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타는 여행 ③부안 위도

귀여운 고슴도치와 함께하는 힐링 여행

위도는 격포항에서 직선거리로 14㎞ 떨어진 곳에 있고, 여객선을 타면 50분 정도 걸린다. 부안군에서 가장 큰 섬인 위도는 지구와 사람이 품은 오랜 역사와 이야기,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생태가 살아 있다. 파장금선착장에 내리면 귀여운 고슴도치 조형물이 반갑게 맞이한다. 위도는 고슴도치가 누워 있는 모습을 닮아 고슴도치 위(蝟) 자를 쓴다.

위도 여행은 일주하는 게 좋다. 해안일주도로는 20㎞가 넘는다. 절벽에서 바다가 보이고, 파도 소리 들리는 해변과 오붓한 마을도 지난다.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여객선이 들어오는 시각에 맞춰 출발하는 위도공영버스는 문화관광해설사였던 백은기씨가 운전대를 잡는다.

위도 일주

구수한 사투리로 풀어내는 위도의 유일한 평야 이야기, 배우 배용준이 다녀간 이야기 등은 이 버스를 타야 들을 수 있다. 버스가 섬을 한 바퀴 도는 데 50분쯤 걸린다.

차를 타고 위도 일주에 나서보자. 파장금항에서 얼마 가지 않은 언덕에 서해훼리호참사위령탑이 있다. 1993년 10월, 위도에서 격포로 향하던 서해훼리호가 침몰해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잠시 들러 애도의 시간을 가져도 좋겠다.

언덕을 내려서면 위도면 소재지다. 이곳에 위도관아(전북유형문화재)가 있다. 조선 숙종 때(1682년) 관아 건물로, 지금은 공무를 보던 동헌만 남았다.


위도면 소재지 서쪽으로 위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위도해수욕장이 있다. 활처럼 휜 해변이 1㎞나 이어진다. 수심이 얕고 파도가 잔잔하고 부드러운 모래밭이 펼쳐져 해수욕하기에 제격이다. 해안을 감싸는 산세가 부드럽고, 툭 터진 바다 저편에는 왕등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위도에는 깊은금, 논금, 미영금 등 아담한 해수욕장도 있다. 고운 모래가 깔린 위도해수욕장과 달리 파도에 휩쓸리고 깎인 몽돌 해변이라 파도 소리도 다르다.

해안일주도로 곳곳에 전망대가 있다. 위도해수욕장과 깊은금해수욕장 중간쯤에 자리한 왕등낙조 전망대가 볼 만하다. 왕등낙조는 위도8경에 들며, 왕등도로 떨어지는 아름다운 일몰의 장관을 말한다. 깊은금해수욕장에서 미영금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는 물개바위와 거북바위 전망대가 가깝다. 위도의 해안 절벽과 바위가 만든 동물 형상이다.

논금해수욕장을 지나면 전막리, 대리, 소리, 치도리 등 마을을 따라 해안일주도로가 이어진다. 대리마을은 동백꽃 모양이어서 지붕을 짙은 분홍색으로 칠한 집이 많다. 벽화도 눈에 띈다. ‘위도의 전설’로 불리는 조기 파시,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섬마을 콘서트 벽화 등이 인상 깊다. 대리마을은 위도띠뱃놀이(국가무형문화재)로도 유명하다.

바다에 기대 사는 위도 사람들이 정월 초 산신과 용왕신에게 띠배를 띄우고 풍어와 마을의 평안을 기원한 굿이다. 마을 가장 안쪽에 위도띠뱃놀이전수관이 있다.

해수욕장과 전망대를 보며 힐링
퇴적활동으로 탄생한 자연 절경 감상

일제강점기까지 조기 파시의 거점이던 치도리는 흑산도, 연평도와 함께 3대 파시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규모가 엄청났다. 치도리 앞 내치도와 외치도가 천혜의 방파제 역할을 했고, 위도 남쪽으로 최대 조기 어장인 영광군 칠산바다가 가까웠기 때문이다.


거친 파도와 바람이 몰아치면 어선 1000여척이 모여들었다니, 파시 규모만큼이나 화려하고 번잡한 파시촌이 형성됐을 터. 개도 지폐를 물고 다녔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대리와 치도리 사이에 위도치유의숲이 있다. 위도는 제주도와 함께 치유의숲이 있는 섬이다. 2층 규모의 치유센터, 숲속의집 4동, 무장애 덱(420m), 치유의숲길 5개 코스로 구성된다. 무장애 덱을 따라 오르면 내치도와 외치도, 멀리 격포항이 한눈에 잡힌다. 치유센터 1층에 명상실이 있는데,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바다가 절로 힐링이 될 만큼 아름답다. 지난 4월에 문을 연 위도치유의숲은 11월까지 무료로 운영한다.

8월이면 꼭 만나봐야 할 꽃도 있다. 배롱나무꽃과 위도 상사화다. 배롱나무는 위도의 유일한 절집인 내원암 앞마당에 있다. 한여름이면 수령 300년 된 배롱나무가 화사한 분홍빛 꽃을 피워 장관이다. 위도 상사화는 흰 꽃이 피는 토종 상사화다. 8월 말부터 9월 초에 위도해수욕장, 상사화동산 등 곳곳에서 만개한다.

