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동반 여행 ⑤임실 오수의견관광지

자유롭게 신나게, 맘껏 ‘뛰어노시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1500만이 넘는 시대, 이제 반려견과 떠나는 여행도 일상이 되고 있다. 강아지가 좋아하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목줄과 입마개 없이 맘껏 뛰어노는 공간이 천국일 것이다.

전북 임실에 있는 오수의견관광지는 국내 최초로 반려견을 위한 시설을 갖춘 곳이다. 오수천에 접한 부지에 잔디가 깔린 반려견 전용 놀이터와 훈련장, 산책로, 오수개연구소 등이 있으며, 상시 무료 개방한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와 전라북도가 선정한 ‘반려견과 함께하는 안심 걷기 길’에 들었으며, 이곳에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차박 캠핑 행사가 열렸다. 펫카페와 반려문화전시실 등이 있는 반려동물지원센터 건립도 추진 중이다. 무엇보다 놀이터마다 울타리가 설치돼 목줄이나 입마개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매력이다. 반려견은 자유롭게 뛰어다니며 건강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견주도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낸다.

눈치 보지 않고

야트막한 산으로 둘러싸이고 탁 트인 주변 정경이 여행에 나선 기분을 더욱 설레게 한다. 실내에서 지내며 답답함을 느끼던 강아지도 시원한 바람과 싱그러운 풀 내음에 한층 들떠 보인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꼬리를 흔들어대는 강아지와 견주의 웃음소리가 오후의 햇살 아래 유쾌하게 울려 퍼진다. 놀이터가 워낙 넓어 도시공원에서는 쉽지 않은 프리스비나 공을 던져 물고 오게 하는 훈련 등을 하기도 좋다. 놀이터에 몇 가지 훈련 기구가 있다.

여러 마리가 한 공간에 있어도 전혀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강아지들이 함께 어울리며 사회성이 생기기도 한다. 다만 반려인 모두를 위한 공간이므로 사용 후 정리 같은 펫티켓은 지키자. 지칠 만큼 뛰어놀았다면 잘 가꿔진 산책로를 따라 느긋이 걸어보자. 웰시코기, 콜리, 셰퍼드, 그레이하운드 등 견종을 그룹별로 묶어 소개한 안내판을 보며 내 반려견은 어디에 해당하는지 찾아봐도 재밌다. 토종개인 진돗개, 풍산개, 삽살개와 더불어 오수개에 대한 설명이 흥미를 끈다.

주인을 구하기 위해 제 목숨을 다한 오수개 이야기는 교과서에 실렸을 만큼 유명하다. 고려 시대 문인 최자의 <보한집>에도 기록된 내용이다. 김개인이란 사람이 집에서 키우던 개와 외출해 술을 먹고 돌아가다가 숲에서 잠들었다. 갑자기 들불이 번져 주인이 위태로워지자, 개가 근처 냇가를 수백 번 왕복하며 몸에 적신 물로 불길을 막았다고 한다. 잠에서 깬 김개인이 이 사실을 알고 몹시 슬퍼하며 죽은 개를 땅에 묻고, 갖고 있던 지팡이를 꽂았다. 이 지팡이가 나중에 커다란 나무가 됐고, 개 오(獒)와 나무 수(樹)를 합한 지명 ‘오수’가 여기서 유래했다.


목줄, 입마개 없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
해마다 오수개를 기리는 특별한 행사·축제 개최

여러 문헌 조사와 연구를 통해 오수개 설화가 고려 초기나 통일신라 시대 실화로 밝혀지면서 오수개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도 활발하다. 1928년경 철도 공사 중 땅속에 묻힌 의견비가 발견됐으며, 탁본을 통해 시주자 명단이 밝혀지기도 했다. 오수의견관광지 인근 원동산공원에 의견비와 오수개를 복원한 의견상, 지팡이가 자랐다는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다.

당시 실존했다는 고려개를 근간으로 복원한 오수개는 몸집이 크고 털이 길며, 목덜미에 갈기가 있다. 오수의견관광지 안에 자리한 오수개연구소에서 오수개 50여마리를 기르며,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 때때로 연구소 직원이 직접 설명해주기도 한다.

오수의견관광지에서 해마다 오수개를 기리는 의견문화제가 열린다. 1982년부터 이어진 유서 깊은 행사로, 지금은 애견과 함께하는 축제로 명성이 높다. 지난 5월에 개최한 의견문화제에서는 여러 가지 행사를 진행했으며, 5만명에 이르는 반려견 가족과 관광객이 즐거운 시간을 나눴다. 올해 축제를 놓쳤다면 내년을 기약해보자.

