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록 법무사의 쉬운 경매> 묵시적 갱신, 2년간 더 살아야 하나요?

[Q] 임차인입니다. 임대인에게 계약갱신 거절 통지를 하지 못해 묵시적 갱신이 됐습니다. 앞으로 2년간 더 살아야 하나요?

[A]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해지 통지를 하면 됩니다. 계약 해지 통지가 임대인에게 도달하면 3개월 후 계약 해지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먼저 임차권이 종료하는 경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주택임대차나 상가건물임대차는 기간의 만료로 종료됩니다. 임대차는 원칙적으로 기간이 만료되거나 합의해지 또는 법정 해지가 되지 않는 한 종료되지 않습니다.

주택임대차에 있어서 기간의 정함이 없거나 기간을 2년 미만으로 정한 경우에는 그 기간을 2년으로 보고, 다만 임차인은 2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4조 제1항). 따라서 임차기간을 1년으로 정한 경우 임차인은 약정기간의 만료를 주장해 임차보증금의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95다22283). 

상가건물임대차에 있어서 기간의 정함이 없거나 기간을 1년 미만으로 정한 경우 그 기간을 1년으로 보고, 다만 임차인은 1년 미만으로 정한 기간이 유효함을 주장할 수 있습니다(상가임대차보호법 제9조 제1항). 


다만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경우의 주택 및 상가건물임대차에 관해서는 2년 또는 1년의 임대차기간이 보장되지 않습니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0조 제5항).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시행으로 임차권의 설정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임차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임차보증금의 반환청구는 사업시행자에게 행사할 수 있습니다(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0조). 

임차권은 임차주택 또는 임차상가건물에 대해 ‘민사집행법’에 따른 경매가 행해진 경우 그 임차주택 또는 상가건물의 경락에 따라 소멸합니다. 다만 보증금이 모두 변제되지 않은, 대항력이 있는 임차권은 소멸하지 않습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5,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8조). 

임차주택이 임대차기간의 만료 전에 경매되는 경우,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의 배당요구를 임대차계약 해지의 의사 표시로 볼 수 있습니다(97다28407).

상가건물임차인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49조 제1항 제2호에 따른 집합 제한 또는 금지 조치(같은 항 제2호의2에 따라 운영시간을 제한한 조치를 포함한다)를 총 3개월 이상 받음으로써 발생한 경제사정의 중대한 변동으로 폐업한 경우에는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의 해지는 임대인이 계약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합니다(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1조의2).

임차인이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에는 임대차기간의 약정이 있는 때에도 임대인 또는 파산관재인은 계약 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임차인이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6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깁니다. 이 경우에 각 당사자는 상대방에 대해 계약 해지로 인해 생긴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지 못합니다(민법 제637조). 


그러나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는 경우 파산관재인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35조에 의한 계약  해지를 할 수 없습니다(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40조 제4항).

따라서 대항력 있는 임차인이 있는 부동산을 파산절차에서 매각할 때의 임대차계약의 종료는 파산관재인이 임차인과 사이에 임차인이 보증금반환청구권을 포기하고, 파산관재인이 보증금 상당액의 퇴거 비용을 지급하는 취지의 화해를 하고, 위 퇴거 비용을 재단채권(위 법 제473조 제4호)으로서 지급하는 방법으로 하고 있습니다(개인파산·회생실무, 서울회생법원 재판실무연구회 저, 제5판, 제214면). 

재단채권은 파산절차에 의하지 않고 수시로 변제하고, 파산채권보다 먼저 변제합니다(위 법 제475조, 제476조). 

다음은 주택임대차계약의 묵시적 갱신(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임대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의 기간에 임차인에게 갱신거절의 통지를 하지 않거나 계약조건을 변경하지 않으면 갱신하지 않는다는 뜻의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기간이 끝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봅니다.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통지하지 않은 경우에도 같습니다. 이 경우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봅니다. 다만 2기의 차임액에 달하도록 연체하거나 그 밖에 임차인으로서의 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임차인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같이 계약이 묵시적으로 갱신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이 경우의 해지는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임차인이 임대인을 상대로 임대차보증금반환청구의 소를 제기한 것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제1항 소정의 해지 통지에 해당하므로, 묵시적 갱신이 된 경우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제2항에 따라 임대인이 소장부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경과하면 해지 통지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임대인도 묵시의 갱신을 주장할 수 있고, 갱신된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는 민법 제635조의 특칙에 해당하므로,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민법 제635조에 의한 해지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에 의해 해지 통지를 할 수 있고,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합니다.

