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와 부작용' 공공임대주택 빛과 그림자

주거 복지 사이 허점투성이

[일요시사 취재1팀] 남정운 기자 = 공공임대주택. 공공 주택 사업자가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주택도시기금을 지원받아 공급하는 주택을 말한다.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하거나 임대 후 분양전환하는 일종의 ‘주거복지사업’이다. 집값이 급등한 상황 속에서 그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불법투기·입주민 차별 등 다양한 문제가 불거지면서 일각에서는 “많이 짓기만 하는 게 능사가 아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집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 지난 15일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문재인정부 5년 동안 전국 평균 아파트값은 37.59%, 서울은 61.59%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중위 주택 가격은 약 6억600만원에서 10억9000만원으로 4억8000만원 이상 올랐다.

‘영끌’ 매입
젊은층 각광

가능한 사람들은 앞다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해 집을 샀다. 결국 무주택자로 남겨진 것은 대부분 사회초년생·신혼부부 등이다. 이들에게는 같은 아픔이 있다. 모아둔 돈은 비교적 적은데 오히려 주거안정은 가장 절실하다는 것이다.

전셋값도 지난 5년간 급등(전국 19%·서울 30%)한 가운데, 대출도 어려워졌다. 이들이 기댈 곳은 사실상 공공임대주택뿐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현 정부와 차기 정부 모두 공공임대주택 확충에 적극적이다. 문정부는 임기 중 공공임대주택을 85만호 공급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때 각각 21만호, 40만호 공급된 것에 비해 크게 늘었다.


제도 개선도 이어졌다. 우선 문정부는 저소득층·신혼부부·청년 등에게 입주 우선권을 부여했다. 아울러 다양한 공공임대주택 유형을 ‘통합 공공임대주택’으로 일원화했다.

앞서 공공임대주택은 1989년 도입된 영구임대주택, 1998년 국민임대주택, 2013년 행복주택 등 10가지 유형으로 세분화돼있었다. 각 유형별 소득·자산 기준이 제각각이라 수요자들이 일일이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문정부 들어서부터는 ‘중위소득 150% 이하, 자산 2억9200만원 이하인 무주택세대 구성원’ 등으로 신청 기준이 단순해졌다. 

공급 방식도 바뀌었다. 주택 유형별로 고정된 면적을 공급하던 것을 가구원 수에 따라 수요자가 여러 면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60㎡가 넘는 중형 면적도 새로 도입했다.

공공임대주택 보급은 차기 정부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앞서 대선 기간 중 ‘비정상 거처 거주자 완전 해소’를 공약하면서 공공임대주택 추가 보급을 시사했다.

“임대차 시장이 공공임대주택 위주에서 민간임대주택 활성화로 전환돼야 한다”는 지론을 펴면서도, 주거 복지 차원의 공공임대주택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공약집 98페이지에 “건설임대 중심으로 공공임대주택을 연평균 10만호씩 50만호 공급”이라고 명시했다. 문정부에 비하면 줄어든 수치이지만 과거 보수정권들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한편 일부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은 “많이 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정부와 관련 기관들을 비판하고 있다. 공공임대주택이 늘어가면서 여러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는 탓이다. 이른바 ‘사후관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공공임대주택과 관련된 논란은 크게 4가지다. 공공임대주택 불법투기 문제·꼼수 입주 문제·분양전환가 폭등 문제·임대 주민 차별 문제 등이다.

공공임대주택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보급되는 만큼, 각종 거래·임대가 제한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임대주택을 매매·임대하는 사례가 꾸준히 적발되고 있다. 

