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실상 종신형’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7.18 11:36:52
  • 호수 13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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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거짓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1조원대 펀드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재현 옵티머스 자산운용사 대표가 징역 40년의 중형을 받았다. 1년여간 경찰 수사에 확인된 피해자만 약 3200명으로 사기 금액만 1조원이다. 이 가운데는 법인이나 단체도 있어 실제 직·간접적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4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정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벌금 5억원과 추징금 751억7500만원도 그대로 유지된다.

25년서
40년으로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씨는 2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5억원, 옵티머스 이사였던 윤석호 변호사는 징역 15년에 벌금 3억원이 확정됐다. 송석희 옵티머스 사내이사는 징역 8년과 벌금 3억원이 유지됐다. 자금책으로 불린 유현권 전 스킨앤스킨 고문은 대법원 징역 17년과 벌금 3억원을 확정했다.

김 대표는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40년으로 형이 훨씬 가중됐다. 1심은 김 대표가 한국 방송 통신전파진흥원 등 투자자를 속여 306억여원을 가로챈 부분은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봤지만, 항소심은 증인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1심 무죄를 파기하는 등 일부 혐의를 추가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3년 넘게 사모펀드를 운용하며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금 명목으로 총 1조3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편취한 초대형 금융 사기 범행”이라며 김 대표에 대해 “장기간 격리해 평생 참회하며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들 투자금은 대부분 타당성 없는 것에 투자돼 회수할 수 없게 됐고 현재까지 그 피해가 지속돼 회복이 힘든 상태”라며 “특히 김재현, 윤석호 피고인은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문서를 위조하는 범행까지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펀드 환매 불능 상황에 직면하자 증거인멸을 위해 상호 역할을 정하고 금감원, 검찰, 법원에 대응하는 전략을 논의해 초기 수사 과정에 막대한 혼란을 줬다”며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재산적‧정신적 충격을 주고 금융시장 신뢰성을 심각하게 손상시켜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사태’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2조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라임 자산운용 사태에 이은 한국의 대형 사모펀드 사기 사건이다.

라임 사태 이은 대형 사모펀드 사건
피해자 3200명에 사기 금액만 1조원

이 회사의 정식 명칭은 ‘옵티머스 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산운용이란, 회사가 펀드를 설정하고 판매사에 판매를 위탁해 투자자를 모은 다음 펀드를 운용해 이익을 내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한 이익은 정기적으로 투자자에게 알려주고 이익금을 분배한다. 쉽게 말해서 ‘나 대신에 내 돈을 굴려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라임 자산운용은 업계에서 아주 유명했지만, 옵티머스는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았다. 

옵티머스는 2009년 6월15일 이혁진 전 대표가 설립한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의 전신이다. 2015년 6월30일에는 에이브이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17년 6월30일 옵티머스 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김 대표가 취임했다.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김 대표가 취임을 하고 6개월이 지난 12월부터 사모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소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과 채권, 기업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해 운용하는 펀드다.

옵티머스 사모펀드는 상품 구조가 좋았다. 일반인들이 알기에 보통 사모펀드에 가입을 하면 4~5%, 많은 곳은 6%까지 수익률이 간다. 그러나 옵티머스 사모펀드는 2~4%의 정도의 수익률이었다. 김 대표는 2017년 12월부터 사모펀드 판매를 시작했다.

옵티머스사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연 3%의 수익을 보장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사모펀드 상품은 최고 위험군 상품을 1등급, 제일 안전한 상품은 5등급으로 정한다. 옵티머스사의 사모펀드는 5등급으로 구성될 정도로 안전했다.

털어 보니
모두 사기

옵티머스사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연 3%의 수익을 보장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NH 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의 증권사는 이를 믿고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사모펀드를 판매했다.

옵티머스사가 이 상품을 구조대로만 팔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처음부터 다른 데 있었다. 

김 대표는 사모펀드로 안전한 공공기관의 매출채권(기업이 상품을 매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권으로 외상매출금과 받을 어음)을 구입한다고 해 놓고 조직폭력배 출신인 옵티머스사 2대 주주 이씨의 ▲씨피엔에스 ▲비상장기업 ▲대부업계 ▲부동산 등에 투자한 것이다. 이들 기업은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였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공공기관에 투자하겠다는 말은 거짓말이었고, 말도 안 되는 기업에 투자를 한 것이다. 또한 투자를 받은 회사는 투자금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비상장 주식 ▲코스닥 주식 ▲코스닥 상장사 인수합병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다.

펀드 돌려 막기에도 이용됐고, 김 대표는 자신의 증권 계좌에 수백억원을 횡령한 정황도 금융감독원에 포착됐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했던 것일까. 옵티머스사는 수탁기관과 사무관리기관, 판매사가 모두 분리돼 업무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수탁기관인 하나은행에 비상장기업인 아트리파라다이스의 사모사채를 사도록 하고, 사무관리기관인 한국예탁 결제원에는 사모사채가 아닌 부산광역시 매출채권 등이 편입된 것으로 이름 변경을 요구했다.

판매사인 증권사들에는 옵티머스사의 사모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 투자자들은 이를 믿고 옵티머스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이런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하는 등의 일을 하기도 했다.


