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경찰청장 유력 후보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6.20 12:45:11
  • 호수 1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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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6개월 세 번의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선후배들의 신망이 높다.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을 설명한 말이다. 2018년 청주흥덕경찰서장으로 취임해 취임식마저 생략하고 업무를 시작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사무실을 돌며 직원과 인사한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경찰청 경비국장이 됐고 지난 8일 차장으로 내정됐다. 그리고 현재는 차기 경찰청장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파격적인 승진이다.

지난 8일 정부는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을 경찰청 차장으로 내정하는 등 ‘경찰 서열 2위’인 경찰 치안정감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에는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이 경찰대학장 ▲김광호 울산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장 ▲우철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 조정관이 부산경찰청장 ▲이영상 경북경찰청장이 인천경찰청장 ▲박지영 전남경찰청장이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인사 발령받는 등 총 6명이 이들이다.

정보, 경비…
요직 두루 거쳐

치안정감 보직인 국가수사본부장엔 현 남구준 본부장은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보장돼있다. 이날 가장 파격적인 인사의 주인공은 윤 경비국장이다. 후임 경찰청장 지명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내정자 중 윤 경비국장이 차기 경찰청장으로 직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경찰청 차장직은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덜해 인사청문회 준비에 유리할뿐더러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도 시·도청장 내정자들이 경찰청장으로 다시 발탁될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이다.

1968년생인 윤 경비국장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출신으로 청주 운호고등학교를 거쳐 경찰대학교를 7기로 졸업했다. 경찰 재직 중에는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했다.


1991년 경위로 임관했던 그는 충북청 정보과장, 제천경찰서장, 경찰청 경무담당관, 서울 수서경찰서장, 서울청 정보1과장, 서울청 정보2과장, 청주흥덕경찰서장, 충북청 1부장,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경찰청 자치경찰협력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30년 넘는 공직생활을 해오며 기획부터 정보, 경비 등 경찰의 어려운 요직을 두루 거쳐왔다. 그야말로 경찰 공직생활에 모든 것을 겪었고 경찰 조직 내에서는 ‘정보통’이라고 불렸다. 

지난해 12월 치안감으로, 지난달 치안정감으로 다시 승진했다. 여기에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6개월간 무려 세 번의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유례없는 사례가 된다. 

정부는 후임 경찰청장을 곧 내정한 뒤 빈자리를 채울 원 포인트 치안정감 인사도 조만간 준비할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대 7기인 윤 경비국장이 현 김창룡 경찰청장(경찰대 4기)의 후임으로 임명된다면 3개 기수가 차이난다. 이는 역시 경찰 특유의 기수 문화를 뛰어넘는 파격적 인사다. 

경찰 기수 문화 뛰어넘는 초고속 승진
고위직 세대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뤄져

또 현재 6기 이후 경찰대생은 지방청장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채 계급정년에 맞춰 퇴직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윤 경비국장으로 기수가 대폭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고위직 세대교체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윤석열정부 출범 후 한 달도 안 돼 이뤄진 것이다. 이는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에 문재인정부에서 등용된 인사를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1964년생으로 서울경찰청장에 내정된 김광호 청장은 울산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한 후 통일부에서 10년간 근무했다. 이후 2004년에 경정 특채로 경찰관이 됐다. 울산경찰청 홍보담당관, 경찰청 정보1과장, 서울광진경찰서장, 경찰청 대변인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행정고시 출신이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된 것은 2012년 김용판 전 청장 이후 10년 만이다.

전북 정읍 출신으로 경찰대학장에 지명된 송정애 기획관은 역대 세 번째 여성 치안정감이다. 1981년 순경 공채로 입직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대전경찰청 제1부장, 대전경찰청장 등을 거쳤다. 

경기남부경찰청장이 된 박지영 청장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경찰간부 41기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장, 서울 양천경찰서장, 중앙경찰 학교장 등을 지냈다. 

노림수 있다?
인사 잡음도

대장동 게이트 등 각종 대형 수사의 핵심 포스트인 경기남부청에 호남 출신 인사가 지명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인천청장 내정자인 이영상 청장은 경찰간부 40기로 경북 예천 출신이며 조직 내 대표적인 수사통으로 꼽힌다. 부산청장 내정자인 우철문 조정관은 경찰대 7기로 경북 김천 출신이며 자치경찰제를 추진한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 잡음이 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과 사전 면담을 가져 ‘경찰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냐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달 말 윤 경찰청 차장·김광호 서울경찰청장·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이영상 인천경찰청장·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송정애 경찰대학장 내정자 등을 별도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지난 9일 이 장관은 서울 서대문경찰청을 방문해 김 경찰청장과 면담 전 기자들을 만나 “장관에 취임한 지 거의 한 달이 돼가는데 경찰 지휘부와 상견례 및 서로 소통도 하고 덕담도 주고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경찰청장 후보군을 사전에 만난 것에 대해선 “경찰청장 후보군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만난 것은 치안정감 후보자들”이라며 “인사 제청에 앞서 모르는 분들이기 때문에 서류만 갖고서 평가할 수 없어 직접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치안정감 후보군과 (청장 후보군을)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순수하게 치안정감 후보자로서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었고 청장 기준은 또 다르기 때문에 다른 차원에서 검증이나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매우 이례적인
대대적 물갈이

