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짠내투어 ②신안 퍼플섬

바다 위를 걸어 보랏빛 섬 여행

한 번에 섬 3곳을 걸어서 여행할 수 있는 이색 명소가 있다. 마을 지붕부터 도로, 휴지통, 식당 그릇까지 보랏빛 일색인 전남 신안군 퍼플섬이다. 퍼플섬은 안좌도 부속 섬인 반월도와 박지도를 통틀어 부르는 명칭이다. 보라색 옷이나 신발, 모자 등을 착용하면 입장료(어른 5000원, 청소년 3000원, 어린이 1000원)가 면제된다.

전남 신안군은 섬 천국이다. 유인도와 무인도 합쳐서 1000개가 넘는다. 흑산도나 홍도처럼 잘 알려진 곳도 있지만, 이름조차 처음 듣는 섬이 대부분이다. 반월도와 박지도 역시 미지의 섬이었으나, 퍼플섬으로 단장한 뒤 세계적인 관광지가 됐다. 지난해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가 선정한 ‘세계 최우수 관광 마을’에 들었고, 같은 해 한국관광공사 ‘한국관광의 별’ 본상을 받았다.

퍼플섬

안좌도와 반월도, 박지도는 바다를 가로지르는 보라색 해상보행교로 이어진다. 안좌-반월 간 문브릿지 380m, 반월-박지 간 퍼플교 915m, 박지-안좌 간 퍼플교 547m다. 섬 관광을 생략하고 보행교만 따라 걸어도 족히 30분은 걸린다. 문브릿지는 배가 지날 때 부잔교가 열리는 전천후 교량이다.

퍼플교는 평생 박지도에 산 김매금 할머니의 ‘걸어서 섬을 건너고 싶다’는 소망에서 시작됐다. 안좌도에서 배를 타고 드나들던 섬에 2007년 처음 다리가 생겼다. 그 뒤 반월·박지도에 많이 나는 도라지와 꿀풀 꽃, 콜라비가 보라색이라는 점에 착안해 두 섬을 퍼플섬으로 만들기로 하고, 이때 다리를 보라색으로 단장했다. 퍼플교라는 예쁜 이름도 얻었다.

매표소는 2곳, 반월매표소와 박지매표소다. 어느 섬에 먼저 가도 상관없지만, 대개 반월도로 들어가 박지도를 거쳐 나온다. 문브릿지로 향하는 매표소 옆에 미디어 아트 쇼를 상영하는 복합 문화 창고 ‘퍼플박스’가 있다. 신안 앞바다 해저 유물 이야기, 고흐와 고갱, 클림트 등의 작품이 20×10m 초대형 공간에 펼쳐진다. 입장료 7000원이 아깝지 않은 재미를 선사한다.


따스한 가을 햇살 아래 반짝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바다 위를 걷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낭만적이다. 제대로 즐기려면 만조에 맞춰 가는 것이 좋다. 푸른 하늘과 바다, 보라색 섬 풍경을 사진에 담고 싶다면 더욱 그렇다. 간조에는 찰랑이는 물결 대신 너른 갯벌을 만난다.

섬에 아기자기한 포토 존이 여러 곳이다. 반월도에서 박지도로 건너가는 퍼플교 앞 조형물이 특히 인기다. 예쁜 반달 위에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가 나란히 앉아 박지도를 바라보는 모습이 사랑스럽다. 다리쉼하기 좋은 ‘반월도카페’가 퍼플교 앞에 자리 잡았다.

걸어서 섬을 건너고 싶다는 소망에서 시작
신안군 1004개의 섬에서 착안한 천사대교

여유가 있다면 해안을 따라 걸어보자. 반월도에 5.7㎞, 박지도에 4.2㎞ 해안일주도로가 있다. 걷기 부담스러우면 전동카트를 이용한다. 박지도 퍼플교 앞에서 4인승 전동카트를 2만원(30분)에 대여한다. 반월도에서는 1인당 3000원으로 전동카트 섬 일주가 가능하다.

반월·박지도를 여행할 때 보라색 아이템이 필수다. 보라색 옷이나 신발, 모자를 착용하거나 우산(양산)을 소지하면 무료로 입장한다(양말, 스카프, 안경 등 액세서리는 2인 이상 착용 시 무료). 매표소 옆 기념품점에서 구입해도 된다. 섬은 상시 개방하며, 박지마을호텔과 식당에서 숙박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

해가 진 뒤 보라색 조명을 밝힌 퍼플교도 아름답다. 반월·박지도의 본섬인 안좌도는 한국 추상미술 1세대 김환기 화백의 고향이다. 그의 생가가 읍동리에 있다. 2007년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됐으며, 무료로 개방한다. 읍동선착장에 김환기 작품을 본뜬 벽화와 대표작 ‘사슴’을 모티프로 한 조형물이 눈에 띈다.

반월·박지도에 가려면 여러 섬을 거쳐야 한다. 목포나 무안에서 신안군청이 있는 압해도로 들어가 천사대교를 건넌 뒤, 암태도와 팔금도, 안좌도를 지난다. 섬끼리 연륙교와 연도교로 연결돼 반월·박지도매표소까지 차량 이동이 가능하다.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는 바다 위 교량만 7.2㎞에 달하는 신안 명물이다.


