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동반 여행 ③춘천 강아지숲

댕댕이와 사람이 함께 행복한 시간

일반 여행자 사이에 떠오르는 ‘핫플’이 있듯 반려인 사이에도 그렇다. 지난해 4월 개장한 반려견 테마파크 강아지숲은 댕댕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찾고 싶어 하는 명소다. 우리 강아지가 자유롭게 노닐 수 있는 야외 놀이터와 숲속 산책로, 반려견 전문 박물관, 반려견 동반 카페, 반려견 용품 판매점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으니 당연하다.

강아지숲에서 입장권을 끊고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산책로나 운동장이 아니라 박물관이다. 건물에 들어가지 않고 옆 산책로를 통해 댕댕이 놀이터인 강아지숲 동산으로 갈 수 있지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꼭 관람하길 권한다. 

차별화

강아지숲 박물관은 문화체육관광부 등록 국내 1호 반려견 전문 박물관으로, 강아지숲이 여느 반려견 테마 공간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다. 강아지숲은 반려견 놀이터라는 개념을 넘어, 올바른 반려견 문화를 이끌고 사람과 개의 행복한 동행을 돕는 공간을 꿈꾼다. 상설 전시실은 ‘서로 기대는 사이’ ‘서로 통하는 사이’ ‘함께 걸어가는 사이’라는 주제 아래 인간과 개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사람과 개가 공존한 역사, 인간과 반려견의 소통, 한국의 반려견 문화 등 전시물이 다양하다. 터치스크린과 영상물 같은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해 관람객의 관심도와 집중도를 높인다. 박물관은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만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반려견과 함께 살 준비를 하는 사람, 반려견이 없는 사람도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유기견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는 요즘, 반려견을 키우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과 준비가 필요한지 충분히 고민할 기회를 마련해준다.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은 반려견 문화에 대한 이해와 상식을 넓힐 수 있다.


박물관 건물은 공간적 특성상 반려견 출입을 제한한다. 이는 모든 방문객이 편안히 전시에 집중할 수 있게 돕기 위함이다. 대신 강아지 대기실을 운영한다. 직원이 강아지를 돌봐주며, 최대 2시간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건물에 전시실 외 카페, 식당, 뮤지엄숍, 마켓 등이 있다. 다양한 강아지 용품을 판매하는 마켓만 외부 출입문을 통해 반려견 출입이 허용된다. 박물관 옥상에서 강아지숲 동산이 연결된다. 

산으로 둘러싸인 널찍한 잔디밭에서 댕댕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다. 동산과 떨어진 곳에 잔디가 깔린 운동장을 별도 운영한다. 동산과 운동장은 반려견이 목줄 없이 자유롭게 노는 곳이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대형견과 중·소형견을 분리 입장시킨다. 

반려견 유무 상관없이 모두를 위한 소통창구
우리 댕댕이와 함께 쌓는 특별한 추억

반려견 체중에 따라 입장하는 날이 정해지며, 매달 홈페이지에 일정표를 공지한다. 체중 10㎏ 이상은 대형견, 10㎏ 미만은 중·소형견으로 구분한다. 행사 진행 같은 내부 사정에 따라 동산에서 목줄을 착용해야 하는 때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자.

동산과 운동장은 산책로로 이어진다. 산책로는 자연환경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조성했으며, 강아지와 사람에게 힐링을 선사한다. 개는 인간보다 후각이 발달해서 노즈 워크(개가 코를 사용하는 모든 후각 활동)가 중요하다. 

이에 평소 접하기 힘든 호랑이, 알파카, 닭 같은 여러 동물의 체취를 맡는 코너를 산책로 중간중간에 마련했다. 강아지가 다양한 냄새를 맡으며 스트레스를 푼다. 

산책로를 왕복 이용하기 부담스럽거나 보행이 불편한 댕댕이와 함께라면 셔틀버스를 이용하자. 강아지숲 박물관과 운동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무료로 운행한다. 산책로를 걷다 더우면 카페에서 쉬어도 좋다. 산책로 중간쯤에 ‘카페 가을’이, 운동장 근처에 ‘카페 겨울’이 위치한다(카페 가을은 주말과 공휴일만 운영). 두 곳 모두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며, 강아지 전용 메뉴를 판매한다. 


락토프리 우유에 천연 파우더를 가미한 아지라테로, 자색 고구마와 단호박 파우더 가운데 선택하면 된다. 우리 댕댕이 얼굴을 라테 아트로 꾸며주는 솔티드크림라테도 인기 메뉴다. 주문할 때 원하는 강아지 사진을 전송하면 된다.

카페 겨울 옆에는 강아지 목욕장(유료)이 있어, 강아지숲을 신나게 누빈 뒤 깨끗이 씻을 수 있다. 올여름에는 반려견 동반 수영장을 개장할 예정이다. 수영장 내 카페와 식당 같은 편의 시설까지 갖춰 반려견 동반 피서지로 사랑받을 듯하다. 강아지숲 운영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여름철 야간 개장 예정, 월요일 휴장), 입장료는 어른 1만7000원, 청소년 1만5000원, 어린이 1만2000원, 반려견 8000원이다. 

