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대통령의 뒷모습 ⑥무지개 하숙집 노녀의 사연

  • 김영권 작가
  • 등록 2022.11.01 09:02:18
  • 호수 139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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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의 <대통령의 뒷모습>은 실화 기반의 시사 에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다뤘다. 서울 해방촌 무지개 하숙집에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당시의 기억이 생생히 떠오른다. 작가는 무명작가·사이비 교주·모창가수·탈북민 등 우리 사회 낯선 일원의 입을 통해 과거 정권을 비판하고, 그 안에 현 정권의 모습까지 투영한다.

흐흐, 헌데 그런 잘난 척하는 연놈들일수록 팝송과 샹송은 왠지 꽤 신성시하며 한 구절 반 곡조만 틀려도 부끄러워하잖아. 

자기 고조할아버지에게 바치는 성곡(聖曲)이라도 되는 듯이 말야.

흥, 그게 한국 대중가요와 같은 미국과 프랑스의 대중적 노래란 사실을 모르진 않을 텐데….

못난이 꽃

물론 곡 자체는 정말 좋은 게 많지.


다만 문젠, 우리 한국뿐 아니라 몽골 미얀마 베트남 아프리카 각지에도 제각기 아름다운 감정을 실은 노래가 많건만 우린 그저 미국 위주의 숨소리만 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야.

흠, 괴롭군.

나도 고민을 많이 하는 문제인데…

만일 팝송과 샹송 마니아들이 그 평범하고 유치찬란한 가사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도 숭배한다면 박수나마 쳐 주겠지만…

대부분 좃도 씹도 모른 채 그 속에 무슨 대단히 신비스러운 의미가 깃든 줄 알고 몽상에 빠진단 말야.

흥, 알고 보면 같잖은 개소리의 반복에 불과한 것을….

우리 대중가요보다 수준이 더 높은 것도 아닌데 왜 천박한 싸가지들이 개폼은 다 잡고 지랄이냐구, 씨발…


당신네들, 혹시 이걸 알어?

내가 가황님을 존경하지만 할 말은 하구 산다구.

모창이란 그냥 잘 따라 부른다고 장땡이 아니야.

모방하되 내 개성을 섞어서 색다른 거울로 만들어, 오리지널 조용필 마저도 앗! 하고 엉겁결에 반성의 비명을 지르게 해야 한다구.

그래야 거울로서 서로 비추며 공존할 수 있는 거지….

흠, 여기서 비화를 하나 소개해볼까?

인생의 미스터리가 담긴 전설적인 일화…

진정 위대한 인물들은 탁월성과 더불어 평범한 보통성도 지닌 것 같아. 사실 조 가황 자체가 얼마나 평범한가!

마치 키 작은 시골 청년처럼 생기지 않았던가?

용필이라는 이름 또한 얼마나 범상하고 촌스러웠던가?

그리고 또 데뷔 출세곡인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처음 얼마나 유치찬란했던가?

아니, 이건 지어낸 헛소리가 아니라 조 가황님 스스로 토로하신 얘기란 말씀이야.


외모뿐 아니라 여러 가지로 열등감 콤플렉스에 시달렸지.

아무리 노력해도 꼬마 용필이라는 비웃음밖에 돌아오지 않았으니깐….

일개 모창꾼인 나하곤 달리 대학 문턱에도 못 가봤으니 구슬픔이 오죽했으랴!

흠, ‘돌아와요 부산항에’도 애초엔 가황님 취향에 맞지 않아 술 마시며 허무감에 젖은 채 연습했다잖아.

하지만 모든 달걀 속엔 노른자가 있어.

그분은 악조건을 극복하려는 피 끓는 노력으로 마침내 껍데기를 평범한 노랠 국민 애창곡으로 승화시킨 거지.


하하, 이젠 어떤가?

작달막한 체구 속엔 거인이 들어 숨쉬고, 평범한 얼굴은 만인의 희비애락을 품었으며…

촌뜨기 같은 이름조차도 한번 입속으로 불러 보는 순간 영혼을 그윽히 울리지 않느냔 말씀야.

