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뒤집듯’ 중대재해처벌법 한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6.21 09:23:23
  • 호수 1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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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머리 아픈 세 가지 문제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공사현장은 늘 위험하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안전모 착용과 안전 난간 설치 등을 필수로 지정해도, 건물에 설치된 안전 난간·철골·지붕·작업 발판 등이 떨어져 노동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이지만, 시행된 지 5개월 만에 책임자 처벌이 줄어들 상황에 처했다. 

‘중대재해’란 사망자가 1인 이상 발생한 재해,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2인 이상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직업성 질병자가 10인 이상 동시에 발생했을 때 중대재해로 정의한다. 

소규모 현장서 
사망사고 72%

이만큼 건설 현장은 항상 위험이 깔려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15일 발표한 ‘2021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현황’을 통해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828명이며, 전년 대비 54명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사고 사망자 수는 ▲건설업 417명 ▲제조업 184명 등 건설·제조업에서 70% 이상 발생했다. 이외 업종에서는 227명 발생했다. 재해 유형별로는 ▲떨어짐 351명 ▲끼임 95명 등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수칙 준수로 예방 가능한 재래형 사고가 전체의 53.9%를 차지했다.

▲부딪힘 72명 ▲깔림·뒤집힘 54명 ▲물체에 맞음 52명 등으로 조사됐다.


주요 기인물별로는 ▲건축·구조물이 239명으로 절반 이상 발생했고 ▲기계·장비는 108명 ▲부속물 및 설비는 41명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건설업의 경우 50억원 미만 소규모 현장에서 전체 사망사고의 71.5%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를 보호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더 비극적인 것은 사고가 난 뒤 그 무엇도 노동자를 지켜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례로 2020년 3월4일 오전2시59분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를 들 수 있다. 

당시 폭발사고로 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2명의 노동자가 크게 다쳤다. 하루아침에 가족과 동료를 잃은 동료의 유족은 회사와 보상 문제로 갈등했다. 피해자를 대신해 노동조합이 회사와 합의를 시도했지만, 회사 측은 유족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상 금액만 통보하고 등을 돌렸다. 

“책임자 처벌 과도” 국힘 개정안 추진
노동계 “목숨 담보한 충성 경쟁” 반발

노조는 회사를 향해 항의 집회를 열며 반발했고, 회사는 마지못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았다. 사망자의 시신은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12시간이나 장례식장에 안치돼있었다.

당시 노동자들은 대산 공장 폭발사고가 ‘인재’라고 주장했다.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한 현장에 비숙련자를 고용해 인건비를 줄이는 등의 편법을 썼기 때문이다. 가령 공사현장에 17만5000원씩 일당을 지급하는 조건의 기술자 20명을 모집해야 한다면, 그중 실력 좋은 기능공은 한두 명만 뽑고 나머지 18명은 일당 13만원인 초보자나 아르바이트생을 뽑은 것이다.

이들을 관리하는 기술자도 고작 한두 명이 전부여서 제대로 된 교육이나 관리를 할 수도 없었다. 비숙련자들은 곧바로 현장에 투입돼 일했다. 그 결과 제대로 된 줄을 묶을 실력도 없는 노동자들 때문에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문제는 대기업 사업장에는 이런 방식의 비용 절감이 만연했고, 이런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참사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사고를 겪고 난 뒤 비극적인 시스템은 바뀌었다. 지난 1월25일부터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노동계 측은 법 시행을 무척 반겼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 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한 법률이다. 경영 책임자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처벌은 1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하거나 2명 이상 부상자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렇다고 모든 중대재해가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 책임자가 현장에서 노동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계속되는 참사
‘인재’ 타령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지난 13일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건은 모두 83건이다. 고용노동부는 이 가운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56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37건(중복 포함)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중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수사 중인 10건은 수사를 완료한 뒤 관할 검찰에 송치했다.

