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경찰청장 유력 후보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6.20 12:45:11
  • 호수 1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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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6개월 세 번의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선후배들의 신망이 높다.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을 설명한 말이다. 2018년 청주흥덕경찰서장으로 취임해 취임식마저 생략하고 업무를 시작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사무실을 돌며 직원과 인사한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경찰청 경비국장이 됐고 지난 8일 차장으로 내정됐다. 그리고 현재는 차기 경찰청장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파격적인 승진이다.

지난 8일 정부는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을 경찰청 차장으로 내정하는 등 ‘경찰 서열 2위’인 경찰 치안정감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에는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이 경찰대학장 ▲김광호 울산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장 ▲우철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 조정관이 부산경찰청장 ▲이영상 경북경찰청장이 인천경찰청장 ▲박지영 전남경찰청장이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인사 발령받는 등 총 6명이 이들이다.

정보, 경비…
요직 두루 거쳐

치안정감 보직인 국가수사본부장엔 현 남구준 본부장은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보장돼있다. 이날 가장 파격적인 인사의 주인공은 윤 경비국장이다. 후임 경찰청장 지명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내정자 중 윤 경비국장이 차기 경찰청장으로 직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경찰청 차장직은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덜해 인사청문회 준비에 유리할뿐더러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도 시·도청장 내정자들이 경찰청장으로 다시 발탁될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이다.

1968년생인 윤 경비국장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출신으로 청주 운호고등학교를 거쳐 경찰대학교를 7기로 졸업했다. 경찰 재직 중에는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했다.


1991년 경위로 임관했던 그는 충북청 정보과장, 제천경찰서장, 경찰청 경무담당관, 서울 수서경찰서장, 서울청 정보1과장, 서울청 정보2과장, 청주흥덕경찰서장, 충북청 1부장,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경찰청 자치경찰협력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30년 넘는 공직생활을 해오며 기획부터 정보, 경비 등 경찰의 어려운 요직을 두루 거쳐왔다. 그야말로 경찰 공직생활에 모든 것을 겪었고 경찰 조직 내에서는 ‘정보통’이라고 불렸다. 

지난해 12월 치안감으로, 지난달 치안정감으로 다시 승진했다. 여기에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6개월간 무려 세 번의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유례없는 사례가 된다. 

정부는 후임 경찰청장을 곧 내정한 뒤 빈자리를 채울 원 포인트 치안정감 인사도 조만간 준비할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대 7기인 윤 경비국장이 현 김창룡 경찰청장(경찰대 4기)의 후임으로 임명된다면 3개 기수가 차이난다. 이는 역시 경찰 특유의 기수 문화를 뛰어넘는 파격적 인사다. 

경찰 기수 문화 뛰어넘는 초고속 승진
고위직 세대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뤄져

또 현재 6기 이후 경찰대생은 지방청장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채 계급정년에 맞춰 퇴직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윤 경비국장으로 기수가 대폭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고위직 세대교체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윤석열정부 출범 후 한 달도 안 돼 이뤄진 것이다. 이는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에 문재인정부에서 등용된 인사를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1964년생으로 서울경찰청장에 내정된 김광호 청장은 울산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한 후 통일부에서 10년간 근무했다. 이후 2004년에 경정 특채로 경찰관이 됐다. 울산경찰청 홍보담당관, 경찰청 정보1과장, 서울광진경찰서장, 경찰청 대변인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행정고시 출신이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된 것은 2012년 김용판 전 청장 이후 10년 만이다.

전북 정읍 출신으로 경찰대학장에 지명된 송정애 기획관은 역대 세 번째 여성 치안정감이다. 1981년 순경 공채로 입직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대전경찰청 제1부장, 대전경찰청장 등을 거쳤다. 

경기남부경찰청장이 된 박지영 청장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경찰간부 41기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장, 서울 양천경찰서장, 중앙경찰 학교장 등을 지냈다. 