집값 폭등 무주택자 설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

최근 경기도가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불법투기를 무더기로 적발한 사례가 눈에 띈다. 경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장은 지난 16일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12월부터 도내 공공임대주택을 대상으로 불법 매매·임대, 입주 자격 위반행위 등에 대해 기획수사를 벌여 불법행위자 81명, 불법 중개사 70명 등 총 151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경기기도 공정특별사법경찰단(이하 특사경)은 성남 판교·수원 광교·화성 동탄 등 경기도 소재 7개 신도시 공공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해왔다. 특사경에 따르면 파주 소재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A씨는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임대주택을 매매금지 기간에 불법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10년 거주 뒤 분양전환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거주 9년째에 아파트를 4억원에 팔아넘겼다. 1년 뒤 이 아파트의 분양전환가는 2억3000만원으로 확정됐다. 불법 매매를 통해 1억7000만원의 시세차익을 추가로 챙긴 셈이다.

심지어 이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는 A씨를 포함해 총 7건의 공공임대주택 판매·임대에 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3달 만에 고객들에게 총 13억6000만원의 불법 이익을 제공했고, 그 대가로 83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공공임대주택 세입자가 다시 세를 놓은 사례도 적발됐다. 성남 판교 공공임대주택 임차인 B씨는 공인중개사와 공모해 자신이 들어간 집을 타인에게 임대했다. 보증금 2억8000만원 전세 임대계약 위에 보증금 2억5000만원·월세 265만원 월세 임대계약을 덮어썼다.

이번에 이 같은 수법으로 적발된 불법투기 규모는 484억원에 달한다. 경기도 밖의 다른 지역 사례까지 포함하면 불법투기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합리적 추론도 가능하다.

불법투기로 취하는 이득에 비해 처벌이 약한 것도 문제다. 현행법상 공공임대주택을 불법으로 매매·임대하거나 이를 중개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불법투기를 통해 최대 수억원을 벌 수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꼼수 입주’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꼼수 입주는 애초에 입주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자격이 있는 사람들을 제치고 입주한다는 점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가져온다. 입주에 지원했다가 떨어진 사람들이 두 배로 억울한 상황을 맞게 되는 셈이다.


“많이 짓는 게 
능사가 아니다”

꼼수 입주는 대개 관련 서류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이루어진다. 입주 조건을 벗어나는 재산의 일부·전부를 다른 사람 명의로 돌려놓고, 입주 조건을 충족하는 것처럼 눈속임하는 방식이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이전 5년간 서울시 공공임대주택에서 소득 초과‧불법 전대 등으로 적발된 부적격 입주가 1900여건에 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제출된 자료를 보면, 부적격 사유로는 주택 소유가 1108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소득 초과 551건, 부동산 초과 118건, 차량 가액 초과 68건 순이었다.

차량 가액 초과는 여전히 골칫거리로 남았다. 최근 성남·화성 등 여러 행복주택 주차장에서 고가의 외제차가 다수 발견돼 논란이 일었다.

행복주택은 공공임대주택의 일종으로, 시세의 60~80% 수준으로 공급된다. 3496만원 보다 비싼 차를 소유했다면 이곳에 입주할 수 없는데도, 이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대의 외제차가 심심찮게 발견되고 있다.

특사경에 따르면 화성에 위치한 한 행복주택에는 외제차가 47대나 등록돼있었다. 입주 조건을 위반한 것이 확실한 차량도 12대에 달했다. 실제로 해당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는 BMW7 시리즈, 아우디, 머스탱 등의 고급 외제차들이 즐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차량 지분 쪼개기’ 수법으로 차량가액 초과를 피했다. 억대를 호가하는 차량의 지분을 1~2% 정도만 입주자 이름으로 등록하고, 나머지는 부모‧지인 등의 명의로 돌려놨다.

차량 명의를 완전히 돌려놓고, ‘방문 차량’으로 속여 계속 드나든 사례도 덜미를 잡혔다. 무자격 동거인을 활용한 수법도 발각됐다. 한 입주자는 1인 세대 조건 청년 자격으로 당첨됐지만, 무자격 동거인과 함께 거주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동거인 명의로 고가 외제차를 소유했다는 혐의도 더해졌다.

당국의 감시가 허술했다는 지적에 이어 ‘공공임대 분양전환 제도의 허점이 입주민을 난처한 상황에 몰아넣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공임대 분양전환은 일정 임대기간을 마치면 분양권을 주는 주거 안정 정책이다.

