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격차> 고인의 마지막 정리하는 특수청소 바이오해저드 김새별 유품정리사

[기사 전문]

저는 사고 현장에서 마지막 이사를 하고 있는 유품정리사 김새별입니다.

특수청소부라는 게 조금 딱딱한 느낌이고 심적으로 안 좋더라고요.

가까운 일본이나 외국하고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유품정리사'의 의미가, 일반적인 유품 정리는 가족분들이 직접 하시거든요. 그리고 나머지는 폐기물 업체를 통해서 집 안에 있는 유품을 폐기하게끔 하는데 저는 돌아가신 자리를 특수청소를 하고 그런 다음에 유품 정리를 시작하죠.

좀 포괄적이죠. 업무의 범위가 넓은 것 같아요.
 

장례지도사에서 왜 유품정리사가 되었는지?


어떻게 보면 도전이었고요. 유품 정리나 이런 특수청소를 하는 사람이 국내에는 없었어요. 제가 1호예요. 1세대.

장례지도사로 근무할 때 병원마다 좀 다르기는 한데 '사고사 전문 장례식장'이었어요. 그때만 해도 장례지도사가 직접 구급차를 몰고 현장에 출동해요. 그래서 고인을 모시고 와요.

한 번은 장례를 치르시고 가셨던 따님분이 있으셨어요. 아버님 장례를 치르셨는데 그 현장에 제가 직접 가서 모시고 왔거든요. 근데 집에 술병이 엄청 많아요. 술을 많이 드시는 분들 특징이 각혈을 해요. 그분들은 각혈을 자주 하다 보니까 화장실로 안 가요. 왔다 갔다 하는 것도 힘드니까.

그래서 이런 양동이나 큰 세숫대야 같은 걸로 계속 피를 받아 놔요. 근데 각혈하시다가 어느 정도 받아 놨던 피를 엎으면서 쓰러져 돌아가신 거예요. 근데 그렇게 장례를 치르시고 집에 돌아가셨던 따님이 다시 오셔서 집에 못 들어가겠대요. 집 정리를 하려 그랬더니 도저히 못 하겠더래요.

그래서 저희한테 시신의 경험이 있는 장례지도사가 좀 도움을 주시면 어떠냐고 해서 도움을 드렸는데, 동사무소에서 스티커 발급받아서 장롱이나 이런 거에 붙여서 바깥으로 내놓으니까 종량제 봉투와 큰 물건들을 그렇게 내놨더니, 동네 분들이 그러시더라고요.

"이렇게 내놓으면 사람이 어떻게 지나가냐?"고. "우리가 이게 어디서 나온 쓰레기인지 몰라서 그렇게 얘기하냐. 재수 없게 어떻게 지나가냐. 귀신이라도 붙으면 어떡하냐?"고, 그래서 그날 있었던 그런 기억들이나 그런 감정들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서 블로그에다가 일기처럼 작성했어요.

이글을 보고 다른 유가족분이 연락을 주신 거예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아버지께서 모시고 사셨대요. 그랬는데 병간호에 지친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아사로 돌아가신 거예요.


이런 일을 대신 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데 찾을 수가 없었대요. 이사 청소하는 업체에 연락했더니 그 사람들이 와서 "어떻게 이런 집을 우리한테 청소하라 그러냐. 재수 없이... 세상에 어떻게 이런 걸 하냐?" 그러면서 다 가 버렸대요.

그래서 그날 또 이렇게 한번 도움을 드리고 나서 '아, 이게 누군가는 좀 해야 될 텐데, 이런 직업이 있어야 될 텐데...' 그러면서 이제 시작하게 된 거예요. 유품정리사를.
 

연락을 받으면 그다음 절차는?

상황마다 좀 달라요. 어떤 집은 그다음 날 바로 현장에 가는 경우도 있지만 공동 주택 같은 경우는 바로 작업이 안 돼요.

일단 현장에 도착하면 저희가 바이러스 소독을 먼저 해요. 그다음에 묵념을 하고 돌아가신 자리부터 청소하죠. 다음에 유품을 정리하기 시작하는데 버릴 것과 버리지 않을 것을 구분하죠. 그러면서 가족분들에게 전달해야 할 유품을 또 선정을 하고요.
 

