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뒤집듯’ 중대재해처벌법 한계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6.21 09:23:23
  • 호수 1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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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머리 아픈 세 가지 문제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공사현장은 늘 위험하다. 노동자의 안전을 위해 안전모 착용과 안전 난간 설치 등을 필수로 지정해도, 건물에 설치된 안전 난간·철골·지붕·작업 발판 등이 떨어져 노동자가 사망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이지만, 시행된 지 5개월 만에 책임자 처벌이 줄어들 상황에 처했다. 

‘중대재해’란 사망자가 1인 이상 발생한 재해,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부상자가 2인 이상 발생한 재해를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직업성 질병자가 10인 이상 동시에 발생했을 때 중대재해로 정의한다. 

소규모 현장서 
사망사고 72%

이만큼 건설 현장은 항상 위험이 깔려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15일 발표한 ‘2021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현황’을 통해 지난해 산재 사망자는 828명이며, 전년 대비 54명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사고 사망자 수는 ▲건설업 417명 ▲제조업 184명 등 건설·제조업에서 70% 이상 발생했다. 이외 업종에서는 227명 발생했다. 재해 유형별로는 ▲떨어짐 351명 ▲끼임 95명 등 대부분 기본적인 안전수칙 준수로 예방 가능한 재래형 사고가 전체의 53.9%를 차지했다.

▲부딪힘 72명 ▲깔림·뒤집힘 54명 ▲물체에 맞음 52명 등으로 조사됐다.

주요 기인물별로는 ▲건축·구조물이 239명으로 절반 이상 발생했고 ▲기계·장비는 108명 ▲부속물 및 설비는 41명 순으로 많이 발생했다. 건설업의 경우 50억원 미만 소규모 현장에서 전체 사망사고의 71.5%가 발생했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를 보호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없었다. 더 비극적인 것은 사고가 난 뒤 그 무엇도 노동자를 지켜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례로 2020년 3월4일 오전2시59분 충남 서산시 대산읍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를 들 수 있다. 

당시 폭발사고로 1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2명의 노동자가 크게 다쳤다. 하루아침에 가족과 동료를 잃은 동료의 유족은 회사와 보상 문제로 갈등했다. 피해자를 대신해 노동조합이 회사와 합의를 시도했지만, 회사 측은 유족과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상 금액만 통보하고 등을 돌렸다. 

“책임자 처벌 과도” 국힘 개정안 추진
노동계 “목숨 담보한 충성 경쟁” 반발

노조는 회사를 향해 항의 집회를 열며 반발했고, 회사는 마지못해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았다. 사망자의 시신은 협상이 타결될 때까지 12시간이나 장례식장에 안치돼있었다.

당시 노동자들은 대산 공장 폭발사고가 ‘인재’라고 주장했다.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한 현장에 비숙련자를 고용해 인건비를 줄이는 등의 편법을 썼기 때문이다. 가령 공사현장에 17만5000원씩 일당을 지급하는 조건의 기술자 20명을 모집해야 한다면, 그중 실력 좋은 기능공은 한두 명만 뽑고 나머지 18명은 일당 13만원인 초보자나 아르바이트생을 뽑은 것이다.

이들을 관리하는 기술자도 고작 한두 명이 전부여서 제대로 된 교육이나 관리를 할 수도 없었다. 비숙련자들은 곧바로 현장에 투입돼 일했다. 그 결과 제대로 된 줄을 묶을 실력도 없는 노동자들 때문에 대형사고로 이어졌다.

문제는 대기업 사업장에는 이런 방식의 비용 절감이 만연했고, 이런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참사가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여러 사고를 겪고 난 뒤 비극적인 시스템은 바뀌었다. 지난 1월25일부터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다. 노동계 측은 법 시행을 무척 반겼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안전 및 보건을 확보하기 위해 경영 책임자에게 의무를 부과한 법률이다. 경영 책임자는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아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처벌은 1명 이상 사망사고가 발생하거나 2명 이상 부상자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 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그렇다고 모든 중대재해가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영 책임자가 현장에서 노동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다면 처벌받지 않는다. 

계속되는 참사
‘인재’ 타령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법 시행 이후 지난 13일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건은 모두 83건이다. 고용노동부는 이 가운데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56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37건(중복 포함)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중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수사 중인 10건은 수사를 완료한 뒤 관할 검찰에 송치했다.

이 중 ㈜삼표산업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1호 사건이다. ㈜삼표산업은 지난 1월29일 경기도 양주 채석장 작업 과정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천공기·굴삭기 기사 등 3명이 토사에 매몰돼 숨지게 했다.

