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나는 가족여행 ④제주돌문화공원과 교래자연휴양림

자연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는 가족애

제주돌문화공원은 화산섬 제주를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설문대할망과 그 아들들인 오백장군의 전설을 소재로 조성한 복합 문화 공원이다. 자연이 어우러진 드넓은 부지에 제주의 민속과 문화, 신화를 집대성해 가족 여행 코스로 제격이다. 제주돌박물관, 거대한 돌하르방과 두상석이 늘어선 야외 전시장, 옛 초가 마을을 재현한 돌한마을, 선사시대부터 제주의 민간신앙을 아우른 제주돌문화전시관, 오백장군갤러리 등 볼거리가 많다.

 

전기차 ‘오백장군호’는 너른 공원을 좀 더 편하고 효율적으로 관람하기 위한 투어 시설이다. 논스톱으로 운행하며, 약 20분간 야외 공간을 한 바퀴 돌아보고 제주돌박물관 앞에서 하차한다. 설문대할망 전설, 돌하르방이 처음 세워진 이야기, 제주 돌무덤과 동자석, 정주석과 정낭, 말방아 등 전통 돌 문화에 대한 설명도 들려준다. 맑고 화창한 날에는 노란 유채 꽃이 만발한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걸어도 좋다. 가을에는 억새가 흐드러진다.

볼수록 감탄

제주돌박물관은 화산이 빚어낸 기묘한 돌로 가득하다. 특히 돌갤러리에 전시된 돌은 하나하나가 예술 작품처럼 볼수록 감탄스럽다. 시선에 따라 거대한 화산탄이 공작새가 되기도 하고, 꿈틀거리는 용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머니의방’이라 이름 지은 용암굴에는 어머니가 어린 아들을 품에 안은 듯한 용암석이 있는데, 벽에 비친 그림자가 영락없는 모자상이다. 자연이 만든 작품은 언제나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박물관 옥상에 설치한 하늘연못은 설문대할망의 죽음에 얽힌 안타까운 전설을 담았다. 지름 40m, 둘레 125m 원형 공간에 물을 채워 설문대할망이 투신한 죽 솥과 물장오리오름을 형상화했다. 장화를 신고 하늘연못 중앙의 덱에 오르면 파란 하늘과 연못 사이에 선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바농오름이나 한라산을 배경 삼아 찍어도 멋지다. 하늘연못 포토 존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개방하며, 장화는 무료로 대여한다. 하트와 네 잎 클로버, 별 모양 아크릴 와패에 가족의 소원을 적어 연못 둘레에 걸어두자.

제주돌문화공원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1월1일, 명절 당일 휴관), 관람료는 어른 5000원, 청소년 35 00원이다(전기차 이용료 별도). 공원이 워낙 넓어 구석구석 관람하다 보면 2시간도 모자란다. 관람 코스를 미리 숙지하거나 동선을 안내받아 꼼꼼히 둘러보자. 해설사와 동행하면 더 알찬 관람이 된다.

 


제주돌문화공원과 나란히 자리한 교래자연휴양림은 ‘제주의 허파’로 불리는 곶자왈 지대에 있다. 곶자왈은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암괴 지대에 나무와 수풀, 가시덤불이 뒤섞여 자란 천연림으로, 북방 한계 식물과 남방 한계 식물이 공존한다. 교래자연휴양림은 곶자왈의 생태를 가까이 보고 체험하는 곳으로, 숲길과 곶자왈생태체험관, 숙소, 야영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사계절 초록빛인 숲길은 가볍게 탐방하기 좋은 생태관찰로와 큰지그리오름을 왕복하는 오름산책로가 있다. 생태관찰로를 따라 숲을 둘러보는 데 40분, 편백 숲을 거쳐 큰지그리오름까지 다녀오면 2시간30분~3시간이 걸린다. 숲은 조금만 들어서도 깊은 산속처럼 비밀스러운 기운이 감돈다. 길이 험하진 않지만 울퉁불퉁한 돌길이 이어져 트레킹화를 신는 게 편하다.

제주 민속·문화·신화 집대성
아이들 뛰어놀고 부모는 힐링

흙이 부족한 곶자왈의 특성상 교래자연휴양림에는 바위나 돌 틈에 뿌리를 내린 나무가 많다. 나무뿌리가 어찌나 단단하지 그대로 굳어 바위와 한 몸이 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고 굳건히 자란 나무가 대견할 따름이다. 숲에는 나무와 풀만 사는 게 아니다. 우거진 숲 사이로 노루가 껑충거리며 뛰어가기도 하고, 새들이 쉴 새 없이 지저귀며 귀를 즐겁게 한다.