흠, 내 말인즉슨…

주어진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이나 결점까지도 창의적으로 잘 활용하면 누구든 자신의 못난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얘기지. 으하하하핫….” 

일장연설을 뇌까리다가 탁자에 코를 박곤 쿨쿨 잠들어 버린다.

그는 어떤 꿈을 꿀까?

그의 소망은 과연 뭘까?

본인 자신도 잘 모를 텐데 누가 어찌 알랴. 

피에로 씨는 모창 가수와 좀 친한 편이었다.

당대 인기 코미디언인 ‘절뚝밤피’를 누구처럼 잘 모방해 자신도 연예계로 진출하리라는 야망을 은근슬쩍 내비치곤 하는 피에로 씨의 얘기에 의하면, 조필필의 진짜 속셈과 꿈은 유명가수를 빙자한 여자 사냥이라는 것이었다.

숫처녀를 딱 열 명만 따먹는 것.

그게 사실인지 허풍인진 모르지만, 필필은 때때로 눈길 끄는 아가씰 보면 작업을 걸어 보려 슬쩍슬쩍 시도하곤 했다.

하지만… 실적은 전무했다.

간혹 피에로 씨가 짓궂게 놀려대면, 필필은 진실한 사랑이란 영혼과 정감의 교류라고 강변했다.

처녀란 처녀막의 유무가 아니라 순수 정신의 상징이라고 덧붙였다.

피에로 씨가 킬킬 비웃어도 필필은 별 상관하지 않았다.

정신과 영혼이 서로 교류하게 되면 육체적 합궁은 곧 따라온다는 얘기였다.

창녀집, 즉 돈을 주고 육신을 매매하는 곳에 절대 출입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란다. 

둘 다 몽상적이고 망상적이었기에 현실에서는 어떤 여인에게도 왕자나 야수가 되지 못했다.

나중에 그들은 한 여자를 놓고 숙명적인 라이벌이 된다만…. 

모창 가수의 헛된 망상…뻔한 작업
강제 수용된 채 온갖 망측스러운 고초

하숙집은 많았다. 그런데 여자와 남자를 함께 받는 곳은 거의 없었다.

무지개 식당만 해도 남녀 하숙생의 비율은 8:2 정도였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곤 해도 특별히 고급이거나 여성 전용이 아닌 일반 하숙에서 여성은 홍일점 혹은 양념쯤으로 여겨졌다.

설령 당찬 여자가 용기내어 남녀 평등을 부르짖어 본들 어찌 고정관념을 쉬 타파하겠는가.

하숙엔 나름대로 흘러 내려온 생리가 있는 걸.

의식주가 함께 섞인 생활이랄까.

그래도 시간이 지나 적응하게 되면 큰 불편이나 마찰은 그닥 없었다.

언젠가 한번 조필필을 따라 피에로 씨가 청파동 쪽의 어느 여성 전용 하숙에 들어가 혹시 묵는 게 가능한지 물어 보았는데 단박 거부당했단다.

피에로 씨가 짐짓 계속 애걸하자, 하숙집 마담 왈 숙식비를 세 배 낸다면 특별히 전망 좋은 독방을 내줄 수 있다기에 씁쓸히 발길을 돌렸다며 킬킬 웃었다. 

무지개 하숙집엔 여자 하숙생이 세 명 있었다.

식권파가 아닌, 숙식비를 완납한 진짜 하숙생….

그 외에 특별히 하숙비를 내지 않고 상주하는 여자는 여주인의 딸과 여동생이었다. 

무남독녀 외딸은 서른을 갓 넘긴 미혼 여성이었는데, 엄마를 닮지 않아 수줍음이 많은 편이었다.

혹시 엄마의 강단성이 싫어 스스로 부드러움을 택했는지도 몰랐다.

어쨌든 분위기를 약간이나마 중화시키는 역할은 했다.

일종의 상반(相反) 미학이라고나 할까.

그녀는 자신의 엄마뿐만 아니라 여타 하숙인에 대해서도 그런 묘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얼굴은 평범해도 목소리를 한번 들으면 황홀해진 나머지 인간(부모)의 작품이라기보다 천상의 예술이라고 예찬하는 자도 있었다.

