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사실상 종신형’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7.18 11:36:52
  • 호수 13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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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거짓말”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1조원대 펀드사기 혐의로 구속된 김재현 옵티머스 자산운용사 대표가 징역 40년의 중형을 받았다. 1년여간 경찰 수사에 확인된 피해자만 약 3200명으로 사기 금액만 1조원이다. 이 가운데는 법인이나 단체도 있어 실제 직·간접적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4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특정경제 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김재현 옵티머스 자산운용사 대표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벌금 5억원과 추징금 751억7500만원도 그대로 유지된다.

25년서
40년으로

옵티머스 2대 주주 이동열씨는 2심에서 징역 20년과 벌금 5억원, 옵티머스 이사였던 윤석호 변호사는 징역 15년에 벌금 3억원이 확정됐다. 송석희 옵티머스 사내이사는 징역 8년과 벌금 3억원이 유지됐다. 자금책으로 불린 유현권 전 스킨앤스킨 고문은 대법원 징역 17년과 벌금 3억원을 확정했다.

김 대표는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징역 40년으로 형이 훨씬 가중됐다. 1심은 김 대표가 한국 방송 통신전파진흥원 등 투자자를 속여 306억여원을 가로챈 부분은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봤지만, 항소심은 증인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1심 무죄를 파기하는 등 일부 혐의를 추가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3년 넘게 사모펀드를 운용하며 공공기관 매출채권 투자금 명목으로 총 1조3000억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편취한 초대형 금융 사기 범행”이라며 김 대표에 대해 “장기간 격리해 평생 참회하며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들 투자금은 대부분 타당성 없는 것에 투자돼 회수할 수 없게 됐고 현재까지 그 피해가 지속돼 회복이 힘든 상태”라며 “특히 김재현, 윤석호 피고인은 이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문서를 위조하는 범행까지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펀드 환매 불능 상황에 직면하자 증거인멸을 위해 상호 역할을 정하고 금감원, 검찰, 법원에 대응하는 전략을 논의해 초기 수사 과정에 막대한 혼란을 줬다”며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재산적‧정신적 충격을 주고 금융시장 신뢰성을 심각하게 손상시켜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옵티머스 사태’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2조원의 피해를 발생시킨 라임 자산운용 사태에 이은 한국의 대형 사모펀드 사기 사건이다.

라임 사태 이은 대형 사모펀드 사건
피해자 3200명에 사기 금액만 1조원

이 회사의 정식 명칭은 ‘옵티머스 자산운용’(이하 옵티머스)이다. 여기서 말하는 자산운용이란, 회사가 펀드를 설정하고 판매사에 판매를 위탁해 투자자를 모은 다음 펀드를 운용해 이익을 내는 것이다. 

여기서 발생한 이익은 정기적으로 투자자에게 알려주고 이익금을 분배한다. 쉽게 말해서 ‘나 대신에 내 돈을 굴려주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라임 자산운용은 업계에서 아주 유명했지만, 옵티머스는 회사 규모가 크지 않았다. 

옵티머스는 2009년 6월15일 이혁진 전 대표가 설립한 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의 전신이다. 2015년 6월30일에는 에이브이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2017년 6월30일 옵티머스 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하면서 김 대표가 취임했다.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김 대표가 취임을 하고 6개월이 지난 12월부터 사모펀드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사모펀드는 비공개로 소수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 주식과 채권, 기업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해 운용하는 펀드다.

옵티머스 사모펀드는 상품 구조가 좋았다. 일반인들이 알기에 보통 사모펀드에 가입을 하면 4~5%, 많은 곳은 6%까지 수익률이 간다. 그러나 옵티머스 사모펀드는 2~4%의 정도의 수익률이었다. 김 대표는 2017년 12월부터 사모펀드 판매를 시작했다.

옵티머스사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연 3%의 수익을 보장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사모펀드 상품은 최고 위험군 상품을 1등급, 제일 안전한 상품은 5등급으로 정한다. 옵티머스사의 사모펀드는 5등급으로 구성될 정도로 안전했다.