임실군의 대표 여행지인 임실치즈테마파크는 목줄을 착용하면 반려견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맹견은 입마개 포함). 치즈·피자 만들기 체험이나 홍보관을 비롯한 실내 관람은 어렵지만, 야외 경관이 아름다워 한 번쯤 가볼 만하다. 푸른 초지와 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건물, 알록달록 꽃이 핀 정원을 거니는 동안 이국적인 느낌에 취한다.

천사의 날개가 달린 의자, ‘치즈 품은 달’ ‘스머프와 가가멜’ 등 포토 존처럼 꾸민 조형물에서 예쁜 사진도 남겨보자. 덩굴장미가 아치를 이룬 장미정원, 분수와 미로가 어우러진 중앙정원도 멋진 배경이다. 반려견과 추억을 남기는 동안 걸음은 더뎌진다. 워낙 부지가 넓어 쉬엄쉬엄 걷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임실치즈테마파크 이용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무), 입장료는 없다.

요산공원


푸른 옥정호를 바라보며 걷기 적당한 요산공원은 견주와 반려견이 힐링하는 장소다. 곳곳에 유채와 양귀비를 심어 봄과 초여름에는 꽃길이 아름답다. 공원 둘레를 따라 걷기 편한 덱이 이어져 호수 위로 비친 풍경을 감상하며 산책하기 좋다.

공원 위쪽에는 섬진강댐 건설로 고향을 잃은 수몰민을 위로하는 망향탑이 있다. 양요정(전북문화재자료)은 1965년 댐을 준공하면서 요산공원으로 옮겼다.

요산공원 건너편에 붕어섬이 있다. 섬 모양이 붕어를 닮아 붙은 이름으로, 호수 경치와 어우러져 일찌감치 사진 명소가 됐다. 인근 국사봉전망대에 오르면 섬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오수의견관광지→원동산공원→임실치즈테마파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오수의견관광지→원동산공원
둘째 날: 임실치즈테마파크→요산공원→국사봉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임실군 문화관광 www.imsil.go.kr/tour/index.imsil 
-임실치즈테마파크 www.cheesepark.kr

문의 전화
-임실군청 관광치즈과 063)640-2344 
-임실치즈테마파크 063) 643-9540

대중교통
[버스] 서울-임실, 서울남부터미널에서 하루 8회(06:25~ 19:00) 운행, 약 3시간40분 소요. 임실공용버스터미널 오수 방면 농어촌버스 이용, 오수공용버스터미널 하차, 오수의견관광지까지 택시 약 3분(도보 시 약 15분) 소요. *문의: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기차] 용산역-익산역, KTX 하루 40여 회(05:10~ 22:25)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서울역-익산역, KTX 하루 14회(06:24~19:36) 운행, 약 1시간30분 소요. 익산역-오수역, 무궁화호 하루 12회(06:43~다음 날 00:38) 운행, 약 45분 소요. 오수역에서 오수의견관광지까지 택시 약 5분(도보 시 약 2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 오수 IC에서 남원·오수 방면→700m 이동, 오수IC교차로에서 구례·남원 방면 오른쪽→1.8㎞ 이동, 내동교차로에서 오수국제양궁장 오른쪽→약 190m 이동, 오수 방면 우회전→약 60m 이동, 우회전→약 220m 이동, 좌회전→오수의견관광지

숙박 정보
-선돌민박: 운암면 입석2길, 0507-1353-4626 (반려동물 입장 가능)
-저스트글램핑: 강진면 이윤길, 010-9592-6139, www.instagram.com/justglampingkr (반려동물 입장 가능)
-이랑한옥스테이: 덕치면 인덕로, 010-3119-5330 
-임실필봉농악보존회: 강진면 강운로, 063)643-1902

식당 정보
-포레드노드(크루아상·밀크티): 관촌면 사선2길, 010-2468-6745 (야외 반려동물 입장 가능)
-더테이블애견카페(아메리카노): 관촌면 사선로, 0507-1343-0745, www.instagram.com/cafe.the_table (반려동물 입장 가능)
-코티지683(피자·코티지브런치): 운암면 운암2길, 063)642-6832 (반려동물 입장 가능)
-옥정호산장(송어회): 운암면 운정길, 063)222-6170

주변 볼거리
죽림암, 오수리 석불, 임실치즈마을, 전라북도119안전체험관, 성수산 등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