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아온 막말 종결자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입으로’ 정치판 들었다 놨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 초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새로운 ‘막말 스타’로 등극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 “김일성주의자”라고 주장한 것이 화두가 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김 위원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자신의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히면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정치 성향은 극우로 알려져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적극적으로 엄호하던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도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을 정도다. 김 위원장의 과거는 지금과 매우 대조적이다. 학창 시절 그의 모습은 노동운동가들 사이에서 전설로 불리고 있다. 누구보다 전투적이었고 치열했던 노동운동가로 명성을 떨치면서 ‘운동권의 황태자’로 불렸다.

운동권
황태자

김 위원장의 과거는 가난하면서도 화려했다. 1951년 경상북도 영천에서 4남3녀 중 여섯째로 태어난 그는 아버지가 보증을 잘못 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중학교 동창으로는 삼성전자 CEO를 역임하고 제4대 지방선거에서 상대했던 진대제가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는 3선 개헌 반대 시위를 하다가 제적됐다가 복적됐다. 1970년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한 그는 대학 내 모임인 후진국 사회연구원에 가입해 활동하면서 노동운동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같은 해 피복공장 노동자 전태일이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분신자살한 소식을 접한 것이 컸다. 그 뒤 동기들과 함께 서울 구로구 구로공단에 노동자로 위장 취업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다른 노동자들과 계몽운동을 하던 고대노동문제연구소 소장을 만나 그로부터 마산수출자유지역, 영등포공장 이야기 등 언론에 보도되지 않던 비화를 접하며 노동계 현실을 깨달았다. 김 위원장의 회고에 따르면 구로공단 위장취업 당시 오전에는 공장에서 미싱사로 일하고, 저녁에는 사람들과 만나 담론 토론으로 보내기도 했다고 한다.

1년이 지난 1971년 10월15일 김 위원장은 부정·부패 척결 전국학생시위에 참여했다가 제적됐다. 1971년부터 1972년까지 고향 경북 영천에서 4H 운동과 야학 등 농민운동을 했으며, 1974년에는 공산정권 수립을 추진했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된 민청학련 사건과 관련해 제적됐다.

같은 해 김 위원장은 1청계천 피복공장 재단보조공으로 근무했다. 이후 여러 공장을 전전하면서도 고학으로 1977년에는 환경관리기사 2급, 안전관리기사 2급 등의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했다. 1978년 전국금속노조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광주민주화운동의 여파로 회사가 노조 해산정책을 추진하자 김 위원장은 노동조합 위원장직을 그만두게 되고, 회사에서도 해고를 당했다. 이후 구로동맹 파업을 주도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김 위원장은 서울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로 끌려가 고문을 받았고 서대문구치소로 이감되기도 했다.

수감 중 기소유예로 석방돼 다시 한일 도루코로 복직할 수 있었다. 1984년 방용석 등과 함께 ‘한국노동자복지회’를 조직했다. 여기서 만난 안선모 등을 출판사 등에 주선해주기도 했다. 같은 해 한국노동자복지협의회 부위원장에 피선되고 1985년 전태일 기념사업회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이후 전태일의 모친 이소선씨와도 교류했다.

1985년 서울지역노동운동연합(서노련)이 출범하자 그는 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함께 활동했으며, 서노련 지도위원 등으로 선출됐다. 1986년 서노련 지도위원으로 인천시 5·3직선제 개헌 투쟁 주도 혐의 등으로 구속돼 고문을 받고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아 형무소에서 복역했다가 1988년 특별사면을 받고 풀려났다.

공산주의 국가들의 몰락을 지켜본 김 위원장은 1990년 초부터 성장에 자원을 집중하되 복지도 함께 따라가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며 ‘좌파적 노동관’을 버리고 온건론으로 노선을 선회했다.


학창 시절 공장 경험하며 노동계 발전에 앞장
90년대 공산주의 국가 몰락 후 정치노선 선회

정치적 노선을 선회한 김 위원장은 정치를 시작했다. 1990년 민중당 창당에 참여해 구로갑지구당 위원장을 지낸 뒤 민중당 노동위원장으로 제14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전국구 3번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1992년에는 노동인권회관의 소장으로 추천됐고 이듬해에는 한국노동연구원 현대자동차 노사관계진단팀장에 임명됐다.