죽음의 격차에 대해...

제가 질문지에 보니까 '죽음에 격차가 있냐'는 질문이 있더라고요. 참 신선했습니다.

물론 죽음에는 격차가 있죠. 제가 다니는 죽음의 현장은 격차가 굉장히 낮은 곳이죠. 돌아가신 고인분의 재산이 넉넉하게 있었다면 그렇게 고독사로 돌아가실 일이 전혀 없죠. 그래서 저희 같은 사람들이 가서 할 일이 없거든요.

관련해서 어떤 일이 있었냐면 본인 세입자분이 돌아가셨대요. 그래서 '청소 좀 해야 하겠다'라고 연락이 와서 "유족이 나타날 텐데 왜 청소를 하세요?" 그랬더니 이런 일이 있고 지금 3일이 지났는데 유족이 안 나타난대요. 시신은 거의 한 달 만에 발견되셨어요.

날씨가 장마철이었고, 습하고 그러다 보니까 장마철에는 유난히 세균들이 많아서 시신이 마르는 게 아니고 현장이 거의 물바다에 가까울 정도로 흐물흐물하게 돼 있어요. 쓰레받기 같은 걸로 퍼내야 할 정도로, 그 정도이다 보니까 냄새가 너무 심했던 거예요. 그래서 '이 정도면 얼른 청소해야 되겠다'해서 부지런히 청소하고 있는데, 하필 그때 유가족들이 들이닥친 거예요.

돌아가신 분이 당시 쉰여섯 살 정도 되신 남성분이었는데 한 25년 동안 연락이 끊긴 누나들, 형제들이 오셨어요. 그래서 "우리 동생이 아파트도 2채가 있고, 원래 젊었을 때부터 현금을 조금씩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근데 이분들이 저희에게 "그걸 놔둬야지, 왜 그걸 치우냐?"고 하더라고요. "누구 맘대로 치우냐?"고. 그러면서 논에 모 심을 때 허벅지까지 오는 노란 장화가 있어요. 그 장화를 신고, 노란 고무장갑을 하고 와서 그러더라고요. 


"누군데 그러시냐?"고 그랬더니 고인의 누나래요. 그래서 찾아보시라고. "잠깐만요. 제가 소독 한 번 더 하고, 마무리만 하고 들어와서 찾으세요" 그랬더니 안 된대요. 그러면서 청소하고 있는데 막 들어와서 찾아요. 어떻게 찾냐 하면 도둑들이나 세관 직원들이 집 안을 뒤질 때, 깨끗하게 찾는 게 아니고 바닥에 쏟아 가면서 물건들을 들추고 그러잖아요. 그런 식으로 찾더라고요.

그런데 본인들이 원하는 걸 못 찾았어요. "그게 버려진 거 아니냐. 우리 동생이 이불이랑 베개는 어디 있냐?" 그래서 "비닐에 묶어서 차에 실어 놨습니다" 그러니까 칼로 비닐을 찢으면서 뒤지더라고요. 결국은 못 찾았어요. 그래서 '이거를 못 찾았는데 버려진 거다' 하니까 "아유, 언니 그런 얘기하지 마. 저 사람들이 찾았으면 찾았다고 얘기를 하겠어?"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액자가 벽에 걸려 있길래 그것을 드렸더니 "아우, 냄새나는데" 그래서 버리래요. "이거 그냥 버리냐. 사진만이라도 빼서 태워 드리지..." 그렇게 잔소리를 했더니 귀찮았는지 "막내야, 네가 가서 좀 꺼내 와라"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꺼내 드릴게요" 하고 액자 뒤를 벌려서 나무 뚜껑을 열었더니 스티로폼을 파 가지고 집문서 두 개 하고 현금 500만 원이 들었더라고요. 그걸 찾더니 얼른 가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아니 그렇게 사람을 의심하고, 세상 그런 법이 어디 있냐. 사과라도 하고 가야지" 그랬는데도 그냥 얼른 가시더라고요.