알고도
넘어가

이런 상황에 옵티머스사는 2017년에 자본 적기 시정 조치 유예를 받는다. 자본 적기 시정 조치는 금융 감독 당국이 금융회사가 부실한 징후를 발견하면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 전에 해당 금융회사의 경영개선을 유도‧강제하는 등 여러 가지 시정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금융회사는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하는 조치다. 자본 적기 시정 조치는 금융회사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한국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사의 펀드를 750억 구매해 위기를 넘어갔다.

결국 옵티머스사는 2020년 6월17일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그해 6월25일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6월30일에는 금융위원회에서 옵티머스사를 상대로 영업정지 조치를 했고, 7월7일에는 김 대표‧이 대표이사‧윤 변호사 등 옵티머스사 관계자가 구속됐다.

이 사태가 일어나고 가장 큰 비판을 받은 것은 금융감독원이다. 금융회사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사가 펀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걸 확인하고도 현장 검사를 실시하거나 수사기관과 금융위원회에 통보하지 않았다.

또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하겠다”는 보고서와 달리, 일반 회사에 투자하는 내용의 집합 투자 규약을 첨부했는데도 인정했다.


옵티머스 펀드에 문제가 있다는 국회의 지적에도 무사안일하게 대응했다. 옵티머스사의 설명만 듣고 국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한 것이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감사원은 45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하고, 금융감독원 직원 4명과 한국예탁결제원 직원 1명에겐 징계, 17명의 임직원에겐 주의, 24건의 기관 통보를 의결했다.

한편 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NH투자증권 및 하나은행에 대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서 발견된 위법사항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 및 과태료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다. 

“선량한 사람들에 막대한 충격 줬다”
대법원 징역 40년 선고 원심 확정

금융감독위원회는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부당 권유가 있었고, 설명 내용 확인 의무와 투자광고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사모펀드 판매를 3개월 정지하고, 51억72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결국 금융감독원의 안일한 대처에 피해자만 양성시킨 꼴이다. 올해로 76세인 유혜경씨는 지난해 겨울까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유씨는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의 피해자다.

피해 사실을 알고부터 계속 시위를 한 것이다. 옵티머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청사 앞은 물론 NH투자증권 본사와 금융감독원, 국회, 청와대 등 관련 기관을 돌며 마라톤 시위도 했다.

유씨는 2019년에 먼저 떠난 남편의 유산 5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넣었다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평생 사치 한 번 안 하고 검소하게 살며 모은 돈이다. 남편이 남긴 돈을 생활비 삼아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노후를 보내려 했지만 펀드 사기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은 유씨처럼 노후자금을 날린 고령자들이다. 생업, 몸이 불편해서 등 시위에 동참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유씨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아끼지 않았다.

아들의 전세금 2억원과 부모님 노후자금 2억원을 잃은 A씨도 있었다. A씨는 “지금 이 사건을 저하고 저희 아버지밖에 모른다. 어머니는 모르시고 자식들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사연을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옵티모스 피해자들은 시위에서 만나 자신들의 사연을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A씨는 “저희가 시위도 많이 했다. 시위하면서 NH증권 정영채 사장을 자주 봤다. 비대위 대표들이 만나서 실제 회의도 했다. 그런데 웃으면서 ‘우리도 피해자’라고 말했었다. 그 말에 피해자들이 매우 격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울부짖는
피해자들

피해자들은 피해를 낸 제품을 판매한 회사의 물건을 팔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A씨는 “우리가 슈퍼에서 물건을 샀는데 물건이 변질됐으면 변상이나 교환을 요구한다. 우리가 생산자한테 찾아가서 요청할 수 없지 않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위험 상품 권유 금지

앞으로 금융기관은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장외 파생상품뿐만 아니라 사모펀드, 고난도 상품 등 고위험 상품을 권유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소비자의 요청이 없는 경우 방문·전화 등을 활용한 투자성 상품의 권유를 금지하는 ‘불초청 권유 금지’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시행령에서 넓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 장외 파생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투자성 상품에 대한 불초청 권유가 가능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비자의 구체적‧적극적인 요청이 없는 불초청 권유의 경우 방문 전 소비자의 동의를 확보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동의를 확보했더라도, 일반 금융소비자에 대해서는 고난도 상품, 사모펀드, 장내·장외 파생상품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 

단 전문 금융소비자의 경우에는 장외 파생상품에 대해서만 권유가 금지된다.

개정안에는 선불‧직불카드에도 ‘연계서비스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연계 서비스 규제에는 연계 서비스에 대한 설명 의무, 연계 서비스 축소‧변경 시 6개월 전 고지 의무 등이 포함된다.

그동안은 신용카드에만 이 규제가 적용돼 규제 차익이 있었다.

또 환율 변동 등에 따라 손실 가능성이 있는 외화 보험에 가입할 때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적용되도록 바뀐다.

기존에는 투자성이 있는 변액보험에만 적용됐던 원칙이 외화 보험에도 확대 적용되는 것이다.

적합성 원칙에 따라 소비자 성향에 부적합한 금융상품 권유는 금지되며, 적정성 원칙에 따라서는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부적정할 경우 고지 및 확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밖에 업계의 요청을 반영한 개선사항도 포함됐다.

금융소비자의 확인을 받을 수 있는 전자적 방식을 확대해 전자서명 방식만 허용한 기존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의 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 규정 개정안을 향후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 중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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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