겉으로 볼 때 이번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 인사가 입직 경로, 출신 지역, 전문 분야 등이 고루 안배된 모양새다. 다만 한 번에 인사를 내지 않고 뒤늦게 ‘원 포인트’ 인사를 추가로 낸 것과 관련해선 경찰 내부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인사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치안정감 1~2명은 잔류해 차기 경찰청장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성남FC 후원금 의혹 재수사,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관련 주요 수사를 진행해온 최승렬(간부후보 40기) 경기남부청장이 차기 청장 후보군에 꼽혔었다. 

그러나 이날 이영상 치안정감이 치안정감으로 추가 승진해 최 청장은 옷을 벗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통상 신임 경찰청장 취임 뒤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는 것과 견줘볼 때, 청장 후보군부터 먼저 물갈이성 인사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검찰총장 인사를 내기 전 법무부가 대검찰청 차장 및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한 것처럼 경찰 인사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신임 청장이 누가 되더라도 자신의 손발이 될 고위직을 직접 추천하지 않았으니, 상대적으로 조직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문정부의 경찰청장 인사는 어떻게 결정됐을까. 문정부 출범 때는 박근혜정부 때 임명됐던 이철성 경찰청장의 임기가 1년3개월 남았던 시기다.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은 전격 사의했지만, 이 전 경찰청장은 끝까지 임기를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행안부 장관 ‘경찰 길들이기’
“뚜껑 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전 경찰청장은 논란이 많았다. 취임 이후 줄곧 크고 작은 의혹에 휩싸였다. 이 청장이 박정부 비선 실세로 불렸던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추천으로 경찰청장 자리에 올랐다는 ‘최순실 추천설’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이 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호하거나 관련 의혹을 무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2018년 7월24일에 문정부의 첫 경찰청장이 뽑혔다. 바로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다. 같은 해 6월15일은 민 전 경찰청장의 정년퇴직이 30일 남은 시점이었다. 

청와대는 “민 내정자는 경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경찰개혁의 적임자다. 경찰청 차장으로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라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경찰개혁 업무를 관장해왔다”며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민 전 경찰청장은 경찰청장 임명 제청 등의 안건을 심의한 경찰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후 “국민이 바라는 경찰로 거듭나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책임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경찰이 시민이고 시민이 경찰인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찰위원회는 경찰법에 명시된 경찰청장 임명 절차에 따라 이날 임시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경찰청장 후보자임명을 확정했다. 

앞서 같은 달 23일엔 민 전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개최됐다. 청문회는 무난하게 진행됐고, 행정안전위원회는 청문회 다음 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채택 당일 오후 민 전 경찰청장을 정식으로 경찰청장에 임명했다.

민 전 경찰청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 현 경찰청장인 김창룡 경찰청장을 추천했다. 이들은 모두 후보 시절부터 경찰청장으로 임명되기까지 같은 수순을 밟았다. 

차기 청장?
“아직 몰라”

한편 윤 경비국장이 경찰청장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아직 알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윤 경비국장이 차기 경찰청장으로 언급되는 것은 맞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청장이 된 전례를 고려하면 ‘뚜껑을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행안부의 경찰 통제

김창룡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해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경찰의 민주성과 중립성, 독립성 등을 지켜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청장은 지난 16일, 경찰 내부망에 올린 서한을 통해 “행정안전부에 설치된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비롯한 제도개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논의되고 있다”며 “동료 여러분의 걱정이 커지고 울분 또한 쌓여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자문위는 최근 회의를 거쳐 ‘경찰국’과 같은 조직을 신설해 장관이 경찰 인사권과 감찰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이 담긴 권고안이 조만간 장관에게 제출될 예정이다.

“경찰 독립 불변 가치,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김 청장은 이에 대해 “경찰 비대화 우려와 관련한 경찰권의 분산·통제 논의에는 언제라도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겠다”며 “정상적이고 합당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경찰의 뜻과 의지를 확실히 개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의 민주성·중립성·독립성·책임성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을 향하는 영원 불변의 가치”라고도 강조했다.

이는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청장은 “조만간 구체적인 안이 발표되면 14만 경찰의 대표로서 여러분의 명예와 자긍심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청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겠다”면서 “직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 당당한 청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경찰국’ 방침을 반대하고 있다. 경남과 충주경찰서 직장협의회에 이어 경기북부경찰 직장협의회 연대는 ‘행안부는 경찰의 중립성, 독립성 훼손시키지 말라’는 성명을 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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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