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나는 가족여행 ①안동 예끼마을

알록달록 벽화 보고 물 위를 걸으며 힐링

안동 예끼마을은 1970년대에 안동댐 건설로 수몰된 예안면의 주민들이 이주해 정착한 마을이다. 푸른 안동호를 굽어보는 언덕에 18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산다. 빈 건물을 활용한 갤러리와 담벼락의 벽화가 아기자기한 볼거리를 선사하고, 호수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운치 있는 산책로다. 식당과 카페, 한옥체험관이 있어 1박2일 여행 코스로 손색없다.

예끼마을은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에 속한다. 일제강점기에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예안면이 됐다가, 1970년대 안동댐 준공과 함께 도산면에 편입됐다. 당시 400여 가구가 수몰지와 가까운 이곳에 택지를 조성해 이주했다고 한다. 조선 시대에는 예안현, 1895년(고종 32) 이후에는 예안군 관할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예안향교, 예안교회, 예안이발관, 선성공원 등 옛 지명의 흔적이 있다. 선성은 예안의 옛 이름이다.

운치 있는 산책

서부리는 예안의 중심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다른 농촌처럼 쇠락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 최근 ‘선성현문화단지 조성 사업’과 ‘이야기가 있는 마을 조성 사업’을 벌이며 활기를 찾기 시작했다. 낡은 담벼락에 벽화가 등장하고, 관공서 건물과 빈집은 갤러리가 됐다. 식당이 들어서고 카페가 문을 열자 외지인의 발길이 잦아졌다. ‘예술의 끼가 있는 마을’이라는 뜻을 담아 이름도 예끼마을로 지었다.

마을은 아담해서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기 좋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조형물을 지나면 완만한 경사를 따라 집과 골목이 이어지고, 그 끝에 안동호가 펼쳐진다. 이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포인트는 선비촌한식당 2층 전망대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마을을 내려다보는 소녀상이 반겨준다.

선성현아문(宣城縣衙門) 현판이 걸린 솟을대문으로 들어가면 갤러리 근민당과 카페 장부당이 있다. 수몰 전까지 면사무소 서부리 출장소와 그 부속 건물로 쓰던 한옥을 옮겨 개조했다. 대들보와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난 카페 내부는 고즈넉하고 따뜻하다. 맷돌로 갈아서 내려주는 핸드 드립 커피가 대표 메뉴다.


근민당 외에 우체국 건물을 개조한 갤러리 예(藝), 갤러리 끼, 레지던시갤러리도 있다. 방문하기 전에 마을 홈페이지에서 전시 진행 여부와 일정을 꼭 확인하자. ‘2020 예끼마을전국물빛사랑미술대회’ 수상작을 타일처럼 외부에 장식한 갤러리 예는 포토 존으로도 인기다.

골목을 누비며 개성 있는 간판과 조형물을 구경하는 재미를 놓치지 말자. 참주원양조장, 예안이발관, 가구 카페 고이, 맹개술도가, 서부제분소, 안도제유소 등이 눈에 띈다. 요즘 인기를 더해가는 전통주에 관심 있다면 맹개술도가에 들르자. 직접 농사지은 밀로 소주를 빚는 양조장이다. 2019년 국내에서 유일한 밀소주인 ‘안동진맥소주’를 출시했다. 22%, 40%, 53% 도수의 소주를 시음하고 구매할 수 있다.

갤러리·담벼락 벽화 등 다양한 볼거리
1박2일 여행 코스로 손색없는 곳

예끼마을은 전체가 포토 존이라 할 만큼 예쁜 벽화와 트릭 아트가 많다. 골목 좌우 벽과 바닥을 활용해 산과 들, 나무, 냇가를 표현한 트릭 아트가 돋보인다. 졸졸 흐르는 냇물 위 외나무다리와 징검다리 사진은 필수다. 2020년 정식으로 개장한 선성현문화단지 입구에서 가깝다.

선성현문화단지는 선성현 관아를 재현한 공간이다. 관아의 대문에 해당하는 아문, 핵심 건물인 동헌, 수령이 생활하던 내아, 죄인을 다스리는 형리가 근무하던 형리청, 외국 사신이나 관리의 숙소로 사용하던 객사 등을 안동호가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옛 모습 그대로 세웠다. 쌍벽루도 복원했다. 더 가면 선성산성공원이다. 산 정상을 중심으로 능선에 테를 두르듯 쌓은 산성 주변을 공원으로 꾸몄다. 산성은 7세기 통일신라 때 축성한 것으로 짐작한다. 쌍벽루를 지나 여기까지 오는 이가 드물어 호수를 내려다보며 호젓하게 걷기 적당하다.

선성현문화단지 입구에서 호수로 내려가면 선성수상길이다. 수위에 따라 뜨고 가라앉는 부교가 1㎞가량 이어진다(왕복 40분 소요). 풍경에 취해 물 위를 걷듯 사뿐사뿐 걷다 보면 안동호반자연휴양림과 만난다. 아름다운 이 길은 안동선비순례길 9개 코스 중 1코스(선성현길)에 든다.