털어 보니
모두 사기

옵티머스사는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해 연 3%의 수익을 보장하는 안전한 상품이라고 소개했다. NH 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의 증권사는 이를 믿고 법인 고객을 대상으로 사모펀드를 판매했다.

옵티머스사가 이 상품을 구조대로만 팔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처음부터 다른 데 있었다. 

김 대표는 사모펀드로 안전한 공공기관의 매출채권(기업이 상품을 매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채권으로 외상매출금과 받을 어음)을 구입한다고 해 놓고 조직폭력배 출신인 옵티머스사 2대 주주 이씨의 ▲씨피엔에스 ▲비상장기업 ▲대부업계 ▲부동산 등에 투자한 것이다. 이들 기업은 사실상 페이퍼 컴퍼니였다.

한마디로 설명하면 공공기관에 투자하겠다는 말은 거짓말이었고, 말도 안 되는 기업에 투자를 한 것이다. 또한 투자를 받은 회사는 투자금으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비상장 주식 ▲코스닥 주식 ▲코스닥 상장사 인수합병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다.

펀드 돌려 막기에도 이용됐고, 김 대표는 자신의 증권 계좌에 수백억원을 횡령한 정황도 금융감독원에 포착됐다.

어떻게 이런 상황이 가능했던 것일까. 옵티머스사는 수탁기관과 사무관리기관, 판매사가 모두 분리돼 업무 정보를 공유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수탁기관인 하나은행에 비상장기업인 아트리파라다이스의 사모사채를 사도록 하고, 사무관리기관인 한국예탁 결제원에는 사모사채가 아닌 부산광역시 매출채권 등이 편입된 것으로 이름 변경을 요구했다.

판매사인 증권사들에는 옵티머스사의 사모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속여, 투자자들은 이를 믿고 옵티머스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이런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하는 등의 일을 하기도 했다.


알고도
넘어가

이런 상황에 옵티머스사는 2017년에 자본 적기 시정 조치 유예를 받는다. 자본 적기 시정 조치는 금융 감독 당국이 금융회사가 부실한 징후를 발견하면 심각한 상태에 이르기 전에 해당 금융회사의 경영개선을 유도‧강제하는 등 여러 가지 시정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말 그대로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금융회사는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하는 조치다. 자본 적기 시정 조치는 금융회사에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 한국 전파진흥원은 옵티머스사의 펀드를 750억 구매해 위기를 넘어갔다.

결국 옵티머스사는 2020년 6월17일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그해 6월25일 서울중앙지검은 압수수색을 진행했으며, 6월30일에는 금융위원회에서 옵티머스사를 상대로 영업정지 조치를 했고, 7월7일에는 김 대표‧이 대표이사‧윤 변호사 등 옵티머스사 관계자가 구속됐다.

이 사태가 일어나고 가장 큰 비판을 받은 것은 금융감독원이다. 금융회사를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이 옵티머스사가 펀드 돌려막기를 하고 있는 걸 확인하고도 현장 검사를 실시하거나 수사기관과 금융위원회에 통보하지 않았다.

또 옵티머스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하겠다”는 보고서와 달리, 일반 회사에 투자하는 내용의 집합 투자 규약을 첨부했는데도 인정했다.


옵티머스 펀드에 문제가 있다는 국회의 지적에도 무사안일하게 대응했다. 옵티머스사의 설명만 듣고 국회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답변한 것이다. 이런 결과를 토대로 감사원은 45건의 위법‧부당사항을 확인하고, 금융감독원 직원 4명과 한국예탁결제원 직원 1명에겐 징계, 17명의 임직원에겐 주의, 24건의 기관 통보를 의결했다.

한편 옵티머스 사태로 인해 NH투자증권 및 하나은행에 대해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에서 발견된 위법사항에 대해 업무 일부정지 및 과태료 조치가 취해지기도 했다. 