1994년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권유로 “혁명의 시대는 갔다”는 말을 남기고 민주자유당에 입당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자유당 경기도 부천소사구지구당 조직책이 됐다. 같은 해 노동부 행정규제완화위원회 위원과 노동인권회관 이사에 선출됐고 1996년 신한국당 공천으로 제15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부천시 소사구에서 출마해 15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현실주의를 내세운 노동자들의 권익 향상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 뒤 민주자유당이 김영삼 체제에서 이회창 체제로 바뀌고 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에도 계속 활동했고, 1996년부터 1년간 신한국당 대표최고위원 특별보좌관을 수행하기도 했다.

1998년부터 1년간 야당 의원으로는 특별히 대통령 자문기구인 노사정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1998년 한나라당 원내 부총무, 한나라당 노동위원회 위원장, 김대중정권 대북 뒷거래 진상조사위원회 특별위원장을 맡으며 대정부 공격에 앞장섰다. 2000년 시민단체인 희망을 여는 정치연대의 간사로 활동했고, 2000년 6월 근로기준법을 재개정에 찬성했다.

노동부는 별도의 예산을 확보해 이들의 노동 실태 파악에 나서야 한다고 했으며 노동자들에게도 노동자 스스로 끊임없는 권리찾기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며 찬성 의사를 표명했다. 2001년 한나라당 제1사무부총장, 2003년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거쳐 2004년 2월에는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온건에서
과격으로

국회의원 시절에는 노동 분야와 환경, 수도권 교통과 아동 분야에 관심을 갖고 많은 의정 활동을 벌였다.

1996년 녹색정치인상을, 1998년 한국유권자운동연합으로부터 국회 의정활동 환경노동위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1999년 결식아동돕기 의정활동 공로패와 전국 보육시설협회 감사패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결식아동에게 밥을 줄 책임이 국가에 있는데 왜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성금에 의존토록 하느냐?”고 항의하면서 “김결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16·17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3선 국회의원으로서 2000년 밝은 정치 시민연합 새천년 밝은 정치인상을 수상했고, 2005년 국정감사 최우수의원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에는 국회출입기자단으로부터 약속 잘 지키는 국회의원 1위와 일 잘하는 국회의원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2006년 광역자치단체장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국회의원을 사임한 후, 2006년 4월 지방자치단체장선거에서 경기도지사에 출마해서 당선됐다.


김 위원장은 2006년 7월1일 경기도 민선 4기 도지사에 취임했다. 2006년부터 2008년 경기디지털콘텐츠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2007년 4월 수도권 규제 완화와 경기지역 개발을 주장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2009년 한국메니페스토운동본부에서 평가하는 공약 이행도 평가에서 1위를 차지(공약 이행 2년 차 목표 달성 최우수, 주민 소통·민관협력 최우수, 웹소통 최우수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논란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2010년 5월29일 6·2 지방선거를 위한 유세를 위해 대학생들과 간담회 중 다음과 같은 발언들을 했다. “국민에게 큰 불편을 끼치며 촛불집회에 나섰던 이들은 사과를 해야 한다” “광화문광장에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동상을 세워야 한다” 등 김 위원장의 발언은 과거 학창 시절 때와 매우 대조적이었다.

같은 해 11월 김문수의 대학 특강과 실·국장회의에서의 발언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걸그룹 소녀시대에 대해 젊은이들과 공감하는 차원에서 “내가 봐도 잘생겼다. 쭉쭉빵빵”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유감을 표명할 사안이 아니라며 사과하지 않았다.

2011년 6월에는 대한민국의 고전소설 <춘향전>에 대해 “<춘향전>이 뭡니까? 변사또가 춘향이 ✕✕하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라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고배 마시다
윤정부 합류

한 달여 뒤에는 병문안 차원에서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요양병원을 찾은 와중에 119에 전화를 걸어 “도지삽니다”라고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대부분의 언론은 당시 김 위원장이 소방관에게 갑질을 했다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당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측에 개선할 것을 알렸고, 소방본부는 소방관들의 징계성 인사 조치를 결정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김 위원장에 대한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이후 경기도청은 도지사의 목소리를 몰라서 해임한 것이 아니라 규정 위반으로 해임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다음 날 김 위원장이 직접 소방서에 찾아가 두 소방관을 원대복귀시키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 사건으로 인해 선거에서 계속 고배를 마시게 된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 안방 챔피언인 줄 알고 출마했으나,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에게 완패를 당했다. 뒤이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서울특별시장에 출마했으나 2위로 낙선했다.