대체로 좋은 기억은 없어요. 많이 슬퍼하시는 분들도 못 봤어요. 그러니까 그렇게 한참 만에 발견되고 그러시죠. 사실 자제분들도 경제적으로 어렵게 사시면 부모님을 돌아볼 여유가 없죠.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그러잖아요. "아버지는 신경 쓰지 말고 너희나 잘 살아. 난 혼자 몸인데 내가 뭘 못 하겠냐. 걱정하지 마" 뭐 이럴 수도 있고, 여러 사정이 있겠죠. 그러니까 많이 슬퍼하시는 경우는 그렇게 못 봤어요.
 


현장을 통계내 본 적은 있나.

통계를 따로 정확하게 내 보진 않았어요. 근데 제가 통계를 낸다고 해서 그게 맞는 통계가 아니잖아요. 전체적인 통계라고 하긴 그렇지만 제가 느낄 때 40~50대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한 70% 정도 되고, 그 중에는 남성이 80%죠. 비율이 8:2 정도입니다. 그리고 20%가 자살한 청년들, 청년들은 30대 중반까지. 나머지 약 10%가 노인 고독사죠.
 

무연고자 시신은 있는지?

무연고자는 거의 없어요. 한 0.001% 정도 될 거예요. 무연고자를 만드는 거죠.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거예요.

굉장히 많죠. 장례지도사 때도 많이 보고요. '고독사, 사회적 문제, 이웃 간의 단절, 가족 간의 단절' 이런 얘기를 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혼자 사는 사람들을 신경 쓰고 관심을 가져 달라'고 얘기를 하잖아요.

근데 사실 혼자 사시는 분들이 외부와 단절하는 거예요. 그 사람들이 스스로 벽을 만들고 다가오지 못하게, 얼굴 한번 보고 인사를 나누려고 해도 너무 차갑고 무서우니까 사람들이 못 다가가는 거죠.

"아니 동생 분이 혼자 이렇게 사시는데, 지금까지 연락도 안 하시고... 몇 년 동안 이렇게 연락을 안 하셨어요?" 하니까 13년 됐대요. 오죽했으면 연락을 안 하고 살았겠냐고... 연락 안 하고 사는 나는 마음이 편했겠냐고. 우리 동생이 도저히 형제들과 어울리지도 않고, 난리도 아니라고, 명절날 얘 때문에 집안 다 뒤집히고 제사상까지 엎어버리고 가버린 놈이라고. 맨날 술만 먹으면 아주 상태가 안 좋다고.

"다 큰 놈이 이제 말로 뭐가 안 되는데..." 우리가 대화가 안 되면 싸움이 일어나는 거예요. 나중에 지친 사람들은 싸움도 하기도 싫고, "야, 저리 가. 너랑 싸우기도 싫어" 이렇게 되어버리는 거거든요. 고인 스스로의 문제점이 많아요.

사실 산 사람을 탓하기도 그래요. 그나마 대상을 찾는 게 산 사람이지. 근데 그 사람들은 노력 안 했겠어요? 형제고, 내 자식이고 우리 부모님이고 그런데...
 

본인에게 죽음이란?

좀 어려운 질문이죠. 저한테 죽음은 슬픈 헤어짐인 것 같아요. 근데 누구나 죽음을 염두하고 사는 사람들은 없어요. 내일 돌아가실 분도 오늘 죽음을 생각하지 않아요.

그래서 저는 건강할 때 죽음을 항상 준비하는 것 같아요. '내가 죽으면 어떻게 되고...' 그러는 게 아니고. 저는 항상 현장에 다녀보고 그러면 가족들 간에도 단절이 참 문제더라고요.

그래서 최고의 죽음은 많은 사람들이 슬퍼해 주고 "그래, 좋은 사람이었어. 좋은 아버지였어"라는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것. 가족들 앞에서 죽을 수 있는 죽음이라고 생각해서 저는 그런 것을 준비하고 있어요. 같이 여행도 많이 가고, 좋은 추억들 정말 많이 쌓으려고 노력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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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