“선량한 사람들에 막대한 충격 줬다”
대법원 징역 40년 선고 원심 확정

금융감독위원회는 NH투자증권이 옵티머스 사모펀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부당 권유가 있었고, 설명 내용 확인 의무와 투자광고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사모펀드 판매를 3개월 정지하고, 51억728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결국 금융감독원의 안일한 대처에 피해자만 양성시킨 꼴이다. 올해로 76세인 유혜경씨는 지난해 겨울까지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유씨는 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의 피해자다.

피해 사실을 알고부터 계속 시위를 한 것이다. 옵티머스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청사 앞은 물론 NH투자증권 본사와 금융감독원, 국회, 청와대 등 관련 기관을 돌며 마라톤 시위도 했다.

유씨는 2019년에 먼저 떠난 남편의 유산 5억원을 옵티머스 펀드에 넣었다가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평생 사치 한 번 안 하고 검소하게 살며 모은 돈이다. 남편이 남긴 돈을 생활비 삼아 아마추어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노후를 보내려 했지만 펀드 사기 사건에 휘말리게 된 것이다.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중 절반 이상은 유씨처럼 노후자금을 날린 고령자들이다. 생업, 몸이 불편해서 등 시위에 동참하지 못하는 피해자들은 유씨에게 격려의 메시지를 아끼지 않았다.

아들의 전세금 2억원과 부모님 노후자금 2억원을 잃은 A씨도 있었다. A씨는 “지금 이 사건을 저하고 저희 아버지밖에 모른다. 어머니는 모르시고 자식들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사연을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옵티모스 피해자들은 시위에서 만나 자신들의 사연을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A씨는 “저희가 시위도 많이 했다. 시위하면서 NH증권 정영채 사장을 자주 봤다. 비대위 대표들이 만나서 실제 회의도 했다. 그런데 웃으면서 ‘우리도 피해자’라고 말했었다. 그 말에 피해자들이 매우 격분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울부짖는
피해자들

피해자들은 피해를 낸 제품을 판매한 회사의 물건을 팔았기 때문에 피해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A씨는 “우리가 슈퍼에서 물건을 샀는데 물건이 변질됐으면 변상이나 교환을 요구한다. 우리가 생산자한테 찾아가서 요청할 수 없지 않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고위험 상품 권유 금지

앞으로 금융기관은 일반 금융소비자에게 장외 파생상품뿐만 아니라 사모펀드, 고난도 상품 등 고위험 상품을 권유할 수 없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규정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소비자의 요청이 없는 경우 방문·전화 등을 활용한 투자성 상품의 권유를 금지하는 ‘불초청 권유 금지’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시행령에서 넓은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 장외 파생상품을 제외한 대부분의 투자성 상품에 대한 불초청 권유가 가능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소비자의 구체적‧적극적인 요청이 없는 불초청 권유의 경우 방문 전 소비자의 동의를 확보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동의를 확보했더라도, 일반 금융소비자에 대해서는 고난도 상품, 사모펀드, 장내·장외 파생상품을 권유해서는 안 된다. 

단 전문 금융소비자의 경우에는 장외 파생상품에 대해서만 권유가 금지된다.

개정안에는 선불‧직불카드에도 ‘연계서비스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연계 서비스 규제에는 연계 서비스에 대한 설명 의무, 연계 서비스 축소‧변경 시 6개월 전 고지 의무 등이 포함된다.

그동안은 신용카드에만 이 규제가 적용돼 규제 차익이 있었다.

또 환율 변동 등에 따라 손실 가능성이 있는 외화 보험에 가입할 때 적합성‧적정성 원칙이 적용되도록 바뀐다.

기존에는 투자성이 있는 변액보험에만 적용됐던 원칙이 외화 보험에도 확대 적용되는 것이다.

적합성 원칙에 따라 소비자 성향에 부적합한 금융상품 권유는 금지되며, 적정성 원칙에 따라서는 소비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이 소비자에게 부적정할 경우 고지 및 확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밖에 업계의 요청을 반영한 개선사항도 포함됐다.

금융소비자의 확인을 받을 수 있는 전자적 방식을 확대해 전자서명 방식만 허용한 기존의 불편함을 개선하는 등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의 금소법 시행령 및 감독 규정 개정안을 향후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해 하반기 중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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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