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의 재발견 ③속초 설악산 흔들바위

수학여행의 추억이 방울방울

강원도 속초는 예나 지금이나 수학여행 명소로 통한다. 설악산을 품고 동해에 접한 고장이니, 수학여행에 이보다 맞춤한 곳이 또 있을까 싶다. 속초에서도 설악산 흔들바위는 단골 수학여행지다. 누군가 그랬다. 여행의 힘은 추억을 공유하는 데서 나온다고.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다녀온 수학여행은 그 어떤 여행보다 가슴속에 또렷이 각인될 수밖에 없다. 수십 년이 흘렀지만, 흔들바위를 찾아가는 길이 여전히 설레는 이유다.

흔들바위는 설악산 자락에 터 잡은 계조암(繼祖庵) 앞 와우암(臥牛岩) 위에 있다. 100여 명이 함께 식사할 만큼 넓어 식당암(食堂岩)이라고도 하는 반석 끄트머리다. 공처럼 둥근 바위가 절벽 끝에 위태롭게 선 모습이 꽤 인상적인데, 흔들바위가 유명한 건 손만 대도 굴러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이 장면 때문이다.

해마다 만우절이면 ‘설악산 흔들바위 추락’ 소문이 나돌지만, 지금도 꿋꿋이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슬아슬한 흔들바위

흔들바위로 가려면 발품을 조금 팔아야 한다. 설악산소공원주차장에서 흔들바위까지 약 3㎞. 제법 먼 거리지만, 마지막 600m 산길을 뺀 나머지가 대부분 평지처럼 완만하다. 걷는 내내 길동무가 되는 시원한 계곡과 울산바위의 그림 같은 자태도 이 길의 매력에서 빼놓을 수 없다.

먼저 만나볼 곳이 신흥사(강원문화재자료)다. 설악산국립공원 매표소에서 800m쯤 떨어진 곳에 자리한 신흥사는 652년(진덕여왕 6)에 자장율사가 ‘향성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고찰이다. 이후 화재로 소실된 사찰을 1644년(조선 인조 22) 지금의 자리로 옮겨 ‘신흥사’로 다시 세웠다.


경내에 극락보전,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남아 있다. 높이 14.6m 통일대불은 신흥사, 아니 설악산의 명물이다.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기원하며 청동 108t으로 만들었다. 제작하는 데 꼬박 10년이 걸린 통일대불 내원법당에는 1992년 미얀마 정부가 기증한 부처님 진신 사리 3과와 다라니경, 칠보 등 복장 유물이 봉안됐다.

신흥사를 지나면 예쁜 숲길이 열린다. 깔끔하게 정비된 길은 어른 3~4명이 나란히 걸어도 여유로울 만큼 널찍하다. 오르내림이 거의 없는 길이라 지루할 것 같지만, 초록빛 숲 터널의 싱그러움과 투명한 계곡의 맑은 물소리에 마음이 편안하다. 꽃향기처럼 발끝으로 은은하게 전해오는 부드러운 흙의 느낌도 참 좋다.

신흥사의 부속 암자인 내원암을 지나면 다소 좁고 험한 산길이 나온다. 평지와 다름없던 숲길에 비해 험하다는 것이니, 지레 겁먹을 필요 없다. 가볍게 오르는 동네 뒷산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끔 만나는 급경사 구간에는 나무 계단이 설치돼, 오르내리기에 불편하지 않다.

흔들바위 낙하 농담 만우절 단골 소재
예전 일부 남부지방의 수학여행 단골코스

계조암 입구, 절벽 위에 다소곳이 자리한 둥근 바위가 설악산 흔들바위다. 정말이지 누가 일부러 가져다 놓은 것처럼 절벽 끝에 아슬아슬하게 걸렸다. 이 거대한 바위를 누군가가 이곳에 가져다 놓았을 리 만무. 흔들바위는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운 풍화작용의 결과물이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가 오랜 세월 비바람에 깎여 중심의 핵석만 남은 것.

설악산 흔들바위처럼 풍화작용으로 기반암과 분리된 핵석을 토르(tor)라고 한다.

흔들바위에 대해 살펴봤으니 이제 밀어볼 차례. 혹시나 ‘바위가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지면 어떡하지?’같은 소심한 생각이 든다면, 걱정할 필요 없다. 흔들바위 무게는 대략 32t. 슈퍼맨이 아닌 이상 흔들바위를 밀어서 아래로 떨어뜨릴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는 얘기다.


그럼 흔들림은? ‘흔들린 것 같다’와 ‘꼼짝도 안 한다’는 의견이 분분하니, 각자 느낌대로 받아들이면 될 듯.