옥구슬 구르는 듯하다느니 뭐니 과장스러운 옛말도 있지만, 그 목청엔 정신과 마음을 문득 순화시키고 영혼마저 울리는 고혹적인 매력이 살짝 깃든 듯싶었다.

반면 그녀의 이모, 즉 여주인의 언니는 크게 말하든 작게 얘기하든 늘 쇳소리가 섞여들었다.

그 노녀는 60세가 넘었는데도 마치 처녀인 양 굴길 좋아했다.

길게 기른 머리칼을 갈색이나 검정 혹 때로는 보라색으로 염색하곤 화장까지 진하게 한 모양새였다.

분가루가 흩날릴 만큼 허연 얼굴에 빨간 루주를 바른 채 젊은 하숙생들에게 아양을 떨었다.

처음엔 타고난 색기가 지나쳐 그런가 싶어 퍽 불쾌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조카 아가씨의 말에 따르면, 이모(노녀)는 오래 전 꽃다운 스무 살 무렵(1980년 초) 봉재공장 잔업을 겨우 마치고 돌아오다가 통행금지령 위반으로 경찰에게 붙잡혀 지옥 같은 형제복지원엘 끌려 갔단다.

한국판 아우슈비츠라 불리는 그곳에 강제 수용된 채 성폭행 등 온갖 망측스러운 고초를 당한 끝에 정신이 약간 이상해졌다는 얘기였다. 

잃어버린 청춘

그래서 그런지, 늦게나마 억울히 잃어버린 청춘을 되찾고 싶은 희망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며 조카 아가씨는 고갤 살래살래 흔들었다.

노녀는 청년들에겐 맛난 음식을 듬뿍 가져다 주었지만, 늙수그레한 로맨스 그레이 영감들이 작업 걸려는 기색을 살짝이나마 보이면 짐짓 질색을 했다. 실상 객관적으로 보면 더 어울리는데도…. 

하지만 본인이 싫다는데 누가 어쩌겠는가.


