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만 걷자 ④장흥 선학동유채마을

들판에 가득한 노란 봄

봄이 왔다. 동백나무를 시작으로 산수유, 매실나무, 개나리, 벚나무가 차례로 꽃을 피운다. 여기에 유채가 봄의 아름다움을 더한다. 들판을 온통 노란빛으로 물들인다. 사람들은 유채 하면 제주를 떠올리지만, 장흥도 못지않다. 선학동유채마을은 해마다 봄이면 노랗게 치장하고 상춘객과 사진작가들을 불러 모은다.

유채꽃을 보러 가기 전, 잠깐 장흥의 문학에 대해 알아보자. ‘장흥에서 글 자랑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서편제〉의 이청준,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한승원, 〈녹두장군〉의 송기숙, 〈생의 이면〉을 쓴 이승우 등 한국 현대문학을 빛낸 문인들이 장흥 출신이다. 시인으로는 김영남, 이성관, 이한성, 박순길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작가는 단연 고 이청준 선생이다. 그는 1960년대 중반 문단에 나와 40여 년 동안 우리 소설계를 이끌었으며, 장흥을 무대로 많은 작품을 썼다.

장흥의 문학

이청준 선생이 태어난 곳이 회진면 진목마을이다. 그는 중편 〈인문주의자 무소작 씨의 종생기〉에 “큰 산 꼭대기 구룡봉에서 바라본 세상은 끝없이 넓었다. 작은 동산 같은 그의 마을 뒷산 너머로 남해의 푸른 바다가 아득히 하늘로 이어져가고 북으로는 수많은 산들이 부연 연무 속으로 겹겹이 멀어져가고 있었다”라고 묘사했다. 마을 풍경이 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진목마을에 가다 보면 멀리 득량만 바다를 바라보는 산자락이 노랗게 물든 것이 보인다. 마을 주변 논밭에 유채꽃이 가득 피어 봄바람에 흔들린다. 2019년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2-너는 내 운명〉에서 최수종·하희라 부부가 선학동에서 한 달 살기를 체험했는데, 이 길을 걷는 장면이 나왔다.

선학동유채마을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비워둔 논과 밭에 보리를 심으려고 했다. 하지만 정부에서 보리를 수매하지 않아 대체 작물로 유채를 파종했고, 이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2014년 전남 경관우수시범마을, 2015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새뜰마을로 지정했고, 2017년에는 장흥9경에 들었다. 유채밭이 마을을 싹 바꾼 셈이다.

유채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자그마한 원두막에 닿는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노란 유채꽃 물결 너머로 쪽빛 득량만 바다가 펼쳐진다. 사진작가들도 몽환적인 이 풍경을 찍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자리 잡는다. 유채밭은 30~60분이면 돌아볼 수 있을 정도다. 그다지 넓지 않지만, 봄의 정취를 느끼기에 결코 모자람이 없다. 원두막에 가만히 앉아 노랗게 흔들리는 유채꽃을 바라보노라면 온몸에 봄이 스며드는 것 같다. 유채밭은 가을이면 메밀밭으로 변한다. 9월 말부터 메밀꽃이 피기 시작해 10월 중순에 절정을 이룬다.

유채밭을 나와서는 진목마을로 가자. 마을 입구에서 좁은 골목을 돌아가면 이청준 선생의 단편 〈눈길〉에서 어머니가 “다섯 칸 겹집에다 앞뒤 터가 운동장이었더니라”고 자랑한 생가가 보인다. 조그만 집 방에는 선생의 사진과 유물이 다소곳이 놓였고, 마당에는 지금도 사람이 사는 듯 장독대가 앉았다. 선생은 이곳 진목에서 중학생 때까지 보냈다고 한다.

봄이면 상춘객·사진작가 불러 모아
한국 현대문학 빛낸 장흥 출신 문인들

마을 동쪽에는 옛날에 포구가 있었지만, 지금은 간척해 논으로 바뀌었다. 작가가 어릴 때만 해도 밀물이 들 때면 바다에 드리운 산줄기가 학이 날아오르는 모습처럼 보였다고 한다. 선생은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남도 사람〉 가운데 한 편인 〈선학동 나그네〉를 썼고, 임권택 감독이 자신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으로 만들었다. 마을 갯가 둑에 〈천년학〉 세트장이 있다. 방앗간 겸 선술집으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찍었다. 이후에도 드라마 〈일지매〉 〈꽃할배 수사대〉를 이곳에서 촬영했다.