부교 중간쯤 풍금과 책걸상이 놓였다. 수몰된 예안국민학교가 있던 자리다. 예안국민학교는 1909년 사립선명학교로 설립해 1941년 예안공립국민학교로, 해방 후에는 예안국민학교로 명칭이 바뀌었다. 1974년 안동댐을 만들면서 마을과 함께 물에 잠기게 되자, 현재의 한국국학진흥원 옆으로 옮겼다가 학생이 없어 폐교됐다.


선성현문화단지 한옥체험관에 머무르며 여유 있게 여행을 즐겨도 좋다. 2인실부터 8인실까지 한옥 10채를 갖춰 온 가족 1박2일 여행 코스로 제격이다. 함께하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며 응원과 격려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선성현문화단지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건립한 한옥체험관은 쾌적하고 깔끔하다. 전 객실에 욕실이 있고, 4개 객실은 취사도 가능하다. 마을 안에 있는 식당에서 안동간고등어, 한우갈비, 백반, 메밀면 등을 판매한다.

자동차로 10분 거리에 안동 도산서원(사적)이 있다. 조선의 사립 교육기관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 아홉 곳 중 하나다. 퇴계 이황이 거처하며 제자를 가르치던 도산서당과 퇴계 사후에 건립한 도산서원으로 나뉜다. 1575년(선조 8)에 당대 최고 명필 한석봉이 쓴 편액을 하사받아 사액서원이 됐다. 서원 앞은 안동호, 뒤는 울창한 솔숲에 둘러싸여 운치가 빼어나다.

도산서원

안동 여행에서 월영교를 빠뜨릴 수 없다. 안동댐 하류에 자리한 월영교에는 16세기 안동에 살던 부부의 애틋한 사연이 담겼다. 1998년 택지 개발 공사 도중 오래된 무덤에서 젊은 남자의 유골이 발견됐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와 머리카락을 꼬아 만든 미투리도 나왔다. 이를 기념하고자 미투리를 모티프로 월영교를 세웠다. 경관 조명을 밝힌 밤에 더 아름답다. 월영교를 건너면 야트막한 언덕배기에 예안에서 옮겨 온 선성현 객사와 안동 석빙고가 있다. 가까운 안동시립민속박물관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예끼마을→선성수상길→선성현문화단지→안동 도산서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예끼마을→선성수상길→선성현문화단지→안동 도산서원
둘째 날: 월영교→선성현 객사→안동민속촌→안동시립민속박물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안동관광 www.tourandong.com
- 예끼마을 www.yeggistory.com
- 도산서원 www.andong.go.kr/dosanseowon  

문의 전화
- 안동시청 관광진흥과 054)840-6392
- 도산서원 054)856-1073
- 월영교(안동시립민속박물관) 054)821-0649

대중교통
[버스] 서울-안동,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6회(07:00~20:00) 운행, 약 3시간 소요. 안동터미널 정류장에서 80번·11번·242번 등 일반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567번 일반버스 환승, 한국국학진흥원 정류장 하차, 예끼마을까지 도보 약 140m.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안동터미널 054)857-8296, www.andongtr.co.kr 경안여객 054)821-4071
[기차] 청량리역-안동역, KTX 하루 7~8회(06:00~22:00) 운행, 약 2시간 소요. 안동역에서 안동터미널 정류장까지 도보 130m 이동, 80번·11번·242번 등 일반버스 이용, 교보생명 정류장에서 567번 일반버스 환승, 한국국학진흥원 정류장 하차, 예끼마을까지 도보 약 140m.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경안여객 054)821-4071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에서 풍기·소백산국립공원·북영주 방면→봉현교차로에서 안동·영주·봉화 방면→가흥교차로에서 안동·영주 IC 방면→지곡교차로에서 녹전·지곡2리 방면→녹전로 안동·도산서원 방면→서부교차로에서 선성중앙길 좌회전→예끼마을

숙박 정보
- 선성현문화단지 한옥체험관: 도산면 선성5길, 054)841-0112, http://koreanhouse.kr
- 안동호반자연휴양림: 도산면 월천길, 054)855-3371, www.foresttrip.go.kr
- 농암종택: 도산면 가송길, 054)843-1202, www.nongam.com
- 케이스부띠크호텔 안동점: 안동시 강남2길, 054)857-0007, www.kasemotel.com

식당 정보
- 메밀꽃피면(황태구이정식·메밀국수·육전): 도산면 선성4길, 054)843-1253
- 선성미정(한우불고기·간고등어정식·버섯전골): 도산면 선성5길, 054)841-0201
- 성전식당(된장찌개(고등어구이)·돼지김치찌개): 안동시 동흥1길, 054)859-2513
- 거창숯불갈비(한우생갈비·양념갈비·갈비찜): 안동시 음식의길, 054)857-8122


주변 볼거리
봉수산자연휴양림, 덕산온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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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