㈜삼표산업 양주사업소장 A씨는 경영 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혐의로 대표이사를 의정부 지검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기북부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도 A씨를 포함한 현장 직원 9명과 본사 직원 3명 등 모두 12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수사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사흘 만에 발생한 사고로 ㈜삼표산업이 골재 채취량을 늘리기 위해 채취 과정에서 발생한 돌가루와 같은 ‘슬러지(찌꺼기)’를 쌓아 놓았던 곳까지 작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했다.

고용노동부 수사 결과 ㈜삼표산업이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하면서 현장 작업자 등을 통해 토사 붕괴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작업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 발생 이후 대표이사 지시를 바탕으로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붕괴 원인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방대한 양의 디지털 증거 분석 때문에 수사가 지연됐다. 이날 ㈜삼표산업뿐 아니라 ▲경남 고성 조선소에서 자재를 나르던 하청 노동자가 숨진 삼강에스앤씨 ▲유독성 세척물질로 인해 노동자 13명이 급성 독성 간질환 진단을 받은 경남 김해의 대흥알앤티 대표이사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 기소 의견으로 검찰청에 송치됐다.

“조치 했어도…”
사업주 지키기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의 앞날이 불투명해졌다. 지난 10일,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 등 10인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개정안)’을 접수했다. 기존 중대재해처벌법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개정안은 현행법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해 인명피해를 발생시킨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게재했다.

이어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및 보건 확보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했어도 재해가 발생할 수 있고, 이런 경우 과도한 처벌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에는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에 따른 기술 또는 작업환경에 관한 표준의 적용에 대한 사항을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것으로 한정한다’ ‘중대재해 발생 위험에 관한 감지된 정보를 송신·수신해 재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통신시설을 설치한다’ ‘법무부 장관은 중대재해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사업장과 공중이용시설 및 공중교통수단이 기준에 적합하게 운용되는지 인증하는 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 등이 담겼다.

이번 개정안에 대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매우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개정안이 국민 목숨을 담보로 한 충성 경쟁이라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에 따른 기술 또는 작업환경에 관한 표준의 적용에 대한 사항을 중대재해 예방에 관한 것으로 한정한다’ 항목에서 문제 되는 지점은 산업안전보건법 제13조에서 지정한 표준 자체가 19개 이상 작업지침으로 존재해 과도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것만 본다면 작업지침이 더 줄어들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관계법령’을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개정안은 산업안전보건법의 일부 등으로 축소해 입법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5개월 동안 사건 모두 83건
실질적인 산재 예방에 도움?

정보통신시설 설치에도 반대 의견을 표했다. 현장에 다수 설치된 바디캠, CCTV 등은 명확한 법적 판단이 없는 것들이다. 

특히 최근 노동 현장에서 바디캠과 CCTV를 산업재해 예방 목적으로 설치하고 있지만, 안전을 위한 목적과는 달리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안전보건과 관련 없는 감시‧통제로 악용되고 있다는 의견이다.

현재 개인정보 보호법상으로는 개인정보 처리자와 정보 주체를 대등한 당사자로 전제하고 있으나 사용자가 우월한 지위를 갖는 노동 현장의 현실에서 원래 목적과 취지를 잊은 채 악용될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을 세워 노동자 감시·통제 등으로 악용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대책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이런 방식은 빈약한 정보통신 기술로 인해 경영 책임자의 처벌 회피를 위한 법률적 근거가 된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장관이 지정한 인증기관은 경영 책임자가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현재 노동 현장에는 안전보건 인증제도인 ‘안전보건 경영시스템’이 있지만, 일부 기업은 인증을 형식적으로만 유지할 뿐 실질적인 산재 예방에는 소홀해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실정이다.

그 예로 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 아파트 참사가 있다.

결국 또 다른 인증이 실질적 산재 예방에 도움이 될 리 만무하며, 기존의 ‘안전보건 경영시스템’부터 제대로 정착시키라는 의견이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 제16조(정부의 지원) 등을 통해 강화할 수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국은 “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개악 시도를 중단하라. 산재 예방과 감소를 위해 정치권과 노사정이 할 일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흔드는 것이 아닌 현장 정착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명히
악용될 것”

이어 “정부는 엄정한 수사와 대폭적인 지원을 해야 하고, 국회는 후퇴한 조문을 되살리는 개정 작업을 해야 한다. 노사는 실질적인 참여와 안전보건 투자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에 뿌리내리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여당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발의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강조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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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