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천하? 공중에 뜬 경찰국 한계

밀고 당기기만 하더니…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경찰국이 출범 단 석 달 만에 존폐 위기에 놓였다. 경찰국 신설이 이태원 참사 당시 경찰의 부실 대응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어서다. 경찰국 출범을 강행했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를 방관했던 윤희근 경찰청장도 거센 사퇴 압박에 직면했다. 뜨거운 찬반 논쟁 아래 ‘힘’으로 찍어눌러 만들어진 경찰국. 힘이 점점 빠질수록 역풍이 다가온다. 

“치안 업무에 대한 지휘, 또 필요하다면 감독 업무를 당연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안전부는 경찰청 지휘·감독 권한이 없다. 치안에 대해 상세히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 없다.” 불과 넉 달 사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은 정반대로 뒤집혔다. 이 장관이 몸소 선보인 모순은 ‘과연 행안부의 경찰 통제 시도가 적절했는가’라는 논쟁으로 이어졌다. 이는 결국 석 달 전 행안부 아래 신설된 경찰국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자승자박

행안부 경찰국은 행안부의 산하 외청인 경찰청에 대한 인사권 및 승인이 필요한 중요 정책 사항을 관장한다. 형식적으로는 행안부 차관 아래 위치하지만, 사실상 장관 직속의 지휘·통제를 받는 조직이다. 법적 규정에 따르면 경찰국이 경찰청을 직접 지휘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위원회라는 합의제 기구가 경찰 사무 전반을 심의·의결하고 있고, 경찰국은 이 중 일부 권한만을 가져왔다.

하지만 경찰국 출범 전부터 ‘사실상의 경찰 장악 시도’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핵심은 ‘인사권’이다. 700명이 넘는 총경급 이상의 경찰 간부 인사권이 경찰국에 넘어갔다. 이에 “경찰 간부들은 행안부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게 됐으니 수사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또한 이 장관은 지난 7월15일 경찰제도 개선방안 확정 발표에서 수사 중립성 훼손 가능성을 자인하며 논란을 키웠다. 당시 그는 “(소속 청장) 지휘규칙에 수사에 관한 언급은 다 뺐다. 시스템상으로는 전혀 수사에 관여할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 또는 경찰 고위직 관련 사건이 있는데 경찰이 수사를 안 한다면 ‘수사해라’는 식으로 할 것”이라며 “수사는 전형적인 행정 행위이고, 독립적인 행정 행위는 있을 수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 수사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개인적 해석을 덧붙인 셈이다.

당시 경찰청장 직무대행이자 후보자 신분이었던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 내부 반발에도 경찰국 출범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않았다. 경찰청장이 경찰국 신설을 사실상 ‘방관’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태원 책임’ 출범 3개월 만에 존폐 위기
참사 당시 경찰 부실 대응 주범으로 지목

이 장관의 경찰국 출범 결단과 관련 발언은 결국 이태원 참사를 거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당초 경찰국 출범을 반대했던 야당과 일부 여론은 경찰의 부실 대응 원인을 행안부와 경찰국으로 지목하고 맹공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은 지난 7일 TBS <신장식의 신장개업> 인터뷰에서 사고 원인을 ‘경찰의 자율성 훼손’으로 지목했다.

이 의원은 “(행안부가) 경찰국을 만들어 경찰을 막 흔들었다.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경찰 조직을 쥐고 흔드니까 경찰청장이 전권을 가지고 지휘할 수 없었다”며 “그러다 보니 조직(경찰) 내부에 사기도 떨어지고 책임 의식을 가지고 상황을 대처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출신의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도 같은 날 KBS 1TV <더라이브>에 출연해 “경찰 인력을 배치하고 활용하는 것은 경정 계급 이상이 하는 일이다. (행안부가 간부)인사권을 가져간 것은 경찰의 주요 치안 활동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모두 가져간 것”이라며 “그런데 현장을 전혀 모르는 행안부 장관이 인사권을 쥐고 있으니 현장과 괴리되는 경찰의 활동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참사 당일 있었던 집회에 인원이 과다·경직 배치된 것도 경찰 간부들이 정부 눈치를 본 결과로 인식하고 이를 경찰국의 폐해와 연결짓고 있다. 이에 야권을 넘어 여권 내부에서도 이 장관과 윤 청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지난 5일까지였던 국가 애도 기간이 끝난 직후 사의를 표명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 장관과 윤 청장은 연일 사과하면서도 사퇴에는 선을 그었다. 

이들의 ‘버티기’에는 즉각 사임에 회의적인 대통령실 입장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대통령실은 선수습 후문책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분간 이들을 경질하지 않고 진상조사 결과를 먼저 살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권한 날리고 예산 없애고
야, ‘지우기’ 연합전선 

경찰국 출범의 ‘주역’들이 일단 자리를 지키긴 했지만, 경찰국은 이와 상관없이 존폐 위협에 계속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그간 ‘눈엣가시’처럼 여겨온 경찰국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지난 4일 국가경찰위원회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담은 경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동발의자 명단에는 민주당·정의당 등 야권 의원 다수가 포함됐다.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행안부와 경찰국이 경찰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폭 축소된다. 국가경찰위원회가 행안부에서 국무총리 산하로 소속을 바꾸고, 기존에 행안부 장관이 가지고 있던 경찰청장 임명제청 권한도 국가경찰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경찰국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사실상 유명무실화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그동안 경찰국의 든든한 방패 역할을 자임했다. 앞서 경찰국이 야권 공세에 노출될 때마다 이 장관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책임론’에 시달리는 장관과 청장이 경찰국을 감쌀 명분도, 동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방패막이 사라진 경찰국은 연일 정치권에서 난타당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결소위는 지난 9일 경찰국 앞으로 편성된 내년 예산 전액을 삭감했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서 경찰국 예산안은 기본경비 2억900만원과 인건비 3억9400만원이 편성된 바 있다. 

유명무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이 의원은 “경찰국을 설치할 때는 대통령-국무총리-행안부 장관-경찰청으로 이어지는 지휘 체계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지만, 이태원 참사 전후로 경찰국에서 아무런 지시도 내린 바 없는 등 경찰 장악 수단에 불과한 것이 드러났다”며 “애초에 불법적인 시행령 개정으로 만들어진 만큼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예산을 전액 삭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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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