천사대교라는 이름은 신안군에 1004개 섬이 있는 데서 착안했다. 압해도 천사대교전망대와 암태도 오도선착장이 조망 명소다.

암태도로 건너가기 전 천사섬분재공원에 들러보자.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압해도 송공산 기슭에 조성한 생태 예술 공원이다. 분재원과 야생화원, 초화원, 애기동백숲길을 거닐고, 저녁노을미술관 전시를 관람한 뒤 북카페에서 바다를 조망하며 차와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암태도 기동삼거리 벽화도 지나치기 아쉬운 포토 존이다. 집주인 노부부의 머리카락을 동백나무로 표현한 벽화가 담장 안에 자라는 동백나무와 맞물려 볼수록 재미있다. 기동삼거리 벽화를 마주 보고 우회전하면 자은도, 좌회전하면 팔금도와 안좌도, 반월·박지도로 간다.

자은도는 아름다운 해변이 많기로 유명하다. 최근 대규모 리조트가 개장한 백길해변, 울창한 솔숲이 장관인 분계해변, 퍼플교에 이은 명물 무한의다리가 있는 둔장해변이 인기다. 양산해변에는 해양 복합 문화단지 ‘1004뮤지엄파크’가 들어섰다. 국내 최대 수석미술관과 수석정원, 세계조개박물관, 바다휴양숲공원 등 특색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시티투어버스

신안시티투어버스가 매주 토·일요일 목포역과 광주송정역에서 퍼플섬까지 운행한다. 목포역과 광주송정역에서 각각 오전 10시30분, 10시에 출발해 오후 7시쯤 돌아온다. 요금은 어른 기준 목포역 출발 1만5000원, 광주송정역 출발 2만원이다(관광지 입장료·식비 별도). 천사섬분재공원, 천사대교(오도항), 암태도 기동삼거리 벽화 등 주요 장소를 거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천사섬분재공원→천사대교→암태도 기동삼거리 벽화→신안 김환기 고택→퍼플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천사섬분재공원→천사대교→암태도 기동삼거리 벽화→신안 김환기 고택→퍼플섬 
-둘째 날: 무한의다리→1004뮤지엄파크→분계해변→백길해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신안군 문화관광 https://tour.shinan.go.kr
-신안군관광협의회 www .shinantour.kr
-반월·박지도 http://반월박지도.com
-천사섬분재공원 https://shinan-bjpark.or.kr
-바다타임닷컴(물때표) www.badatime.com

문의 전화 
-신안군청 문화관광과 061)240-8980
-신안군관광협의회 061) 262-3003
-안좌면사무소 061)240-3901
-반월매표소 061)271-7575
-천사섬분재공원 061)240-8778
-1004뮤지엄파크 070-4272-5611
-신안시티투어버스 061)285-2853(목포역 출발) 010-6717-5789(광주송정역 출발)

대중교통
[버스] 서울-목포,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2회(06:00~23:55) 운행, 약 3시간50분 소요. 목포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004번 신안 군내버스 이용, 안좌면 탑마트(읍동) 정류장에서 안좌도 농어촌버스 환승, 두리(퍼플교) 정류장 하차.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목포종합버스터미널 1544-6886, www.usquare.co.kr/kor/terminal/mokpo.do 신안군청 교통지원과 061)240-8167 [기차] 용산역-목포역, KTX 하루 19회(05:10~21:21)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서울역-목포역, KTX 하루 7회(06:24~19:36)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목포역 정류장에서 1번·2번 일반버스나 200번 좌석버스 등 이용, 목포종합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004번 신안 군내버스 환승, 안좌면 탑마트(읍동) 정류장에서 안좌도 농어촌버스 환승, 두리(퍼플교) 정류장 하차.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신안군청 교통지원과 061)240-8167


자가운전
무안광주고속도로 북무안 IC→압해로 송공리선착장 방면→천사대교→암태면사무소·자은 방면→박달로→중부로→안좌남부길 마명리·소곡리·구대리 방면→소곡두리길 반월·두리 방면→퍼플섬 주차장

숙박 정보 
-박지마을호텔: 안좌면 박지도길, 061)262-3003(신안군관광협의회)
-천사바다펜션(1004펜션): 암태면 진작지길, 010-7654-5107, https://1004place.modoo.at
-남강하하펜션: 암태면 중부로, 010-4934-3308, https://hahalodge.modoo.at
-해피하우스펜션: 안좌면 중부로, 010-5413-0474, https://blog.naver.com/cyy0474
-라마다프라자호텔&씨원리조트 자은도: 자은면 자은서부1길, 061)988-8888, www.class-one.co.kr

식당 정보
-박지마을식당: 전복죽·제육볶음·낙지연포탕·갈치조림, 안좌면 박지도길, 061)262-3003(신안군관광협의회)
-진번칼국수(바지락칼국수·전복칼국수·낙지칼국수): 안좌면 소곡두리길, 061)275-6089
-하나로식당(병어조림·백반): 암태면 장단고길, 061)271-3400
-샨샤(짜장면·짬뽕·탕수육): 암태면 장단고길, 061)271-2199
-신바다횟집(회·낙지탕탕이·낙지연포탕): 압해읍 압해로, 061)271-1270

주변 볼거리
세계화석광물박물관, 오도선착장·요트계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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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