<다음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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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다 된 밥’ 이재명 연임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합심해 이재명 대표의 연임설에 군불을 때고 있다. 이 대표는 긍정의 뜻을 밝히지 않았지만 구태여 거절하지도 않았다. 주어진 시간은 3개월. 고심을 거듭한 이 대표의 선택은 무엇일까? 2022년 3월부터 쉼 없이 달려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이야기다.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서 패배한 후 곧바로 인천 계양으로 향했다. 지역구에 깃발을 꽂자마자 그해 8월에는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직까지 싹 쓸었다. 지난해 9월, 윤석열정부에게 민주주의 파괴에 대한 사과 등을 요구하며 24일 동안 단식을 했고 올해 초에는 피습을 당해 수술을 받기도 했다. 죽지 않고 돌아왔다 하지만, 그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당 대표 임기를 3개월 앞둔 시점서 이번에는 연임설이 솔솔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이 대표는 당대표 연임을 묻는 질문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당 대표는 정말 3D(어렵고·더럽고·위험한 직을 일컫는 말) 중에서 3D다. 억지로 시켜도 다시 하고 싶지 않다”며 불출마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이 대표는 대선 패배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다. 대선서 패배한 뒤 6·1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해 약 한 달 반 만에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것이다. 당에서는 이 대표의 선택을 만류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론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서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것은 오히려 본인에게 독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이 대표가 출마를 고심한다는 풍문이 여의도를 돌자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는 “스스로를 생각해서라도 자제하셔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저격하고 나섰다. 당시 차기 당권주자였던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전과 4범의 이력으로 뻔뻔하게 대선에 나서고 연고도 없는 곳에 나가 ‘방탄용 출마’로 국민들 부끄럽게 하시더니 이젠 제헌절마저 부끄럽게 만드나”라며 이 대표를 직격했다. 이어 “‘개딸(개혁의 딸)’들 같은 광신도 그룹의 지지를 받아 ‘어대명(어차피 당 대표는 이재명)’이라고 하니 ‘방탄 대표’ 이 의원의 당선을 미리 축하는 드린다”며 비꼬기도 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경선을 약 한 달 앞둔 2022년 7월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과 대선 결과에 연동된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선 끝에 이 대표는 77.77%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대선서 패배한 지 채 반년도 되지 않아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가 된 것이다. 산전수전 다 겪고 당대표로 우뚝 연임-지선 코스 밟고 대선까지 쭉 당 대표직을 따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 대표의 정치 인생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당시 민주당은 친문(친 문재인) 세력이 주류였던 만큼 하루가 멀다하고 친명(친 이재명)과 비명(비 이재명) 간의 갈등이 불거진 탓이다. ‘심리적 분당’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오갔고 비명계 의원들의 도미노 탈당이 이어졌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과정서 또다시 계파 갈등이 불거졌다. 모든 과정서 비판과 화살의 끝은 이 대표를 향했다. 오는 8월을 마지막으로 이 대표가 자리서 물러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총선이 끝나자 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이 대표가 한 번 더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한 것이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연임을 원하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제시된다. 첫 번째로는 정권교체다. 이번 총선서 압승을 거둔 이 대표의 능력이 입증됐으니 2027년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기세를 몰아야 한다는 것이다. 범야권까지 탈탈 털어도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맞수는 이재명 뿐”이라는 주장이 커지는 이유기도 하다. 두 번째는 인사의 부재다. 당장 전당대회가 4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내 차기 당 대표감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총선 후 자칭타칭 차기 당 대표로 지목된 이들이 여의도 입소문에 오르내릴 법도 하지만 사소한 소문조차 떠돌지 않는다. 이 대표가 연임을 시작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대권주자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밟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이들이 없다. 이번 공천을 통해 다수의 비명계가 경선서 탈락하거나 탈당하는 등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연임설에 최초로 불을 댕긴 건 5선을 달성한 박지원 당선인이다. 그는 지난달 15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총선을 통해서도 국민은 이 대표를 신임했다”며 “총선 때 차기 대통령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표가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대표 본인이 원한다면 당 대표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매끄러운 시나리오 최근에도 박 당선인은 “연임에 대해서 아무런 이의가 없고 현재 당내서도 당 대표에 대해서 도전자가 없다”며 연임 가능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전직 총리 등 중진들과 이야기해 보면 지금은 ‘이재명 타임’이라고 한다”며 “이 대표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당을 이끄는 것이 좋다고 전에 얘기한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친명계 좌장으로 통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의 연임은 당내 통합을 강화할 수 있고 국민이 원하는 대여 투쟁을 확실히 하는 의미서 나쁜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바람대로 22대 개혁 국회를 만들기 위한 대표 연임은 필수 불가결”이라며 “부디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민주당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택, 최선의 결과인 당 대표 연임을 결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청래 최고위원은 대표 연임 추대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겠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그는 “옆에서 가까이 지켜본 결과 (이 대표가)한 번 더 당 대표를 하면 갖고 있는 정치적 능력을 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며 “당 대표 연임으로 윤석열정부에 반대하는 모든 국민을 하나로 엮어내는 역할을 할 지도자는 이 대표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계열서 당 대표가 연임한 건 1995년 9월부터 2000년 1월까지 새정치국민회(민주당 전신)의 총재직을 지낸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민주당 역사상 두 번째로 남게 된다. 