수영장 개장 시기와 야간 개장 관련 자세한 정보는 전화로 확인하자. 댕댕이와 특별한 추억을 쌓고 싶다면 강촌레일파크 경강레일바이크를 추천한다. 경강레일바이크는 영화 〈편지〉 촬영지로 유명한 경강역 폐역을 출발해서 돌아오는 7.2㎞ 코스로, 반려견 전용 탑승석을 완비한 펫바이크(pet bike)를 운영한다. 

댕댕이와 레일바이크를 타고 북한강을 따라 달리는 경험이 이색적이다. 펫바이크는 반려견 2마리까지 동반 탑승 가능하며, 반려견 체중 총합이 10㎏ 이하여야 한다. 

안전을 위해 목줄과 하니스 착용은 필수다. 레일바이크 탑승 전후에 이용 가능한 반려견 운동장도 있다.우리나라 대표 관광 명소로 꼽히는 남이섬도 반려견 동반 여행지로 사랑받는다. 상쾌한 자연에서 반려견과 여유로운 한때를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견을 위한 시설도 다양하다. 

댕댕이 전용 놀이터 투개더파크, 반려견 동반 가능 음식점과 카페, 숙소 등을 운영한다. 섬 내 시설 중 ‘펫 프렌들리(pet friendly)’ 안내문이 부착된 곳은 반려견과 함께 입장할 수 있다. 남이섬 입장은 15㎏ 미만 반려견, 투개더파크와 숙박 시설 이용은 10㎏ 미만 반려견이 가능하다. 투개더파크를 제외한 모든 곳에서 목줄이나 케이지, 강아지 유모차를 이용해야 한다.

김유정역

김유정역 폐역도 댕댕이와 오붓하게 산책하기 좋다. 이곳은 1939년 신남역으로 문을 열었고, 2004년 김유정역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10년 경춘선 복선 전철을 개통함에 따라 새 역사로 이전하면서 종전 역은 문을 닫았다. 폐역은 관광지로 탄생해 아기자기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댕댕이와 폐철로를 산책하고, 곳곳에 마련된 포토 존에서 사진도 남길 수 있다. 철로에 선 옛 무궁화호 객차 2량은 북카페와 관광안내센터로 운영 중이다. 기차 실내는 반려견 입장이 불가하다.

 

<여행정보>
당일여행코스
강아지숲→남이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강아지숲→김유정역 폐역→킹카누나루터, 
둘째 날: 강촌레일파크 경강레일바이크→남이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강아지숲 http://dforest.co.kr
-강촌레일파크 경강레일바이크 www.railpark.co.kr
-남이섬 www.namisum.com
-강원댕댕여지도 https://dangdangmap.net/pet


문의 전화
-강아지숲 033)913-1400
-강촌레일파크 경강레일바이크 033) 245-1000~2
-남이섬 031)580-8114
-김유정역 폐역 033)261-7780

대중교통
[기차] 청량리역-강촌역, ITX청춘 하루 3~12회(06:32~21:36) 운행, 약 50분 소요. 
[전철] 수도권 전철 경춘선 강촌역 하차. 강촌역 정류장에서 남면2-1번·남산1-1번 마을버스 이용, 삽다리고개 정류장 하차, 강아지숲까지 도보 약 7분 소요(강촌역에서 강아지숲까지 택시 이용 시 약 13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춘천시대중교통정보 www.chuncheon-pti.kr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강촌톨게이트→강촌IC교차로에서 팔봉산·광판리·비발디파크 방면 우회전→충효로→3.9㎞ 직진→강아지숲

숙박 정보
-호텔정관루: 남산면 남이섬길(남이섬 내), 031)580-8000, www.namisum.com/hoteljeonggwanru(반려동물 입장 가능)
-춘천숲자연휴양림: 동산면 종자리로, 033)264-1156, www.ccforest.or.kr (캠핑장 반려동물 입장 가능)
-헤이 춘천: 춘천시 남춘로, 033)243-5566, http://heyy.kr (반려동물 입장 가능)
-KT&G상상마당 춘천스테이: 춘천시 스포츠타운길399번길, 033)818-4200, www.sangsangmadang.com/stay/reserve
-더잭슨나인스호텔: 춘천시 중앙로 033)253-0000, http://jacksonhotel.co.kr

식당 정보
-인디언독(인디언독캠프세트): 동면 만천양지길, 033)253-2250 (반려동물 입장 가능) 
-온더가든(닭갈비): 남산면 종자리로, 033)262-9339, www.onthegarden.kr (실외 반려동물 입장 가능)
-스누피(커피): 동면 금옥길, 033)255-9066, www.instagram.com/snoopy_dogcafe (반려동물 입장 가능)

주변 볼거리
구곡폭포, 공지천유원지, 소양강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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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