 

숲길 끝에 다다르면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며 빽빽한 편백 숲이 펼쳐진다. 여기부터 큰지그리오름까지 비탈진 기슭을 올라야 하니, 나무 아래 놓인 평상에서 잠시 쉬어보자. 오름 정상에 전망 덱이 있어 한라산부터 바다까지 푸르게 빛나는 제주가 한눈에 담긴다. 교래자연휴양림 이용 시간은 오전 9시~오후 4시(연중무휴),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청소년 600원이다.

 

제주돌문화공원과 교래자연휴양림에서 남조로를 따라 자동차로 10분쯤 이동하면 사려니숲(붉은오름 입구)에 닿는다. 노부모나 영·유아 자녀가 있는 가족은 무장애나눔길을 이용하면 편하다. 삼나무가 우거진 숲길에 나무 덱을 설치해 휠체어와 유모차 통행도 문제없고, 온 가족이 편안하게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피톤치드 가득한 숲속은 천연 치유 공간이다. 천천히 심호흡하며 걷기만 해도 몸이 개운하고 가뿐해진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만화 〈피너츠〉를 테마로 꾸민 스누피가든은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스누피, 찰리 브라운, 루시, 라이너스 등 귀여운 캐릭터와 함께 마음이 따뜻한 시간을 보내자. 실내 전시관인 가든하우스는 스누피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5개 테마로 전시했다. 만화가 찰스 슐츠는 1950년부터 5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피너츠〉를 연재했는데, 그 수가 1만7897편에 이른다. 4컷 만화에 담긴 소소한 행복과 위로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잔잔한 감동

야외가든은 숲에 꾸민 동화의 세계다. 천연림에 조성한 11개 테마 정원과 예쁜 카페에서 여유롭게 휴식할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우든어드벤처와 숲 위를 걷는 하이라인덱 시설도 눈길을 끈다. 루시의 가드닝스쿨에서 컬러링과 보태니컬 아트 체험을 진행한다. 호숫가 나루터는 지난해 말 방탄소년단 지민이 스누피와 나란히 앉아 사진을 찍어 유명해졌다. 노을 질 무렵 더욱 감성적인 풍경이 된다.

스누피가든 바로 옆이 아부오름이다. 높이 50m 정도여서 아이들도 쉽게 오른다. 5분이면 정상에 닿을 만큼 야트막하지만, 한라산과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로 펼쳐진 전경에 가슴이 탁 트인다. 분화구 둘레를 따라 산책에 나서는 동안 일상에 쌓인 스트레스가 훌훌 날아간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제주돌문화공원→교래자연휴양림→스누피가든→아부오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제주돌문화공원→교래자연휴양림→아부오름→하도리 별방진
둘째 날: 스누피가든→가시리 유채꽃단지→사려니숲 무장애나눔길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비짓제주 www.visitjeju.net,
- 제주돌문화공원www.jeju.go.kr/je justonepark,
- 교래자연휴양림 www.jeju.go.kr/jejustoneparkfo rest,
- 스누피가든 www.snoopygarden.com  

문의 전화
-제주관광정보센터 064)740-6000,
-제주돌문화공원 064)710-7764~5,
-교래자연휴양림 064)710-8673,
-스누피가든 064)903 -1111

대중교통
[버스] 제주국제공항에서 101번·181번 급행버스나 1111번 순환버스 등 이용, 제주버스터미널 정류장에서 231번 간선버스 환승, 제주돌문화공원 정류장 하차, 제주돌문화공원과 교래자연휴양림 매표소까지 도보 약 10분.
*문의: 제주버스정보시스템 http://bus.je ju.go.kr

자가운전
제주국제공항→마리나사거리에서 우회전→연삼로→거로사거리에서 우회전, 10.8㎞ 직진→남조로교차로에서 우회전, 2.6㎞ 직진→제주돌문화공원 방면 우회전→제주돌문화공원, 교래자연휴양림

숙박 정보
- 한화리조트 제주: 제주시 명림로, 064)725-9000, www.hanwharesort.co.kr
- MJ리조트: 구좌읍 해맞이해안로, 064)783-22 32, www.mjresort.co.kr
- 소랑풀빌라: 조천읍 곱은달남길, 064) 710-1000, http://sorangjeju.com

식당 정보
- 성미가든: 토종닭샤부샤부, 조천읍 교래1길, 064)783-7092
- 원조교래손칼국수: 토종닭칼국수, 조천읍 비자림로, 064)782-9870, www.064-782-9870.kti114.net
- 한울타리한우정육식당: 한우불고기, 구좌읍 송당서길, 064)782-3913
- 양화정: 양갈비, 구좌읍 세평항로, 064)782-9969

주변 볼거리
제주센트럴파크, 산굼부리, 보롬왓, 백약이오름, 안돌오름 비밀의숲, 세화해수욕장, 제주해녀박물관 등

 


<webmast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