핵심 친명을 중심으로 이 대표의 연임이 기정사실화되면서 사실상 추대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차기 대권주자로서 명분과 타이밍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된다. 만일 이 대표가 연임을 받아들인다면 그의 임기는 2026년 8월까지 연장된다. 하지만 민주당 당헌·당규상 대권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대선일로부터 1년 전 당 대표직을 사퇴해야 하는 만큼 2026년 3월까지 당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6년 6월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3개월은 공천 작업 등 선거를 치르기 위한 기반을 충분히 다져놓을 수 있는 기간이라는 게 민주당 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심? 당심? 엇갈린 선택 이번 총선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이 대표 체제로 승리한다면 그는 더할 나위 없는 리더십을 얻는다. 2027년 치러질 대선에 출마할 명목도 다시 한번 다질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의 연임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그만큼 날 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는 모양새다. 이 대표의 연임이 ‘사법 리스크 방탄용’이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또다시 발목 잡힐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연임이 대장동 개발 특혜를 비롯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을 방어하기 위한 ‘매력적인 카드’에 지나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는 이 대표 개인뿐만이 아니라 민주당 전체가 ‘방탄 정당’이란 오명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에는 이 대표와 민주당이 함께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사법 리스크로 당내 신 비명 세력이 생기고 지방선거 결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이 대표는 오히려 대권주자로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된다. 게다가 이번 총선처럼 지방선거서도 압승을 거둘 것이란 보장도 없다. 따라서 이 대표가 그동안 쌓아온 업적을 보존한 채 한발 뒤로 물러서 숨을 고르는 게 좋은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여의도에서는 실보다 득이 더 크게 보이는 만큼 총선 승리라는 유종의 미를 거두고 박수칠 때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서 “‘어차피 다음 당 대표도 대통령 후보도 이재명 당신이 될 테니 좀 쉬셔라’라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총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지 않았나. 또다시 자신을 시험에 들게 하는 건 확률이 반반인 게임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원대·의장 이어 ‘3톱’ 달성? 점점 멀어지는 포스트 우려도 이 대표가 연임한다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내리 4년 동안 당권을 잡게 된다. 국민의 피로도가 누적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이다. 최근 당내 발생한 일렬의 사건에 모두 명심(이재명 대표의 의중)이 짙게 묻어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만큼 이 대표에게도 정치적 휴식기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앞서 지난 3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선거가 열렸는데 다른 후보가 없어 경선을 건너뛴 채 친명 박찬대 의원이 찬반 투표로 선출됐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 선거 후보군은 당초 4명이었지만 정성호·조정식 의원이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교통정리가 이뤄졌다. 원내대표 선거와 국회의장 후보가 교통정리 되는 과정서 이 대표가 과도하게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트 이재명’에 대한 논의조차 시작되지 않은 상황서 당의 무게 중심이 지나치게 이 대표 쪽으로 쏠릴 경우 민심의 후폭풍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당대회까지 3개월가량 남은 만큼 민주당은 당의 흐름과 민심이 다르게 흘러갈 수 있다는 점도 의식해야 한다. <뉴시스>가 국민리서치그룹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에게 이 대표의 연임에 관해 물은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은 44%로 ‘반대한다’는 응답 45%보다 1%p 낮게 나타났다. ‘잘 모르겠다’는 11%였다. 오차범위로 인해 반대 여론이 우세하다고 확실할 수는 없지만 민주당과 민심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당 지지도별로 봤을 때는 더욱 확연한 차이가 드러난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찬성이 83%, 반대가 12%로 찬성 여론이 압도적인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반대가 76%로 찬성(15%)보다 61%p 높게 나타났다. 무당층에선 반대 응답이 47%, 찬성 응답은 25%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금부터 이의 시간 이 대표는 떠오르는 자신의 연임설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민주당 박성준 대변인도 “당 대표 연임설과 관련해 의견 교류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표는 최근 들어 당 의원들에게 “어떻게 하는 게 좋겠냐”며 의견을 묻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당의 수장이 아랫사람들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공당의 대표로서 당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은 당연한 민주적 절차”라는 게 민주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여의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이 대표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연임이 가능하다. 2027년 대선까지 앞으로 3년, 민주당의 운명은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견제구 던지는 국힘 총선 참패의 먹구름이 채 가시지 않은 국민의힘에 다시 한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연임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날까지 윤-이 대결 구도로 정국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민수 대변인은 지난 7일 논평을 통해 “이 대표의 민주당 사당화 전략은 반헌법적 행태”라며 일찌감치 견제에 나섰다. 김 대변인은 “민주당은 이 대표의 ‘점지’ 없이는 주요 보직에 자리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처절한 마음으로 국민을 바라보며 이 대표의 독주에 맞서겠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