2019년 8월20일 국민의힘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주최로 국회에서 ‘보수통합’을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는데, 연사로 참석한 김 위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나보다 깨끗한 사람이고 돈 받을 이유도 받은 적도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특히 전직 대통령들의 억울함을 강조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총살감”이라는 과격한 발언도 논란이 됐다.

코로나19 사태로 서울시가 2020년 2월 다중집회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시민들에 대해 법적 조치를 예고했는데 같은 달 22일과 23일 전 목사 사단과 함께 8·15 광복절 문재인정부 규탄 집회에 참여해 경찰 수사 대상이 됐다.

같은 해 8월17일 국회의사당역에서는 김 위원장과 동행하던 검진 대상자를 보건소로 연행하려던 경찰과 시비가 붙기도 했다. 경찰은 김 위원장과 같이 있던 성창경 기독자유통일당 대변인에게도 보건소로 같이 가서 검사받기를 요청했는데, 김 위원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김 위원장은 경찰에게 신분증을 요구했고 경찰이 신분증을 보여주면서 영등포경찰서라고 하자 본인의 신분증을 꺼내며 “나 김문수다”라고 했다.

“도지삽니다” 소방관 갑질 논란 후 여론 악화
“문 총살감” “김일성 주의자” 잇단 발언 논란

김 위원장의 막말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경사노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김일성 주의자’라고 주장했다.

국회 환노위 소속 민주당 위원들은 지난 1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문수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기어이 국정감사에서 사고를 쳤다”며 “국회의원 모독을 넘어서 국회증언감정법이 규정한 모욕적인 언행으로 국회의 권위를 훼손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전날 국회 환노위 국감장에서 “젊은이들에게 세월호처럼 저렇게 죽음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자들 물러가라” “불법파업에 손배(손해배상) 폭탄이 특효약” “민노총이 김정은 기쁨조 맞죠?” “문재인 대통령은 김일성 사상을 굉장히 존경하는 그런 분이다”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지난해 4월 김 위원장이 올린 페이스북 글을 언급하며 “‘윤건영이 종북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 이 생각에 변함이 없나”라고 묻자 김 위원장이 “저런 측면이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갈등은 증폭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위원들은 민생 국감을 위해 사과할 기회를 주었지만 김 위원장은 그 상황만을 모면하기 위한 변명에 급급했다”며 “경사노위 위원장에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가 확실하게 참사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거짓 사과와 막말의 경계를 넘나들며 국회를 모욕한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 위원장 자격이 없다”며 고발 조치를 예고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사태를 만든 김 위원장은 지금 당장 자진사퇴하라. 윤 대통령은 인사 참사에 책임을 지고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여야 간 협의와 환노위 전체회의 의결을 통해서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고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여야를 떠나서 국회와 300명 국회의원에 대한, 국회의원을 선출해준 국민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여야를 가릴 문제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윤 의원도 “국정감사장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모멸적인 언사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특히나 어제 김 위원장이 상임위 자리에서 퇴장 조치를 당했음에도 오늘 아침 라디오 방송에 나가서 똑같은 언사를 했다.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는 것인데 이는 국회에 대한 정면도전”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도 ‘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다.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시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말한다면 확실하게 문 전 대통령은 김일성주의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영복 사상이라는 것은 김일성 사상이다. (이로 인해)통일혁명당의 3명이 사형됐고, 신영복 선생은 무기징역을 받고 20년 20일을 감옥에서 살았는데, (이후)그분은 한 번도 본인이 전향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전)대통령은 평창올림픽 개막 리셉션에서 당시에 펜스 (미국)부통령과 (일본)아베 총리, 그리고 (북한)김영남, 북한의 김여정, 세계 100여개국 정상을 앞에 두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한국의 사상가는 신영복이라고 공개적으로 전 세계에 공포했다”며 “그래서 김일성주의자”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근혜 대통령 22년형, 이명박 대통령 17년형, 국정원장 4명을 다 감옥에 보낸 문재인 대통령은 아마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멈추지 않는
실언 기관차

그러나 김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은 확실한 김일성주의자’ 등 전날 ‘국감장 강퇴’ 계기가 된 발언에 대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문 전 대통령을 향한 ‘총살감’ 발언을 두고 “어떤 대통령도 구속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22년형이고 17년형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은 그거보다 훨씬 크다. 따지자면 더 많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표현에 과격한 점이 있는 건 사과했다”고 덧붙였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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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