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사회공헌 대상 수상한 이무성 ㈜엠엘소프트 회장

1995년 사이버보안 업계 시작 후 27년째

[일요시사 취재2팀] 이민영 기자 = 사이버 보안 기술 개발에 전념 중인 이무성 ㈜엠엘소프트 회장(대표이사)을 지난 20일(화)에  만났다. 이 회장은 평소 조용한 리더십으로 사내는 물론 업계에서 존경받는 CEO다. 그가 소리 소문 없이 지난달 8일, 세종로국정포럼으로부터 사회공헌 대상을 수상한 것은 조용한 성품의 한 단면이다. 

왕성우 포럼 공적심사위원장은 이날 시상 경과보고에서 “(주)엠엘소프트(영등포구 양평동)는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될 무렵 재택근무가 시작되자 사내망을 벗어난 기업과 개인들이 사이버 보안에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되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개발한 보안 솔루션 ‘Tgate SDP’를 3개월간 무상 지원한 점을 높이 평가해 이 상을 수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이 회장은 “더 많은 도움을 드리지 못해 아쉽다”면서 “누군가 해킹으로 고통받을 것을 생각하니 미력하지만 ‘무방비 상태(재택)에 놓인 분들과 관련 회사들을 도와야겠다’는 심정으로 한시적이나마 무상 지원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평소 전통적 네트워크 보안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네트워크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보안 수준을 업그레이드해 SDP(Software Defined Perimeter)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던 그는 참석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박승주 포럼 이사장은 “이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해킹 방어 총사령관처럼 큰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이에 <일요시사>는 이 회장의 비전 및 사이버 보안 분야에 인생을 걸게 된 사연 등을 들었다.  

그는 매사에 생각이 깊고, 항상 앞날을 내다보는 습관이 있어 보였다. 특히 사이버 보안에 평생을 바쳐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했던 만큼 그의 내공은 대단해 보였다.


이 회장은 대학에서 전자공학 전공 후 관련 분야에 몸담았다가 1995년부터 사이버 보안 업계에 뛰어들어 엔드포인트(Endpoint, 단말기) 관리를 시작으로 27년을 이끌고 있다.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된 가장 큰 요인으로 본인의 성품과 적성을 꼽았다. 

엔드포인트 기술 패러다임, 10년 주기설 예측

“저는 70년대 학창 시절, 시대적으로 어려웠던 한 때를 겪으면서 실존주의에 잠시 빠졌었습니다. 인간의 본성, 인성은 무언가를 깊이 성찰하고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됐습니다.”

이날 그와의 대화 속엔 이 같은 성품과 시대적 환경이 녹아 있었고, 이런 요인들이 연구자로서, 개발자로서 적합하게 맞닿았던 것으로 보였다. 

이무성 회장은 사이버 보안 분야에서만 20년, 그 이전 20년을 포함하면 대략 40년 가까이 이 분야에 몸담으면서 전문가적 식견과 과거-현재-미래를 통시적으로 통찰해 내는 출중한 역량이 있었다.

사이버 보안 ‘외길’ 인생   
해킹 방어 총사령관 호평

1995년 창업 전의 10년은 차치하고, 이후부터만 본다고 해도 1998년 휴대폰, PC 등 다양한 개인 통신단말기 등을 네트워크에 연결해 엔드포인트를 관리하는 티씨오(TCO) 시대를 생각해볼 수 있다. 후로 2008년 네트워크 접근 제어(NAC) 시대, 2018년 제로 트러스트(Zero Trust) 시대 등으로 이어졌다.


1998년도 엔드포인트 관리 시대(비용절감, TCO)

그는 창업 이후 처음 시작한 분야가 엔드포인트 분야였고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단말기들을 중앙에서 관리하는 제품으로 시작했다. 그 당시 IMF가 직후로서 네트워크에 연결된 단말기들을 중앙에서 잘 관리하면 비용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큰 화두가 됐었다. 

이 회장은 “1998년도 IMF 직후 비용절감을 위해 체계적 단말기 관리가 중요한 시점에 티씨오 관련 첫 제품으로 한 때 회사가 상당히 커졌다. 우리나라 시장의 80~90%를 석권할 정도로 성장했었다”며 당시 세계적 트렌드였던 ‘티씨오(TCO)’를 언급했다.

2008년 엔드포인트 보안 시대(망분리, NAC) 

그는 “당시 관리를 잘해서 비용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앙에서 통제를 잘해야겠다는 트렌드가 생겼다”며 “통제해야만 쉽고 체계적으로 더 강력하게 보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점이 화두가 돼 엔드포인트 시장이 관리비용 절감을 위한 TCO에서 보안강화를 위한 NAC로 전환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제품을 엔드포인트·IP 관리하면서 네트워크에 연결된 모든 단말기 통제 기술을 확보했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을 발표했는데 그것이 NAC였다”고 설명했다. 그 이후 개발 제품들도 정부의 보안인증을 받으면서 회사는 자연스럽게 보안회사가 됐다. 

2018년 제로 트러스트 시대(SDP, 사이버 보안)  

이 회장은 “NAC로도 보안 문제가 항상 방어가 공격을 이기기 어려운 구조로 돼있다”며 “보안을 좀 더 획기적으로 강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화두였던 기술이 제로 트러스트였는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핵심 기술을 이전 받아 제로 트러스트 구현 기술인 SDP를 시작하는 전환기를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때 새롭게 개발한 ‘티게이트 SDP’가 새로운 기술로 인정받으면서 2020년 미국 CSA(Cloud Security Alliance) 솔루션 공급사 분야에 국내 기업으로는 최초 가입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이 회장은 “미국에선 제로 트러스트가 20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우리나라는 그동안 망 분리체계를 유지해왔고 3차 산업혁명 즉, 정보화 시대에는 망 분리 역할을 충실히 잘해왔다”며 “이제 4차 산업혁명(지능화) 시대서는 제로 트러스트가 추세라는 확신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국가 사이버 보안 강화해야 할 때

근래 들어 제로 트러스트는 세계적으로 사이버 보안의 핵심 대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미 미국 바이든 정부가 2021년 5월 ‘국가 사이버 보안 개선에 관한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제로 트러스트 개념과 SDP 구현기술 시대를 예고했던 바 있다. 


이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초연결, 초지능 시대가 되면서 클라우드 빅데이터 AI로 바뀌고 IT 환경까지 크게 바뀌면서 이제는 사이버 보안도 강화해야 한다”며 “보안 패러다임이 큰 틀에서 제로 트러스트 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끊임없이 (시대의)새 요구들을 받아들이고, 상상하며 새로운 혁신 제품을 만들어 새 시장을 스스로 열어 블루오션 세계에서 즐겁게 사업할 수 있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mylee063@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