노림수 있다?
인사 잡음도

대장동 게이트 등 각종 대형 수사의 핵심 포스트인 경기남부청에 호남 출신 인사가 지명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인천청장 내정자인 이영상 청장은 경찰간부 40기로 경북 예천 출신이며 조직 내 대표적인 수사통으로 꼽힌다. 부산청장 내정자인 우철문 조정관은 경찰대 7기로 경북 김천 출신이며 자치경찰제를 추진한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 잡음이 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과 사전 면담을 가져 ‘경찰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냐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달 말 윤 경찰청 차장·김광호 서울경찰청장·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이영상 인천경찰청장·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송정애 경찰대학장 내정자 등을 별도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지난 9일 이 장관은 서울 서대문경찰청을 방문해 김 경찰청장과 면담 전 기자들을 만나 “장관에 취임한 지 거의 한 달이 돼가는데 경찰 지휘부와 상견례 및 서로 소통도 하고 덕담도 주고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경찰청장 후보군을 사전에 만난 것에 대해선 “경찰청장 후보군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만난 것은 치안정감 후보자들”이라며 “인사 제청에 앞서 모르는 분들이기 때문에 서류만 갖고서 평가할 수 없어 직접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치안정감 후보군과 (청장 후보군을)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순수하게 치안정감 후보자로서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었고 청장 기준은 또 다르기 때문에 다른 차원에서 검증이나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매우 이례적인
대대적 물갈이

겉으로 볼 때 이번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 인사가 입직 경로, 출신 지역, 전문 분야 등이 고루 안배된 모양새다. 다만 한 번에 인사를 내지 않고 뒤늦게 ‘원 포인트’ 인사를 추가로 낸 것과 관련해선 경찰 내부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인사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치안정감 1~2명은 잔류해 차기 경찰청장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성남FC 후원금 의혹 재수사,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관련 주요 수사를 진행해온 최승렬(간부후보 40기) 경기남부청장이 차기 청장 후보군에 꼽혔었다. 

그러나 이날 이영상 치안정감이 치안정감으로 추가 승진해 최 청장은 옷을 벗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통상 신임 경찰청장 취임 뒤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는 것과 견줘볼 때, 청장 후보군부터 먼저 물갈이성 인사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검찰총장 인사를 내기 전 법무부가 대검찰청 차장 및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한 것처럼 경찰 인사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신임 청장이 누가 되더라도 자신의 손발이 될 고위직을 직접 추천하지 않았으니, 상대적으로 조직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문정부의 경찰청장 인사는 어떻게 결정됐을까. 문정부 출범 때는 박근혜정부 때 임명됐던 이철성 경찰청장의 임기가 1년3개월 남았던 시기다.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은 전격 사의했지만, 이 전 경찰청장은 끝까지 임기를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행안부 장관 ‘경찰 길들이기’
“뚜껑 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전 경찰청장은 논란이 많았다. 취임 이후 줄곧 크고 작은 의혹에 휩싸였다. 이 청장이 박정부 비선 실세로 불렸던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추천으로 경찰청장 자리에 올랐다는 ‘최순실 추천설’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이 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호하거나 관련 의혹을 무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2018년 7월24일에 문정부의 첫 경찰청장이 뽑혔다. 바로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다. 같은 해 6월15일은 민 전 경찰청장의 정년퇴직이 30일 남은 시점이었다. 

청와대는 “민 내정자는 경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경찰개혁의 적임자다. 경찰청 차장으로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라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경찰개혁 업무를 관장해왔다”며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민 전 경찰청장은 경찰청장 임명 제청 등의 안건을 심의한 경찰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후 “국민이 바라는 경찰로 거듭나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책임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경찰이 시민이고 시민이 경찰인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찰위원회는 경찰법에 명시된 경찰청장 임명 절차에 따라 이날 임시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경찰청장 후보자임명을 확정했다. 

앞서 같은 달 23일엔 민 전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개최됐다. 청문회는 무난하게 진행됐고, 행정안전위원회는 청문회 다음 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채택 당일 오후 민 전 경찰청장을 정식으로 경찰청장에 임명했다.

