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망치는 ‘오버부킹’ 피해담

내 객실에 다른 사람이…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모처럼 휴가를 떠나는 이가 늘고 있다. 코로나 유행이 잦아들고, 황금연휴와 여름휴가 기간이 이어진 결과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휴가를 다 망쳤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일명 숙소 ‘오버부킹(중복 예약)’ 때문이다. 숙박 앱(App)의 불완전한 대처 아래, 오버부킹 피해 사례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숙박 앱 이용률이 높아지면서 오버부킹 피해도 덩달아 늘어왔다. 오버부킹은 숙박 앱의 그림자 같은 존재다. 숙박업계 관계자들은 “구조상 줄일 순 있어도 없앨 순 없다”고 입을 모은다.

야놀자
여기어때

한 객실이 여러 플랫폼에 모두 올라가기 때문이다. 플랫폼 이용자들은 숙소 예약을 위해 다른 플랫폼 이용자들과도 동시에 경쟁하는 셈이다. 어느 한 곳에서 객실이 예약되면, 다른 플랫폼에서는 ‘예약 마감’ 처리를 통해 오버부킹을 막아야 한다.

이때 숙박업체나 숙박 앱의 대응이 늦어지는 게 오버부킹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이다. 숙소 마감 처리가 모두 ‘수동’으로 이뤄지는 탓이다.

간혹 숙박업체가 고의로 오버부킹을 유도하는 경우도 목격된다. 객실 취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공실을 최소화하겠다는 생각에서다. 예상한 대로 예약 취소가 발생하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오버부킹이 대거 발생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방문객의 휴가를 판돈으로 거는, 일종의 ‘도박’이다. 

정당한 비용을 지불한 방문객이 피해를 감수할 이유는 없다. 오버부킹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 해결 의무를 진 숙박 앱들은 피해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여러 대책을 강구해왔다. 

대표적으로 ‘안심예약제’가 있다. 예약이 뜻하지 않게 취소되면 숙박 앱이 예약 비용을 보전해주거나 다른 숙소를 구해다주는 제도다. 

숙박 앱을 운영하는 ‘여기어때’ 측은 “안심예약제를 운영하는 전문 상담 그룹을 배치했다”며 “제도 도입 2년 만에 7000여명 고객을 피해에서 구제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도 시행 이후 고객 강성 민원은 71%나 줄었고, 오버부킹으로 인한 제휴점의 일방 취소 건수도 14%p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들의 노력이 ‘최선’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각종 대책을 연이어 내놨음에도,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은 끊이질 않고 있다.

숙박업계 고질병 ‘중복 예약’ 피해 여전 
숙박 앱 그림자 같은 존재 “없앨 순 없다”


<일요시사>는 이달 초 오버부킹으로 피해를 봤다는 두 제보자와 연락이 닿았다. 이들은 각각 업계 1·2위인 ‘야놀자’와 ‘여기어때’를 통해 숙소를 예약했다.

먼저 A씨는 지난 4일 새벽, 야놀자를 통해 한 펜션을 예약했다. 잠시 뒤 카카오톡을 통해 ‘예약 완료’ 알림이 왔고, 다음 날에는 야놀자 앱으로 입실 안내가 전달됐다. 이를 모두 확인한 그는 다음 날 오후 5시경 숙소로 향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A씨가 예약한 숙소에는 이미 다른 사람이 들어가 있었다. 그는 놀란 마음에 야놀자 고객센터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그러기를 한 시간째, A씨는 야놀자 대신 펜션 예약 업체와 연락이 닿았다.

펜션 예약 업체는 A씨에게 “지난 4일 오전 10시쯤 예약 내역을 확인했다”며 “예약 금액이 잘못 올라간 것을 확인한 즉시 야놀자 측에 연락해 예약 취소와 가격 수정을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야놀자 측이 이를 A씨에게 전달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A씨는 “펜션 예약 업체 쪽에 재차 확인해봐도 ‘분명 지난 4일 오전에 야놀자에게 통보했다’고 한다”며 “야놀자는 어떤 통보도 없었고, 취소 처리도 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당일에 입실 안내를 보내 끝까지 예약이 됐다고 믿게 했다”고 비판했다.

