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떠나는 여름휴가 ①시흥 웨이브파크

샤카! 더위를 쫓고 파도를 타다

샤카(Shaka)! 서퍼의 수신호 인사법이다. 이제 서핑 마니아가 아니라도 아는 이가 많다. 보드 위에서 파도를 잡아 나아가는 건 실로 짜릿한 일이라서, 호기심으로 시작한 이도 금세 서핑의 매력에 빠져든다. 시흥 웨이브파크는 아시아 최초 서핑 파크다. 거북섬 일대 16만6000여㎡ 용지에 조성한 인공 서핑장으로, 세계 최대급 인공 해변과 서프풀을 갖췄다.

2020년 개장한 웨이브파크는 코로나19 여파로 정상 운영이 쉽지 않았으나, 올해는 벌써 피서지로 주목받는다. 성수기를 피해 조금 일찍 떠나는 여름휴가를 계획하는 이들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주변 거북섬 일대가 개발 중이나, 웨이브파크의 에메랄드빛 물과 야자수 등이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해 해외 휴가지 못지않다.

피서지로 주목

인공 서핑장을 선입관으로 볼 까닭은 없다. 웨이브파크는 거북섬과 해안선을 연결한 부지 에 조성해, 자연 해변에 온 듯하다. 무엇보다 인공 서핑장의 서핑 환경이 장점이다. 자연 해변은 파도 차트(예보)를 미리 확인하고 찾아도 바다가 변덕을 부리면 속수무책이다. 그 또한 서핑의 묘미지만, 짧은 휴가나 서핑을 목적으로 한 여행이라면 다르다. 높이와 길이, 강도 등이 다른 파도를 끊이지 않고 공급해주어 서핑의 매력을 더한다. 상급자는 파도에 구애 없이 서핑에 몰입하고, 입문자는 기본 동작을 반복해서 익히기에 제격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수도권 이용자 중에는 주말에 정기 강습을 받는 이도 적잖다. 이를 반영하듯 웨이브파크는 서핑 레슨을 수준별로 체계화했다.

베이 초급 레슨은 서핑 입문자를 대상으로 패들, 테이크오프 같은 동작을 교육하고, 직접 파도를 잡아 롱 라이딩을 할 수 있게 돕는다. 베이 초급 레슨을 수료한 사람이나 혼자 파도 잡기가 가능한 이는 베이 중급 레슨을, 턴이나 컷백 등 고급 기술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리프 레벨업 레슨으로 단계를 높인다. 각 레슨은 정원이 10~12명이며, 안전 교육과 지상 교육·수상 교육 순으로 약 1시간25분 동안 진행한다. 어린이 레슨 역시 마찬가지다. 강습비에는 소프트톱보드와 슈트 대여비가 포함된다. 자유 서핑을 하는 이도 슈트 착용은 필수다.

시설은 크게 서프존과 미오코스타존으로 나뉜다. 서프존은 부챗살 모양 서핑 전용 풀이다. 가운데 이동로를 기준 삼아 좌우 서프코브(서핑장)로 구분하는데, 각각 파도의 방향이 다르다. 서핑할 때 오른발이 앞이냐(goofy), 왼발이 앞이냐(regular)에 따라 선택하기도 하는데 정해진 규칙은 없다. 서프코브는 길이 240m, 시간당 파도가 최대 약 1000회 생성된다. 좌우 코브는 다시 가장 안쪽의 파도가 만들어지는 리프존에서 거품 파도가 이는 베이존으로 이어진다. 베이존은 0.5~1.0m 거품 파도가 일어 입문자에게 안성맞춤이다. 리프존은 파도 높이 1.0~1.5m 중급 세션과 1.5~1.8m 상급 세션으로 고난도 기술 구사가 가능하다. 시간당 최대 수용 인원은 좌우 리프존에 각 25명, 베이존에 각 50명으로 최대 150명을 넘지 않게 관리한다. 최대 수심이 2.8m지만, 베이존은 발이 닿는 정도라 수영을 못하는 이도 서핑할 수 있다.


아시아 최초 인공 서핑 파크
야자수 등 이국적인 풍경

미오코스타존(옛 웨이브존)은 스페인어 mío costa에서 딴 이름으로, ‘나의 바다’라는 뜻이다. 파도가 치는 미오풀(옛 서프풀), 대형 거북이 인상적인 키즈풀, 활동적인 레크리에이션이 가능한 레크레이션풀 등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블루홀라군은 스쿠버다이빙 체험장이다. 수심 5m 야외 다이빙풀에서 스쿠버다이빙을 배운다. 버디(2인1조의 짝)를 구하지 못한 자격증 소지자는 강사와 함께 ‘펀 스쿠버다이빙’을 한다. 강습은 1시간30분, 펀 스쿠버다이빙은 3시간 진행한다. 3일 과정 자격증 취득 수업도 있다.

