 국내에서 가장 길다고 한다. 별의바다와 터널갤럭시101을 보고 나면 이곳 이름이 왜 별빛정원이 아니라 별빛정원우주인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예술적인 경험도 할 수 있다. 별빛정원우주 곳곳에 아담하고 소박한 육면체 건물이 보이는데, 빛과 조명을 이용한 작품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아트큐브­-오로라’는 대기 줄까지 생기는 곳. 발광다이오드(LED) 전구 3만개가 다이크로익(dichroic) 필름을 거쳐 분광해 빛의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미디어 아트 설치 작품이다.

언뜻 보면 파이프오르간이나 기다랗게 매단 파이프 같은데, 이 파이프들이 오로라처럼 춤을 추며 빛의 향연을 펼친다.

여기저기 포토 존이 있고, ‘셀카’를 찍기 편하게 설치한 휴대폰 거치대도 눈에 띈다. 로맨틱가든 뒤쪽, 터널갤럭시101을 지나 만나는 야트막한 언덕에는 어른보다 훨씬 큰 토끼 조형물이 있다. 소원을 들어주는 달토끼다. 혹시 모르니 저물어가는 연말, 토끼를 향해 두 손 모으고 새해 소원을 간절히 빌어보자.

별빛정원우주는 들어갈 때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나올 때는 어른들이 더 만족하는 곳이다.


별빛정원우주 동절기 이용 시간은 주간 오전 11시~오후 4시30분, 야간 오후 5~11시다(연중무휴). 입장료는 주간에 별빛정원우주 본관 내 ‘카페 진리’에서 1인 1음료 주문 시 무료, 야간에는 어른(14세 이상) 1만2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덕평자연휴게소는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과 강릉 방향은 물론, 국도42호선과 이천시도12호선을 이용해 국도 전용 주차장으로 출입할 수 있다. 강원도 방면으로 여행한다면 한번쯤 들러볼 만하고, 별빛정원우주를 여행지로 삼아 길을 나서도 손색없다.

이천은 도자기의 도시다. 예스파크는 도자기 장인들이 모인 곳으로, 도자기를 빚으며 작품 활동을 하고 판매도 한다. 마을에 도자기와 유리 공예품 등을 만드는 공방 200여 곳이 모여 있다. 차근차근 돌아보면 갤러리 탐방을 하는 기분이 든다. 특색 있고 다양한 그릇이 많아 요식업 종사자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

여행의 마무리

설봉산 자락에 있는 설봉공원은 이천 시민의 휴식처로 사랑받는다. 설봉문화제와 이천국제조각심포지엄, 설봉산별빛축제 등 해마다 지역의 중요한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넓은 호수를 따라 도는 산책로가 고즈넉한 풍취를 돋운다.

이천 도립리 반룡송(천연기념물)도 만나보자. 통일신라 때 풍수지리를 정립한 도선 스님이 심었다고 전해지는 소나무로, 들판 한가운데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다. 키가 작고 나뭇가지가 이리저리 비틀리고 꼬인 채 나지막이 엎드려 용을 닮은 것 같다. 소원 하나는 꼭 들어준다고 하니 세밑 이천 여행의 마무리로 삼기 적당할 듯싶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이천 도립리 반룡송→별빛정원우주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이천 도립리 반룡송→별빛정원우주
둘째 날: 설봉공원→예스파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별빛정원우주 www.ooozooo.co.kr
예스파크 https://2000yespark.or.kr
이천시 문화관광 www.icheon.go.kr/tour/in㎞dex.do

문의 전화
이천시청 문예관광과 031)645-3679
별빛정원우주 031)645-0002
예스파크 031)631-5677

대중교통
[버스] 수도권전철 3호선·신분당선 양재역 9번 출구 양재역·서초문화예술회관 정류장에서 3401번 직행버스 이용, 마장면사무소 정류장에서 12-2번 일반버스 환승, 이천롯데프리미엄아울렛 정류장 하차, 별빛정원우주까지 도보 약 1.2㎞, 20분 소요. *문의: 이천종합터미널 1688-3320

자가운전
영동고속도로 덕평자연휴게소 진입.


숙박 정보
에덴파라다이스호텔: 마장면 서이천로, 031)645-9100, www.edenparadisehotel.com
호텔인트라다 이천: 부발읍 경충대로20 92번길, 1644-2322, www.hotelintrada.com
소소하루펜션: 모가면 진상미로1067번길, 031)633-5151, www.sosoharu.co.kr

식당 정보
나랏님이천쌀밥: 이천쌀밥정식, 이천시 경충대로, 031)636-9900
이진상회: 순쌀치즈바게트·아메리카노, 이천시 서이천로, 0507-1497-8882
엄지장수촌: 전복누룽지백숙, 마장면 덕평로, 031)635-8895

주변 볼거리
테르메덴, 덕평공룡수목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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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