A씨는 이후로도 야놀자와 전화 연결을 재차 시도했다. 하지만 끝내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는 고육지책으로 카카오톡 상담을 시도했다. 그마저도 2시간 뒤인 오후 7시가 넘어서야 간신히 연락이 닿았다.

야놀자 측은 이어진 상담에서 자신들의 과실을 인정했다. 야놀자 측은 A씨에게 “연휴 기간 동안 즐거운 여행을 계획하셨을 텐데, 저희 측의 과오로 황당함과 불편함을 끼친 부분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야놀자는 환불과 추가 보상도 약속했다. A씨가 동의하자, 그제야 예약 취소 조치가 이뤄졌다. 시간은 오후 7시58분. A씨가 숙소에 도착한 지 약 3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취소 없이
연락 두절

A씨는 “즐거워야 할 여행이 야놀자의 업무태만으로 엉망이 됐다”며 “아이들을 데리고 3시간도 넘게 달려 숙소에 도착했는데 너무 허탈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뒤늦게 보상해준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이미 휴가를 위해 쓴 시간도, 노력도 모두 버려졌는데 그걸 주워 담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요시사>는 야놀자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관계자는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


여기어때에서 숙소를 예약한 B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그는 지난 3일 전남 목포의 한 호텔을 예약했다. B씨 역시 예약 확인 알림과 입실 안내 문자를 받았다.

하지만 막상 호텔에 도착하니 “방이 없어 체크인할 수 없다”고 통보받았다. B씨가 자초지종을 따져 묻자, 호텔 측은 “이미 예약이 끝난 상황에서 실수가 있었다. 오버부킹을 확인한 뒤 여기어때에 취소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여기어때 측은 “숙소 측에서 통보가 왔을 때, 고객들에게 예약 취소 문자를 보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B씨는 여기어때로부터 취소 사실을 전달받은 적이 없었다. 여기어때로 예약한 다른 방문객들도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여기어때 앱에서도 예약 취소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다.

B씨는 “다른 방문객들한테도(문자를 받았는지) 물어봤다. 그곳에 있는 아무도 예약 취소 통보를 받지 못했다”며 “정말 문자를 보냈다면 그 많은 사람이 다 확인하지 못했을 리가 없지 않으냐. ‘책임 회피용 멘트’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B씨는 근처의 다른 숙소를 수소문했지만, 이마저 여의치 않았다. 대규모 지역 축제가 열리고 있는 탓에 지역 숙소 대부분이 ‘만실’이었기 때문이다. 남는 방이 없으니, 안심예약제도 B씨를 도울 수 없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여기어때 측은 “당장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B씨는 우여곡절 끝에 시 외곽에 위치한 허름한 여관에 들어갔다. ‘호캉스’를 망친 분을 삭히고 있던 그때, 여기어때에서 다시 연락이 왔다.


여기어때는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예약 취소와 환불 절차를 마무리했다. B씨에게는 사과와 함께 유효기간이 한 달인 3만원짜리 쿠폰이 쥐어졌다.

알아서 조심
교차 검증 필수

B씨는 “앱에서 예약 취소한 뒤 알림을 보내거나 전화를 줬다면 서로 더 확실히 할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여기어때 측의 응대가 아쉬운 건 사실”이라며 “타지까지 와서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휴가 내내 찜찜한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어때 측에 따로 바라는 것은 전혀 없다. 다만 추후에는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며 “숙소 예약 앱인데 예약이 제대로 안 되면 무용지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요시사>는 여기어때 측 입장을 물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취소 통보 문자를 발송한 것은 명백한 사실”이라며 “예약 취소가 이뤄진 새벽 3시경 바로 문자를 보낸 기록이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만 불분명한 원인으로 문자가 전달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듯하다”며 “피해 고객에게 사과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숙박업주로서도 ‘오버부킹’이 곤혹스러운 것은 매한가지다. 한 숙박업주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오버부킹은 구조상 당연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업주는 “오버부킹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대응 방식이 문제”라며 “ A씨와 B씨의 사례는 역시 오버부킹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숙박 앱의 대응이 미흡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숙박 앱의 과실로 오버부킹이 발생하는 경우가 또 있다”고 귀띔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오버부킹을 수습하기 위해선 ‘취소’와 ‘마감’ 절차가 모두 이뤄져야 한다. 오버부킹된 예약을 취소하고, 해당 객실을 마감 처리해 추가 예약을 막는 방식이다. 하지만 숙박 앱들이 예약 취소만 하고 마감 처리를 하지 않아 ‘제2의 오버부킹’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

