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초대 경찰국장 김순호

현판 걸었지만…깜깜한 현실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지난 2일 공식 출범했다. 정부가 경찰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전문가 자문위원회를 구성한 지 석 달 만이다. 군부정권 이후 31년 만에 행안부 내 경찰 업무조직이 생기게 됐다. 초대 경찰국장에 임명된 김순호 치안감.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경찰 안팎 반발이 거센 가운데, 경찰국 언행 하나하나에 매서운 눈초리가 따라다니는 탓이다. 

초대 경찰국장 자리는 비(非) 경찰대 출신이 꿰찼다. 올해 치안감으로 승진했던 김순호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이 낙점됐다. 김 국장은 1963년생으로, 광주광역시 출신이다. 광주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상경해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사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989년 경장 특채로 경찰에 입직했다.

경란 속
신설 강행 

2011년 총경으로 승진해 ▲울산 지방경찰청 생활안전 과장 ▲경찰청 감찰담당관·교육정책담당관 ▲경기 안산상록경찰서장 ▲서울 방배경찰서장 ▲경찰청 보안과장을 역임했다.

2017년 경무관으로 승진한 뒤에는 ▲광주 광산경찰서장 ▲전북지방경찰청 제1부장 ▲서울지방경찰청 보안부장 ▲경기남부경찰청 경무부장 ▲경기 수원남부경찰서장을 지냈다.

올해 치안감으로 승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국장을 맡던 중 부름을 받았다. 김 국장은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장도 겸하고 있었다.

김 국장의 경찰 내부 평판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품이 온화하고 업무처리가 섬세하다는 평이다. 행정안전부가 김국장의 성정에 기대 경찰국 제도 ‘연착륙’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국은 경찰법과 경찰공무원법 등 개별 법률이 구체적으로 명시한 행안부 장관의 책임과 권한 수행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표적인 예가 총경 이상의 경찰공무원 임용 제청 권한이다.

이와 관련해 행안부는 지난 1일 “역대 정부가 비공식적으로 경찰을 통제해온 방식에서 벗어나, 헌법과 법률에 따른 법치 통제 시스템을 통해 경찰 관련 국정운영을 정상화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국은 총괄지원과·인사지원과·자치경찰지원과 등 3과 16명이 정원이다. 현재 직원 16명 중 12명이 경찰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사지원과는 일선 직원까지 모두 경찰 출신 인력으로 채워졌다.

행안부에 따르면 경찰 인력은 추후 업무 수요를 반영해 더 추가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는 경찰 출신 직원이 전체 비율 80% 이상을 구성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기조에 따라 3과 과장 중 2명이 경찰 인사다. 인사지원과장에는 고시 출신 총경 방유진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장이, 자치경찰지원과장에는 경찰대 출신 총경 우지완 경찰청 자치경찰담당관이 배치됐다. 총괄지원과장에는 행안부 사회조직과장 출신인 임철언 부이사관이 보임됐다.

아울러 경찰국은 경찰청과 가까운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한다. 경찰청과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체계 구축을 위한 포석이다. 

같은 날 행안부는 장관의 소속청장 지휘에 관한 규칙을 제정·시행했다. 제정 규칙에 따르면 국무위원을 겸하는 장관은 소속 청에서 법령 제·개정이 필요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사전 승인한다.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안건에 대해서는 사전 보고를 받는다.

소속 청과의 원활한 협업 아래 경찰·소방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경찰국의 서울청사 입주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경찰국의 첫 업무로는 오는 12월로 예정된 경무관·총경 승진 인사 검토 작업이 유력하다. 앞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경무관 이상의 고위직에 일반직 출신 비중을 20% 수준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총경 승진은 대상자가 훨씬 많기 때문에 경무관 전보 인사를 마치면 바로 총경 승진 대상자들을 살피는 작업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일반직 출신이 경무관 이상 직급의 20%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그 아래 직급인 총경·경정·경감부터 착실히 쌓여 나가야 하니, 첫 총경 승진 인사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채’ 출신 전 국수본 안보수사국장
인력 대거 동원했지만…여전한 반발

일각에서는 김 국장과 경찰국이 시작부터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찰국은 각종 업무를 처리하는 동시에, 경찰국 신설을 향한 일선 경찰 구성원의 반발도 잠재워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실제로 경찰은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유례없이 큰 반발을 보였다. 지난달 23일 총경 190여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개최됐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일선 경찰들은 릴레이 삭발·단식 투쟁·삼보일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렇듯 경찰이 정부정책에 반발하는 목소리를 낸 것은 역사적으로도 처음 있는 일이다.