집값이 급등하면서 분양전환 가격 부담도 덩달아 커졌는데, 현행법에 따르면 커진 부담이 온전히 입주민들에게 향한다는 주장이다.

LH가 “현행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수수방관하는 가운데, 일관성 없는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부천의 한 공공임대주택은 오는 10월 조기 분양전환을 앞두고 있다. 2017년 입주 당시에는 2억원 초반이었던 주변 집값이 지금은 8억원대로 폭등했다. 이대로 분양전환이 진행되면 분양전환가는 7억원을 넘어선다. 5년 공공임대주택에서 10년 공공임대주택으로 넘어오면서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이 바뀐 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LH는 5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를 주택 감정평가액와 건설원가 평균금액으로 산정한다. 반면 10년 공공임대주택은 감정평가액을 넘지 않게 한다는 상한선만 뒀다. 상대적으로 10년 공공임대 아파트의 감정평가액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박탈감
허탈감

이에 주민들은 “10년 공공임대주택도 5년 공공임대주택처럼 분양전환가를 산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분양전환을 기다리고 있는 10년 공공임대주택은 전국에 26만호가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LH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LH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가격 책정은 분양시점으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법규”라며 “임의로 가격을 다시 책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임대 기간 동안 집값이 이렇게 폭등할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면서 “만약 집값이 떨어졌다면 그걸 반영해 분양가가 낮아졌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입법 과정에서 집값 폭등 가능성을 상정하지 못했고, 분양전환가 산정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관련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결국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 등 10명이 관련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10년 공공임대주택 분양전환가 산정에도 건설원가 평균금액 등을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김 의원은 “아직 분양전환되지 않은 10년 공공임대주택 26만8000여호에도 개정 규정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국가를 믿고 공공임대에 입주한 국민들의 고통을 방임해서는 안 된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다만 아직 별다른 진전은 없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소관위원회에 회부된 이후 추가 절차에 들어가지는 못한 상태다.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사회의 차별적인 시선도 입주민들의 고충이다. 공공임대주택 님비현상부터 각종 별칭까지 생기면서, 일각에서는 공공임대주택 입주를 꺼리는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문정부는 2020년 ‘8·4부동산대책’에서 수도권 주택 공급 방안으로 마포구 상암 DMC 부지,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부지 등에 공공임대주택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지역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심지어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지역구 의원들과 지자체장이 이례적으로 공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들만의 돌출행동은 아니다. 국민 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17년 5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접수된 전체 공공임대주택 관련 가운데 임대주택 건설을 반대하는 내용이 29.8%(1068건)로 가장 많았다.

투기, 꼼수 입주, 차별 등 부상
사후관리 체계 마련 필요성 대두

2020년 LH가 실시한 심층 면접 결과를 살펴보면 “장애인이나 고령자가 동네에 많아져서 마트나 은행에 갔을 때 대기시간이 길어진다” “부모님 보살핌을 못 받는 기초생활수급자 자녀들끼리 어울려 집단을 형성하는데, 불량학생이 많다” 등 실제로도 부정적인 인식이 주를 이뤘다.

이 같은 인식은 임대 주민들의 소외로 이어졌다. 설계구조상 임대 주민과 분양 주민의 동선이 완벽하게 분리되는 아파트가 등장하는가 하면, 입주자 대표회의를 따로 구성하는 곳도 생겨났다. 하다 못해 임대주택과 분양주택 거주 학생들의 학군을 분리하라는 학부모 요구도 이어졌다.

아울러 임대 주민을 지칭하는 여러 가지 혐오 표현도 세간에 알려져 논란이 됐다. 몇 년 전부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휴거지(휴먼시아+거지)’, ‘엘사(LH 아파트 사는 거지)’ 등의 멸칭이 공공연하게 사용되는 것이 드러나면서 온 사회가 충격에 휩싸였던 바 있다.