웨이브파크는 구역별로 하루 3~7회 물을 여과하고, 자동 계측기를 이용해 식수 수준으로 수질을 관리한다. 서프코브 주변에 쉼터와 강습장을 겸하는 서프빌리지, 뮤직 퍼포먼스와 이벤트가 펼쳐지는 서프스테이지, 유료로 사용하는 선베드와 카바나, 베드 타입 서프라운지 등 쉼터가 있다.

카라반과 푸드 코트에서 숙박과 식사를 할 수 있으며, 서울 강남역과 고속터미널역, 사당역에서 웨이브파크를 오가는 유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입장권은 이용 시설에 따라 자유서핑, 서핑아카데미(서프존 중심), 파크이용권(미오코스타존 중심)으로 나뉜다. 입장한 뒤에는 보관함 열쇠 팔찌를 충전해 현금처럼 사용한다.

오이도가 웨이브파크에서 지척이다. 원래 섬이었으나 일제강점기에 염전을 개발하며 지금처럼 육지로 바뀌었다. 수도권 전철 4호선·수인분당선 오이도역에서 가까워, 전철로 가는 수도권의 바다로 유명하다. 오이도항의 일몰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 송도와 시화방조제를 물들이는 해 질 녘 풍경이 장관이다. 야간 조명이 아름다운 생명의나무에서 빨강등대까지 거닐며 하루를 마무리할 만하다.

오이도선사유적공원은 서해를 대표하는 시흥 오이도 유적(사적)에 조성했다. 기원전 3500~3000년경 신석기시대 조개더미(패총)가 발견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공원은 오이도항과 접한 동쪽 언덕을 아우른다. 전망대에 오르면 오이도 일대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패총전시관을 지나 선사체험마을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도 일품이다.


시흥오이도박물관은 빗살무늬토기를 모티프로 한 지상 4층 건물이다. 주로 선사시대 유물을 전시하며, 어린이체험실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도로 위 육교로 연결되는 건물이 인상적인데, 육교에서 오이도 전경이 내려다보인다. 드라마 〈그해 우리는〉에서 국연수(김다미 분)의 출장지이자, 최웅(최우식 분)과 데이트 한 장소로 나왔다. 오이도선사유적공원 전망대와 시흥오이도박물관은 일몰 명소로 손색이 없다.

시흥오이도박물관

갯골생태공원은 내륙 안쪽에 형성된 경기도 유일의 내만 갯벌 인근을 아우른다. 옛 염전의 자취가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전하는 곳이기도 하다. 높이 22m 목조 흔들전망대(현재 시설 점검 중), 옛 소금 창고 등 알차게 누릴 것이 많다. 이른 여름 하늘하늘한 여행의 쉼터로 삼기에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체험 여행: 웨이브파크→시흥오이도박물관→오이도선사유적공원 
풍경 여행: 웨이브파크→오이도 빨강등대&생명의나무→갯골생태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웨이브파크→오이도선사유적공원→오이도 빨강등대&생명의나무
둘째 날: 시흥오이도박물관→갯골생태공원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시흥시청 www.siheung.go.kr
- 웨이브파크 www.wavepark.co.kr
- 시흥오이도박물관&선사유적공원 https://oidomuseum.siheung.go.kr

문의 전화   
- 시흥시청 관광과 031)310-2904
- 웨이브파크 1544-9662
- 오이도선사유적공원 031)488-6909(시설)/031)310-3460(교육)
- 시흥오이도박물관 031)310-3052
- 갯골생태공원 031)488-6900

대중교통
[전철, 버스] 수도권 전철 4호선·수인분당선 오이도역 1번 출구, 오이도역 정류장에서 99-3번 일반버스 이용, MTV웨이브파크정문 정류장 하차, 웨이브파크까지 도보 약 4분. 
*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시흥교통 031)483-6035, www.shbus.net

자가운전
평택시흥고속도로 남안산톨게이트→성곡로 돌안말공원 방면 우회전, 621m→만해로 우회전, 514m→신원로 좌회전, 912m→번영2로 우회전, 587m→시화로 좌회전, 540m→번영1로 우회전, 4.6㎞→서해안로 시흥시맑은물관리센터·시화방조제 방면 좌회전, 613m→대부도 방면 고가도로 진입, 2.3㎞→시화멀티테크노밸리 방면 좌회전, 722m→좌회전, 391m→웨이브파크

숙박 정보
- 벨라지오관광호텔: 시흥시 연성로13번길, 031)404-7711
- 리브라이프호텔: 시흥시 중심상가1길, 031)496-0770
- 호텔리브레: 시흥시 서촌상가3길, 031)506-3911, https://librehotel.modoo.at

식당 정보
- 조개포차(명품조개한상차림): 시흥시 오이도로, 031)319-5238
- 장금이(연근 요리): 시흥시 피울길, 031)484-6040, www.ok114.co.kr/0314846040
- 소래버섯나라 본점(소고기버섯샤부샤부): 시흥시 동서로, 031)431-3613, www.soraenara.com

주변 볼거리
물왕저수지, 월곶포구, 연꽃테마파크, 관곡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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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