반면 임대인에 대해서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이 2년으로 간주되고,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2 반대해석상 임대인은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수 없습니다.

임차인이 묵시적 갱신을 원하지 않을 때는 계약 종료 2개월 전까지 임대인에게 계약 종료에 따른 해지 통지를 해야 합니다. 통지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통지서를 교부하고 영수증을 받거나 내용증명우편을 보내는 것입니다.


내용증명은 우체국에서 ‘어떤 내용의 문서’를 ‘언제’ ‘누구’에게 발송했는지를 증명해준다는 점 때문에 내용증명이라고 불립니다. 우체국에서 그 등본을 3년간 보관하고, 이 기간 동안 재증명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우편법 시행규칙 제54조).

임대인의 잠적 등으로 임대인에 대한 내용증명 송달이 불능될 것으로 예상되면 계약만료 7~8개월 정도 전에 미리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내용증명을 보낼 때 임대인의 계약서상 주소지와 등기부상 주소지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각각 보내고, 임대인이 법인인 경우에는 법인주소지 및 대표자의 최후주소지에 각각 보내야 합니다. 

그래도 송달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법원에 의사표시 공시송달을 신청하면 됩니다. 의사표시 공시송달을 신청할 때는 표의자가 과실 없이 상대방의 소재를 알지 못함을 소명해야 하므로(민법 제113조) 위와 같은 절차를 미리 거쳐야 하는 것이고, 법원이 공시송달을 하기 전에 법원에서 다시 거쳐야 하는 우편집배원에 의한 송달, 주소보정명령에 대한 주소보정, 집행관에 의한 송달 등을 하려면 시간이 또 몇 개월 더 걸립니다. 

다음은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주택임대차 계약갱신요구권에 관한 내용입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①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끝나기 전 2개월 전까지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임대인은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합니다. 다만, 임차인이 2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임대인(임대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을 포함한다)이 목적 주택에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등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② 임차인은 위 계약갱신요구권을 1회에 한해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갱신되는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2년으로 봅니다.

③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봅니다. 다만, 차임과 보증금은 제7조의 범위(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에는 증액청구를 할 수 없고,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의 20분의 1을 초과하지 못한다)에서 증감할 수 있습니다.

④ 계약갱신요구에 의해 갱신되는 임대차의 해지는 묵시적 갱신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임차인은 언제든지 계약 해지를 통지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지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합니다(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 제4항).

다음은 상가건물 계약갱신요구권(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 관한 내용입니다.

①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합니다. 다만, 임차인이 3기의 차임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이르도록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공사 시기 및 소요기간 등을 포함한 철거 또는 재건축 계획을 임차인에게 구체적으로 고지하고 그 계획에 따르는 경우 등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②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최초의 임대차기간을 포함한 전체 임대차기간이 10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행사할 수 있습니다. 

③ 갱신되는 임대차는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계약된 것으로 봅니다. 다만, 차임과 보증금은 제11조에 따른 범위(증액이 있은 후 1년 이내에는 증액청구를 할 수 없고, 약정한 차임이나 보증금의 100분의 5의 금액을 초과하지 못한다)에서 증감할 수 있습니다.

④ 임대인이 제1항의 기간 이내에 임차인에게 갱신 거절의 통지 또는 조건 변경의 통지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기간이 만료된 때에 전 임대차와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한 것으로 봅니다. 이 경우에 임대차의 존속기간은 1년으로 봅니다. 

⑤ 제4항의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 해지 통고를 할 수 있고, 임대인이 통고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효력이 발생합니다(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5항).


<02-535-3303 · www.김기록법무사공인중개사.com>

 
[김기록은?]

법무사·공인중개사
전 수원지방법원 대표집행관(경매·명도집행)
전 서울중앙법원 종합민원실장(공탁·지급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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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