흔들바위와 한참 씨름하다 보면 자연스레 주변으로 시선이 옮겨 간다. 설악산국립공원 매표소에서 계조암까지 ‘흔들바위’ 이정표만 좇아왔지만, 흔들바위를 떠받친 와우암, 온갖 한자를 새겨놓은 수직 절벽, 목탁 닮은 둥근 바위를 파내 조성한 석굴 법당, 우뚝 솟은 울산바위 등 튀르키예의 카파도키아를 연상시키는 계조암의 암석군은 흔들바위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다.

신라 승려 자장이 창건한 계조암은 동산, 각지, 봉정에 이어 의상, 원효 등 조사의 칭호를 얻을 만한 승려가 계승해 수도한 곳으로 알려졌다. 자장율사는 계조암 석굴에 머물며 향성사를 창건했다. 여유가 되면 흔들바위와 계조암을 돌아본 뒤 울산바위까지 다녀와도 괜찮다. 울산바위는 흔들바위에서 1㎞ 남짓 떨어져 있다.

설악산으로 떠나온 여정에서 또 하나 빠질 수 없는 곳이 권금성이다. 설악산성이라고도 부르는 이곳은 설악산 주봉인 대청봉에서 북쪽으로 뻗은 화채능선 정상부에 있다. 권씨와 김씨가 이곳에서 난리를 피하려고 하루 만에 쌓았다는 전설 때문에 권금성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신흥사 앞 설악케이블카를 이용하면 해발 800m 권금성까지 5분 만에 닿는다. 설악케이블카 운영 시간은 하루 전 홈페이지에 공지한다. 탑승권 예약은 불가하며 탑승료는 중학생 이상 1만3000원, 어린이 9000원이다.

속초항 인근에 있는 아바이마을은 한국전쟁 때 함경도에서 피란 온 이들이 정착해 형성됐다. 아바이는 ‘나이 많은 남성’을 뜻하는 함경도 사투리. 아바이마을은 2000년 방영한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주인공 은서(송혜교)와 준서(송승헌)가 갯배를 타는 모습이 소개되며 세간에 알려졌다.

마을에서는 지금도 관광객을 위해 갯배를 운영한다. 내장을 뺀 오징어에 다진 고기, 채소, 찹쌀을 넣고 찐 오징어순대와 돼지 대창에 찹쌀과 선지를 넣은 아바이순대가 대표 먹거리다. 아담한 청호해변도 아바이마을의 자랑이다.

속초해수욕장

속초에서 가장 ‘핫한’ 해변을 꼽으라면 단연 속초해수욕장이다. 아바이마을에서 자동차로 10분이면 닿는 속초해수욕장은 모래밭이 곱고 바닷물이 맑아 피서지로 사랑받는다. 해수욕장 북쪽에 서핑 전용 해변도 마련했다. 최근 선보인 우리나라 최초의 해변 대관람차 속초아이는 또 다른 명물. 아파트 23층 높이에서 시리도록 푸른 동해와 멀리 설악산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설악산 흔들바위→설악케이블카(권금성)→아바이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설악산 흔들바위→설악케이블카(권금성)→아바이마을
-둘째 날: 속초해수욕장→속초아이→칠성조선소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속초관광 www.sokchotour.com
-설악케이블카 www.sorak cablecar.co.kr
-아바이마을 www.abai.co.kr


문의 전화
-속초시청 관광과 033)639-2539
-설악산국립공원 033) 801-0900
-설악케이블카 033)636-4300

대중교통
[버스] 서울-속초,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15~50분 간격(06:00~23:30) 운행, 약 2시간2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40여회(06:05~23:00) 운행, 2시간10분~3시간 소요. 속초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4번·7번·7-1번 일반버스 이용, 설악산소공원 정류장 하차, 설악산 흔들바위까지 도보 약 3㎞. 속초시외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7-1번 일반버스 이용, 설악산소공원 정류장 하차, 설악산 흔들바위까지 도보 약 3㎞.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속초시대중교통정보 www.sokchoterminal.com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북양양 IC→장재터로→설악산로→청봉로→설악산국립공원(설악산 흔들바위)

숙박 정보
-호텔 아마란스: 속초시 온천로, 033)636-5252, http://www.hotelamaranth.com
-헬리오스모텔: 속초시 장사항해안길, 033) 632 -7676 http://www.heliosmotel.com
-뉴스타트설악리조트: 속초시 설악산로836번길, 033)637-2239, www.nsseorak resort.com
-초원리조텔: 속초시 청봉로5길, 033)636-7169, http://greenresort.co.kr
-켄싱턴호텔 설악: 속초시 설악산로, 033)635-4001, http://kensington.co.kr/hsr

식당 정보
-대포면옥(명태회냉면): 속초시 설악산로4번길, 033)632-66 88
-솔향(산채비빔밥): 속초시 설악산로, 033)638-8288
-아바이식당(오징어순대·아바이순대): 속초시 아바이마을1길, 033)635-5310

주변 볼거리
울산바위, 청초호, 외옹치해수욕장, 대포항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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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