결국 차별적 시선을 견디다 못해 휴먼시아·LH 등이 들어간 아파트 이름을 바꾸는 곳까지 생겨났다. 수원시 영통구에 위치한 ‘LH휴먼시아’ 아파트는 ‘광교해모로’ 아파트로, 권선구의 능실마을LH 19단지는 ‘호매실 스위첸 능실마을 19단지’로 개명했다.

이 가운데 정부의 정책이 공공임대주택 차별이 만연해지는 것에 일부 기여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존에는 아파트가 들어서면 임대동과 분양동을 나눴다. 단지 내에서도 공간을 명확하게 분리한 게 차별과 편견의 씨앗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에 최근 정부에서는 ‘소셜믹스’ 방식 도입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소셜믹스는 분양 가구와 임대 가구 동을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한 동에 무작위로 배치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어떤 동에 산다는 정보만으로 임대‧분양 주민을 구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 더 많이 접촉하면서 각종 편견들을 없앨 수 있다는 점도 기대할 수 있다.

부동산 정책 전문가들은 “임대주택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오랜 편견을 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길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럭셔리한 공공임대주택에 다양한 계층·연령의 입주자가 들어가고 주변시설이 개선돼 혜택이 제공되면 사람들의 인식이 바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X거지’ 
주홍글씨

산적한 문제에도 존재 필요성은 명확하다. 공공임대주택은 당분간은 무주택자들에게 최적의 대안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많이 짓는 게 능사가 아니다”라는 지적이 “많이 짓지 말라”는 왜곡된 결론으로 귀결돼서는 안 될 것이다. 물론 어렵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많이 지으면서도 잘 짓고 잘 나누는’ 방법을 찾아 나서라”는 의미로 읽힌다.


