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물린 ‘파이어족’ 어디로?

조기 은퇴 꿈꾸다 정년 넘길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2030세대는 일종의 ‘괴리’를 안고 있다. 2030세대를 보는 시각과 실제 체감하는 바가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들은 2030세대를 ‘경제적 혜택을 안고 태어났다’고 본다. 2030세대는 ‘인생 난이도가 너무 높은 시기’라고 반박한다. 기성세대와 2030세대의 판단 기준은 경제적인 부분, 즉 돈이다.  

전쟁을 경험한 기성세대 가운데 ‘가난’이라는 트라우마에 줄곧 시달린 이가 많다.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놓인 채 먹을 게 없어 온 가족이 배를 곯아야 했던 시기의 이야기는 몇몇 인물의 성공 스토리로 회자되기도 한다. 이들은 가족이 다 함께 살 수 있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일에 몰두했다. 이 과정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는 필연적인 단계였다.

포기하고

당시에는 근로소득과 은행 이자로 집을 살 수 있었다. 사업이나 투자에 크게 실패해 길바닥으로 나앉을 정도만 아니라면 가족이 함께 삶을 영위하는 게 가능했다. 실제로 1989년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20대~60대) 가운데 75%가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답했다.

국민 4명 가운데 3명이 자신의 경제수준에 대해 중간 정도는 된다고 답한 것이다.

이 비율은 시간이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5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 자신의 경제수준이 중산층이라고 답한 비율은 34.6%에 불과했다.


2013년 43.9%, 2016년 38.8% 등 3년 단위 조사에서 계속 줄어든 결과다. ‘중산층 이하’라는 답변은 과반(59.8%)이었다. 

현재 2030세대는 ‘중산층은 꿈도 꾸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 근로소득만으로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없다고 토로한다. N포세대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N포세대는 N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로 처음에는 3포세대로 시작했다.

3포세대는 연애·결혼·출산 3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말한다. 이후 집과 경력을 포함한 5포세대, 희망과 취미,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7포세대, 신체적 건강과 외모 등 9가지를 포기한 9포세대까지 나왔다.

자산 불려 직장 탈출 꿈꿔
고위험 고수익 상품 투자

N포세대라는 신조어는 2010년대 초반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등장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2030세대의 경제적 압박은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방증이다. 학자금 대출상환, 치솟은 집값 등이 2030세대를 짓눌렀다. 양질의 일자리는 적고 사기업의 정년 보장이 불투명해지면서 공무원 경쟁률이 급속도로 치솟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미래가 아닌 현재를 즐기자는 주의의 ‘욜로(You Only Live Once : YOLO)’ ‘탕진잼(탕진하는 재미)’ 등의 신조어가 등장했다. 어차피 근로소득으로 풍족한 미래를 꿈꿀 수 없다면 눈앞의 즐거움에 몰두하자는 것이다. 욜로 열풍은 취업, 내 집 마련 등에 있어 좌절을 겪은 2030세대를 강타했다. 

일정 기간 직장생활을 한 뒤 그 돈을 모아 장기간 해외여행을 떠나거나 자기개발을 위해 돈을 소비하는 행태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그 이후에 나타난 현상이 바로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 : FIRE)’의 등장이다.


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의 조기 은퇴를 목표로 20대부터 은퇴자금을 마련하는 이들을 가리킨다. 

파이어족의 전제 조건은 ‘경제적 자립’ ‘경제적 자유’다. 결국 직장에서 빨리 탈출해 이른 은퇴를 즐기려면 일정 수준의 돈이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파이어족은 자산 불리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다. 근로소득이 많지 않기 때문에 극단적인 절약만으론 은퇴자금으로 사용할 목돈을 마련하기 어렵다.

2030세대에 재테크 열풍이 전례 없이 강하게 불고 있는 이유다.

부동산, 주식, 코인 시장에 2030세대의 돈이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문재인정부 동안 ‘자고 일어나면 오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 가격이 치솟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시중에 돈이 풀리는 유동성 비율이 증가하면서 주식과 코인 시장이 호황을 맞았다. 2030세대는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영끌)’ ‘빚내서 투자(빚투)’를 시작했다.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끝물로 접어들고 물가가 오르면서 정부 차원의 관리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전 세계적 흐름으로 각국에서는 금리 인상 등의 방법으로 ‘돈줄 말리기’에 나섰다. 특히 미국에서 큰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해외 주식·국내 주식·코인 시장이 약세장으로 접어들었다.

기준금리 상승 시장 휘청
피해 눈덩이 파산 눈앞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지난 15일 기준금리를 0.75%p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것으로 지난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이다. 인플레이션(화폐 가치 하락으로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 억제를 위한 초강수로 풀이됐다. 미국은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 놨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미국의 흐름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미 시장은 한국은행이 연말까지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릴 확률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빅 스텝’(한꺼번에 0.5%p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연말까지 세 차례 정도 기준금리를 인상해 2.75% 수준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기간에 자산을 불리기 위해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집중했던 파이어족이 시장 변동으로 파산 지경에 이르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는 것.

특히 유동성이 풍부하던 무렵 호황을 누리던 시장을 보고 뒤늦게 뛰어 들었던 이들의 피해는 막심한 수준이다. 주식으로 비유하면 고점에 사자마자 폭락장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주식보다 변동성이 큰 코인 시장에 ‘물려 있는’ 개미들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달러와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했다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루나 사태로 코인 개미들의 자산이 녹아내렸다. ‘대장 코인’ 비트코인의 가격도 하루가 다르게 하락하면서 2030세대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N잡족으로


조기 은퇴를 꿈꿨던 파이어족 가운데 일부는 ‘N잡족’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투자 시장이 불안정해지면서 또 다른 직업을 선택해 근로소득을 취하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45세 은퇴를 꿈꿨던 30대 초반의 한 직장인은 “주식이나 코인에 돈을 투자할수록 은퇴 나이가 더 늦어지는 느낌”이라고 자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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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