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과학여행 ①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지질 변천사

‘먼 옛날 지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최초 생명체는 언제, 어떻게 생겼을까?’‘인류가 등장하기 전, 지구에는 어떤 생물이 살았을까?’ 이런 궁금증을 단번에 풀어주는 재미난 학습 공간이 있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에서 지구 탄생부터 지금까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어떤 생물이 등장했다 사라졌는지 살펴본 뒤 화석 탁본을 뜨거나 증강현실(AR) 체험을 해보자.

강원도 태백은 인근 영월, 정선, 평창과 함께 고생대 지층이 분포한 지역이다. 크기와 종류가 각양각색인 삼엽충 화석이 많이 발견됐다. 삼엽충은 고생대 바다를 주름잡던 생물이다. 삼엽충 화석이 나왔다는 것은 이 지역이 예전에 바다였다는 뜻이다. 해외에서는 아프리카의 모로코와 미국 유타가 삼엽충 화석지로 유명하다. 고생대 말까지 번성한 삼엽충은 약 2억5000만년 전에 일어난 후기 고생대 대멸종 때 사라졌다고 한다.

다양한 볼거리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은 이런 배경이 있는 고생대 지층에 들어선 유일한 박물관이다. 이름처럼 고생대 전문 박물관이지만, 선캄브리아대부터 고생대와 중생대를 거쳐 신생대까지 지질시대를 아우르는 전시 콘텐츠를 선보인다. 2층 전시실에서 선캄브리아대~중기 고생대 생물을 만나고, 3층 후기 고생대~신생대 전시실을 둘러본 다음, 1층으로 내려와 체험 활동에 참여한다.

관람에 앞서 지질시대 구분과 시대별 중요한 사건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지질시대는 크게 넷으로 나눈다. 선캄브리아대는 지질시대 중 가장 오랜 기간으로, 최초 생명체인 박테리아가 등장했다. 뒤이은 고생대는 캄브리아기, 오르도비스기, 실루리아기, 데본기, 석탄기, 페름기로 구분한다. 둘씩 묶어 전기 고생대, 중기 고생대, 후기 고생대라고 한다. 육상식물, 어류, 파충류가 이때 나타났다.

가장 많이 들어봤을 중생대는 트라이아스기, 쥐라기, 백악기로 나눈다. 공룡의 등장과 멸종이 모두 중생대에 일어났다. 신생대는 3기와 4기로 구분한다. 6500만년 전인 신생대 4기에 드디어 인류가 등장했다. 지구를 본떠 만든 전시실 입구 바닥에 46억년 지구 역사를 24시간으로 나눠 표현했다. 지구 역사에서 인류 역사는 찰나에 불과하다.


2층 고생대 전시실의 주인공은 단연 삼엽충이다. 국내외에서 발견된 크고 작은 화석과 거대한 모형이 눈길을 끈다. 고대 바닷속을 생생하게 재현한 4면 몰입형 영상 체험 존도 인기 만점이다. 삼엽충은 눈이 있는 최초 생물로 알려졌다. 절지동물에 속하고 몸은 가로 세 부분으로 나뉜다. 크기는 대개 수 ㎝지만, 90㎝에 달하는 표본도 있다. 지금까지 모든 대륙에서 1만5000여 종이 발견됐다고 한다.

3층은 삼엽충을 포함한 생물 96%가 사라진 후기 고생대 대멸종, 공룡의 시대로 알려진 중생대의 시작과 끝, 인류의 출현 등 시간순으로 간략하게 전시한다. 공룡 골격, 축소 공룡 모형, 2004년 제주 바닷가에서 발견된 구석기인 발자국 화석 등이 흥미롭다.

고생대 지층이 분포한 지역
각양각색 삼엽충 화석 발견

전시를 관람하다 보면 2~3층을 돌아다니는 로봇과 자주 마주친다. 올해 처음 도입한 자율 주행 안내 로봇으로, 관람객을 찾아다니며 도슨트 역할을 한다. 전시물 해설과 편의 시설 안내는 물론, 관람객과 함께 기념사진도 찍는다. ‘로봇이 찍어주기’ 기능을 선택하면 전면 카메라로 촬영해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전송해준다.

1층에 내려오면 체험전시실이 기다린다. 자석 퍼즐로 삼엽충 맞추기, 화석으로 고생대 생물 알아보기, 탁본 뜨기 등 놀이와 학습을 겸한 여러 가지 체험이 가능하다. 고생대 생물을 프린트한 원판 뒷면 QR 코드를 카메라에 대면 입체형 생물이 화면에 나오는 증강현실 체험도 있다. 삼엽충 만들기, 컵에 삼엽충 그리기처럼 시간이 정해진 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참고한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관람료는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이다.