민 전 경찰청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 현 경찰청장인 김창룡 경찰청장을 추천했다. 이들은 모두 후보 시절부터 경찰청장으로 임명되기까지 같은 수순을 밟았다. 

차기 청장?
“아직 몰라”

한편 윤 경비국장이 경찰청장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아직 알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윤 경비국장이 차기 경찰청장으로 언급되는 것은 맞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청장이 된 전례를 고려하면 ‘뚜껑을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행안부의 경찰 통제

김창룡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해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경찰의 민주성과 중립성, 독립성 등을 지켜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청장은 지난 16일, 경찰 내부망에 올린 서한을 통해 “행정안전부에 설치된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비롯한 제도개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논의되고 있다”며 “동료 여러분의 걱정이 커지고 울분 또한 쌓여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자문위는 최근 회의를 거쳐 ‘경찰국’과 같은 조직을 신설해 장관이 경찰 인사권과 감찰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이 담긴 권고안이 조만간 장관에게 제출될 예정이다.

“경찰 독립 불변 가치,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김 청장은 이에 대해 “경찰 비대화 우려와 관련한 경찰권의 분산·통제 논의에는 언제라도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겠다”며 “정상적이고 합당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경찰의 뜻과 의지를 확실히 개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의 민주성·중립성·독립성·책임성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을 향하는 영원 불변의 가치”라고도 강조했다.