예컨대 1번 고객이 예약한 숙소를 2번 고객이 오버부킹했다면, 2번 고객 예약을 취소하는 동시에 예약을 마감해야 한다. 하지만 숙박 앱 측 과실로 예약 마감 없이 취소만 이뤄지면 또 다른 3번 고객이 오버부킹을 하게 된다는 얘기다.

“갑질로 비춰질라” 적극적 해결 어려워
업체가 고의로 유도하는 경우도 목격

그는 “이런 허점 때문에 난처한 상황에 여러 번 몰렸었다”고 털어놨다. 잘못은 숙박 앱이 하고, ‘허탕’친 방문객들의 거센 항의는 업주가 받아내야 했다.

업주는 “야놀자에 확인 전화를 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아 곧장 숙소로 온 오버부킹 고객이 있었다”며 “현장에서 입실 불가 사실을 알게 되면서 내게 ‘택시 타고 멀리서 왔는데 어떻게 보상할 것이냐’고 따졌다. 너무 당황스러웠다”고 회상했다.

이용객과 점주 모두 숙박 앱이 더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숙박 앱 관계자들은 “더 적극적인 노력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숙박앱 관계자는 “겉에서 보면 해결법이 간단해 보인다. 객실을 한 플랫폼에만 올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운을 띄웠다.

이어 “하지만 그걸 우리가 요구할 수는 없다. 단독 제공 요구는 공정거래법에 저촉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간혹 사업 성격에 따라 상품(객실)을 우리가 일괄 매입하고 단독으로 재판매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라며 “모든 숙소 예약을 그렇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오버부킹은 서비스 품질과 직결되는 문제다. 업계 전체 문제 해결을 위해 대책을 강구 중”이라며 “다만 더 적극적으로 나서 업주들에게 뭔가를 제안·요구하면 혹시나 ‘갑질’로 비춰질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지금으로서는 마땅한 개선 방법이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혹시 모를 방문객 피해는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재발 방지?
안일한 대응

한 업주는 “숙박앱 알림만 믿을 게 아니라, 숙소에 직접 연락해 예약 여부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숙소와 앱은 환불해주면 그만이지만, 방문객은 시간·감정 낭비가 심하지 않느냐”며 “번거롭더라도 확실히 확인해서 스스로 피해를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jeongun15@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야놀자 ‘송해 광고’ 논란 

야놀자가 방송인 고 송해가 등장하는 광고를 한시적으로 다시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여론은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앞서 야놀자는 지난 3일 송해가 모델로 출연하는 광고 캠페인 ‘야놀자해’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하지만 이 광고는 지난 8일 송해가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방영이 중단됐다.

야놀자 측은 “고인을 추모한다는 의미로 방영을 중단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야놀자는 유족과 광고 집행 여부를 다시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야놀자는 국민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전하려 광고에 참여했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TV와 온라인 채널에서 광고를 2주간 다시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광고에 나오는 고인의 모습은 인공지능과 딥페이크 기술 등을 활용해 합성된 것이다.

야놀자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광고가 상영된 후 송해 선생님을 그리워하는 반응이 많았다”며 “대한민국의 영원한 놀이꾼으로 야놀자와 함께했던 선생님을 영원히 추억하겠다”고 전했다.

여론은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야놀자 공식 유튜브에는 “이렇게나마 송해 할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마지막까지 즐거움과 희망을 주신 송해 선생님의 마음을 기억한다”는 등 광고 재개를 반기는 댓글과 “위약금 조항 문제가 있을 테니 야놀자 측(입장)도 이해된다. 그래도 기업이윤을 위해 ‘고인의 뜻’이라는 모호한 표현을 동원해 고인을 활용하는 건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 동시에 달렸다.

한편 야놀자는 2주 뒤 후배 MC가 모델로 참여한 새 광고를 공개할 예정이다.

해당 모델은 “송해 선배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광고 제작에 동참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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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