박물관 주변은 고생대 퇴적 지형과 화석을 관찰하는 자연 학습장이다. 구문소(천연기념물)로 이어지는 산책로도 걸어보자. 구문소는 고생대에 황지천과 철암천 물줄기가 지하 동굴에서 만나 석벽을 깎아 만든 독특한 지형이다. 높이 20~30m 암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고, 그 아래 깊은 웅덩이가 있다. 박물관 앞을 부드럽게 흐르던 물길이 구문소에 가까워지자 포말을 일으키며 세차게 흘러내린다. 구문소 서쪽 도로에 일제강점기에 뚫은 굴이 있다.

구문소를 지난 황지천 물줄기는 남쪽으로 흘러 낙동강 본류가 된다. 시내 중심부 황지가 발원지다. 황지는 한강 발원지인 검룡소(명승)와 함께 태백의 자랑이다. 상지, 중지, 하지 3개 못으로 이뤄진다. 상지에 깊이를 알 수 없는 굴이 있어 하루 5000t가량 물이 솟아나고, 연중 9~11℃를 유지한다고 한다. 시내에 묵는다면 복원된 황지천 물길을 따라 아침 산책을 즐겨도 좋다.


박물관 근처에 아이들이 반길 만한 곳도 있다. 국내 최대 안전 체험 테마파크 365세이프타운이다. 산불, 설해, 풍수해, 지진, 대테러 등 안전을 주제로 교육과 놀이 시설을 결합했다. 4D 시뮬레이터 구명보트와 가상 소방 헬기를 타고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체험은 웬만한 테마파크 놀이 기구 뺨치는 박진감을 선사한다. 케이블카를 타고 문필봉 정상에 오르면 야외 체험 시설 챌린지월드가 있다.

몽토랑산양목장

요즘 태백에서 가장 잘나가는 신규 관광지로 몽토랑산양목장을 꼽는다. 해발 800m 고원에 자리한 목장은 알프스를 닮은 이국적인 풍경으로 사랑받는다. 산양 먹이 주기, 새끼 산양 젖 주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을 해볼 수 있어 아이들과 가기 적당하다. 카페를 겸한 판매장에서 산양유크림빵, 산양유블루베리요거트, 산양유아이스크림 등 별미도 맛보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와 창 너머 시원한 풍경 덕에 SNS 포토 존으로 인기다. 피크닉 세트를 대여해 봄을 만끽하는 방법도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구문소→365세이프타운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구문소→365세이프타운
둘째 날: 황지→몽토랑산양목장→매봉산 바람의언덕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태백관광 https://tour.taebaek.go.kr/tour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https://tour.taebaek.go.kr/tpmuseum
- 강원고생대국가지질공원 www.paleozoicgp.com
- 365세이프타운 www.taebaek.go.kr/365safetown
-  몽토랑산양목장 www.mongtorang.co.kr  

문의 전화   
- 태백시청 문화관광과 033)550-2667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033)581-8181, 3003
- 365세이프타운 033)550-3101~4
- 몽토랑산양목장 033)553-0102

대중교통
[버스] 서울-태백,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8~21회(06:00~22:3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태백터미널 정류장에서 1번·4번·13번 등 일반버스 이용, 자연사박물관 정류장 하차,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까지 도보 약 18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태백시외버스터미널 1588-0585, www.bustaja.com
[기차] 청량리역-태백역, 무궁화호 하루 5회(07:35~19:10) 운행, 3시간20분~3시간40분 소요. 태백역에서 태백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약 210m 이동, 1번·4번·13번 등 일반버스 이용, 자연사박물관 정류장 하차,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까지 도보 약 18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에서 풍기·소백산국립공원·북영주 방면→봉현교차로에서 단양·영주·봉화 방면→가흥교차로에서 울진 방면→황평교차로에서 동해·태백 방면→태백교차로에서 석포·동점·철암 방면→사군드리길 방면→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숙박 정보
- 오투리조트: 태백시 서학로, 033)580-7000, www.o2resort.com
- 카스텔로리젠시태백관광호텔: 태백시 연지로, 033)553-2211
- 태백산민박촌: 태백시 천제단길, 033)553-7440, https://reservation.knps.or.kr/main.action(국립공원공단예약시스템)
- 블루문게스트하우스: 태백시 석공길, 033)581-0880, www.guesthousebluemoon.co.kr

식당 정보
- 현대실비식당(등심·갈빗살): 태백시 시장북길, 033)552-6324
- 한밭식당(산나물가마솥밥·굴밥): 태백시 먹거리길, 033)552-3160
- 김서방네닭갈비(물닭갈비): 태백시 시장남1길, 033)553-6378
- 구와우순두부(순두부·모두부): 태백시 구와우길, 033) 552-7124, 554-7223
- 들빛정식(영양돌솥정식·고추장더덕삼겹): 태백시 먹거리1길, 033)553-9446

주변 볼거리
상장동벽화마을, 철암탄광역사촌, 태백 철암역두 선탄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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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