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의 재발견 ④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다시 쓰는 수학여행기

경주의 다른 이름은 ‘대한민국 수학여행 1번지’다. 경주라는 두 글자에 수학여행을 떠올리는 이가 얼마나 많은가. 수학(修學)은 ‘학문을 닦는다’라는 뜻이지만, 돌이켜보면 우리는 추억만 쌓고 왔다. 그래서 경주로 다시 떠나본다. 당시 못 채운 ‘수학’의 꿈을 품고.

수학여행 대표 코스 불국사(사적)부터 시작이다. 매표소에서 일주문과 천왕문을 거쳐 불국사로 오르는 길, 오래전 기억이 가물가물 되살아난다. 대웅전(보물)으로 가는 길목의 돌계단 앞에 이르자 기억은 선명해진다. 우뚝한 범영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계단이 있다. 그때는 챙겨 보지 못한 안내문이 눈에 띈다. 동쪽 자하문 앞 계단이 청운교와 백운교(국보), 극락전으로 향하는 안양문 앞 계단이 연화교와 칠보교(국보)다. 수학여행 때 단체 사진을 찍던 청운교와 백운교는 지금도 불국사 인증 사진 명소다.

인증 사진 명소

청운교와 백운교, 연화교와 칠보교는 신라 재상 김대성이 불국사를 짓기 시작한 751년(경덕왕 10년)에 건립한 것으로 추정한다. 청운교와 백운교는 다리 아래 속세와 위쪽 부처 세계를 이어준다는 의미가 있다. 청운교와 백운교는 전체 34계단, 연화교와 칠보교는 18계단이다. 규모는 다르지만, 계단 형태로 만든 다리라는 점과 다리 아래가 무지개 모양인 점 등은 비슷하다. 전자는 웅장함이, 후자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양쪽 돌계단 다리 모두 보존을 위해 출입이 금지된 상태라 옆길을 통해 대웅전으로 가야 한다. 대웅전 뜰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다보탑과 석가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무리 역사에 관심 없는 이라도 두 탑을 보는 순간, 탄성을 내지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두 탑 모두 국보다. 석가탑의 문화재 명칭은 경주 불국사 삼층석탑이지만, 우리에겐 원래 이름 석가여래상주설법탑을 줄여서 부르는 석가탑이 익숙하다.

뜰 동쪽과 서쪽에 마주 선 두 탑 역시 751년(경덕왕 10년)에 건립한 것으로 추측한다. 높이는 다보탑 10.29m, 석가탑 10.75m로 비슷하나 생김새는 확연히 다르다. 동쪽의 다보탑은 특수한 탑 형태를, 서쪽의 석가탑은 일반적인 형태를 취한다. 수학여행 때 두 탑 앞에서 어느 게 다보탑이고 석가탑인지 헷갈린다는 학생이 종종 있었다. 선생님은 10원짜리 동전을 꺼내 보이며 “10원짜리 동전에 나오는 탑이 다보탑이다”라고 하셨다. 요즘 아이들은 10원짜리 동전을 볼 일이 별로 없겠지만, 1970~1990년대 학생들에게 다보탑은 10원짜리 동전에 나오는 친숙한 탑이다.


다보탑과 석가탑은 강탈과 도굴의 아픔을 겪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다보탑을 해체·보수하면서 사리와 사리장치를 비롯한 유물이 모두 사라졌다. 기단 돌계단 위에 있던 돌사자도 넷 중 하나만 남았다. 1960년대 도굴로 손상된 석가탑을 보수하는 과정에서 여러 유물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때 발굴된 유물은 불국사 삼층석탑 사리장엄구라는 이름으로 국보에 지정됐으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로 알려진 <무구정광대다라니경>도 포함한다.

우리나라 대표 문화 관광 도시
초중고 수학여행 단골코스

사리장엄구는 현재 불국사 천왕문 인근에 세운 불국사박물관에 전시 중이다. 수학여행 때 박물관에 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자책할 필요 없다. 불국사박물관은 2018년에 개관했으니 이전 수학여행객은 기억 못 하는 게 당연하다. 다시 찾은 불국사에서 국보로 지정된 여러 유물도 살펴볼 수 있어 더욱 알차다.

불국사에서 나와 구불구불한 산길을 달린다. 불국사와 세트 코스인 석굴암 석굴(국보)은 751년(경덕왕 10년)에 만들기 시작해 774년(혜공왕 10년)에 완성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효성이 지극한 김대성이 현세와 전생의 부모를 위해 각각 불국사와 석굴암을 창건했다고 한다.

토함산 중턱에 화강암으로 석굴을 만들고 본존불을 모셨다. 내부는 직사각형 전실과 원형 주실, 두 곳을 연결하는 통로로 구성된다. 온화한 본존불을 중심으로 전실과 주실 벽면에 여러 불상을 정교하게 새겼다. 문화재 보존을 위해 유리 너머로 본존불과 부조를 감상할 수밖에 없다. 석굴암 내부는 사진 촬영을 금지한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공동 등재됐다. 입장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주말·공휴일 오전 8시부터 / 연중무휴), 관람료는 각각 어른 6000원, 청소년 4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만 70세 이상·부모 동반 7세 이하 무료). 불국사박물관 관람료 별도.