이는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청장은 “조만간 구체적인 안이 발표되면 14만 경찰의 대표로서 여러분의 명예와 자긍심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청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겠다”면서 “직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 당당한 청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경찰국’ 방침을 반대하고 있다. 경남과 충주경찰서 직장협의회에 이어 경기북부경찰 직장협의회 연대는 ‘행안부는 경찰의 중립성, 독립성 훼손시키지 말라’는 성명을 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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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단독] 김건희-정재관-박종철 ‘낙하산 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정재관 현 군인공제회 이사장(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에게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이사장은 대한토지신탁의 박종철 대표이사를 ‘낙하산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표가 김건희 일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의 담당자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다.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관련 청문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0월29일 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당시 대통령경호처 소속이던 정재관 이사장에게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전단지를 제거했음을 보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기관 인사를 둘러싼 윤석열정부의 정치권 인맥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태원 참사 개입 정황들 이날 오후 10시51분 박 구청장이 보낸 문자에는 ‘전단지 제거 완료’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ㅋ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취지의 답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가 오간 시간대는 소방 경찰 시민이 뒤엉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심폐소생술을 하던 10시49분과 겹친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대통령실 인근 전단지 제거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면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태원 참사 이후 인파 관리 실패와 초기 대응 부실이 핵심 책임 논쟁으로 이어졌던 만큼, 참사 당일 용산구청이 어떤 업무에 행정력을 투입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청문회에서 해당 문자와 관련해 “전단지를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는 “우리 업무인 것 같아 전화해 보라고 한 것일 뿐 바로 나가서 제거하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문위원들은 문자 내용과 상황을 근거로 사실상 조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또 참사 상황에서 대통령실 인근 문제를 별도로 챙기고 이를 대통령경호처 인사에게 보고한 정황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사고 우려 민원 전화가 쇄도하던 때 박 구청장은 대통령실 인근 담벼락에 붙은 진보 단체 전단지를 다 떼어냈다며 사진과 함께 보고 형식의 문자를 보냈다. 이를 받은 정 이사장은 웃으며 “고생했다. 이태원 압사사고 안타깝고”라고 답한 것이다. 이번 문자 공개로 이태원 참사 당시 지방자치단체의 대응 판단과 대통령실 주변 기관과의 관계, 그리고 재난 상황에서 행정 대응의 우선순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박 구청장이 문자를 보낸 정 이사장은 김용현 당시 대통령경호처장과 절친한 육사 38기 동기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 육사 8인회’로 통했으며 용산 ‘대통령실 이전 TF’에서 활동했다. ‘21세기 하나회’나 다름없다. 이태원 참사 전단지 제거 의혹 제기 보고받은 정, 대토신 사장 임명 개입? 박 구청장은 수사와 재판에서 이날 오후 10시51분에야 이태원참사를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느낌표까지 쓰며 “전단지 제거 완료”를 보고한 바로 그 시각과 분 단위까지 일치한다. 박 구청장이 참사 현장에 도착한 건 8분 뒤인 10시59분. 그 사이 박 구청장이 어디에 몰두했는지 그리고 대통령실 측근들과 어떤 소통을 한 건지 처음 드러났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가 연 청문회에서 양성우 이태원 특조위 위원은 “정재관이 전단지 제거를 요청했기 때문에 자랑하려고 보낸 것인가요?”라고 물었다. 이에 박 구청장은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양 위원이 “정재관을 통해서 경호처장 김용현, 나아가 대통령 내외에게 전달될 것을 의식하고 보고한 것 아닙니까”라고 재차 질문하자, 박 구청장은 아니라고 답했다. 앞서 정 이사장은 특조위 조사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대통령실에 협조한 걸 자랑하려고 일방적으로 보낸 것 같다”고 진술했고, 이날 청문회에 불출석했다. 현재 정 이사장이 이끌고 있는 군인공제회는 약 17만명 군인 회원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대형 기관이다. 자산 규모는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하 기업 가운데 하나인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한 부동산 신탁회사다. 사실상 공제회의 핵심 투자 및 사업 플랫폼 역할을 한다. 문제의 중심에는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대표 박종철의 인사 흐름이 있다. 정 이사장은 2023년 1월 제16대 군인공제회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예비역 육군 준장 출신으로 통상 소장 또는 중장급이 맡아왔던 자리에 임명된 이례적 인물이다. 군 안팎에서는 그의 발탁 배경에 윤 정부 핵심 인맥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20조 책임진 원스타 준장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예비역 준장 출신인 정 이사장이 발탁된 데에는 ‘김용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군 인사에 정통한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현역 군인 및 군무원 37명으로 구성된 제113차 대의원회의에서 선출, 국방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 취임하기 때문이다. 또 정 이사장은 육군사관학교 38기 출신으로 한미연합사 민군작전처장, 합참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등을 거친 군 경력 인사다. 특히 국방부 국회협력단장 시절 정치권과의 연결고리를 구축하며 윤정부 핵심 라인과 가까운 인물로 분류됐다. 