<jeongun15@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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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종합특검 ‘검사 파견’ 대폭 줄인 이유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2차 종합특별검사팀 출범했다. 이제 수사팀을 꾸린 뒤 내란 관련 혐의 17개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 내란 외에도 김건희·채 해병 등 각 특검팀에서 매듭짓지 못한 사건들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번 특검팀은 과거 특검팀과는 사뭇 다르다. ‘검사 파견’을 대폭 줄였다. 이는 일부 특검팀에서 야기된 내부 갈등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2차 종합특별검사팀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수사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안과 정보기관의 민간인 사찰·블랙리스트, 부정선거 관련 유언비어 의혹 등을 재수사한다. 사무실을 정하고 수사팀을 꾸리는 데만 한 달여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분주한 움직임 윤석열·김건희에 의한 내란·외환 및 국정 농단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종합특검법)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추천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해야 하기에 지난 5일 특검을 임명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지난 2일 특검 후보자에 전준철 변호사를, 조국혁신당은 같은 날 특검 후보자에 권창영 서울대학교 법전원 겸임교수를 각각 추천했다. 전 변호사는 검찰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장, 수원·대전지검 특수부장, 대검 인권수사자문관 등을 거쳤다. 반면 권 교수는 판사 출신으로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편집위원 및 간사, 중대재해자문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냈다. 특검팀 사무실 구성과 인력 파견 요청 등 출범 작업은 곧바로 진행되고 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이 광범위한 만큼 초반에는 사건별 우선순위와 수사 분담을 정하는 정리 작업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대상을 총 17개로 규정했다. 크게 보면 기존 3대 특검이 다뤘지만 규명이 미진했던 사건을 다시 수사하는 한편, 당시 특검 범위에 없던 의혹을 추가로 다룬다. 구체적으로 ▲12·3 불법 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 7개 ▲김건희씨 관련 1개 ▲채 해병 관련 1개 ▲관련 고소·고발 및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안 2개 등으로 분류된다. 종합특검팀도 앞선 특검팀들과 마찬가지로 인지수사가 가능해 수사 범위가 더 넓어질 수 있다. 과거 특검수사 못한 대상 총 17개로 규정 주로 12·3 내란 사안…‘정보기관’도 포함 종합특검팀이 다룰 불법 계엄 관련 의혹 상당수는 내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다뤄졌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거나, 내란 특검팀이 무혐의·각하로 종결했던 사건들이다. 대표적으로 ▲무장 헬기의 북방한계선(NLL) 위협 비행 의혹 ▲삼청동 안전 가옥(안가) 회동 ▲일부 지자체의 계엄 동조 의혹 등이다. 이 밖에도 종합특검팀은 내란 특검팀이 마무리하지 못해 채 군검찰로 이첩한 일부 외환 의혹, 계엄 준비 정황이 담겼다는 ‘노상원 수첩’ 의혹, 국군 방첩사령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 등을 재수사할 계획이다. 종합특검팀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사건들로는 계엄 당일 계엄사령부 구성을 위해 육군본부 간부들이 계룡대 육군본부에서 서울로 이동하려 했다는 이른바 ‘계엄 버스’ 의혹이 있다. 국방부가 최근 당시 버스 탑승 간부들에게 일제히 중징계를 내린 만큼 종합특검팀은 이 사건을 형사 처벌할 수 있는지, 지시·보고 라인이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김씨 관련 의혹에서는 이전 특검팀이 정해진 기간 내 수사를 끝내지 못해 경찰에 넘긴 사건들이 종합특검팀에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등이 꼽힌다. 종합특검팀은 관저 이전 의혹과 관련해 김씨와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을 윗선으로 봤지만 수사 기한이 임박한 시점에 조사가 이뤄지면서 윤 의원은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못했다. 종합특검팀이 윤 의원 등을 상대로 조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수사 막바지에 착수해 핵심 관련자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이른바 ‘김건희 수사 봐주기’ 의혹과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다는 창원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과정의 부당 개입 의혹 등도 수사 대상이다. 또 김건희·채 해병 특검팀에서 중복 수사 대상이었지만 규명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이른바 ‘구명 로비’ 의혹 역시 종합특검팀이 결론을 내야 할 사안이다. 정치적 계산 확연한 차이 종합특검팀을 둘러싼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검사 파견 규모의 축소다. 과거 특검팀이 수십명에서 많게는 백여명의 현직 검사를 파견받아 운영됐던 것과 달리, 종합특검팀은 검사 파견을 최소화하고 외부 인력 중심으로 이뤄지는 수사 구조를 택했다.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검찰 이후 시대를 염두에 둔 구조적 실험”이라는 평가와 “수사 역량을 스스로 약화시킨 선택”이라는 우려가 동시에 나온다. 단순한 인력 운용의 변화라기보다, 종합특검팀의 성격과 권한, 검찰과의 관계 설정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동안 특검은 형식적으로는 독립기구였지만, 실제 운영은 검찰 조직에 크게 의존해 왔다. 수사 실무와 기획, 영장 청구와 공소 유지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파견 검사들에 의해 이뤄졌고, 특검은 사실상 ‘검찰의 별도 수사본부’에 가까웠다는 지적이 거셌다. 