이 중 ㈜삼표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사건이다. ㈜삼표산업은 지난 1월29일 경기도 양주 채석장 작업 과정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천공기·굴삭기 기사 등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숨지게 했다.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장 A씨는 경영 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대표이사를 의정부 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기북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도 A씨를 포함한 현장 직원 9명과 본사 직원 3명 등 모두 1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사흘 만에 발생한 사고로 ㈜삼표산업이 골재 채취량을 늘리기 위해 채취 과정에서 발생한 돌가루와 같은 ‘슬러지(찌꺼기)’를 쌓아 놓았던 곳까지 작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했다.

고용노동부 수사 결과 ㈜삼표산업이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면서 현장 작업자 등을 통해 토사 붕괴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작업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발생 이후 대표이사 지시를 바탕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붕괴 원인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방대한 양의 디지털 증거 분석 때문에 수사가 지연됐다. 이날 ㈜삼표산업뿐 아니라 ▲경남 고성 조선소에서 자재를 나르던 하청 노동자가 숨진 삼강에스앤씨 ▲유독성 세척물질로 인해 노동자 13명이 급성 독성 간질환 진단을 받은 경남 김해의 대흥알앤티 대표이사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청에 송치됐다.

“조치 했어도…”
사업주 지키기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 등 10인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을 접수했다. 기존 중대재해처벌법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개정안은 현행법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게재했다.

이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했어도 재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런 경우 과도한 처벌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에 따른 기술 또는 작업환경에 관한 표준의 적용에 대한 사항을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것으로 한정한다’ ‘중대재해 발생 위험에 관한 감지된 정보를 송신·수신해 재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통신시설을 설치한다’ ‘법무부 장관은 중대재해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사업장과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이 기준에 적합하게 운용되는지 인증하는 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 등이 담겼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개정안이 국민 목숨을 담보로 한 충성 경쟁이라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에 따른 기술 또는 작업환경에 관한 표준의 적용에 대한 사항을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것으로 한정한다’ 항목에서 문제 되는 지점은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에서 지정한 표준 자체가 19개 이상 작업지침으로 존재해 과도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것만 본다면 작업지침이 더 줄어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관계법령’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일부 등으로 축소해 입법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5개월 동안 사건 모두 83건
실질적인 산재 예방에 도움?

정보통신시설 설치에도 반대 의견을 표했다. 현장에 다수 설치된 바디캠, CCTV 등은 명확한 법적 판단이 없는 것들이다. 

특히 최근 노동 현장에서 바디캠과 CCTV를 산업재해 예방 목적으로 설치하고 있지만, 안전을 위한 목적과는 달리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안전보건과 관련 없는 감시‧통제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개인정보 보호법상으로는 개인정보 처리자와 정보 주체를 대등한 당사자로 전제하고 있으나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를 갖는 노동 현장의 현실에서 원래 목적과 취지를 잊은 채 악용될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 노동자 감시·통제 등으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이런 방식은 빈약한 정보통신 기술로 인해 경영 책임자의 처벌 회피를 위한 법률적 근거가 된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장관이 지정한 인증기관은 경영 책임자가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현재 노동 현장에는 안전보건 인증제도인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이 있지만, 일부 기업은 인증을 형식적으로만 유지할 뿐 실질적인 산재 예방에는 소홀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실정이다.

그 예로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아파트 참사가 있다.

결국 또 다른 인증이 실질적 산재 예방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며, 기존의 ‘안전보건 경영시스템’부터 제대로 정착시키라는 의견이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제16조(정부의 지원) 등을 통해 강화할 수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국은 “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개악 시도를 중단하라. 산재 예방과 감소를 위해 정치권과 노사정이 할 일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흔드는 것이 아닌 현장 정착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명히
악용될 것”

이어 “정부는 엄정한 수사와 대폭적인 지원을 해야 하고, 국회는 후퇴한 조문을 되살리는 개정 작업을 해야 한다. 노사는 실질적인 참여와 안전보건 투자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 뿌리내리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발의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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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