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경찰청장 유력 후보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2.06.20 12:45:11
  • 호수 13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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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6개월 세 번의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업무 능력이 뛰어나고 선후배들의 신망이 높다.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을 설명한 말이다. 2018년 청주흥덕경찰서장으로 취임해 취임식마저 생략하고 업무를 시작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당시 사무실을 돌며 직원과 인사한 것이 전부였다. 지난해 경찰청 경비국장이 됐고 지난 8일 차장으로 내정됐다. 그리고 현재는 차기 경찰청장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 파격적인 승진이다.

지난 8일 정부는 윤희근 경찰청 경비국장을 경찰청 차장으로 내정하는 등 ‘경찰 서열 2위’인 경찰 치안정감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에는 ▲송정애 경찰청 경무인사기획관이 경찰대학장 ▲김광호 울산경찰청장이 서울경찰청장 ▲우철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 조정관이 부산경찰청장 ▲이영상 경북경찰청장이 인천경찰청장 ▲박지영 전남경찰청장이 경기남부경찰청장으로인사 발령받는 등 총 6명이 이들이다.

정보, 경비…
요직 두루 거쳐

치안정감 보직인 국가수사본부장엔 현 남구준 본부장은 내년 2월까지 임기가 보장돼있다. 이날 가장 파격적인 인사의 주인공은 윤 경비국장이다. 후임 경찰청장 지명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 경찰청장 후보군인 치안정감 내정자 중 윤 경비국장이 차기 경찰청장으로 직행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경찰청 차장직은 상대적으로 업무 부담이 덜해 인사청문회 준비에 유리할뿐더러 업무 연속성 측면에서도 시·도청장 내정자들이 경찰청장으로 다시 발탁될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이다.

1968년생인 윤 경비국장은 충북 청주시 상당구 미원면 출신으로 청주 운호고등학교를 거쳐 경찰대학교를 7기로 졸업했다. 경찰 재직 중에는 중국사회과학원에서 법학 석사를 취득했다.


1991년 경위로 임관했던 그는 충북청 정보과장, 제천경찰서장, 경찰청 경무담당관, 서울 수서경찰서장, 서울청 정보1과장, 서울청 정보2과장, 청주흥덕경찰서장, 충북청 1부장, 서울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경찰청 자치경찰협력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그는 30년 넘는 공직생활을 해오며 기획부터 정보, 경비 등 경찰의 어려운 요직을 두루 거쳐왔다. 그야말로 경찰 공직생활에 모든 것을 겪었고 경찰 조직 내에서는 ‘정보통’이라고 불렸다. 

지난해 12월 치안감으로, 지난달 치안정감으로 다시 승진했다. 여기에 차기 경찰청장 내정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으니, 6개월간 무려 세 번의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유례없는 사례가 된다. 

정부는 후임 경찰청장을 곧 내정한 뒤 빈자리를 채울 원 포인트 치안정감 인사도 조만간 준비할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대 7기인 윤 경비국장이 현 김창룡 경찰청장(경찰대 4기)의 후임으로 임명된다면 3개 기수가 차이난다. 이는 역시 경찰 특유의 기수 문화를 뛰어넘는 파격적 인사다. 

경찰 기수 문화 뛰어넘는 초고속 승진
고위직 세대교체도 자연스럽게 이뤄져

또 현재 6기 이후 경찰대생은 지방청장을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채 계급정년에 맞춰 퇴직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윤 경비국장으로 기수가 대폭 내려가면서 자연스럽게 고위직 세대교체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사는 윤석열정부 출범 후 한 달도 안 돼 이뤄진 것이다. 이는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수뇌부에 문재인정부에서 등용된 인사를 배제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1964년생으로 서울경찰청장에 내정된 김광호 청장은 울산 출신으로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35회에 합격한 후 통일부에서 10년간 근무했다. 이후 2004년에 경정 특채로 경찰관이 됐다. 울산경찰청 홍보담당관, 경찰청 정보1과장, 서울광진경찰서장, 경찰청 대변인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행정고시 출신이 서울경찰청장에 임명된 것은 2012년 김용판 전 청장 이후 10년 만이다.

전북 정읍 출신으로 경찰대학장에 지명된 송정애 기획관은 역대 세 번째 여성 치안정감이다. 1981년 순경 공채로 입직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대전경찰청 제1부장, 대전경찰청장 등을 거쳤다. 

경기남부경찰청장이 된 박지영 청장은 전남 해남 출신으로 경찰간부 41기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장, 서울 양천경찰서장, 중앙경찰 학교장 등을 지냈다. 

노림수 있다?
인사 잡음도

대장동 게이트 등 각종 대형 수사의 핵심 포스트인 경기남부청에 호남 출신 인사가 지명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인천청장 내정자인 이영상 청장은 경찰간부 40기로 경북 예천 출신이며 조직 내 대표적인 수사통으로 꼽힌다. 부산청장 내정자인 우철문 조정관은 경찰대 7기로 경북 김천 출신이며 자치경찰제를 추진한 기획통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 잡음이 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과 사전 면담을 가져 ‘경찰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냐는 의혹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이 장관은 지난달 말 윤 경찰청 차장·김광호 서울경찰청장·우철문 부산경찰청장·이영상 인천경찰청장·박지영 경기남부경찰청장·송정애 경찰대학장 내정자 등을 별도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일자 지난 9일 이 장관은 서울 서대문경찰청을 방문해 김 경찰청장과 면담 전 기자들을 만나 “장관에 취임한 지 거의 한 달이 돼가는데 경찰 지휘부와 상견례 및 서로 소통도 하고 덕담도 주고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경찰청장 후보군을 사전에 만난 것에 대해선 “경찰청장 후보군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제가 만난 것은 치안정감 후보자들”이라며 “인사 제청에 앞서 모르는 분들이기 때문에 서류만 갖고서 평가할 수 없어 직접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치안정감 후보군과 (청장 후보군을)분리해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순수하게 치안정감 후보자로서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었고 청장 기준은 또 다르기 때문에 다른 차원에서 검증이나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매우 이례적인
대대적 물갈이