해마다 물축제를 여는 장흥은 물을 주제로 여행할 수도 있다. 읍내에 자리한 탐진강 변에서 여행을 시작한다. 강변을 따라 자전거도로와 산책로가 잘 정비돼 느긋하고 여유로운 산책을 즐기기 적당하다. 저녁 무렵 장흥대교나 예양교에 올라 탐진강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봐도 운치 있다.

아이들과 떠난 길이라면 장흥다목적댐 물문화관에 가볼 것을 권한다. 장흥댐은 탐진강 하류의 홍수 피해를 막고, 전남 9개 시·군에 생활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었다. 댐을 건설하면서 장흥군 유치면과 부산면, 강진군 옴천면에 살던 697세대가 수몰됐는데, 물문화관에 수몰 지역의 문화와 유물을 전시한다. 1층 역사문화실, 2층 워터리움과 전망대로 구성되며 수자원의 중요성, 물의 원리를 살펴보는 과학 놀이 등 흥미로운 체험 거리가 많다.

억불산은 울창한 편백 숲으로 유명하다. 장흥군이 이 숲에 숙박 시설과 산책로, 삼림욕장 등을 마련해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를 조성했다. 봄 숲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다. 쭉쭉 뻗은 편백 숲 사이에 산책로가 있으며, 편백 톱밥을 깔아놓은 톱밥산책로는 솜이불 위를 걷는 듯 푹신푹신하다.

장흥은 ‘정남진’으로도 불린다. 광화문 기준으로 정남쪽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정남진전망대는 10층 높이로 장흥 앞바다는 물론, 보성과 고흥, 완도의 섬까지 그림 같은 풍광이 펼쳐진다. 입구의 계단을 올라가면 통일정원이 보이는데, 이곳에서 한반도의 정동진(강릉)과 정남진(장흥), 정북진(중강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정남진전망대

장흥삼합은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 관자를 함께 구워 먹는 음식이다. 한우의 진한 맛과 표고버섯의 감칠맛, 관자의 부드러운 맛이 어우러져 들판과 산, 바다의 기운을 한 번에 맛보는 별미다. 장흥 읍내와 정남진장흥토요시장에 식당이 많다. 정육점에서 한우를 사고 식당에 상차림 비용을 내면 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선학동유채마을→진목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선학동유채마을→진목마을
둘째 날: 장흥다목적댐 물문화관→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정남진전망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장흥문화관광 www.jangheung.go.kr/tour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www.jhwoodland.co.kr

문의 전화  
- 장흥군청 문화관광과 061)860-0224
- 장흥다목적댐 물문화관 061)860-3302
- 정남진편백숲우드랜드 061)864-0063
- 정남진전망대 061)867-0399

대중교통
[버스] 서울-장흥,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회(07:50~16:20) 운행, 약 5시간 소요. 장흥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용산행 버스 이용, 용산정류소에서 회진행 버스 환승, 회진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우체국 정류장까지 도보 약 5분, 대덕·진목행 버스 이용, 선학동 정류장 하차, 선학동유채마을까지 도보 약 4분.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고속버스통합예매 www.hticket.co.kr 장흥시외버스터미널 061)863-9036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고창담양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동광주톨게이트→문흥 JC에서 제2순환도로·화순·동광주 방면→소태톨게이트→지원교차로에서 화순·지원동 방면→이양교차로에서 품평리·금능리·장흥 방면→오류삼거리에서 순천·장흥·보성 방면→순지교차로에서 천관산·관산 방면→회진로→선학동유채마을

숙박 정보
- 해오름펜션: 안양면 수문용곡로, 061)862-2288, www.heorm.co.kr
- 스테이1978: 장흥읍 장흥로, 010-2003-8400
- 천관산자연휴양림: 관산읍 칠관로, 061)867-6974, www.foresttrip.go.kr

식당 정보
- 여다지회마을(갯장어샤부샤부): 안양면 한승원산책길, 061)862-1041
- 장흥다원(청태전): 안앙면 기산길, 061)863-8758, https://jangheungdawon.com
- 싱싱회마을(된장물회): 장흥읍 동교3길, 061)863-8555
- 우리집횟집(된장물회): 회진면 회진선창길, 061)867-5208
- 끄니걱정(매생이탕·한우구이): 장흥읍 토요시장2길, 061)862-5678
- 만나숯불갈비(장흥삼합): 장흥읍 물레방앗간길, 061)864-1818

주변 볼거리
유치자연휴양림, 천관산문학공원, 남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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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