위도로 가는 여객선은 격포항여객터미널에서 하루 6회 운항하며, 50분 정도 걸린다. ‘여객선 반값 운임 지원 사업’으로 부담 없이 위도에 다녀올 수 있다(어른 기준 4500원).

채석강과 적벽강(명승)은 부안을 대표하는 감성 여행 명소이자, 전북 서해안권 국가지질공원에 속한다. 채석강은 수많은 책을 켜켜이 쌓은 듯 거대한 절벽이 압권이다. 드넓은 호수에 퇴적 활동과 화산활동으로 생긴 격포리층에 거친 파도와 바람의 침식 활동으로 지금의 모습이 됐다. 그야말로 억겁의 세월이 빚은 자연의 극치다.

해식대지에는 파도가 휘감고 돌아 만든 돌개구멍도 있다. 어떤 돌개구멍에는 말미잘과 해초가 하늘거리고, 썰물 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도 있어 테라리엄 수조를 연상케 한다. 크게 한 삽 떠서 집에 가져가고 싶다.

적벽강은 퇴적 활동으로 탄생한 격포리층에 화산활동으로 용암이 덮이며 생긴 수직 주상절리 절벽이다. 켜켜이 쌓인 뒤에 깎인 채석강과 사뭇 다르다. 암맥 사이로 방해석이 관입한 방해석 암맥, 후춧가루를 뿌린 듯한 페퍼라이트도 적벽강에서 볼 수 있다.

부안누에타운

주상절리가 가득한 사자바위에 있는 부안 격포리 후박나무 군락(천연기념물)과 수성당(전북유형문화재)도 둘러보자.

부안누에타운은 누에와 뽕나무를 주제로 한 생태 체험관이다. 뽕나무와 오디, 누에는 떼래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누에는 비단을 만드는 실을 제공하는 중요 자원이다. 체험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고치에서 실을 뽑아내는 물레 체험을 한다. 작은 고치에서 하얀 실이 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누에고치 공작, 오디뽕비누 만들기, 누에 기르기 사육 세트, 해충퇴치팔찌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유료로 진행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위도(해안일주도로 일주)→채석강→적벽강(수성당)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변산해수욕장 전망대→적벽강(수성당)→채석강→위도(위도해수욕장, 위도치유의숲)
-둘째 날: 위도(해안일주도로 일주)→부안누에타운→내소사→줄포만갯벌생태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부안문화관광 www.buan.go.kr/tour/index.buan
-변산반도국립공원 www.knps.or.kr
-변산반도닷컴(채석강, 적벽강) www.ibuan.co.kr
-부안누에타운 www.buan.go.kr/nuetown

문의 전화
-부안군청 문화관광과 063)580-4449 
-변산반도국립공원(채석강, 적벽강) 063)582-7808
-부안누에타운 063)580-4082

대중교통
[버스/여객선] 서울-부안,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6:50~19:40) 운행, 약 2시간50분 소요. 부안종합버스터미널에서 격포행 버스 이용, 격포항여객터미널에서 위도행 여객선 하루 6회(07:55~17:05) 운항.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kobus.co.kr 부안종합버스터미널 1666-2429, 부안여객 063)581-1803, 격포항여객터미널 063)581-1997(대원카훼리호), 063)581-0023(파장금카훼리호), 위도매표소 063)581-0122(대원카훼리호), 063)581-7414(파장금카훼리호)

자가운전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IC→부안·격포 방면 국도30호선 34.2㎞ 직진, 격포 방면 우측 도로→격포 방면 우회전 240m 직진, 우회전 870m 직진→격포중앙길 격포항 방면 좌회전→격포항여객터미널

숙박 정보
-친환경펜션: 위도면 벌금길, 010-6340-4388, www.widops.kr
-위도오잠빌: 위도면 벌금길, 010-9811-8853, https://ozamvil.modoo.at
-위도이야기펜션: 위도면 벌금안길, 010-4052-4027, https://widostory.modoo.at
-날마펜션: 위도면 날마통길, 063)583-0949, www.날마펜션.kr
-나비의꿈한옥펜션: 진서면 석포리, 010-9282-7651

식당 정보
-위도반점(탕수육): 위도면 위도로, 063)583-8885
-그곳에가면(꽃게라면): 위도면 깊은금안길, 063)582-2630, www.ok114.co.kr/0635822630
-그래그집(아나고주물럭): 위도면 깊은금안길, 063)583-1538
-어부김밥커피(꼬시래기김밥): 변산면 변산해변로, 063)583-8812
-봄해언니네(꽃게알덮밥): 변산면 격포안길, 0507-1317-9043
-변산물회·해물국밥(해물국밥): 변산면 송포길, 063)582-8146


주변 볼거리
매창공원, 직소폭포, 개암사, 모항 솔섬, 부안청자박물관, 부안청림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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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