검찰로부터 검사를 파견받으면 대형 수사를 빠르게 진행하는 데는 효과적이었지만,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특히 수사 대상에 전·현직 고위 공직자, 검찰 출신 정치인, 혹은 검찰이 과거 불기소하거나 수사했던 사안이 포함될 경우 “검찰의 셀프 수사”라는 비판이 지속됐다. 특검이 검찰의 판단을 다시 들여다보는 구조 자체가 모순이라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이번 종합특검팀의 수사 대상에는 전직 대통령과 고위 권력층, 과거 검찰 수사와 직·간접적으로 얽힌 사안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검사 파견을 대규모로 유지할 경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의식했나 종합특검팀은 검사 수를 최소화하는 대신, 특검보를 중심으로 한 지휘 체계와 외부 수사 인력을 대폭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경찰, 국세청, 감사원, 금융·회계·디지털 포렌식 전문가 등 비검찰 인력 비중을 확대해 복합 사건에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인력 구성을 바꾼 것이 아니라, 검찰 권한 축소 이후 특검의 새로운 모델을 시험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검찰이 더 이상 모든 대형 수사의 중심이 아닌 상황에서, 특검마저 검사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검찰개혁의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검찰이 아닌 방식으로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사 파견 축소에는 분명한 정치적 계산도 담겨있다. 종합특검팀은 출범 단계부터 ‘정치 보복’ ‘선택적 특검’이라는 야당의 반발에 직면했다. 이 과정에서 검사 중심 특검은 가장 공격받기 쉬운 지점이다. 여권으로서는 ‘검찰이 주도하지 않는 가장 독립적인 특검’이라는 명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검사 파견을 줄이면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최소한 절차적 중립성에 대한 방어 논리는 강화된다. 이는 향후 수사 과정이나 결과 발표 시 정치적 공방을 완화하기 위한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반대로 야권은 이미 “검사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특검은 정치 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을 꺼내 들고 있다. 검사 파견 축소가 수사의 공정성이 아니라 수사 역량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무적으로 보면, 검사 파견 축소는 분명한 부담 요소다. 대형 특검 수사에는 압수수색영장 청구, 구속영장 판단, 법리 구성 등 고도의 형사법 경험이 요구된다. 검사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외부 인력 중심 구조에서는 수사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 검 아닌 경찰·국세청·감사원 조사관 비중 확대 “정보사 의혹 수사 시간 오래 걸릴 수도” 우려 특히 수사 이후 공소 유지 단계에서 검찰과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경우, 재판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특검들이 검사 파견을 중시했던 이유는 ‘기소와 유죄 입증’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김건희 특검팀에서 벌어졌던 내부 갈등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됐던 검사들의 ‘원대 복귀 희망’ 입장문 파동이 종합특검팀에서 재발할 경우 내부 수습에 시간을 빼앗길 수 있다. 당시 입장문이 외부에 유출되며 ‘항명’ ‘집단 반발’ 등으로 알려졌지만, 특검팀 지휘부와 수사팀장들은 ‘하소연 취지’였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민주당은 파견 검사들을 겨냥해 “징계와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비판하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국민에게 항명했다”고 규정한 것과 달리, 실제론 태업이나 이탈 없이 수사와 공소 유지를 차질 없이 진행했다. 파견 검사들은 검찰에서부터 최대 1년 넘도록 동일한 사건을 수사하며 피로감에 쌓였다. 이들은 검찰개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수사를 매듭지으려 노력했다. 다만 재판에 넘겨진 주요 피고인들의 공소 유지 업무가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일선 검찰청의 민생 사건 적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직관(수사 검사가 공판에 직접 관여) 제한’ 방침 ▲기존 특검 관례 등을 고려하면 최소 인력만 공소 유지 업무를 담당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검 지휘부도 공소 유지 단계에선 복귀를 희망하는 검사들을 강제로 붙잡을 순 없다고 보고, 효율적인 인력 운용 방안을 고심했다. 지휘부가 입장문을 작성하기 2~3주 전부터 김건희 특검 내 일부 수사팀에선 ‘진행 중인 사건을 조속히 마무리한 후 일선으로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기로 뜻을 모으기도 했다. 종합특검팀은 수사 결과 이전에 이미 하나의 시험대에 올라 있다. 검찰 없이도 대형 권력형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가, 특검이 검찰개혁 이후의 사법 질서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실패하면 역풍 불가피 만약 종합특검팀이 의미 있는 수사 성과를 낸다면, 향후 특검은 검사 중심 구조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준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성과가 미진할 경우, “그래서 결국 검사가 필요하다”는 역설적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검사 파견 축소는 정치적 선택이자 제도적 실험인 셈이다. 이번 종합특검팀은 단순히 몇 건의 의혹을 밝히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검찰 이후 한국 사법 시스템이 어디까지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분기점이라는 점에서, 그 성패는 수사 대상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