행안부의 깔끔하지 못한 뒷수습이 반발을 키우기도 했다.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총경이 대기발령, 다른 서장들이 감찰 처분을 받은 데 이어 이 장관이 ‘쿠데타 발언’으로 기름을 부었다.

이 장관은 지난달 24일, 전날 회의를 두고 “경찰 총수인 경찰청장 직무대행자가 해산 명령을 내렸음에도 그걸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군으로 치면 각자의 위수 지역을 비우고 모였던 하나회 12·12 쿠데타에 준하는 것이다.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맹폭했다.

이 장관은 ‘해당 회의는 국가공무원법상의 단순한 징계 사유를 넘어 형사 범죄 사건’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남겨 빈축을 샀다. 한 차례 해명한 뒤에도 비난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이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해 “쿠데타 관련 발언이 지나쳤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 가운데 업무를 시작한 김 국장은 경찰국의 ‘가교’ 역할을 강조했다. 김 국장은 지난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경찰 동료들께서 염려하는 부분을 충분히 잘 알아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며 “경찰국이 어떤 일을 하는지 중간중간 진행되는 것들을 언론과 경찰 동료들에게 말씀드려서 오류가 없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적극 엄호
결사반대

이어 “우리 경찰관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국민의 경찰로 거듭나는 데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게 소명을 다해 이끌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와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는 “청문회준비단장을 하면서 호흡을 맞췄기에(윤 후보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경찰조직을 끌어가려 하는지 알고 있다”며 “(윤 후보자가)행안부 장관님이 어떻게 경찰국을 통해 경찰을 지원할지도 잘 알기 때문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의 말씀을 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의 ‘엄호사격’도 계속 이어졌다. 이 장관은 “논의 과정에서 제기됐던 여러 우려가 해소될 수 있도록 저와 경찰국은 폭넓은 소통을 통해 공감을 확대할 것”이라며 “경찰관들이 자긍심을 잃지 않고 오직 국민의 안전과 인권을 지키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해나갈 것을 약속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경찰국을 방문해 “경찰국 출범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방해라고까지 할지도 모르겠을 수많은 난관을 겪고 출범했다”며 “경찰국에는 입직 경로는 없고 하나의 경찰, 국민을 위한 경찰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경찰국 직원들에게 “여러분이 경찰국 초대 일원이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도록 다 같이 노력하길 바란다”며 함께 ‘파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논란은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경찰 내부의 반발도 여전한데다, 야당도 정치적 공세를 이어갈 태세다.

국가경찰위원회는 지난 2일 경찰청을 찾아 “경찰국 출범과 관련해 법령·입법 체계상 문제점을 제기해왔는데,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시행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국가경찰위원회는 경찰예산편성권을 갖고 스스로 치안정책을 수립하는 독립 국가기관이다. 경찰업무와 경찰행정 제반 문제의 처리기준을 심의·의결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김호철 국가경찰위원장은 이날 “치안행정의 적법성 회복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며 “경찰국 설치 등 제도들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헌법에 근거하는 경찰 관련 법령을 준수했는지를 촘촘하게 살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적법성을 회복할 방안이 무엇이 있을지는 논의 중”이라며 “검토 결과에 따라 헌법과 법률에서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부연했다.

2차전 예고
‘옥신각신’

더불어민주당도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한정애 ‘윤석열정권 경찰장악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첫 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에 전념하기보다 국민의힘 당무에 집중하고 있다”며 “국민적 반대가 많은 경찰국 신설을 꺼내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찰장악대책위원회는 앞서 민주당이 원내 설치했던 태스크포스 ‘경찰장악처치대책단’을 격상한 조직이다.