논란은 그로부터 약 4개월 뒤 이어진 박 대표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 역시 공제회 이사회 추천과 국방부 승인 절차를 거치는 구조이기 때문에 사실상 모회사인 군인공제회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에서는 이 같은 인사 흐름을 두고 “군인공제회 수장 교체 이후 산하 기업 인사까지 연쇄적으로 바뀌는 전형적인 권력 인사 패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대한토지신탁 대표 선임 과정은 공개 채용 형식을 취하지만, 최종 후보자는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고 국방부 승인까지 거쳐야 한다. 결과적으로 공제회 수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 대표의 과거 이력까지 다시 조명되면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됐다. 박 대표는 과거 양평 공흥지구 개발사업을 담당했던 대한토지신탁 실무 책임자로 알려져 있다. 이 사업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 최은순씨 일가가 연루된 특혜 의혹 사건과도 연결된 사업이다. 당시 윤석열 측은 대선 과정에서 공흥지구 개발사업이 대한토지신탁 주도로 진행된 만큼 특혜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자료에서 박 대표가 해당 사업 담당자로 확인됐다. 2018년 12월 사업1본부장으로 퇴사한 박 대표가 정권 출범 이후 다시 복귀한 배경을 둘러싸고 ‘낙하산 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대한토지신탁은 지난 11월 초 <일요시사>와 통화하며 “2014년 양평 공흥지구 사업은 오래된 만큼, 담당자를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요청한 ‘대한토지신탁 양평 공흥지구 개발 담당자 명단’에는 박 대표를 비롯한 양평 공흥지구 사업 실무자들의 이름이 정확하게 기재돼있다. 김건희 일가 집사로 활동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건희의 가족 회사인 이에스아이엔디(ESI&D)가 양평 공흥지구 개발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하고 있다.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대한토지신탁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박 대표는 2014년 5월27일 양평 공흥지구 사업 담당자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박 대표는 대한토지신탁 사업1본부장으로 근무하다가 2018년 12월 퇴사했다. 2019년과 2020년에는 에이치에스파트너스그룹 사장과 비전알이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인 2023년 5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로 복귀했다. 이 같은 의혹은 대한토지신탁의 최근 경영 상황과 맞물리며 더욱 확대되는 분위기다. 대한토지신탁은 부동산 경기침체와 PF 부실 여파로 유동성 압박을 겪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수천억원 규모의 재무 지원을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로부터 지급보증과 채권 인수 등을 통해 수차례 자금 지원을 받았지만 경영지표 개선은 제한적이었다. 이 때문에 “군인들의 노후자금이 부실 자회사 방어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토지신탁은 군인공제회의 100% 전액 출자를 바탕으로 부동산 신탁 및 개발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주요 자금 조달이나 사업에 대한 지급보증을 지원하는 등 모회사를 지원함으로써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를 공모하는 모회사다. 대한토지신탁의 대표이사 선임 과정도 군인공제회의 자회사 인사 시스템과 상법 및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된다. 대표이사직이 공석이 되면, 군인공제회는 대한토지신탁 대표이사를 공개 채용한다. 지원자들은 정해진 기간 내에 지원서를 제출하며, 대한토지신탁 인사총무팀 등에서 서류 전형을 진행한다. 양평 공흥지구 사업1본부장이 대표이사로 김용현 입김?···군인공제회 연결고리 주목 논란의 핵심은 인사와 경영 책임의 연결성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 복지와 연금 재원을 운용하는 기관인 만큼 정치권 외풍으로부터 독립성이 중요하다. 정 이사장의 임명 배경부터 산하 기업 대표 인사까지 정치적 인맥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기관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군 관련 기관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공제회 관계자들은 “이사장이 특정 정치 라인으로 임명되면 관련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 연쇄적으로 배치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며 “기관의 본래 목적보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우선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군인공제회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공우이엔씨도 자금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공우이엔씨는 대한토지신탁과 마찬가지로 군인공제회가 출자한 자회사다. 1993년 설립된 제일종합개발은 1999년 공우개발사업소 창설로 이어졌다. 군인공제회관과 계룡대 등의 시설 관리, 예식장, 사우나, 체력 단련장 등을 직영하는 업체였다. 2000년엔 육군 오수처리시설 용역관리와 환경공사로 사업 분야를 넓혀 나갔다. <일요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부 핵심 사업은 이미 공우이엔씨 손을 떠난 상황이다. 2012년 국우터널이, 2022년엔 문학터널이 무료화됐다. 2023년엔 경북 영천 소재 군 골프장 충성대 체력단련장 운영이 종료됐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2023년 감사보고서는 공우이엔씨 민간사업 관련 보증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공우이엔씨는 BTL이 아닌 기타 분야 사업에서도 2000억원대 보증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기준 공우이엔씨 기타 사업 보증액 규모는 835억원 규모였다. 이 중 시설관리용역 관련 보증액을 제외한 기타 사업 분야 보증액 규모는 394억원이었다. 2년 사이 기타 사업 관련 보증액이 1222억원 불어났다. 2년 사이 보증액이 약 335% 폭증한 셈이다. 이로 인해 자금난 얘기가 고개를 든 것으로 파악됐다. 공우이엔씨 상황은 2024년 들어 악화일로에 접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2023년 기준 공우이엔씨 매출액은 1066억5280만원 규모였다. 그러나 23억2986만원 규모 영업손실을 봤다. 내부적으론 2024년 손실액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내부 불안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공우이엔씨 적자 허덕 정 이사장과 대한토지신탁 박 대표 인사 사이의 직접적인 개입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군인공제회와 산하 기업 인사 구조상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군인들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공공성 기관에서 정치권 인맥 중심 인사가 반복될 경우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