겉으로 볼 때 이번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 인사가 입직 경로, 출신 지역, 전문 분야 등이 고루 안배된 모양새다. 다만 한 번에 인사를 내지 않고 뒤늦게 ‘원 포인트’ 인사를 추가로 낸 것과 관련해선 경찰 내부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


인사 전까지만 해도 문재인정부에서 임명된 치안정감 1~2명은 잔류해 차기 경찰청장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성남FC 후원금 의혹 재수사, 배우자 김혜경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수사 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 관련 주요 수사를 진행해온 최승렬(간부후보 40기) 경기남부청장이 차기 청장 후보군에 꼽혔었다. 

그러나 이날 이영상 치안정감이 치안정감으로 추가 승진해 최 청장은 옷을 벗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통상 신임 경찰청장 취임 뒤 고위직 인사를 단행하는 것과 견줘볼 때, 청장 후보군부터 먼저 물갈이성 인사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검찰총장 인사를 내기 전 법무부가 대검찰청 차장 및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한 것처럼 경찰 인사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것이다.

경찰청의 한 간부는 “신임 청장이 누가 되더라도 자신의 손발이 될 고위직을 직접 추천하지 않았으니, 상대적으로 조직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문정부의 경찰청장 인사는 어떻게 결정됐을까. 문정부 출범 때는 박근혜정부 때 임명됐던 이철성 경찰청장의 임기가 1년3개월 남았던 시기다. 당시 김수남 검찰총장은 전격 사의했지만, 이 전 경찰청장은 끝까지 임기를 채우겠다고 선언했다.


행안부 장관 ‘경찰 길들이기’
“뚜껑 열기 전까진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전 경찰청장은 논란이 많았다. 취임 이후 줄곧 크고 작은 의혹에 휩싸였다. 이 청장이 박정부 비선 실세로 불렸던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 추천으로 경찰청장 자리에 올랐다는 ‘최순실 추천설’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이 청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비호하거나 관련 의혹을 무마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받았다.

2018년 7월24일에 문정부의 첫 경찰청장이 뽑혔다. 바로 민갑룡 전 경찰청장이다. 같은 해 6월15일은 민 전 경찰청장의 정년퇴직이 30일 남은 시점이었다. 

청와대는 “민 내정자는 경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경찰개혁의 적임자다. 경찰청 차장으로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라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경찰개혁 업무를 관장해왔다”며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민 전 경찰청장은 경찰청장 임명 제청 등의 안건을 심의한 경찰위원회 회의에 출석한 후 “국민이 바라는 경찰로 거듭나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책임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며 “경찰이 시민이고 시민이 경찰인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경찰위원회는 경찰법에 명시된 경찰청장 임명 절차에 따라 이날 임시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경찰청장 후보자임명을 확정했다. 

앞서 같은 달 23일엔 민 전 경찰청장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개최됐다. 청문회는 무난하게 진행됐고, 행정안전위원회는 청문회 다음 날,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채택 당일 오후 민 전 경찰청장을 정식으로 경찰청장에 임명했다.

민 전 경찰청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 현 경찰청장인 김창룡 경찰청장을 추천했다. 이들은 모두 후보 시절부터 경찰청장으로 임명되기까지 같은 수순을 밟았다. 

차기 청장?
“아직 몰라”

한편 윤 경비국장이 경찰청장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아직 알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서 윤 경비국장이 차기 경찰청장으로 언급되는 것은 맞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청장이 된 전례를 고려하면 ‘뚜껑을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행안부의 경찰 통제

김창룡 경찰청장이 행정안전부의 경찰 통제 방안에 대해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경찰의 민주성과 중립성, 독립성 등을 지켜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청장은 지난 16일, 경찰 내부망에 올린 서한을 통해 “행정안전부에 설치된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원회를 중심으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비롯한 제도개선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논의되고 있다”며 “동료 여러분의 걱정이 커지고 울분 또한 쌓여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 자문위는 최근 회의를 거쳐 ‘경찰국’과 같은 조직을 신설해 장관이 경찰 인사권과 감찰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이 담긴 권고안이 조만간 장관에게 제출될 예정이다.

“경찰 독립 불변 가치,
직에 연연하지 않겠다”

김 청장은 이에 대해 “경찰 비대화 우려와 관련한 경찰권의 분산·통제 논의에는 언제라도 열린 마음으로 참여하겠다”며 “정상적이고 합당한 방법과 절차에 따라 경찰의 뜻과 의지를 확실히 개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경찰의 민주성·중립성·독립성·책임성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국민을 향하는 영원 불변의 가치”라고도 강조했다.

이는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안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김 청장은 “조만간 구체적인 안이 발표되면 14만 경찰의 대표로서 여러분의 명예와 자긍심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청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하겠다”면서 “직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 당당한 청장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은 성명을 통해 ‘경찰국’ 방침을 반대하고 있다. 경남과 충주경찰서 직장협의회에 이어 경기북부경찰 직장협의회 연대는 ‘행안부는 경찰의 중립성, 독립성 훼손시키지 말라’는 성명을 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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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