이어 한 위원장은 이 장관이 지난달 대정부질문에서 국가경찰위원회를 두고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볼 수 있는 근거가 전혀 없다”고 발언한 것을 겨냥해 “2018년 11월30일 행안부 장관이 국가경찰위원회를 합의제 기관으로 명시했고 법제처는 이를 귀속력 있는 의결기관으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회의에서는 이 장관에 대한 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경찰은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해야 한다.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되고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며 “정부조직법을 위반한 행안부 장관에게 단호하게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절차적·법률적 문제도 제기됐다. 민주당 전해철 의원은 “통상 40일인 입법예고 기간을 단 4일로 줄였다”며 “정부조직법 제34조의 행안부 장관의 사무엔 치안이 빠져 있다. 이는 역사적인 이유”라고 지적했다. 

전 의원 발언을 종합하면 행정부 장관은 해당 법률에 따라 ▲국무회의의 서무 ▲법령 및 조약의 공포 ▲정부조직과 정원 ▲정부혁신 ▲지방자치제도 ▲선거·국민투표의 지원 이외에도 수많은 업무를 관장한다. 하지만 ‘치안’ 관련 업무는 명시돼있지 않다는 게 발언의 핵심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박종철 열사의 이름이 등장하기도 했다. 박 열사는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남영동 분실에서 물고문에 의해 질식사했다. 당시 정부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고 발표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내부부 장관의 사무에 치안을 뺀 것은 박종철 열사의 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자는 1987년 6월항쟁 당시 국민적인 합의였다”며 경찰국 신설을 에둘러 비판했다.

야, 정치 공세 확대 “국회서 총력 저지” 
대통령실 “치안본부 부활? 프레임 공세”

반면 대통령실은 경찰국 신설이 과거 군사정권 시절 ‘내무부 치안본부’ 회귀라는 비판에 ‘프레임 공격’이라고 응수했다.

대통령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지난달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야당이)‘전두환식이다’ ‘치안본부다’ 이런 프레임을 걸어서 새 정부의 경찰 행정사무 개혁안과 국민소통을 차단시켜 버린다”며 “그걸 우리는 프레임 공격이라고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강 수석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경찰 권한은 굉장히 비대해졌다”며 “어떤 조직이든지 그 조직의 권한이나 권력이 커졌을 때는 이에 대한 적절한 견제와 균형,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경찰국 신설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 정부는 민정수석실을 없앴고, 또 비대해진 경찰행정의 사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현행법에 따라 행안부 등에서 그런 절차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가 결코 경찰의 독립성을 해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경찰 내부에 일부 오해가 있거나, 또는 부족한 이해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고 말을 맺었다.

민주당은 이달부터 국회에서 정부조직법·경찰공무원법 등을 개정하고 권한쟁의심판 청구·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단계적으로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그 실효성은 확실하지 않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정부부처의 한 고문 변호사는 <더팩트>와의 대화에서 “권한쟁의심판 등은 빨라도 1년, 길게는 3년 이상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재판부가 현 정부 방침에 제동 거는 문제에는 소극적인 경향이 짙은 탓에 단기간에 논란을 정리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짚었다.

그는 “실제 법을 봐도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은 포함돼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경찰국 신설이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사실상 OX 문제라기보단 세모 정도로 보이는데 이런 경우에는 여론 향방도 무척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일선 경찰들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전국 경찰직장협의회는 여론 지지를 높이기 위해 총력전을 벌여왔다. 앞서 경찰직장협의회는 단식과 삭발, 대국민 홍보전을 진행했다. 또 직장협의회는 경찰국 저지를 위한 시민 입법청원을 오는 7일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지난달 릴레이 삭발식을 이끈 김연식 전 경남청 직장협의회 회장은 “경찰국이 국무회의 등을 거쳐 이미 신설된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거리 투쟁 등을 지속할 계획은 없다”며 “대신 행안부의 경찰 통제가 절차적으로 타당한지 차분히 따져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작부터
시험대에

그러면서 “특히 행안부는 경찰 제도발전위원회를 또 신설해 추가 조치를 예고한 상황”이라며 “이 또한 경찰국처럼 졸속으로 꾸려져 운영될 수 있다는 비판이 큰 만큼 하나하나 지켜보며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고 힘줘 말했다.
직장협의회는 지난달 26일부터 시민들을 대상으로 경찰국 반대 입법청원을 진행 중이다. 당초 목표 인원이었던 10만명을 서명 첫날 돌파했다. 현재 서명한 총인원은 5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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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