국립경주박물관도 빼놓으면 안 된다. 신라의 천년 역사와 문화유산을 한눈에 살펴보는 곳으로 신라역사관, 신라미술관, 특별전시관, 월지관, 어린이박물관, 옥외 전시장 등을 갖췄다. 신라역사관에는 금관총, 황남대총, 천마총에서 나온 국보·보물급 유물이 상당수 전시된다. 교과서에서 봄 직한 신라 시대 금관 같은 문화재가 눈앞에 있으니 신기하다. 옥외 전시장에도 성덕대왕신종(국보), 고선사지 삼층석탑(국보) 등 귀한 유물이 많으니 놓치지 말자.

신라 시대 고분군 대릉원(사적)은 역사 학습장이자 산책 코스로 훌륭하다. 평지에 봉긋봉긋 솟아오른 고분이 고도(古都) 경주의 위상을 보여준다. 고분 사이 산책로를 걷는 발걸음에 기품이 실린다. 내부 관람이 가능한 천마총, 거대한 쌍분인 황남대총, 신라 13대 왕 미추이사금의 무덤인 미추왕릉(사적)이 주요 볼거리다. 황남대총과 목련이 어우러지는 포인트는 전국구 포토 존으로 사랑받는다.


첨성대 야경

첨성대(국보)도 수학여행 단체 사진 단골 코스다. 선덕여왕 때 만든 것으로 추정하는 관측대로, 높이 약 9m다. 부채꼴 돌을 27단으로 차곡차곡 쌓아 원통 부분을 올리고, 정상부에는 돌을 정(井) 자형으로 놓았다. 첨성대는 별을 보던 장소인 만큼 밤에 더 신비롭다. 달빛과 조명이 은은한 첨성대 야경으로 경주 여행을 마무리하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불국사→석굴암→국립경주박물관→대릉원→첨성대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불국사→석굴암→경주월드→동궁과 월지→첨성대
둘째 날: 국립경주박물관→월정교→황리단길→대릉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불국사 www.bulguksa.or.kr
-석굴암 http://seokguram.org
-국립경주박물관 https://gyeongju.museum.go.kr
-경주문화관광 www.gyeongju.go.kr/tour/index.do

문의 전화
-불국사 054)746-9913
-불국사관광안내소 054)746-4747
-석굴암 054)746-9933
-국립경주박물관 054)740-7500
-대릉원 054)750-8650

대중교통
[버스] 서울-경주,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12회(06:50~  22:0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7~8회(07:00~17:20) 운행, 약 4시간 소요. 고속버스·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10번·11번 시내버스 이용, 불국사 정류장 하차, 불국사(불이문 매표소)까지 도보 약 7분. 불국사나 불국사매표소 정류장에서 12번 시내버스 이용, 석굴암주차장 정류장 하차, 석굴암(매표소)까지 도보 약 3분.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경주시교통정보센터 054)779-6849, http://its.gyeongju.go.kr [기차] 서울역-신경주역, KTX 하루 17~20회(05:15~21:30) 운행, 2시간~2시간50분 소요. 신경주역 정류장에서 700번 시내버스 이용, 불국사 정류장 하차, 불국사(불이문 매표소)까지 도보 약 7분. 불국사나 불국사매표소 정류장에서 12번 시내버스 이용, 석굴암주차장 정류장 하차, 석굴암(매표소)까지 도보 약 3분.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경주시교통정보센터 054)779-6849, http://its.gyeongju.go.kr

자가운전
불국사·석굴암 / 경부고속도로→경주 IC에서 경주·경주국립공원 방면→배반네거리에서 울산·불국사 방면 우회전→산업로 8.1㎞ 이동→불국사 방면 좌회전→불국로→불국사→불국로 방면 좌회전 후 직진→석굴로·석굴암 방면 좌회전→석굴암

숙박 정보
-불국사한옥팜스테이: 경주시 진티길, 010-5489-1742, http://불국사한옥.com
-신라부티크호텔프리미엄: 경주시 강변로, 054)745-3500, http://sillaboutique.co.kr
-황남관한옥호텔: 경주시 포석로, 054)620-5000, http://hwangnamguan.co.kr

식당 정보
-불국사밀면(밀면+석쇠불고기): 경주시 불국장터길, 054)773-6161
-함양집 보불로점(한우물회): 경주시 보불로, 054)746-9990
-시즈닝(파스타): 경주시 첨성로99번길, 054)774-7477, www.instagram.com/__seasoning

주변 볼거리
경주 분황사 모전석탑, 경주 계림, 경주동궁원, 경주엑스포대공원, 보문정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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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